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99 (198/215)

  기계신과 함께 199

  "뭐? 1차 포탑이 무너져 내렸다고요?"

  한국 팀 마법사 박성동의 보고에 무결이 깜짝 놀랐다.

  1 분.

  경기가 시작된 지 겨우 1분이었다.

  무결이 잡던 몬스터를 얼른 처리하고 적 팀을 정탐하러 갔다.

  "이런……."

  네 명의 마법사를 살피던 무결은 저들이 미국 쪽에서 숨겨뒀던 비밀 무기임을 알아챘다.

  그것도 지금의 상황에서 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밀병기.

  '4강에 이길 때까지도 드러내지 않은 전력이 저 정도라니. 저런 비밀 병기가 대체 얼마나 더 많을까.'

  새삼 미국의 저력에 감탄하며, 무결은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팀은 2차 포탑을 향해 진격 중이었다.

  '우리 쪽에서 네 명이 모여서 막아 봤자 어차피 포탑은 뚫려. 포탑 끼고 방어하려 해봤자 우리 팀원들만 죽어나갈 거야.'

  무결의 고민은 깊어졌다.

  '마법사를 잡으려면 회피력과 마법 방어력이 좋은 무인이 좋아. 하지만 우리 쪽은 무인이 양금호 씨 하나 야. 게다가 여긴 마법로. 양금호 씨 하나로는 저들을 막을 수 없어. 이 것참…… 초반이라 내 장비와 능력치도 별 볼 일 없고. 외통수로군.'

  무결은 미국 팀에서 한국 팀을 제대로 분석했음을 알 수 있었다.

  무결의 능력은 [모험가의 협곡] 특성상 후반에야 개화한다.

  그리고 한국 팀은 마법사가 약하다.

  그렇다면 답은?

  초반에 마법로로 온 힘을 집중해 게임을 끝내 버린다.

  무결은 고민하다 이내 결정을 내렸다.

  '하는 수 없군. 이쪽에서도 도박을 하는 수밖에. 마법사를 포기한다.'

  무결은 숨겨두었던 패를 일찍 꺼내기로 했다.

  "박성동 씨."

  그가 한국 팀의 마법사 박성동에게 말을 걸며, 하늘에 대고 수신호를 보냈다.

  * * * -어엇? 이럴 수가! 한국 팀, 경기 시작 2분 만에 교체 카드를 사용합니다!

  경기 중계진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TV를 통해 화면 밖으로 흘러나왔다.

  "아니, 벌써 교체 카드를 쓴다고?"

  경기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술렁댔다.

  "아무리 위기 상황이라지만 너무 선수 교체가 이른 거 아니야?"

  "그러게. 조금만 더 상황 두고 보다가 교체하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의견을 내 놓으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헌터 협회에서 혹시 지더라도 걱정 하지 말라고 말해놓긴 했지만, 서울 밖이 몬스터 천지인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몬스터가 출현한다면 두 발 뻗고 자기는 힘들 테니까.

  그런데 관전 중이던 사람들은 다시금 놀라고 말았다.

  "뭐? 마법사를 뺀다고?"

  "지금 마법로를 지켜야 하는데 마법사를 뺀단 말이야?"

  슬슬 무결의 선택이 의아해지는 사람들.

  "다른 더 괜찮은 마법사를 구했나?"

  "경기 후에야?"

  "그것도 말이 안 되긴 하네. 그럼 랭킹이 훨씬 높은 헌터가 투입되나?"

  그렇게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세 번 째로 놀랐다.

  빠진 마법사를 대신해 투입되는 사람은 마법사도 아닐뿐더러 심지어 이번에 빠지는 마법사처럼 랭커인 것도 아니었다.

  "아니, 투입되는 선수가…… 한서 후라고?"

  무결이 선택한 숨김패.

  그것은 한서후였다.

  "한서후?"

  "한서후……예전에야 촉망받던 루키였지, 한참 전부터 아무런 헌터 활동도 없어서 헌터 랭킹에도 없는 걸로 아는데……"

  사람들은 무결의 선택에 더욱 불안 해했다.

  그는 한참 동안 무결의 지도 아래 수련만 거듭하다가 이번 대전시 사건 때 처음 투입되었다.

  그리고 대전시 사건은 그 엄청난 임팩트만큼 민간에는 자세한 내막이 알려지지 않았다.

  사건을 촬영하던 사람들 모두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서후가 대전시 사건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거, 신무결만 믿고 있다가는 안되겠어."

  "나는 가족들 데리고 미리 피해 있어야겠네."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불안감이 전염병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타고 퍼져 나갔다.

  * * *

  "양금호 씨와 조솔 씨는 각자 진격로에서 경험치 쌓으면서 상대 포탑 부숴주세요. 이쪽으로는 오지 마시고요."

  -예? 저희가 안 가도 되겠습니까?

  양금호의 놀란 목소리가 통신을 통해 들려왔다.

  "여기는 저와 한서후 씨가 어떻게 든 막아보겠습니다. 대신 저희는 성장이 더뎌질 테니 중후반 국면은 여러분의 성장에 달려 있습니다. 최대한 성장하세요!"

  -알겠습니다.

  -알았어요!

  양금호와 조솔의 결기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저 둘이라면 잘할 터였다.

  "부상은 어때요? 괜찮겠어요?"

  무결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미 체크 끝내고 부르신 것 아닙니다. 쌩쌩합니다."

  이미 출전 준비를 마쳐가던 한서후가 몸을 풀며 무결에게 대답했다.

  무결이 씨익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가볼까요?"

  "좋죠."

  무결의 주먹을 마주 주먹으로 치며 한서후가 대답했다.

  지금부터 게임은 한서후와 무결의 몫이었다.

  * * * [메테오 캐논].

  [아이스 블래스터].

  네 사람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쿨 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원거리 폭격 마법을 날려대었다.

  쾅! 콰쾅!

  그럴 때마다 2차 포탑이 사정없이 깨져 나가고 있었다.

  스슥- 한서후와 신무결은 그들을 가운데 두고 양쪽 수풀에서 그들을 향해 접근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기습.

  탕탕!!

  신무결의 총탄이 먼저 마법사 둘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갔다.

  하지만.

  팅팅!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배리어에 총탄은 쉽게 튕겨 나가 버렸다.

  네 명이 공격 마법을 날리기에 앞서 먼저 한 것은 방어 결계 구축. 미국 팀 각성자들이 웃었다.

  "이미 신무결의 전술에 대한 대비는 끝나 있지. 이봐, 저 지역째로 날려 버려!"

  "오케이."

  마법을 캐스팅하던 마법사가 포탑에서 타깃을 신무결이 숨어 있는 숲 속으로 바꿨다.

  대단위 마법인데다가 네 명의 마력을 하나로 모은 마법인 만큼 신무결이 숨어 있는 지역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느라 마법사들의 신경이 신무결 쪽으로 쏠렸다.

  그것이 신무결이 노린 바였다.

  "흐읍!!"

  마법사들의 뒤편에서 갑자기 한서후가 튀어나오며 마법사들 쪽으로 난입했다.

  [열화난무].

  한서후의 검이 불꽃으로 휘감기며 불의 검기가 쏘아져 나갔다.

  "억!!"

  그 불꽃의 검기에 직격당한 마법사한 명이 거의 죽을 뻔했으나, 배리 어의 방어력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콰아앙--!!

  하지만 그 덕에 캐스팅하던 마법이 신무결을 노리던 위치에서 조금 빗나가 버렸다.

  "젠장, 성동격서다! 저쪽보다 이쪽이 우선이야!"

  마법사들은 역시나 훈련받은 엘리트들답게 단번에 한국 팀이 노린 것이 성동격서(聲東擊西)임을 알아챘다.

  "뭐야, 근데 기습이 겨우 한 명이야?"

  "나머지 두 명은 안 오기로 선택한 건가?"

  "그럼 둘이서 우리 넷을 상대하러 온 거란 거네?"

  "당장 쓸어버리고 포탑부터 부숴 버려!"

  기습하러 온 자가 한서후와 신무결 뿐임을 직감한 이들은 코웃음을 치며 마법을 난사해 댔다.

  단 한 방.

  저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단 한 방 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이 한서후를 노리고 마법을 캐스팅할 때는 신무결이, 신무결을 노리려 할 때는 반대편에 있던 한서후가 번갈아가며 이들을 괴롭혀 댔다.

  혹여 둘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미국 팀이 마법을 완성했을 때면 이미 눈치채고 사정거리 밖까지 도망가 있었다.

  "망할, 이 녀석들 왜 이렇게 도망을 잘 가!!"

  "안 되겠다! 녀석들 무시하고 포탑을 먼저 부숴!"

  귀신 같은 둘의 히트 앤 런(hit and run)에 미국 팀은 조급해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조솔과 양금호는 시시각각으로 강해지고 있을 텐데, 포탑을 부수느라 이들은 레벨업에 있어 뒤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그냥 둘을 내버려 두고 적진을 부수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포탑을 부수려던 이들의 시도도 순조롭지는 않았다.

  탕! 탕!!

  파팟- 포탑을 향해 마법을 날리려 할 때 마다 신무결과 한서후가 귀신같이 다가와 이들을 방해해 댔기 때문이다.

  배리어로 여러 겹으로 단단히 방비를 해놔서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대미지가 누적된다면 무시할 수 없을 만한 피해량이었다.

  "아악! 안 되겠어! 한 방이면 죽으니까 그냥 처리하고 가자!"

  마법사들이 그렇게 마음먹고 다시 한서후와 신무결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선전 아래, 초반 경기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 * *

  "완전히 말려 들었어."

  미국 네이비 씰 작전부.

  "신무결의 작전 수행 능력을 너무 얕봤던 것 같군."

  "혼자서만 행동하는 타입인 줄 알았는데, 팀플레이에도 일가견이 있었잖아?"

  "신무결과 합을 맞추는 한서후란 자도 대단해. 어떻게 저런 각성자가 이름이 안 알려졌지?"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분석가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을 내뱉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한 사내의 한 마디의 좌중이 조용해졌다.

  묵직한 마력이 장내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역시 저들만으로는 어려운 건가?"

  그가 중얼거렸다.

  그 단순한 한마디에도 사람들은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흥, 내가 어려울 거랬지?"

  그런 그의 옆으로 흰옷 여기저기에 채 마르지 않은 피가 묻은 소녀가 코웃음을 치며 다가왔다.

  좌중에서 그의 압박감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그녀가 유일했다.

  "그래, 네 말대로군, 아이언 메이든. 저들로는 신무결을 이길 수 없겠어."

  "내가 그래서 3조보다 더 불러야 한댔잖아. 내 말 안 듣더니 꼴좋다. 내 '관찰'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어디 흔한 줄 알아? 흥! You don't know your ass from your elbow (꼭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안다니까)."

  "메이든, 우리도 지금 자금이 많이 없댔잖아. 동원 가능한 자금을 최대한 동원한 게 3조였다고. 어쨌든 하는 수 없군."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출전하도록 하지."

  "리처드, 당신이 직접?"

  아이언 메이든이 깜짝 놀라며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그래, 그만큼 우리에겐 우승 상품이 중요하니까. 어때, 내가 나선다면 승리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나, 메이든?"

  리처드라 불린 사내가 아이언 메이든을 보며 찡긋 윙크를 했다.

  아이언 메이든이 질색을 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으웩, 그딴 윙크는 집어치우라고. 음, 그래도 당신이 나선다면……."

  아이언 메이든이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번쩍 뜨더니 말했다.

  "몰라. 역시 신무결 그자에 대해선 예언이 발동하지 않는군."

  "알았어. 그럼 직접 몸으로 부딪쳐 알아내는 수밖에 없겠어. 그럼 갔다 올게."

  "흥, 가서 우리 미국 얼굴에 똥칠 하고 오지나 마시지."

  "걱정말게나."

  펄럭.

  새하얀 망토를 휘날리며, 사내가 분석실을 나섰다.

  그리고 미국 팀의 교체 카드가 사용되었다.

  경기를 관전 중이던 사람들은 경악 하고 말았다.

  교체 카드로 출전한 사람은 '리처드 아서'. 무려 미국 랭킹 제1위의 헌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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