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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191 (190/215)

  기계신과 함께 191

  "도시방어결계, 가동!"

  대전시청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원형 결계가 펼쳐졌다.

  "크롸아아아아! 컥!!"

  시내를 향해 돌진하던 몬스터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물리결계에 막혀 돌진을 멈추었다.

  군부대를 전멸시키고 돌진하던 이매망량들도 결계가 내포한 마법적인 힘에 막혀 전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계 안쪽으로는 이미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들어와 있었다.

  "뒤쪽은 일반 시민들이 숨어 있는 곳이다!"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게 막아!!"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결계를 저지 선으로 삼아 몬스터를 저지해야 했을 헌터들은 당장은 결계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다행인 점은 그래도 한없이 늘어나기만 하던 몬스터의 개체수가 일정 수를 유지하기 시작했다는 것.

  헌터들의 필사적인 노력에 시내의 몬스터 수가 조금씩 줄어갔다.

  물론 그만큼 다치고 죽는 헌터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었다.

  쾅, 과쾅!!

  희끗희끗한 것들이 시내를 지날 때 마다 주위의 건물들이 엄청난 속도로 파괴되고 있었다.

  한서후와 더벅머리 소년이었다.

  "좀 더 힘을 내! 난 너를 응원해!"

  한서후는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들으며 백척간두 위에 선 것 같은 위태 위태한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열화와 같은 응원을 보내고 있는 놈이 바로 그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갖은 수를 쓰고 있는 놈이란 점이었다.

  '뭐 하자는 건지.'

  한서후는 그런 녀석의 태도가 짜증 났지만,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저 망할 도깨비 녀석이 한서후 자신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한번 막아봐!"

  더벅머리 소년이 신난 목소리로 자신의 몸보다 세 배는 큰 크기의 도깨비방망이를 내려쳤다.

  문자 그대로 산을 쪼갤 위력의 일격이었다.

  한서후가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검집에서 당장에라도 검을 뽑을 자세로 몸을 낮추었다.

  [극점 발도술(極點拔刀術)].

  [일섬 (─關)].

  모든 힘을 단 한 점(點)에 쏟아내는 유니크 발도술.

  찬란한 섬광이 날아가 도깨비방망이와 한 점에서 부딪쳤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생기며 그 영향으로 주위 건물 두 개가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펑--!

  한서후는 엄청난 기세로 뒤로 튕겨 나왔다.

  "크윽."

  '위력이 말이 안돼.'

  비록 도법을 검법으로 변형시켜 펼쳤다지만, 한곳으로 힘을 모으는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사정없이 밀렸다는 것은, 힘싸움으로 간다면 필패 (必敗)란 소리였다.

  '저 더벅머리 도깨비 녀석은 절대로 힘으로 이길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한 한서후의 몸이 희끗 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뇌전보(雷電步)].

  그 어떤 보법보다 빠름을 추구하는 극한의 유니크 경공술.

  한서후가 다시 나타난 것은 도깨비 소년의 측면이었다.

  그는 엄청난 속도로 도깨비 소년의 목을 베어갔다.

  하지만 그 속도에 반응한 도깨비 소년이 방망이를 들어 올렸다.

  한서후가 걸어온 속도 승부에 뒤처지지 않은 것이다.

  방망이가 한서후의 검을 막아갔다. 하지만 그 순간.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

  [매화난만(梅花爛漫)].

  기교의 극에 달한 화산파의 유니크 검공이 한서후의 손에서 피어났다. 사방 가득 매화꽃잎이 피어났다.

  한서후의 검이 그리는 검로(劍路)가 무슨 조화인지 허공에 꽃잎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꽃잎들이 송이송이 소년의 도깨비 방망이를 비껴갔다.

  떨어지는 나뭇잎이 날아드는 막대기를 피해 가듯, 너무나 자연스러운 움직임.

  이번에는 한서후가 기교(技巧) 싸움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도깨비 소년의 손가락이 살랑살랑 잔영을 남기며 움직였다.

  퍼퍼펑!

  그리고 도깨비 소년의 주위 공간이 연속적으로 폭발했다.

  그 순간 한서후의 전신을 엄청난 충격파들이 강타했다.

  "컥!"

  한서후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또 다시 뒤로 나가떨어졌다.

  '이거였군. 시민과 헌터들의 머리를 터뜨려 버린 수법.'

  그는 도깨비 소년이 손가락을 흔들어 일으킨 소닉붐을 한곳으로 집중 시켜 쏘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 냈다.

  가공할 육체와 스킬이었다.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보이지 않아.'

  한서후가 이를 악물며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서후야, 서후야. 너는 우물 안 개구리 였구나.'

  그가 속으로 한탄했다.

  [천살성]과 인격의 통합을 이루어 낸 이후, 무결 외에는 자신에게 적수가 없을 줄 알았다.

  무공에 대한 엄청난 오성(悟性.)과 센스.

  그리고 무결이 얼마 전에 자신에게 준 십수 권의 유니크 무공 비급.

  두 가지가 합쳐져 한서후는 단시일에 엄청난 실력 상승을 이루어냈다.

  일 년 전에는 그토록 고전했던 [100인 격파 비무회]의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덤빈다 해도 모조리 이겨 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흘려들었다.

  걱정이 어린 무결의 당부를.

  "절대로 놈에게 정면으로 덤비지 마세요. 시간을 끈다는 개념으로 놈을 상대해 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말한 무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솔직히 서후 씨는 아직 미완성입니다. 제 욕심으로는 조금 더 [천살성]을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 세상에 내보내고 싶었지만, 도움을 청할 곳이 한서후 씨밖에 없군요. 미안합니다. 그리고 부탁합니다."

  한서후는 무결의 이 말을 듣고 분해했다.

  무결이 자신을 아직 '미완'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그리고 기뻤다.

  비로소 무결이 자신을 필요로 해준다는 것이.

  그래서 증명하고 싶었다.

  무결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자신은 무결의 기대를 뛰어넘을 만큼 성장했으며, 무결이 부탁한 몬스터 하나 정도는 자신의 손으로 해치 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 싶었다.

  그 결과 놈에게 정면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패했다.

  처참하고 완벽하게.

  '보스, 이번에도 역시 이번에도 보스의 말이 맞았네.'

  한서후는 무결에게 속으로 사과했다.

  자신이 벌 수 있는 시간이 내상을 입음으로써 확 줄어들어 버렸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볼게.'

  한서후가 다시 일어서 검을 빼들었다.

  "그래, 그래야지. 아직 진짜 재미는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더벅머리 소년이 신이 나서 그런 한서후에게 달려들었다.

  '후, 간다!'

  한서후가 눈을 번쩍 뜨며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역천마공(逆天魔功)].

  한서후의 선천진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쾅, 과과쾅!

  다시 주변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재밌어, 재밌어! 넌 정말 재밌는 녀석이야!"

  도깨비가 흥에 겨워 도깨비방망이를 흔들었다.

  놈은 진심으로 이 상황이 너무나 즐거웠다.

  적수가 없어 따분했던 일상.

  이제 드디어 적수라 부를 만한 녀석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까.

  지금 상대하는 이 애송이는 아직 자신의 적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애송이는 정말 신기하게도, 엄청난 속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마치 제련되고 있는 검처럼,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있었다.

  어설폈던 기술이 능숙해지고 뛰어나졌다.

  느렸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움직임은 더욱 세련되어져 가고 있었다.

  실제로 한서후의 스킬 능력치는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 더욱! 더욱 커서 내 장난감이 되어줘!!"

  놈에게 있어서는 훌륭한 적수가 곧 자신과 놀아줄 유일한 장난감이었다.

  그래서 놈은 더욱더 한서후를 몰아 쳐 갔다.

  그럴수록 한서후는 더욱 강하게 놈의 공격을 받아쳐 갔다.

  꽝- 과꽝--!

  "도망가!!"

  주위의 사람들뿐 아니라 헌터들까지도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찍이 도망가 버렸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한서후와 도깨비 소년의 전투는 그들이 도망간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대전시 곳곳을 누비며 전투를 이어갔다.

  한서후로서는 다른 사람들 따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도깨비의 공격 하나하나가 모두 초 집중해야만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오직 놈의 움직임에만 모든 신경을 쏟아붓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몰랐다.

  극복했다고 생각한 그의 또 다른 인격이 또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음을.

  그의 눈은 그도 모르는 새에 점차 붉어지고 있었다.

  "하하하! 더! 더 불타오르라고!!"

  도깨비 소년은 그런 그의 상황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몰아쳐갔다.

  그리고.

  뚝 한서후의 이성이 끊어졌다.

  "크아아아악!!"

  한서후가 완전히 붉어진 눈으로 광전사처럼 도깨비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도깨비 소년이 갑작스럽게 흐트러진 한서후의 자세를 보며 의아해했다.

  그의 몸에서 질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급격하게 상승 곡선을 그리던 한서후의 실력 또한 멈춰서 버렸다.

  도깨비 소년은 몇 차례 더 한서후에게 공격을 퍼부어 봤다.

  하지만 그는 도깨비 소년의 공격에도 더 이상 실력이 늘지가 않았다.

  "왜, 왜, 왜!! 왜 이러는 거야!!"

  도깨비 소년이 흥분해서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어댔다.

  조금씩 조금씩, 한서후의 몸이 망가져 갔다.

  "안돼!!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이제 막 시작이었단 말이야!!

  "크아아아아!"

  한서후가 광기 어린 눈으로 그런 도깨비 소년에게 맞섰지만, 실력이 급속도로 늘던 아까와는 달리 역부족이었다.

  한서후의 몸 곳곳이 부러지고 짓이겨지고 있었다.

  "아, 아아……!"

  도깨비 소년이 눈물을 흘렸다.

  "결국, 이렇게…… 여기까지였구나."

  통탄한 듯 깊은 한숨을 토해낸 도깨비 소년이 그대로 한서후의 머리 통을 향해 도깨비방망이를 내려쳤다.

  한서후의 머리통이…….

  퍽.

  무사했다.

  어떤 여인이 한서후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답게 은색으로 일렁이는 양팔을 교차시켜 한서후조차 못 막아내던 도깨비방망이의 공격을 막아냈다.

  "크윽, 한서후 씨! 괜찮아요?"

  [108정령의 가호] 오의(英義).

  [융합술-대혼연일체 (大澤然─體)].

  [강철의 상급정령/힘의 상급정령].

  강하나가 그동안 남들 앞에서 드러낸 적이 없던 비기(秘技)를 꺼내 들었다.

  랭킹 경쟁에 목매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꺼내지 않았던 비기.

  하지만 목숨이 풍전등화에 처한 이상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오, 이건 또 뭐야? 또 재미있는 애가 나타났네?"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도깨비가 갑자기 흥미를 되찾았다.

  언제 흘렸냐는 듯, 흐르던 눈물은 사라져 있었다.

  "이번에는 네가 날 재미있게 해줄 거야?"

  도깨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한서후를 상대로 했던 압도적인 폭력이, 이제는 강하나를 향하기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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