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211 후쿠오카시가 빠져든 바닷속. (210/215)

  기계신과 함께 211 후쿠오카시가 빠져든 바닷속.

  일본의 헌터들을 천천히 휘돌기 시작하던 바닷물이 조금씩 속도를 더 하더니.

  콰가가가가가───!!

  맹렬한 소용돌이가 되기까지는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아아아악!"

  헌터들이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버렸다.

  물의 저항력을 최소화하면 배틀 아머의 '제로프릭션' 기술이 어느 정도 소용돌이의 영향력을 상쇄해 주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였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소용돌이 속에서, 헌터들은 소용돌이에 휩쓸려 중심을 잃어버렸다.

  반면 몬스터들은 이상할 정도로 소용돌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었다.

  몬스터들은 소용돌이를 헤집고 들어와 중심 잃은 헌터들을 들이받거나.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거나.

  촉수로 감아 찢으려 들었다.

  "으아아악! 모, 몬스터가!! 살려 줘!!"

  헌터들이 안간힘을 쓰며 형성된 와류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소용돌이는 갈수록 그 기세를 더해 헌터들을 올가미처럼 옭아맸다.

  몬스터에게 헌터들은 지금, 바닷물이라는 그물에 걸린 손쉬운 먹이일 따름이었다.

  "젠장, 이게 대체 뭐야! 그 문어 놈이 만들어내는 것 같은데, 이 정도 규모의 자연 현상을 일으킨다고!?"

  서걱.

  시무라 켄지는 자신의 특기인 발검술로 닥치는 대로 몬스터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그는 무술의 고수답게 온몸을 옭아 매는 소용돌이의 영향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이었다.

  "아무리 후쿠오카를 바다 밑으로 끌고 간 놈이라지만, 이게 말이나 돼?!"

  시무라 켄지는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용돌이에 깃든 엄청난 양의 마력을.

  아마 지상에서 이 정도 규모의 마력이 투입된 천재지변이 일어났다면, 도시 하나쯤은 그대로 초토화시키는 크기의 토네이도가 됐을 것이다.

  그가 알기로, 이제까지 전 세계에 등장한 그 어떤 몬스터도 그런 규모의 능력을 가진 놈은 없었다.

  물론 그는 미국의 '스카이드래곤'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지만.

  그때, 그를 비롯해 일본의 헌터들에게 통신이 왔다.

  -일본의 헌터들. 여기는 한국의 신무결 헌터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헌터는 즉각 말씀하십시오.

  '어디서 저 건방진 놈이!!'

  그 말을 들은 시무라 켄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설마 저 말에 응답하는 일본의 헌터는 없겠지?"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자국의 헌터 채널에 말했다.

  일본의 헌터들은 몬스터들과의 혈전으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으윽! 다, 당연하죠! 어디서 조센징 따위가!

  그와 마찬가지로 극우정신으로 똘똘 무장된 '라이징 썬' 클랜원들은 몬스터가 팔다리에 들러붙어 피를 쪽쪽 빨아대는 와중에도 자존심을 먼저 챙겼다.

  -…….

  내심으로는 신무결의 도움을 바라는 헌터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시무라 켄지를 비롯한 일본 헌터들의 강한 반한 감정에 쉽게 도움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시무라 켄지는 일본의 헌터들이 아무도 신무결의 말에 대답하지 못한것을 깨닫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디서 한국 놈 따위가 도움을 주겠다고 우리 영토로 들어오려 그래?'

  하지만 그렇게 웃는 순간에도 또 다시 부하의 비명소리가 채널을 울렸다.

  - 아악!

  "으음, 아무래도 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놈을 죽여야겠어."

  시무라 켄지가 신음을 내뱉더니 중얼 거렸다.

  이대로 가만있다간 애꿎은 부하들이 다 죽어나가게 생겼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렸다.

  쿠구구구구- 그의 170cm였던 그의 키가 점점 불어나 3m를 넘어 5m, 10m까지 늘어나더니, 순식간에 20m 크기까지 커져 버렸다.

  그의 고유 능력인 [거대화].

  이것이 그가 다른 거대 몬스터들을 두려워하지 않던 이유였다.

  '일단 크면 뭐든 편해지지.'

  힘도, 파괴력도, 방어력도, [거대화]가 됨으로써 모조리 엄청나게 상승한다.

  과연 육체가 커지고 나니 소용돌이의 움직임에서도 한층 자유로워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정신없이 휘몰아치던 소용돌이가 꼭 각성자가 되기 전에 가봤던 워터파크의 파도풀을 연상케 할 정도로 변했다.

  항거 불능의 압력에서, 여전히 운신이 자유롭지는 못해도 마음만 먹으면 어느 정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정도의 수준.

  그는 '역장'을 생성해 그것을 박차 바닷속으로 더욱 잠수해 들어갔다.

  그의 몸에 해양종 몬스터들이 달라 붙어 왔지만, 그는 그의 몸과 함께 거대화되며 두꺼워진 배틀 아머로 녀석들의 공격을 튕겨내거나, 더 위험한 놈들인 경우 검으로 베어버리며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심해에서 웅크리고 있는 '킹 크라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 있군.'

  그는 눈을 빛냈다.

  킹 크라켄이 후쿠오카시를 문어다리로 감싸고 있는 것이 똑똑히 보였기 때문이다.

  '엄청 크군.'

  그는 킹 크라켄을 보며 오싹함을 느꼈다.

  20미터 가까이 커진 그의 눈에도 킹 크라켄의 크기는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컸다.

  하지만.

  '저놈을 물리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킹 크라켄을 향해 발도술 자세를 취했다.

  '머리 부분을 베면 되겠지.'

  비기 (秘技).

  [천지 양단(天地兩斷)].

  그는 처음부터 모든 마력을 끌어모아 일격을 날렸다.

  발도술이란 처음 검을 뽑을 때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

  그는 그 한 방에 모든 것을 담았다.

  "하암!!"

  그의 기합 소리와 함께 거의 15m 남짓하게 커진 그의 일본도가 검집에서 빠져나왔다.

  좌라락- 바닷물이 맹렬한 기세로 갈라지며, 그의 검이 순식간에 킹 크라켄의 머리에 도달했다.

  푸욱--!!

  '됐다!!'

  그는 자신의 검이 킹 크라켄의 머리를 꿰뚫은 것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

  '이제 저놈의 머리를 뚫었으니, 소용돌이가 사라지겠지……?'

  촤르륵.

  그가 안도하려던 순간.

  콰아아앙--!!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문어 다리가 그의 몸을 후려쳤다.

  * * *

  "켄지 상! 사령관님!!"

  부사령관이 갑자기 침묵하게 된 사령관 켄지를 연신 불러봤다.

  그러나 켄지로부터는 더 이상 그 어떤 신호도 오지 않았다.

  '젠장, 결국 실패했나.'

  부사령관은 그래도 일본제일헌터라는 칭호를 듣고 있던 켄지의 활약을 조금이나마 기대했다.

  비록 평소에는 조금 멍청한 면이 있고 다혈질이라지만 그래도 실력 하나만큼은 일본제일이란 평을 듣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킹 크라켄을 물리치고 지금 위기에 몰린 헌터들의 희망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이제 끝이었다.

  소용돌이와 몬스터에 의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일본의 헌터들은, 더 이상 살아날 구석이 없었다.

  부사령관의 앞으로 거대한 상어 몬스터가 이빨을 들이밀며 다가왔다.

  '윽.'

  마침 가오리처럼 생긴 몬스터에게 칼을 꽂아 넣고 있던 부사령관은 몸을 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나도, 우리 헌터들도.'

  부사령관은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절망했다. 그때.

  -아직도 도움받으실 분 없습니까?

  다시 한국의 헌터로부터 또 다시 통신이 도달했다.

  켄지의 명령으로 한국인의 통신을 아예 차단했었건만, 저 한국인은 무슨 수를 썼는지 또 다시 차단을 뚫고 자신들에게 통신을 해왔다.

  하지만 부사령관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타스케테 (구해줘)."

  이 말을 내뱉는 시점에서 이미 거대상어 몬스터의 입이 자신의 몸을 씹어 먹을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지금 와서 도움을 구해봤자 뭘 어찌겠냐 싶음 심정으로 내뱉은, 어떤 기대도 없는 중얼거림.

  그러나.

  콰직.

  그것이 반전의 시작일 줄,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

  그는 어느 틈에 상어 몬스터의 눈에 틀어박혀 있는 자신의 팔을 보며 의아해했다.

  상어 몬스터는 몸부림을 치며 그의 팔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아니, 그의 '배틀 아머'는 전혀 놈을 놓아 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더욱 놈의 눈에 팔을 박아 넣었다.

  물론, 이것은 부사령관이 의도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배틀 아머가…… 저절로 움직이고있어?'

  그는 상어 몬스터에게 잡아먹히려는 순간, 배틀 아머가 스스로 움직여 상어의 눈에 팔을 박아 넣은 과정을 넋 놓고 떠올렸다.

  배틀 아머는 부사령관의 체술 스킬인 [신풍유술]을 그 자신조차 재현 불가능한 미려하고 세련된 움직임으로 구현해 내며 상어의 눈에 자신의 팔을 박아 넣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부사령관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간 마나의 흔적을 느끼며 경악했다. 정황으로 봤을 때 '배틀 아머'가 자신의 마력을 스스로 뽑아 자신의 체술을 사용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 * * '이게 되는군.'

  무결은 [디바이스 컨트롤]을 이용해 도움을 요청한 한 일본의 헌터의 '배틀 아머'를 조종했다.

  그의 스킬 능력치가 발전함에 따라 생긴 능력이었다.

  물론 일본 헌터의 배틀 아머는 '무결의 소유'가 아니었으므로, 그의 동의가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기능이었다.

  '배틀 아머'에는 사용자의 전투 정보를 기록하는 기능이 있었다.

  사용자의 전투 정보를 기록해 분석함으로써 보다 나은 움직임을 권유 하는 일종의 학습기능이었다.

  무결은 이 학습기능에 기록된 헌터의 움직임을 읽어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일본 헌터의 체술을 구현해 냈다.

  그의 앞에는 지금 한 가지 메시지가 지나갔다.

  [스킬 '신풍유술'을 습득하셨습니다.]

  [마스터피스]의 능력치가 80이 넘고부터 다른 스킬의 습득 속도나, 스킬 습득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 되었다.

  무결은 [마스터피스]가 스킬과 관련된 전반적인 능력을 늘려주는 스킬이라 보고, 요즘 더 [마스터피스]에 더 많은 카르마 포인트를 투자하고 있었다.

  아무튼 '배틀 아머'로부터 다른 스킬을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무결은 미소를 지었다.

  '배틀 아머를 입은 사람의 무술은 카피할 수 있는 게 많겠군.'

  물론 지금 습득한 것은 겨우 '언커먼' 등급의 체술이었고 고위 스킬일 수록 스킬 습득이 훨씬 난해할 테지만, '안 된다'와 '어렵다'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컸다.

  '실험은 이쯤으로 해두고.'

  무결은 얼떨떨해하는 일본 헌터의 배틀 아머를 계속 조종해, 몬스터들을 사냥해 나갔다.

  주로 공격은 배틀 아머에 내장된 '하이드로 캐논'을 사용했다.

  '하이드로 캐논'은 그 위력이 헌터들의 스킬에 비해 그다지 강하지 않아, 내장되어 있는 것을 알면서도 헌터들이 그다지 쓰지 않는 기능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무결의 손에서 구현 된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펑!!

  한 해마 모양의 몬스터가 정확히 배에 있는 비늘을 가격당했다.

  그 비늘이 떨어져 나가며 녀석의 약점인 배꼽 부위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곳으로 다시금 '하이드로캐논'이 날아들며 꿰뚫어 버렸다.

  "꽥─-!!"

  녀석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다.

  "헐."

  부사령관은 자신의 배틀 아머의 양 팔에서 정신없이 뿜어져 나가는 하이드로 캐논을 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위력이 약한 '하이드로 캐논' 만으로 주위의 몬스터들의 약점을 정확히 헤집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토록 지옥 같던 소용돌이 속에서의 움직임이, 마치 하늘을 걷는 것 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바닷속의 결을 따라 움직이는 듯한 미려한 움직임.

  그는 자신의 마력을 빌려 작동하는 배틀 아머의 그림 같은 움직임을 넋을 놓고 바라만 보았다.

  전투는...

  자신의 갑옷이 알아서 다 해주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동료 헌터들의 통신이 쇄도 했다.

  -다이고 상! 어떻게 한 겁니까!

  -다이고 상, 무슨 수를 썼길래 갑자기 그렇게 날래게 움직이는 건가요?!

  그들은 갑작스럽게 움직임이 가벼워진 부사령관에게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힌트를 하나라도 더 얻고자 했다.

  물론 부사령관은 거기에 대답할 말이 하나밖에 없었다.

  "한국의 헌터……."

  그가 중얼거리자 일본 헌터들이 의아해했다.

  -한국의 헌터라니요? 지금 이게 한국의 헌터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가요?

  "한국 헌터에게…… 도움을 청했다네."

  그 순간.

  그들에게 아까 들었던 것과 똑같은 통신이 도달했다.

  -한국의 헌터입니다.

  몬스터들에게 한없이 밀리는 와중에도, 일본의 헌터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한국 헌터의 통신이 이어졌다.

  -제게 도움을 받으실 분, 더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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