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203화 VIP룸 안쪽에는 한눈에 봐도 문 밖에 있던 아이템들보다 고급스러운 아이템들로 즐비했다. (202/215)

  기계신과 함께 203화 VIP룸 안쪽에는 한눈에 봐도 문 밖에 있던 아이템들보다 고급스러운 아이템들로 즐비했다.

  레어 상급에서 유니크 하급 정도의 아이템들이었다.

  무결은 천천히 아이템들을 살폈다.

  그리고 그중에서 양피지처럼 생긴 아이템을 하나 발견했다.

  '이거다.'

  무결은 볼 것도 없이 그 아이템을 집어 들었다.

  다른 아이템들도 꽤 쓸만하긴 했지만, 무결이 탐낼 만한 가치의 아이템들은 아니었다.

  지금 그에게 가장 쓸모 있는 아이템은 바로 손에 든 이 마법 스크롤처럼 생긴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마법 스크롤이 아니었다.

  -이름 : '모험가의 협곡' 월드 매매 증서 -희귀도 : 레어 -설명 : [모험가의 협곡 월드]의 소유권을 획득한다.

  [모험가의 협곡 월드]는 재앙형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던전 월드'에 비해 공간이 협소하고 어떤 자원도 없어서 사실 별반 쓸모 없는 던전 월드였다.

  이는 전생에서 이것을 선택했던 헌터가 있었기 때문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결 자신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이 어떤 쓸모도 없어 보이는 던전 월드였다.

  "획득."

  무결이 아이템을 선택하자 확인 창이 떴다.

  확인을 마치자 10초 뒤 빛에 휩싸여 [비밀상점] 밖으로 퇴장되었다.

  무결은 손에 들린 파란색 카드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흐음……."

  [모험가의 협곡 월드의 마스터 키]였다.

  그리고 무결이 다른 한 손에 비슷하게 생긴 갈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베히모스 월드의 마스터키]였다.

  "어떻게 합치는 거지."

  아테나로부터 '던전 월드'들을 합칠 수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자세한 방법을 모르겠다.

  "……일단 꼬맹이나 한번 보고 오자."

  파지직- 공간이 열리며 [베히모스 월드]가 드러났다.

  무결이 그 속으로 발을 디뎠다.

  * * * 드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푸른 하늘과 거대한 화산.

  그리고 각종 기계장치들.

  오랜만에 들어오는 [베히모스 월드]였다.

  이곳이야말로 지난 3년간 은하그룹의 비밀 생산거점으로서, 수많은 비행선과 로봇들이 이곳에서 태어 났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중앙 화산과 비견되는 압도적인 크기의 새하얀 전투전함 [란드그리드].

  대전시 웨이브에서 그 일부만 모습을 드러냈던 전투함은, 아직은 미완성의 단계였다.

  "저거 옮기려면 꽤나 큰 거사를 치러야 했을 텐데, 안 그래도 되어서 다행이군."

  던전 월드 소멸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3개월.

  슬슬 여기 있는 모든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하지만 '던전 월드'의 수명을 늘릴 방법을 알아냈으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결은 가만히 작업 중인 기술자들과 로봇들을 바라보다가 중앙화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글부글.

  후끈한 열기가 무결의 안면을 강타했다.

  중앙화산 속의 용암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선 무결은 용암호수의 중앙에 자리 잡은 채 흔들림 없이 떠 있는 물체를 찾아냈다.

  [대마수의 알]이었다.

  알은 마치 심장이 두근거리듯 맥동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주변의 용암에서 열기를 흡수해 나갔는데, 열기를 흡수할 때면 알의 색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맥동할 때마다 알의 색이 새빨갛게 변했다가 되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여간 까다로운 녀석 같으니."

  이제 저곳에서 다른 곳으로 알을 옮길 수도 없었다.

  전에 한번 알을 다른 곳으로 옮겨보려 했지만 알은 저 위치에 못이 박힌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칫 알이 부서질까 봐 더 이상의 시도를 하기를 포기했었다.

  "참 오래도 잔다."

  어스 팽귄이었던 꼬맹이가 알이 된 지도 어느새 2년 9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에픽' 등급이었던 알이어서 그런지 도무지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지 그러냐."

  무결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오랜만에 [하늘의 눈]으로 알을 바라 보았다.

  -이름 : 대마수의 알 -희귀도 :에픽 -상태 : 기를 모으는 중. 모험가 신무결에게 매우 친밀함 -설명 : 불과 흙을 좋아하는 대마수의 알. 모험가 신무결과 매우 친밀한 영혼이 깃들어 있다.

  "너 때문에 내가 여기를 포기 못하잖아."

  무결이 한숨을 내쉬었다.

  "던전 월드 기간 한 번만 더 늘려 줄 테니까 그 안에 일어나라. 안 그럼 나도 이제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동안 알을 응시하다 뒤로 돌아 다시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무결이 사라진 직후.

  쩌적.

  알의 표면에 미세한 금이 간 것을.

  * * *

  "음……."

  두 개의 [마스터키]를 [하늘의 눈]을 마력이 떨어질 때까지 발휘한 결과, 결국 무결은 [마스터키]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뽑아낼 수 있었다.

  "후, 이런 방법일 줄이야."

  무결은 오랜만에 겪는 마력탈진으로 노곤한 몸을 움직여 [모험가의 협곡 마스터키]를 잡고.

  그대로 찢어버렸다. 그러자- [[모험가의 협곡 월드]가 [베히 모스 월드]로 편입됩니다.]

  이런 메시지가 뜨며 찢어진 [모험가의 협곡 마스터키]가 허공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또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베히모스 월드]의 소멸 예정 시간이 늘어납니다.]

  "후, 됐군."

  월드의 수명을 늘리려면 그 안에서 다른 월드의 마스터키를 찢어 버리면 된다.

  무결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베히모스 월드]를 빠져나왔다.

  * * *

  "이럴 수가……."

  리처드 아서가 신음을 흘렸다.

  미국 네이비 씰의 한 공간.

  네이비 씰의 상층부가 모여 그들의 정보부가 입수한 한 가지 영상을 계속 반복해서 돌려 보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로봇 한 기가 거대한 도깨비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

  무결이 [트리슈라]를 탑승하고 두억시니와 맞서 싸우는 영상이었다.

  "저 몬스터의 추정 등급은?"

  리처드가 네이비 씰의 분석가들을 보며 물었다.

  그중 가장 선임인 분석가가 대답했다.

  "그게, 헌터 협회의 기준으로 따지면 아마……."

  "아마?"

  "15등급은 될 거야."

  "허……"

  리처드가 탄식을 내뱉었다.

  "이러니 발티르가 상대가 안 되지."

  무결은 마침내 두억시니가 쓰러지는 장면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영상을 처음부터 입수했었더라면 그를 상대로 발티르를 꺼내는 멍청한 짓은 안 했을 텐데."

  리처드가 찌릿 정보부 요원들을 노려보았다.

  정보부 요원들이 찔끔한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다시피 한국 쪽의 보안이 워낙 강력해서. 우리도 빼돌리는데 얼마나 고생했다구!"

  하지만 선임 정보부 요원은 그에게 쫄지 않고 대꾸했다.

  "그래그래, 고생했어. 그래서, 내가 말한 건 어떻게 생각해?"

  "음…… 그래, 리처드 우리 생각에도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아. 신무결이라면 '그놈'을 어떻게든 해줄 수 있을 거야."

  "그렇지? 그럼 신무결을 포섭하는 쪽으로 가볼게."

  "오케이."

  * * * 다음 날, 잠에서 깬 무결은 골치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터넷에는 그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최강자신 무결. 그는 어떤 인물인가.]

  [세계 1등의 헌터! 그의 과거 행적은?]

  [한서후 인터뷰,

  "신무결, 나의 정신적 지주"

  ]

  [양금호 인터뷰,

  "그가 다 했다"

  ]

  예전 무결의 과거 행적을 파헤치는 기사부터 그에 대한 온갖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했다.

  심지어는 그의 어릴 적 친구들이 튀어나와 한 이야기와, 그의 전 여자친구를 사칭하는 사람들의 발언 도 기사화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나 여자친구 없었단 말이다……."

  신무결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인터넷 창을 꼈다.

  댓글들은 어떤 반응인지 차마 읽어보기조차 두려웠다.

  "정보부에 정리 좀 부탁해야겠군. 고소장도 좀 보내고."

  무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고…… 뭐 이리 날 보려는 놈들이 많아?"

  비단 기자와 일반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결이 소지하고 있던 각종 오러클 방어 아이템이 깨져 나가 있었다.

  [모험가의 협곡]에서 힘을 전 세계에 홍보한 효과인지, 수많은 각성자들의 '시선'이 무결을 향하고 있었다.

  [마스터, 이제 [마스터피스]를 활성화해 두시면 오러클 방어 아이템 없이도 방비가 가능할 겁니다.]

  "그래? 알았어, 땡큐."

  무결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슈리의 말대로 스킬 [마스터피스]를 활성화해 두었다.

  가끔 슈리는 저렇게 영문 모를 조언을 주고는 하는데, 그럴 때마다 슈리의 말을 따르면 신기하게도 정말 그녀의 말대로 되었다.

  무결이 '어떻게 그런 정보를 아냐' 물어도 슈리는 그냥 '감'이라고만 해서 되묻기를 포기한 지는 한 참지났다.

  '아마 ' 에메랄드 서'의 영향인 것 같기는 한데.'

  무결이 그렇게 생각하며 아침식사를 준비하던 때였다.

  -마스터, '리처드 아서'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응?"

  무결은 '레드 오크 등심'을 조리하다 말고 통화를 연결했다.

  -어이, 챔피언.

  "아서? 무슨 일입니까."

  -긴히 부탁할 것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무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 * 무결이 화면 속 장면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철저하게 유린되고 박살난 중세 풍의 도시.

  박살난 건물들이 온통 하늘에 떠올라 있는 기이한 풍경.

  기이하지만 잔혹한 파괴의 현장이었다.

  리처드가 전송해 준 20초 남짓한 영상에서 나오는 장면이었다.

  -우리가 입수한 정보는 이것뿐입니다.

  리처드 아서가 침울하게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 영상을 들고 나온 헌터를 포함해, 정찰차 던전에 들어간 헌터는 모두 죽었거든요.

  그가 한숨을 쉬더니 이어 말했다.

  -우리는 일찍이 이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그냥 던전 브레이크로 나오는 몬스터를 때려잡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우리 측 '예언자'가 예언 했습니다. 만약 이 던전이 브레이크 아웃 되면, 미국 헌터들로는 절대로 막을 수 없다고요.

  "……그래서 승리 보상인 [모험가의 협곡 월드]를 그토록 원하신 거 였군요?"

  -오, 역시 대단하십니다. 맞습니다. 역시 [던전 월드]에 관해 알고 계시는군요.

  리처드가 조금 감탄한 눈으로 무결을 바라보았다.

  [던전 월드]는 아직까지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극비정보였다.

  무결은 미국이 몇 개의 [던전 월드]를 클리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던전 월드]를 언급하는데 별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다면 말이 쉽게 통하겠군요. 저희는 이번에 얻은 [던전 월드] 속에 이놈을 가둬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면 [던전 월드]가 소멸할 때까지는 이놈을 상대하는 것을 미룰 수 있을 테니까요.

  [던전 월드]는 완전한 아공간.

  마음만 먹는다면 몬스터를 가둬 두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저희가 지닌 던전 월드는 소멸 기간이 거의 다 되어 갑니다. 안타깝다 해야 할지, 다행이라 해야 할지요 2년간 재앙형 던전이 미국 쪽에는 많이 안 나왔거든요.

  "그렇다면 오늘 저에게 연락하신 이유는, 저에게 이 던전의 클리어를 의뢰하시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리처드는 무결이 의뢰를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흐음……."

  무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저 던전, [드래고니안 캐슬]에 나오는 몬스터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15급, 두억시니와 같은 등급 몬스터 '스카이 드래곤'. 확실히 미국에서 잡기엔 아직 한참 이른 녀석이야.'

  스카이 드래곤은 두억시니와 함께 던전시대 개막 5년 후 정도에 나온 초강력 몬스터였다.

  전생에서도 저 녀석에 의해 미국의 도시 여러 개가 처참하게 파괴 되었다.

  '나로서도 저 녀석을 잡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

  같은 15급인 두억시니도 약점을 잡아 간신히 물리친 지금, 무결로서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놈이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무결이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아…….

  리처드가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무결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제가 처리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차선책을 드릴 순 있습니다."

  그 말에 리처드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그게 뭡니까?

  무결은 전생에서 저 녀석을 봉인 했던 한 마법사를 떠올렸다.

  "대마법사 '아케우스', 그를 찾으세요. 그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비록 전생과는 달리 한참 이른 시간에 등장한 '스카이 드래곤'이었지만 무결은 그가 녀석을 봉인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마법사 아케우스, 혹은 대현자 아케우스.

  그는 전생에서 무결과 함께 '기계룡'을 상대했던 인류 최강의 4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아케우스, 이제 슬슬 어디 있는 지 확인해 둘 때가 되었어.'

  무결은 이 기회의 미국의 정보력을 빌려 베일에 싸인 그의 소재를 파악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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