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94 이한철의 모습을 한 무결이, 변신이 풀려 인간 형태로 되돌아온 강하나의 가슴 위에 손을 얹고 있었다. (193/215)

  기계신과 함께 194 이한철의 모습을 한 무결이, 변신이 풀려 인간 형태로 되돌아온 강하나의 가슴 위에 손을 얹고 있었다.

  '숨이 끊어진 지 이제 4분.'

  강하나의 생체 신호가 끊긴 시점으로부터 4분여가 지났다.

  이제 슬슬 뇌사가 진행되기 시작 할 시기.

  무결은 심호흡을 내쉬며 [유가선공]의 기운을 극도로 끌어 올렸다.

  따스한 흰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오며 생명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넘쳐흘렀다.

  무결은 그 모든 기운을 강하나의 몸속으로 흘려 넣었다.

  그와 동시에.

  [디바이스 컨트롤].

  그의 [공간주머니]가 열리며, 그 속에서 인공장기와 인공피부 생성 기 등 각종 의료기기들이 튀어나와 강하나의 몸 주변을 둘러쌌다.

  무결은 [유가선공]과 [디바이스 컨트롤] 두 가지 스킬을 세밀하게 컨트롤하며 강하나의 몸을 치료해나가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투명 호스가 그녀의 팔에 꽂히고, 그 호스를 타고 혈액이 끊임없이 그녀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유가선공]의 기운으로는 천천히 망가진 조직들을 재생하며 [디바이스 컨트롤]로는 회생 불가능한 장기와 조직들을 대체해 나갔다.

  '생각보다 손상이 심해……!'

  하지만 강하나의 몸은 너무도 많이 파괴되어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팔다리뿐 아니라 내부장기들 역시 대부분이 터져나가 괴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나 4분여의 시간 동안 심장이 멈춘 덕에 괴사가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아예 장기를 통째로 갈아야 하는 부분이 너무도 많았다.

  그녀의 몸은 이미 반 이상이 시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결은 포기하지 않았다.

  '죽게 놔두지 않겠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빛이 더욱 진해지기 시작했다.

  * * * 상황통제실에 있던 사람들이 화면을 보며 의아해했다.

  "뭘 하려는 거지?"

  이한철이 강하나의 몸을 꺼내 눕힐 때만 해도 그가 의료행위를 하려 한다는 것을 통제실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강하나의 몸은 누가 와도 살릴 수 없을 게 눈에 뻔히 보이리만큼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기 때문이다.

  죽은 지 몇 분이나 지나기도 했고.

  하지만 이한철이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얹고 의료행위를 시작하는 순간 모두가 놀라고 말았다.

  그가 그녀를 살리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 무시무시한 도깨비 몬스터와 다른 헌터들이 지근거리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쾅, 쾅!!

  그의 주변 여기저기가 도깨비 소년과 헌터들의 치열한 전투로 터져 나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한철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치료가 시작되었다.

  각종 의료기기가 강하나의 몸 주변을 날아다니며 그녀의 망가진 몸을 기워 나갔다.

  그동안 그녀의 몸은 이한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따스한 빛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한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주춤했다.

  이한철이 강하나의 개복한 장기를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잠시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던 이한철이 질끈 눈을 감았다.

  사람들은 그가 낙담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강하나를 포기하려는가 싶었다.

  하지만.

  화악─-!!

  강하나를 둘러싼 하얀빛이 한층 더 진해졌다.

  그럴수록 이한철을 둘러싼 흰빛은 옅어져 갔다.

  "포기하지 않은 건가."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그녀보다 랭킹이 높은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강하나는 대한 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헌터였다.

  그녀는 실력과 인품어느 한 곳에서도 나무랄 곳이 없는 헌터들의 귀감이었고, 그만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그녀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황통제실에도 그녀를 추종하는 팬이 많았다.

  그래서 아직까지 중국에서 온 헌터가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간절히 그녀의 회생을 바랐다.

  그렇게 이한철이 강하나를 붙들고 치료를 이어나가기를 5분여.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강하나가 아닌 이한철에게.

  "어, 어……? 저것 봐!"

  대전시 여러 곳을 통제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곁눈으로 계속 강하나와 이한철의 모습을 살피던 한 직원이 화면 속의 이한철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의 얼굴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간 각지고 사나웠던 인상에서 조금은 선이 부드럽고 강인한 인상으로.

  그리고 그 모습은 곧, 모두가 알고 있는 얼굴로 변화했다.

  "신무…… 결?"

  누군가가 얼떨떨한 얼굴로 중얼 거렸다.

  그리고 모두가 경악했다.

  "신무결이라고?"

  "이한철이 바로 신무결이었어?"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단 말이야?"

  중국 구국의 영웅이자 혼란스럽던 중국 헌터 협회를 빠르게 안정 시켰다는 평을 받는 젊은 영웅 이한철.

  그리고 최근 [모험가의 협곡]에서 강하나조차 뒷전으로 보일 엄청난 활약을 함으로써 단숨에 한국에 이름을 떨쳐 버린 신진 영웅 신무결.

  이 둘이 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그 장면을 보던 모든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거 일이 재미있어지는군."

  원래부터 무결의 열렬한 팬이었던 지휘관 서동재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강하나의 치료를 마치고 일어서는 무결이 화면에 잡힌 순간.

  서동재는 전장에 새로운 전환점이 왔음을 직감했다.

  * * * 두근, 두근.

  강하나의 심장이 생명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결이 강하나의 몸에서 손을 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한 고비는 넘긴 듯했다.

  그는 일어서서 [공간주머니] 속에서 치료용 인큐베이터 아이템 [포켓볼]을 꺼내 강하나의 몸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녀의 몸이 빛에 휩싸여 [포켓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비를 넘겼으니 이 속에 들어 있는 이상, 생명 활동은 유지될 터였다.

  그는 강하나를 급히 치료하느라 옆에 내버려 두었던 한서후도 [포켓볼] 속에 집어넣은 다음 품속에 잘 갈무리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펑, 펑!!

  "크억!!"

  다섯 명의 각성자가 도깨비 소년으로부터 튕겨 나온 것이.

  "으윽, 최선을 다해 막았네만, 더 이상은 무리네."

  모용세가주 모용길이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말했다.

  "아미타불, 뒤를 부탁합니다."

  소림사 방장 혜공대사가 체통에 맞지 않게 뒤로 벌러덩 드러누운 채로 외쳤다.

  중국 최고수인 자신들 다섯이 합공을 했음에도 저 괴물을 막지 못한 것이 분했지만, 이미 결과는 명백했다.

  그렇다면 뒤를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자신들 다섯의 합공을 뚫어 낸 바 있는 젊은 고수에게.

  "드디어 너랑 싸우는구나!"

  도깨비 소년이 기대된다는 듯 도깨비방망이를 붕붕 휘둘렀다.

  무결이 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놈의 이름은 '두억시니'.

  도깨비들의 왕이었다.

  -이름 : 두억시니 -상태 : 인간화, 흥분, 광기 -설명 : 시간을 앞서 깨어난 측정불가의 재해. 기괴막측한 도깨비들의 왕 측정불가, 기괴막측.

  [하늘의 눈]을 사용했을 때는 좀 처럼 보기 힘든 단어들이었다.

  하지만 [하늘의 눈]으로 보지 않아도 무결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두억시니가 지니고 있는 무저갱 같이 까마득한 힘의 깊이를.

  보고만 있어도 오슬오슬 소름이 돋아났다.

  "그만 좀 쳐다보지 그래?"

  두억시니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웃었다.

  무결은 순간 흠칫했다.

  그가 마치 [하늘의 눈]으로 바라 보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 같아서.

  하지만 그에 대해 더 생각할 틈은 없었다.

  두억시니의 몸이 갑자기 '픽' 하고 꺼져 버렸기 때문이다.

  모두가 흠칫 놀라며 사라진 두억시니의 모습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순간, 무결만은 두억시니의 움직임 에 반응해 움직였다.

  모든 사람이 두억시니를 찾아 헤매는 사이.

  꽝---!

  둘의 중간 지점에서 난데없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충격파가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가운데, 그 충격파의 진원지에 두억시니의 모습이 나타났다.

  놈은 도깨비방망이를 몸 앞으로 내밀어 멀리서 날아온 공격을 막아낸 채 서 있었다.

  "치사하게 멀리서 그럴 거야?"

  두억시니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미안하지만 난 이게 특기라서."

  무결은 하늘에 살짝 떠 있었는데, 그의 등 뒤 허공으로는 빛의 날개 같은 것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직은 구현하지 못한 [아크 앤젤]로부터 뽑아낸 광학 기술.

  [빛의 날개]였다.

  그가 손가락을 까닥하자 빛으로 이루어진 날갯살 일부가 새하얀 광선으로 변해 두억시니에게 날아 들었다.

  "흥!"

  두억시니가 코웃음을 치며 무결을 향해 달려들었다.

  방금 전과 같이 [빛의 날개]가 날아들었지만…….

  "하압!"

  두억시니가 기합을 내뿜으며 마치 야구 배팅을 하듯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러 [빛의 날개]를 받아 쳤다.

  [빛의 날개]가 튕겨 나와 무결을 향해 다시 날아들었다.

  하지만.

  위잉-──!

  무결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빛은 다시 방향을 틀어 두억시니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한 손가락이 아닌 여러 개의 손가락을 한꺼번에 까딱였기 때문에 등 뒤에 일렁이던 다른 날갯살들이 모조리 튀어나와 두억시니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무결에 의해 정교하게 계산된 경로로.

  "우와! 이게 뭐야! 대단하잖아!"

  두억시니가 흥분하며 탄성을 내 질렀다.

  그 순간, 두억시니의 몸 크기가 소년의 모습에서 순식간에 2m 정도 커졌다.

  동시에 도깨비방망이의 크기가 다섯 배정도로 늘어났다.

  "흐압!"

  후우우웅-! 후웅-!!

  두억시니가 도깨비방망이를 거칠게 휘둘렀다.

  대충 휘두른 듯 보였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두억시니의 빈틈을 노리던 12개의 [빛의 날개]가 모조리 방망이에 걸려 튕겨 나간 것이다.

  '크기가 커진 덕에 방어 면적이 늘어났어.'

  무결이 차가운 눈으로 두억시니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게다가 힘과 속도, 모든 면에서 역량이 늘어났어. 드디어 힘을 개방하기 시작한 건가.'

  두억시니는 전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무결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질주했다.

  '역시 만만찮아.'

  무결이 역장을 밟으며 두억시니를 피해 하늘을 달렸다.

  그 뒤를 두억시니가 쫓았고, 그런 두억시니를 12개의 [빛의 날개]가 끊임없이 괴롭혔다.

  하늘을 검은색 선과 그것을 따르는 열두 개의 흰색 선이 질주했다.

  '이대로 따라잡히면 위험한데.'

  무결이 점점 가까워져 오는 두억시니를 의식하며 은하수에게 무전을 보냈다.

  "형, 아직이야?"

  그리고 곧바로 답변이 왔다.

  -지금 도착했어! 곧 거기 나타난다!

  은하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거대한 제트기가 무결이 있는 방향을 향해 수직으로 날아왔다.

  -지금이야! 탑승해!

  은하수가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무결을 향해 날아오던 제트기가 형태를 변환시키기 시작했다.

  '슈리야, 네 새로운 본체 왔다.'

  -마스터의 새 기체기도 하고요. 3년 만에 갖는 몸이라니, 기대 좀 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무결이 미소 지으며 제트기를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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