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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196 (195/215)

  기계신과 함께 196

  "네 이놈!!"

  두억시니가 파란색 피가 뚝뚝 흐르는 손을 잡고 무결을, 아니, 무결이 타고 있는 [트리슈라]를 노려보았다.

  "인간이 감히 도깨비에게 피를 흘리게 한단 말이더냐!!"

  두억시니가 단단히 화가 난 듯 소리 쳤다.

  그리고 갑자기.

  쿠구구구- 녀석의 크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젠장……."

  "이럴 수가……."

  녀석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신음을 토했다.

  두억시니는 단숨에 1.2배, 1.4배, 1.6배정도 몸집이 불어나더니 마침 내는 거의 두 배 정도 크기까지 크기가 커져 버렸다.

  이제는 로봇이 아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 * *

  "……하는 수 없다."

  [트리슈라]의 조종부 콕핏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무결이 중얼거렸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봤을 때, 두억시니가 저렇게 커진 이상 공격력과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해졌을 것이다.

  원래는 검으로 두억시니의 팔을 한 번에 도려내고 놈의 목숨까지 취하려 그랬건만, [빛의 검]으로도 놈을 베어내기 위한 공격력이 턱없이 부족해 주먹 일부만을 베어내고 그쳤다.

  그리고, 놈이 더욱 강해진 이상, 이제는 [빛의 검]으로도 치명타는 입히기 힘들었다.

  '……치명타는 커녕 이쪽이 밀리겠는데?'

  잠시 망설이던 무결이 결국 통신 채널을 열어 은하수를 불렀다.

  "형, '그 작전', 하자. 준비해 줘."

  -……정말 할 거냐? 진짜로?

  "어,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 가자."

  -……알았다. 조금만 버티고 있어.

  "알았어."

  결국 무결은 최후의 최후까지 미뤄 두었던 작전을 사용하기로 했다.

  '자, 그럼 슈리.'

  [네, 마스터.]

  '우리는 이제 '그것'이을 때까지 시간을 끈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무결은 [트리슈라]의 형태를 변환 시켰다.

  처음 등장했던 제트기의 형태로.

  [아머변환-스카이러너 축소 버전.].

  동시에 [빛의 검]이 다시 [빛의 날개]로 올올이 분해되어 [트리슈라]의 동체에 들러붙었다.

  '부스터 가동.'

  파앙- 제트기 형태의 [트리슈라]가 내려 쳐 오던 두억시니의 주먹을 피해 버렸다.

  그리고 녀석의 팔 사이로 지나쳐 등 뒤로 빠져나왔다.

  그 짧은 순간, [트리슈라]로부터 무수히 많은 폭탄들이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쾅-

  "이 짜증 나는 녀석이!!"

  순식간에 수백 개의 폭탄에 피격당했건만 두억시니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무결이 생각하기로, 이제 이 녀석은 핵폭탄같이 이 주변 일대를 모조리 날려 버릴 위력의 폭탄이 아니고서는 그렇다 할 타격을 입지 않을 단계에 다다라 있었다.

  그럼에도 무결이 폭탄을 뿌린 이유.

  그것은 단순히 놈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였다.

  두억시니가 무릎을 살짝 굽힌다

  "흐읍."

  쾅!!!

  땅을 박찼다.

  그로 인해 녀석이 박찬 뒤쪽에 있던 일부 대전시 시내가 모조리 파괴 되어 버렸다.

  20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동체가 그 정도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대전시에는 엄청난 재앙이었다.

  '가능하면 움직임을 제한시켜야 해.'

  무결은 다시 [트리슈라]의 방향을 틀어 두억시니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두억시니는 이번에야말로 [트리슈라]를 잡아채려 했다.

  하지만.

  [배틀 센스].

  [디바이스 컨트롤].

  두 가지 스킬을 극한으로 발휘하는 무결을 잡기란, 인간이 맨손으로 파리를 잡아챌 확률보다 훨씬 낮았다.

  무결은 곡예처럼 비행해 두억시니의 손을 빠져나가 버렸다.

  그때부터 무결과 두억시니의 쫓고 쫓기는 초근거리 술래잡기가 벌어졌다.

  무결은 폭탄으로 놈의 신경을 건들며 두억시니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곡예비행을 했다.

  그리고 두억시니는 그런 [트리슈라]를 잡으려온몸을 비틀어대며 제 자리에서 난리를 쳐댔다.

  덕분에 인근 지역이 초토화되고 있었지만, 피해가 멀리까지 번지지는 않고 있었다.

  ……라고 하기에는 이미 대전시의 대부분이 초토화된 상태이긴 했지만.

  "아……!"

  "안돼!"

  "휴……."

  사람들은 조마조마하게 두억시니와 [트리슈라]의 술래잡기를 지켜보았다.

  두억시니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트리슈라]의 모습이 마치 옛 괴수영화의한 장면 같아서 더욱 조마조마했다.

  저 비행기가 괴수에게 잡아먹히면 대전시는, 아니, 어쩌면 한국은 멸망이었다.

  놈을 막을 만한 존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몬스터를 막아내는 와중에도 여유가 되는 모두의 시선은 그쪽으로 쏠려 있었다.

  "아앗!"

  사람들이 경악성을 토해냈다.

  힘만 쓸 줄 알 것 같던 두억시니가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팔을 양어깨에서 두 개씩 더 뽑아낸 것이다.

  총 여섯 개가 된 두억시니의 팔이 더욱 어지럽게 허공을 날아다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두억시니의 팔이 [트리슈라]를 포위해 버렸다.

  전후좌우, 위아래 모두가 두억시니의 팔로 가로막힌 상황.

  [트리슈라]에게 피할 곳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트리슈라]에 매달린 [빛의 날개]가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고 그 직후, [트라슈라]가 눈 앞을 가로막는 두억시니의 손에 그대로가 부딪쳐- 팟!

  손을 통과해 나왔다.

  은하수와 엘리스의 역작 [빛의 날개]를 이용한 공간도약이었다.

  "와--!"

  사람들이 안도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무결이 시간을 끄는 동안, 대전시의 헌터들은 도시방어결계까지의 몬스터를 거의 정리할 수 있었다.

  비록 결계 밖으로는 아직 수십만 마리의 몬스터가 포진해 있었고, 놈들로 인해 도시방어결계가 부서져 가는 중이었지만, 도시 안쪽이 청소된 이상 안쪽에 결계를 재생성할 시공간적인 여유를 벌 수 있었다.

  지금도 한창 은하그룹에서 파견 나온 마법사와 기술자들이 결계를 재설치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헌터들까지 보강된 지금은 방어가 어렵지 않을 듯 싶었다.

  "이제 저것만 처리하면 되는데 ……."

  서동재가 애가 타는 눈으로 무결과 두억시니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무결이 티가 나게 시간을 끄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방법이 있어서 저러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냥 시간만 끄는 건지."

  만약 방법 없이 저러는 거라면, 두억시니가 무결에게 흥미를 잃고 대전시 쪽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이곳은 끝장이었다.

  "제발 방법이 있…… 응?"

  그 순간, 서동재는 화면 한쪽으로 무언가가 두억시니를 향해 날아가는 것을 포착했다.

  "이봐, 저기 좀 확대해 봐."

  서동재가 부하직원에게 그쪽을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확대된 화면으로 보이는 것은…….

  "드론? 근데 뭘 달고 있는 거지?"

  무언가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드론, 아니, 드론 떼였다.

  수백, 수천 개의 드론이 무언가를 주렁주렁 매달고 하늘을 날아오고 있었다.

  "왔다."

  무결이 하늘을 날아오는 드론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저 드론에 매달린 것들이 바로 그가 은하수에게 부탁해 준비해 둔 '비장의 무기'였다.

  그리고 그 드론들이 두억시니의 머리 위에 다다라, 그 '비장의 무기'들을 떨구기 시작했다.

  * * *

  "어?"

  두억시니 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의문에 가득 차 고개를 갸우뚱했다.

  특히 시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그런 반응은 더했다.

  하늘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기 때문이다. 가지각색 모양의 알록달록한 색상.

  하얀색이 가장 흔했지만 녹색과 분홍색, 갈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존재했다.

  대체로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탱탱 해 보이는 것이 만든 지 얼마 안된 것 같았다.

  한입 베어 물면 쫄깃쫄깃하고 달콤하게 입에서 녹아내릴 것 같은 그것은.…….

  "떡……?"

  두억시니가 무결을 쫓던 움직임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 떡이 내려와!!"

  녀석은 눈을 크게 뜨며 하늘에서 무수히 많이 쏟아져 내리는 크고 맛있어 보이는 떡들을 온몸으로 받아 내기 시작했다.

  놈의 온몸에서 입이 튀어나오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떡들을 받아먹었다.

  그러자.

  스르르…….

  놀랍게도, 녀석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들어가기 시작했다.

  * * * -서울 시내 전체의 떡집이란 떡집에 급하게 의뢰해서 만들어낸 떡들이다. 네 부탁대로 특대 사이즈로다가 만들었어.

  은하수의 통신이 들려왔다.

  "오케이."

  무결은 눈앞에서 점점 크기를 줄여 가는 두억시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온몸으로 떡을 맛있게 받아 먹느라 여념이 없었다.

  분노로 인해 커져 있던 녀석의 몸이, 기쁨과 행복의 감정으로 인해 조금씩 줄어들어갔다.

  도깨비의 약점.

  그것은 바로 '기쁨'이었다.

  '다행이야. 저 녀석이 먹는데서 기쁨을 느끼는 녀석이라.'

  무결이 작전이 먹혀들었음을 직감 하고 후후 웃었다.

  '역시 김태나를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였어.'

  두억시니가 '떡'이란 음식을 좋아 한다는 것을 알아낸 건, 무결에 의해 은하그룹 정보부로 영입된 김태나 덕분이었다.

  두억시니의 존재를 눈치챈 무결은 김태나 자신도 제대로 모르던 그녀의 능력을 올바르게 개화시켰다.

  그녀의 능력은 [특종 안테나]와 [궁극의 파파라치].

  그녀는 [특종 안테나]라는 능력 덕분에 특종이 될 만한 포텐셜을 가진 존재를 귀신같이 파악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능력에 대한 부작용으로 지난 몇 년간 무결이 머릿속에 맴돌아 제대로 일을 손에 잡지도 못 할 정도로 시달렸다.

  그녀의 감, 아니, 스킬은 옳았다.

  무결은 바야흐로 세계적인 각성자로 거듭났으니까.

  그리고 무결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었던 능력.

  그것이 바로 [궁극의 파파라치]였다.

  그녀는 잠결에 자신도 모르게 계속 해서 이 능력을 사용해 왔다.

  '사진'을 찍는 것으로.

  그녀가 몽유병 환자처럼 꿈에 취해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 속에는 그녀가 원하는 인물의 영상이 찍혀 나온다.

  일종의 '천리안' 능력인 것이다.

  그것도 무결조차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한 방식의.

  무결은 두억시니를 처음 발견한 시점부터 그녀에게 이 두억시니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김태나의 스킬 [특종 안테나]는 무결의 예상대로 두억시니에게 맹렬하게 반응했다.

  두억시니란 존재가 조만간 큰 사고를 칠 것임을 직감한 것이다.

  그 뒤로 무결은 김태나에게 깨어 있는 상태에서 [궁극의 파파라치]를 사용하는 것을 훈련시켰다.

  그동안 김태나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몰랐을 뿐, 원래 [궁극의 파파라치]는 깨어 있을 때 사용하는 능력이었다.

  무결에게 제대로 능력의 쓰임새를 훈련받은 김태나는 수시로 두억시니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에 알아낼 수 있었다.

  두억시니의 약점이 바로 '떡'이란 것을.

  김태나가 찍어낸 수천수만 장의 사진 중, 녀석이 온몸으로 행복하게 떡을 먹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두억시니는 떡에 환장하는 도깨비 였던 것이다.

  "와, 맛있어, 맛있어!"

  어느새 자신이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두억시니는 계속해서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떡을 계속 해서 받아먹고 있었다.

  녀석의 몸은 점점 줄어들어 마침내 처음 더벅머리 꼬마였을 때의 크기 까지 줄어들어 있었다.

  스르륵- 그 틈에 [트리슈라]가 소리 없이 형태를 변환했다.

  그리고 12개의 [빛의 날개]가 꼬이고 꺼여 하나의 거대한 창을 만들어 냈다.

  '먹는데 미안하지만, 방법이 이것 밖에 없었다.'

  무결은 속으로 두억시니에게 사과하며, 거대한 [빛의 창]을 두억시니에게 쏘아냈다.

  '잘 가라.'

  [빛의 창]이 두억시니를 꿰뚫었다.

  * * * 바닥에 수북이 쌓인 떡을 와구와구 주워 먹던 두억시니가 가슴이 뻥 뚫린 채 뒤로 엎어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놈은 떡을 놓지 않고 있었다.

  "……재밌었다."

  그렇게 웃으며, 두억시니는 손에 쥔 떡을 입가로 가져갔다.

  오물오물.

  두억시니는 떡을 씹다가- 화르륵.

  새파란 불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마침내 대전시를 충격과 공포에 빠 뜨렸던 네임드 몬스터 '두억시니'가 처리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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