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202 결승전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화면 속에서 발티르의 모습을 접하는 순간 온몸에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 (201/215)

  기계신과 함께 202 결승전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화면 속에서 발티르의 모습을 접하는 순간 온몸에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

  거대한 악마 발티르를 보는 것만으로 심신이 얼어붙은 것이다.

  특히 미국 사람들의 충격은 더했다.

  놈은 미 동부 일대 도시 두 개를 쏙대밭으로 만든 범인이었기 때문이다.

  불과 몇 주 전에도시 두 개를 끝 장낸 녀석은 '미 정부에 의해 처리 되었다'는 소식만 전해진 채 사라졌었다.

  그랬던 놈이 이렇게 리처드의 손에서 다시금 기어나오니,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으으…… 저놈을 포획하다니."

  경기를 지켜보던 미 동부 출신의 헌터가 중얼거렸다.

  다들 리처드가 포획했을 거라고 암암리에 예상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가 과거에 수많은 사람을 학살했던 악질적인 몬스터를 사역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이 헌터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오, 리처드! 우리의 Hero!"

  대부분의 미국인은 미국 최고의 영웅인 그를 우상처럼 따랐다.

  그들은 그가 최강 최악의 몬스터인 [발티르]를 길들였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당장 그를 부숴 버려요!"

  리처드 아서는 다른 헌터들과 비교 해도 격이 다른 존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헌터가 누군가?'라는 화두에 항상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홀로 다수의 네임드 몬스터를 사역 하는 그는 '일인군단(─人軍圖)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걸어 다니는 전술병기이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리처드가 현재까지 보고된 최고위험등급인 13급의 몬스터인 발티르로 한국 팀을 단숨에 짓 밟아 버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무결이 얼마 전에 한국에서 상대했던 '두억시니'.

  헌터 협회가 추산한 놈의 몬스터 등급이 15급이었음을.

  "저…… 저게 뭐야."

  사람들은 전투가 이어질수록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단숨에 신무결을 짓밟아 버리고 한국 팀을 아작낼 줄 알았던 발티르가…….

  13등급 최악의 몬스터 발티르가 무결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 * *

  "뭐야, 너…… 정체가 뭐야."

  미국 랭킹 1위의 영웅이자 전 세계인들의 우상인 리처드 아서가 얼이 나간 얼굴로 무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결은 공중을 박차고 날아다니며 발티르의 채찍을 너무나도 손쉽게 피해내고 있었다.

  초능력자지만 무공 스킬 또한 열심히 연마해 온 그의 눈에도, 무결의 움직임은 희끗한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빨랐다.

  무공으로 가속화된 초인지로도 제대로 감지할 수 없는 속도.

  '저건…… 스킬만의 문제가 아니야. 스텟의 차원이 달라.'

  그는 이 정도의 헌터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에 경악했다.

  무결이 강적을 맞아 처음으로 거의 모든 능력을 드러내 보인 것은 얼마 전에 재해를 맞아 파괴된 대전시.

  하지만 당시 무결의 전투 장면은 전혀 외국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도시방어결계'가 외부로부터의 물리/마법적인 관측을 대부분 차단했으며, 도시 내에서 헌터협회에 의해 촬영된 전투 장면은 은하그룹의 요청과 사회적인 혼란 방지라는 명분에 의해 비공개 처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러클들의 스킬 감시 또한 무결에게는 무용지물이었으니, 무결의 전투력은 아직 아는 사람만 아는 최상급 정보였다.

  물론 그것은 방금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지금 전 세계로…….

  [공간절리광선 (空間節理光線)].

  팟-

  "크아아아악!"

  전력(全力)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는 무결의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헌터계에 새로운 신화(神話)가 쓰이고 있었다.

  무결의 주위를 위성처럼 맴도는 [전투드론 8.01]에서 뿜어져 나온 [공간절리광선]에 의해 발티르는 양 날개가 떨어지고, 휘두르던 채찍이 절단된 데 이어 채찍을 휘두르던 팔이 차례로 잘려나갔다.

  "쿠화아아악!"

  놈이 반대편 손으로 채찍을 생성해 내 미친 듯이 무결을 향해 휘둘렀지만, 무결은 그의 몸을 맴도는 전투 드론과 함께 바람처럼 채찍을 피해 냈다.

  혹시나 닿는 채찍도- [아이기스의 방패].

  쾅!

  무결의 앞에 생성되는 마력방패 앞에 가로막혀 충격이 상쇄되었다.

  "크아아악!"

  발티르는 도무지 잡히지 않는 무결에게 광분했다.

  그리고 스킬을 발동했다.

  화르르륵- -!

  [지옥화염 (地獄火焰)].

  전방위적으로 강력한 불의 폭풍이 발생했다.

  무결이 피할 공간 전체를 초고열의 화염으로 태워 버리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위잉- [전투드론 8.01]로부터 반투명한 결계가 생성되어 무결의 주변을 빈틈없이 둘러쌌다.

  [공간절리결계 (空間節理結界)].

  1cm 남짓한 두께의 결계 안쪽에서 공간왜곡이 펼쳐지며 무결과 외부세계와의 공간적 거리가 한없이 확장 되었다.

  발티르의 불의 폭풍이 무결의 결계에 닿자마자 마치 청소기에 먼지 빨려들듯 무결의 결계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가 버렸다.

  결계 안쪽에서 한없이 넓어진 공간이 진공청소기처럼 발티르의 화염을 빨아들여 버린 것이다.

  화염은 결계속 허무(虛無)의 공간을 둥둥 떠다니다가 소멸해 버렸다.

  "헐."

  네이비 씰 분석관들은 그 모습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저 화염 한 방에 필라델피아 절반이 불탔었는데……."

  발티르의 필살기 같은 공격이 무결의 방어 결계 한 번에 허무하게 소멸하는 것을 본 그들의 충격은 엄청 났다.

  그들도 나름 무결의 능력을 분석해 봤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그들은 무결정도면 발티르로 쉽게 해치우고도 남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영국 2, 3, 4, 6위의 헌터를 동시에 박살냈을 때 보여준 무력은 새 발의 피였다.

  그때 무결이 보여준 전력의 130% 정도를 무결의 최대치로 잡은 것은 실수도 한참 실수한 거였다.

  "영국 샌님들 박살 낼 때의 전력 (戰方)은 그의 전력(全力)의 20%도 나오지 않은 거였어……."

  그렇게 네이비 씰 분석관들의 한숨과 감탄이 뒤섞인 탄식 속에.

  전투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 * * [공간절리 광선].

  팟- 유리처럼 투명한 광선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발티르의 목이 떨어졌다.

  툭. 데구르르…….

  차근차근 놈의 물리적/마법적 방어력을 깎아낸 무결이 놈의 방어가 느슨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일격에 놈을 참살한 것이다.

  "끝났군."

  무결이 네 개의 전투드론을 갈무리하며 땅바닥에 서서히 내려앉았다.

  그의 앞에는 리처드 아서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채 무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발티르와 무결을 번갈아 바라보는 것이 마치 '이것이 꿈이 아닐까' 생각하는 듯했다.

  "리처드 씨, 당신은 패배했습니다. 그만 패배를 인정하시지요."

  무결이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리처드의 마지막 수가 무결의 손에 스러진 이상 이제 무결의 앞을 막을 존재는 없었다.

  "……어쩔 수 없군요. 패배를 인정 합니다."

  어느새 정신을 되찾은 리처드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항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더 저항해 봤자 꼴만 우스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던전의 남은 모두가 힘을 합쳐도 저자 하나를 어찌할 수 없겠군. 저자…… 괴물보다 더한 괴물이야.'

  리처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살면서 이런 규격 외의 인간을 만날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돌아가서 메이든에게 엄청 놀림받겠군. 그건 그렇고 어쩐다…….'

  이제 우승은 물건너갔으니 '그것'을 처리하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터였다.

  '가만.'

  리처드의 눈이 눈앞을 지나쳐 미국 팀 본진으로 향하는 무결의 등에서 멈춰 섰다.

  * * * 콰아앙!!

  미국 팀의 본진 사령부가 박살났다.

  그와 동시에 던전이 클리어되었다.

  [던전 '모험가의 협곡'에서 우승을 차지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비밀상점 VIP 티켓]이 지급됩니다.]

  [대량의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아이기스의 방패]가 일정량의 카르마 포인트를 흡수합니다.]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무결의 손목에 달려 있던 [아이기스의 방패]의 문양이 살짝 변하며 조금 더 패턴이 화려해졌다.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무결의 손 위에 카드 한 장이 생성되었다.

  그와 동시에, 무결의 몸이 빛에 휩싸이며 던전 밖으로 이동했다.

  * * *

  "신무결 헌터님!"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찰칵찰칵.

  던전 밖으로 나오자마자, 당연스럽게도 무수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져 나왔다.

  오늘의 화제는 단연 신무결.

  미국의 랭킹 1위 헌터를 압도적으로 박살내 버린, '세계 최고'란 수식어에 어울리는 사나이였다.

  쓰기만 하면 특종인, 걸어 다니는 특종 보증수표 신무결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혈안이 되어 신무결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신무결이 빙긋 웃었다.

  "죄송합니다. 피곤하군요."

  팟- 그 소리와 함께 신무결이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일반인인 기자들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자리를 이탈해 보인 것이다.

  잠시 무결의 도주에 벙쪄 있던 기자들은 이내 입맛을 찝찝 다시다가 다른 타깃을 찾아냈다.

  던전 입구 앞에 난처하게 서 있는 세 명의 각성자.

  수년간 모습을 감추었다 갑자기 나타나 뛰어난 실력을 선보인 한서후, 그리고 양호한 실력으로 선전한 한 국의 두 헌터 조솔과 양금호.

  기자들이 다시 입맛을 다시기 시작 했다.

  * * * 무결이 집으로 돌아와 '모험가의 협곡'에서 얻은 카드를 [하늘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름 : 비밀상점 VIP 티켓 -희귀도 : 유니크 -상태 : 모험가 신무결에게 귀속 -설명 : [비밀상점]의 더욱 은밀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VIP 티켓. 티켓을 찢으면 상점으로 통하는 포털이 열린다.

  무결은 곧바로 카드를 찢었다.

  그의 눈앞으로 포털이 열렸다.

  무결은 망설이지 않고 포털 속으로 들어갔다.

  [[비밀상점]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 합니다.]

  [VIP 티켓을 지닌 고객으로 확인 되어 VIP룸이 개방됩니다.]

  [고객님께서는 진열된 아이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템을 획득하시면 10초 뒤 자동으로 상점 밖으로 안내됩니다.]

  [즐거운 쇼핑되시길 바랍니다.]

  이런 메시지와 함께 눈앞에 여러가지 아이템이 진열되어 있는 작은 가게 내부가 보였다.

  무결은 이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모험가의 협곡'에서 이용했던 비밀상점의 안쪽이었다.

  눈으로 볼 수는 있었지만 특별한 힘에 의해 절대로 들어을 수 없던 공간.

  이제는 무결에게도 허락된 공간이었다.

  가게 곳곳에는 노멀에서 레어 등급으로 보이는 아이템이 진열되어 있었다.

  무결은 가게 내부 한쪽에 'VIP룸' 이라 적힌 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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