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98 던전 [모험가의 협곡] 4강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197/215)

  기계신과 함께 198 던전 [모험가의 협곡] 4강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 스크린에서 싸우는 두 팀 중 하나는 프랑스 팀이었다.

  프랑스는 용병들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용병 출신의 각성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풍부한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각성자들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며 4강까지 올라왔다.

  그런 프랑스 팀의 상대는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미국 팀.

  두 나라의 경기는…… 안타깝게도 매우 일방적이었다.

  "으악!!"

  프랑스 팀의 진영이 미국 팀 각성자들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었다.

  미국 팀의 각성자들은 미국 최고의 각성자들이 모인 미해군 네이비 씰 소속의 각성자들이었다.

  그들은 네 명이 마치 하나가 된 듯이 기계처럼 움직여 자유로운 분위기의 프랑스 용병들을 하나씩 박살 내버렸다.

  얼마 안 있어 미국 팀이 승리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곧 뜨겁게 달아 올랐다.

  -아까 프랑스 팀이 발라버릴 거라 던 놈 어디갔냐?

  -당장 튀어나와라 ㅋㅋㅋ -접니다. 당장 머리 박겠습니다, 형님덜 -ㅋㅋㅋ 인증샷 찍어 와라.

  잠시 농담 따먹는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간이었다.

  -그나저나 파리도 이제 몇 분 뒤 면 난리 나겠네.

  -그러게. 이제까지 진 팀들이 들어 갔던 던전에서는 하나같이 엄청 센 몬스터들로만 나왔잖아.

  -그래도 상위 라운드일수록 몬스터가 조금씩 약해졌으니 4강쯤 되면 에펠탑이 부서질 정도는 아니겠지?

  -하필 던전이 생긴 게 각국 수도인 게 진짜 너무해. 지금쯤 파리 전체에 소개령이 내렸겠군.

  -에휴, 어쩌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됐는지.

  잠시 세상에 대해 한탄하던 이들의 주제는 이내 걱정으로 이어졌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이제 어쩌냐.

  -그러게. 강하나 완전부상 당해서 이제 못 나온댔는데.

  -그래도 신무결이 있어서 괜찮지 않을까?

  -[모험가의 협곡]은 팀 게임인데 신무결 혼자 어떻게 되겠어?

  -그건 그래. 우리 진짜 지면 어떡 하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지하대피소에 숨어서 기도나 해야지.

  -그래도 한국 헌협에서 그 정도 몬스터들은 우리나라 각성자들로 충분히 피해 없이 잡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냐?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무조건 안전이 제일이야. 뭐든지 일단 의심하고 봐야 오래 산다.

  -그건 인정.

  그렇게 대한민국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 대한민국의 4강전이 시작되었다.

  상대는 제3세계 최고의 헌터 국가라 불리는 아프리카였다.

  경기 초반.

  두 팀은 전선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한데 이변이 일어났다.

  "우린 기권하겠다."

  아프리카 팀의 리더로 보이는 장신의 사내가 무결에게 말했다.

  "……기권이라고요?"

  무결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였다.

  "네가 우리 형제를 구해주었다지? 우리는 은혜를 잊지 않는다."

  "……아, 쿠조."

  무결이 일전에 구해주었던 쿠조를 떠올렸다.

  "쿠조와 쿠이나가 안부 전해달라더군."

  사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는 본진에서 움직이지 않을 테니, 그동안 기지를 부수도록 하라."

  "……당신들의 도시는 어떻게 합니까?"

  [모험가의 협곡]은 지게 되면 진 팀이 입장한 던전으로부터 몇 분 뒤 몬스터가 튀어나온다.

  "어떤 몬스터가 튀어나오든 잡을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으니 걱정 마라."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무결은 사양하지 않고 아프리카 팀의 본진을 부쉈다.

  그렇게 한국 팀은 손쉽게 결승에 올라가게 되었다.

  * * * 결승전 전날 밤.

  그는 자신의 집에서 눈을 감고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었다.

  [유가선공]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정밀하게 체크하는 것은 그의 하루 일과의 마무리였다.

  하지만 그는 그날따라 집중력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생각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어째서 두억시니 같은 몬스터가 벌써 나온 걸까?'

  대전시 사건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무결이 붙잡고 있는 의문이었다.

  그 의문은 다음의 의문으로 이어졌다.

  '왜 몬스터와 던전의 등장주기가 이렇게 급속도로 앞당겨지는 걸까?'

  그의 기억으로 전생에서 두억시니 급의 몬스터는 2년 후에야 등장했었다.

  이제 던전시대가 열린 지 3년이 되었으니 빨라도 여간 빨리 등장한게 아니었다.

  '문제가 심각해.'

  열리지 않아야 할 던전들이 너무도 빨리 등장하는 덕분에 헌터들은 던전 처리에 허덕이고 있었다.

  분명 과거의 정보를 지닌 무결이 그 지식을 적극적으로 세상에 풀어 놓음으로써 전생보다 현생의 헌터들의 수준이 확연하게 올라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생보다 상황이 별로 나을 게 없었다.

  전 세계의 인구수는 전생과 마찬가지의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인류는 쇠퇴하고 있었다.

  '아테나로부터 정보를 얻고 싶지만 정보료가 그렇게 비싸서야, 원…… 음?'

  그렇게 고민 중인 무결에게 갑자기 기묘한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무결이 눈을 번쩍 떴다.

  그의 앞으로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의 각성자 아이언 메이든이라 합니다."

  유령처럼 흔들리지만 완연한 소녀의 형상을 한 그 존재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기이하게도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계속 찔리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무결은 덤덤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이언 메이든? 본명은 아닌 것 같군. 이런 야심한 시각에 찾아왔으면서 본명조차 밝히지 않겠다는 건가?"

  "제 이름은 아이언 메이든 하나뿐 입니다. 과거의 이름은 과거에 버려 두고 왔지요."

  "아무튼 용건이나 말해보시지."

  "내일 열릴 결승전을 기권해 주세요."

  "이유는?"

  "우리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우승 보상이 필요합니다."

  "어쩌지? 우리도 우승 보상이 반드시 필요한데."

  "보상은 충분히 해드릴 수 있습니다. 포기해주시겠다고 약속하면 충분한 보상을 약속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제시한 가격은 과연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3조 원.

  한국 돈 3조 원을 단순히 우승 포기의 대가로 제시한 것이다.

  "음…… 미안하지만 거절하지."

  하지만 무결로서도 우승 보상이 반드시 필요했다.

  3조 원정도로는 모자랄 만큼.

  "……왜죠? 이 정도라면 충분한 대가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생각은 아마 미국의 생각일 것이다.

  "여기도 목숨이 걸려 있어서 말이야."

  그 말에 아이언 메이든이 흠칫하며 무결을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그녀가 무결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어느 쪽의 팀이 더욱 센지, 내일 겨뤄보도록 하죠."

  그 말과 함께 그녀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무결은 다시 자리에 앉아서 생각에 잠기려 했다.

  하지만 방금 그녀와의 만남으로 인해 다시 떠오른 존재가 있었다.

  "……꼬맹아."

  무결이 조용히 그 존재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 * * 결승전 당일.

  온 세계의 귀추가 주목되었다.

  바야흐로 세계인의 축제 같던 던전 [모험가의 협곡]의 1위 팀이 가려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우승하리라 점쳤다.

  미국 팀 대표로 참여한 네이비 씰 헌터부대는 정예 중의 정예들로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스킬을 보유한 포텐셜 높은 각성자들.

  미국 정부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제공한 최신 장비들.

  특수부대를 방불케 하는 악명 높은 훈련으로 이루어진 최고의 팀워크.

  그것이 미국 네이비 씰 헌터부대를 지칭하는 수식어였다.

  다른 나라의 랭커와 미국의 랭커는 그 수준이 다르다는 말이 괜히 헌터들 사이에서 나도는 것이 아니었다. 반면 한국 팀에서 주목받는 선수는 신무결 하나.

  이번에 참여하지 못하는 강하나의 자리를 30위권의 헌터가 채움으로 써 한국 팀의 전력은 이전보다 약화 되었다.

  저번 8강과 이번 대전시 몬스터 웨이브에서 신무결이 보여준 압도적인 능력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기 때문에 붙어봐야 안다는 의견도 존재 하긴 했다.

  하지만 장비가 제한되는 [모험가의 협곡]의 특성상 신무결 팀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리라 여기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의 분석이었다.

  더군다나 [모험가의 협곡]은 팀 게임이었으니까.

  * * *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전 세계가 경악했다.

  "세상에…… 결승전에서 저런 전술을 쓴다고?"

  미국 팀이 생각지도 못한 전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절대로 신무결에게 끌려다니면 안돼."

  "한국 팀의 약점을 노린다."

  지난 며칠간 미국의 전략가들은 신무결을 분석하고 내린 결론들이었다.

  그 작전은 그대로 네이비 씰의 전술에 반영되었고, 그것은 미국이 지극히 편중된 선택을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마법로에 가는 각성자가…… 넷이야!!"

  "맙소사, 그리고 네 명 다 마법사야!!"

  이번에 강하나를 대신해 마법로를 맡은 것은 한국 랭킹 30위권의 헌터 곽한성.

  네 명의 한국 팀 헌터 중 가장 랭킹이 낮은 자였다.

  미국 팀이 노리기로 한 것은 바로 그였다.

  "하지만 마법사만 네 명이 출전하면 다른 진격로에서 성장한 한국 팀의 각성자들을 막을 수 없을 텐데……?"

  이제까지 미국팀같이 한 라인에 같은 타입의 각성자들로만 집중 파견 하는 선택을 한 팀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 계산상으로 한 마법로에서 200%의 효과를 내는 마법사 넷이 집중된다면, 상대편에서 무공로나 초능력로의 각성자들이 지원을 온다 해도 그들을 막아내기가 힘들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법로가 아닌 다른 진격로의 사람들은 스킬 능력 200% 버프 효과를 받지 못할 테니까.

  어차피 [모험가의 협곡]은 한 곳의 진격로만 완벽히 뚫어내도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굳이 여러 곳의 진격로에 전력을 퍼뜨리기보다 한곳에 집중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전략이었다.

  물론 단순 계산상으로는, 그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한 팀들의 결과는 대부분 좋지 못했다.

  마법사만 네 명이란 말은 곧 무공로와 초능력로에서의 성장을 포기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마법로에서 혼자 먹을 수 있는 경험치를 넷이서 나누어 먹겠다는 뜻이었다.

  자연히 레벨업이 더딜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면 레벨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초반에 승부를 봐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장이 끝나지 않은 초반에는 방어 포탑의 위력이 매우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강대국 미국 아닌가.

  그들은 당연히 그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더블커넥션].

  [트리플커넥션].

  [쿼드라커넥션].

  스킬을 사용할수록 네 명이 마치 한 사람처럼 의식이 이어졌다. 그들은 네쌍둥이로서 네 명이 모두 마법사로 각성한 매우 희귀한 케이스였다.

  그리고 그들은 네이비 썰에서 제공한 스킬과 특수한 훈련으로 모두의 의식을 병렬식 컴퓨터처럼 하나로 이을 수 있었다.

  그 결과, 그들은 말도 안 되는 마법을 발휘할 수 있었다.

  [메테오 캐논].

  방어포탑의 사정거리 밖에 모인 네 명의 미국 각성자들.

  그들이 원거리에서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쾅, 콰쾅-

  "으악!!"

  한국 팀의 마법사가 단 한 번의 마법에 사망하고.

  [미국 팀이 첫 번째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겨우 경기 시작 1분.

  한국 팀 마법로의 1차 방어포탑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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