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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은 미간을 찡그렸다 기계신과 함께 201 리처드를 쓰러뜨렸음에도 무결의 안색은 나아지지 않았다. (200/215)

  무결은 미간을 찡그렸다 기계신과 함께 201 리처드를 쓰러뜨렸음에도 무결의 안색은 나아지지 않았다.

  각 진격로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이다.

  -무공로 무인 안 사라졌습니다.

  -초능력로 상대 또한 마찬가지예요!

  '골치 아프군.'

  소환사인 것이 확실한 리처드의 레벨을 봤을 때 진격로 몬스터들의 경험치까지 먹은 것 같은데, 리처드가 소환한 소환물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모험가의 협곡] 특성상 죽어도 진짜 죽은 게 아니기 때문인가. 골치 아프군.'

  리처드도 아마 이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 무결을 도발하고, 또 쉽게 당해준 것 같았다.

  겸사겸사 무결의 무력도 측정해 보고.

  분명했다. 생각해 보면 그의 주무기는 '검' 따위가 아니었다.

  '전생에서와 마찬가지로 능구렁이야.'

  무결은 고개를 저었다.

  리처드가 등장하면서 확실히 무결의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려 버렸다.

  '리처드 정도면 상정 외의 변수야.'

  누가 알았겠는가.

  느닷없이 자타공인 세계1위국 미국의 톱랭커가 난입할 줄.

  '계획대로 중반에 게임을 끝내기는 글렀어. 그렇다고 무난하게 끌고 가면 리처드와의 레벨링 싸움에서 뒤 처질 수도 있겠어.'

  리처드가 무결의 레벨을 뛰어넘는 순간부터 그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장비발을 많이 타는 무결의 스킬 특성상, 장비가 제한적인 이곳에서는 리처드와 싸우는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리처드는 게임 외적인 요소인 '소환물'까지 끌고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던전 [모험가의 협곡]과 상 성이 좋았다.

  '그렇다면 일단…….'

  무결은 행동방침을 정했다.

  그는 숲속의 몬스터를 사냥해 레벨링을 하며 초능력로로 향했다.

  무결의 방침은 간단했다.

  자신이 크면서, 리처드의 성장을 방해한다.

  그러려면 무결 자신은 레벨업에 집중하며, 리처드의 성장동력인 소환물들을 죽여 버려야 했다.

  그의 소환물들은 모두가 과거에 엄청나게 강력했던 네임드 몬스터들.

  놈들에게 나름 레벨링을 많이 한 조솔과 양금호가 고전하는 것을 보면 그 강력함을 알 수 있다.

  죽이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리처드의 스킬 특성상, 이 놈들은 죽이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은 조솔과 양금호 혼자 상대할 만한 약한 놈들이야. 일단 놈들을 죽여서 리처드의 성장을 방해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초능력로로 향한 무결.

  하지만 무결이 초능력로에 도착하자마자…….

  "당신이라면 이쪽으로 올 줄 알았습니다."

  펄럭.

  날개 달린 사자 모양의 몬스터가 땅에 내려앉았다.

  그 위에는 리처드가 타고 있었다.

  어느새 부활해 이곳으로 몬스터를 타고 날아온 것이다.

  '빨리도 오는군.'

  사자 몬스터가 그르렁거리며 무결을 노려보고 있었다.

  "……쯧. 그새 또 레벨업을 한 모양이군."

  무결이 마주 사자 몬스터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리처드가 레벨업 속도가 예상 이상이었다.

  "우리 평화롭게 레벨업이나 하도록 하죠. 아무리 당신이 강력하다 해도 지금 저와 이 녀석들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을 텐데요?"

  이미 무결의 무력 측정을 어느 정도 끝낸 듯 리처드가 여유롭게 말했다.

  '후……. 하는 수 없나.'

  무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리처드가 의도한 바대로 후반으로 가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당신과 한판 겨뤄보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우리 모두의 힘이 개방되었을 때 싸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구실은 좋군요."

  무결이 피식 웃었다.

  -후반으로 가면 넌 나를 이길 수 없다.

  리처드의 의도가 뻔히 읽혔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 말과 함께, 무결이 숲속으로 사라졌다.

  * * *

  "후후, 신무결이 리처드의 의도대로 후반 싸움을 택한 것 같군."

  "어리석은 사람이야. 리처드가 본신의 능력을 다 개방하면 얼마나 강한지 모르고."

  "아니, 신무결 독주 체제인 한국 팀의 특성상, 신무결이 리처드에 비해 레벨링이 뒤처지는 순간 게임은 끝이야. 싸움의 베테랑인 리처드가 한국 팀을 물어뜯을 기회를 절대 놓칠 리가 없어."

  네이비 씰 분석가들이 화면을 바라보며 전황을 분석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네이비 씰 분석가들의 표정이 굳어갔다.

  예상만큼 전황이 희망적으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표상 알게 모르게 야금야금, 미국 팀의 손실이 커지고 있었다.

  골드 수급량과 레벨업 상황 등 여러 전황 지표에서 미묘하게 한국 팀이 앞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최고의 분석가들답게 네이비 씰 분석가들은 이내 그 원인을 찾아냈다.

  "저 사람…… 어떻게 저렇게 황홀한 동선으로 움직일 수가 있는 거지?"

  "전혀 움직임에 낭비가 없어. 리처드가 세 수 앞을 읽는다면 저 녀석은 다섯 수정도를 읽고 있어. 아니, 그 이상이야."

  그들은 경악했다.

  신무결의 움직임이 마치 오래전부터 리처드와 미국 팀을 분석해 왔던 것처럼 완벽하게 맞아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리처드와 네 명의 마법사는 이 게임에 처음 출전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네 명의 마법사가 총력전을 벌여 마법로에 선 한서후를 밀어붙이는 순간.

  무결은 정확히 그곳에 나타나 밀리던 한서후와 함께 그들의 빈틈을 쳤다.

  그 결과 다소 무리한 한서후가 사망했지만 '하이오크 메이지'가 사망했다.

  하이오크 메이지는 무결의 경험치가 되었다.

  리처드가 무공로에서 있던 무인 몬스터를 귀환시키려는 순간.

  무결은 정확히 그 타이밍을 노려 방심한 무인을 양금호와 기습해 죽였다.

  리처드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이었다.

  역시 무인 몬스터는 무결의 경험치가 되었다.

  그렇게 무결은 상대방이 정비하는 시간, 공격하는 타이밍 등을 초 단위로 정확하게 분석해 그곳에 나타났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리처드의 소환수들이 죽어나갔다.

  네이비 씰 분석가들은 무결의 신출 귀몰한 움직임에 두 눈을 비볐다.

  눈 뜨고 당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리처드도 결코 수싸움에서 밀리는 헌터가 아니었지만, 무결이 그 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이전 경기들도 장난 아니었지만, 그때는 신무결이 깜짝 수와 더불어 압도적인 피지컬 파워로 찍어 누른 감이 있었어. 반면 지금은……."

  "저들이 붙이 별명대로 신기묘산, 그 말이 딱 어울려. 지금 당장 전투력으로는 신무결에게 밀리지 않는 리처드가 가랑비에 옷 젖듯 야금야금 말려들고 있어."

  신무결은 리처드의 몬스터가 분산 되어 있다는 약점을 정확히 노리고 그의 몬스터들을 하나씩 사냥해 갔다.

  리처드가 비록 레벨업을 통해 더 많은 몬스터들을 소환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신무결의 사냥 속도와 레벨업 속도가 그 균형을 맞춰 나갔다.

  "이럴…… 수가."

  처음에는 리처드가 소환물들을 이용해 압도적으로 빨리 레벨업을 할 거라 분석했던 분석관들.

  그러나 그 분석이 무색하게도.

  [레벨 업 하셨습니다!]

  신무결은 리처드와 동시에 만렙을 찍었다.

  * * * '저것들 잡느라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아깝지도 않나.'

  무결은 또 다시 리처드의 몬스터를 기습해 죽이며 생각했다.

  그가 아낌없이 꺼내는 몬스터들이 실은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잡은 몬스터들임을 알고 있었다.

  '흠, 전에 3조라는 돈을 제시한 것도 그렇고 애지중지해 왔을 몬스터들을 이토록 쏟아붓는 것만 봐도 무슨 절박한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무결은 전에 '아이언 메이든'이라는 녀석이 3조를 제시한 걸 떠올렸다.

  그리고 사실 리처드가 꺼내 드는 몬스터들은 돈으로 환산하면 3조의 값어치를 넘어서는 놈들이었다.

  [모험가의 협곡]이라는 던전의 특성과 현재 리처드의 스킬 레벨상 상당히 약해져서 나타났지만, 현실에서는 수십 명의 헌터가 레이드를 통해서 사로잡은 녀석들이니까.

  저놈들로 몬스터 사냥을 시킨다면 일반 몬스터들쯤은 쓸려나갈 터였다.

  그런 면에서 이 던전에서 저놈들을 꺼내 든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조솔과 양금호가 홀로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약화된 상태니까.

  '무슨 이유로 저렇게 우승 상품에 목말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나도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 말이지.'

  무결은 살짝 미안한 마음으로 닥치는 대로 리처드의 소환물들을 죽여나갔다.

  리처드가 피눈물을 흘리든 말든 그에게는 리처드의 몬스터들을 죽이는 것이 승리로 향하는 확실한 공식이었으니까.

  그리고.

  [레벨 업 하셨습니다!]

  '됐군.'

  환한 빛이 무결의 몸을 휘감으며 레벨업을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리처드가 있는 숲속에서도 환한 빛이 일었다.

  '저 녀석도 만렙이군.'

  씨익 웃은 무결이 움직였다.

  * * *

  "후, 대단한 녀석이야."

  날개 달린 사자 모양의 몬스터 [라이오가]의 위에서 앉아 있던 리처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환하게 빛난 한국 팀의 숲속을 응시했다.

  신무결이 만렙을 달성한 모양이었다.

  쿵.

  동시에 리처드의 눈앞에 있던 '붉은 오거'가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온몸이 하얗게 빛났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좋아. 그럼."

  네 마리 네임드 몬스터의 호위 아래, 리처드가 심호흡을 하고 스킬을 발동했다.

  [게이트 오브 로스트에덴 (Gate of lost Eden)].

  찌직.

  서서히 공간이 찢어지며 검은 차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차랑.

  "끄우어어어어!!"

  쇠사슬에 온몸이 묶은 거대한 몬스터의 실루엣이 일렁였다.

  "드디어."

  리처드가 10미터가 넘어가는 거대한 몬스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동안 리처드가 소환한 놈들은 이 놈에 비하면 들러리에 불과했다.

  이놈은 아주 최근에 큰 희생 끝에 포획한 따끈따끈한 신종 보스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이놈을 다른 놈들에 앞서 소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스킬 레벨이 만렙에 다다랐을 때에야 비로소 이놈의 온전한 힘을 끌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만랩을 찍지 않고 이 녀석을 소환했더라면 고작 이 녀석의 힘을 50%밖에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한국 팀 헌터들을 쓸어버리기엔 충분할 테지만, 혹시나 모르니 만전을 기하고 싶었다.

  만레벨을 찍은 지금은 이 녀석을 포획했을 때의 힘을 80%까지 발휘 할 수 있을 터였다.

  '그 정도면 충분해. 세상 어느 누구라도 고작 네 명이서 이 녀석을 잡을 수는 없어.'

  쿵.

  놈이 불타는 발을 게이트 밖으로 들이밀었다.

  그리고 20미터 높이의 거대한 몸 집이 게이트를 비집고 조금씩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놈은 온몸이 울룩불룩한 근육으로 가득했으며, 얼굴에는 오로지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입밖에 없었다.

  그리고 등에는 악마의 것 같은 징그러운 날개가 달려 있었고, 손에는 몸보다 더욱 세차게 타오르는 새파란 화염의 채찍을 들고 있었다.

  최근 미국 동부지대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현재까지 발견된 최고위험등급인 13등급 판정을 받은 재해 급 몬스터.

  [발티르]였다.

  까르릉.

  "크어어어영!!"

  게이트를 온전히 빠져나오려던 놈이, 온몸을 칭칭 감은 새하얀 사슬에 걸려 게이트를 빠져나오다 말고 울부짖었다.

  쇠사슬이 마치 주박처럼 놈의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타천사의 쇠사슬].

  리처드가 스킬을 발휘하자 사슬이 점차 새까맣게 물들어갔다.

  그러며 흉성이 가득하던 몬스터의 눈이 점차 사슬의 색처럼 새까맣게 물들어가며 리차드의 권속 아래 놓이게 되었다.

  놈의 눈이 새까맣게 물들자마자.

  차르르릉.

  검게 변한 사슬이 게이트 속으로 사라졌다.

  "후후, 이겼군."

  풀 컨디션으로 소환된 발티르를 복종시킨 순간.

  리처드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그 순간.

  파파팟- 기묘한 파열음과 함께 리처드를 호위하고 있던 네 마리의 몬스터가 동시에…….

  조각이 나 떨어져 내렸다.

  "이놈들은 이제 필요 없지?"

  숲속에서부터 여유롭게 걸어나온 것은 무결이었다.

  그의 몸 주변에는 네 개의 전투용 드론이 윙윙거리며 맴돌고 있었다. 본격적인 만렙 전투의 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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