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90 더벅머리 소년이 콧노래를 부르며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는 대전 시거리를 걷고 있었다. (189/215)

  기계신과 함께 190 더벅머리 소년이 콧노래를 부르며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는 대전 시거리를 걷고 있었다.

  난장판이 된 거리에서도 그의 주위만 이상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응?"

  소년이 길을 걷다가 눈을 빛냈다.

  '떡심당'이라는 간판이 붙은 떡가게였다.

  "떡이다, 떡!"

  소년이 후다닥 떡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게 안쪽에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숨어 있던 떡가게 주인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몬스터가 들어온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주인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떡들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입으로 떡들을 와구와구 집어넣기 시작했다.

  "야, 너 뭐 하는……!"

  떡가게 주인은 밖에 몬스터들이 있다는 지금의 상황도 잊고 소년에게 역정을 내려 했다.

  소년의 다음 행동이 이어지지 않았더라면.

  소년은 계속해서 떡을 입으로 쑤셔 넣다가 계속해서 바닥에 흘리자, 급기야는 떡을 들어 가슴에 '던져'댔다.

  그러자 소년의 가슴이 옷째로 사람의 입 모양으로 변해 떡을 집어 삼켰다.

  그로테스크 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히히히, 우걱우걱."

  그는 온몸으로 떡을 폭풍처럼 흡입 했다.

  당연히 그 모습을 본 가게 주인은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그는 소년의 형상을 한 괴물이 문가를 막고 있던 덕에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아아, 잘 먹었다! 역시 떡은 맛있어!"

  소년은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훔쳤다.

  떡에서 묻은 가루들이 온몸에서 부스스 떨어져 내렸다.

  "혹시 나한테 뭐라 그랬어?"

  소년이 비로소 가게 주인을 돌아 보며 해맑은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히 가게 주인은 겁에 질려 도리질을 쳤다.

  "그래? 없어?"

  주인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잘 먹었어!"

  딱!

  소년이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퍽! 소리와 함께 가게 주인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소년이 다시 콧노래를 부르며 가게를 나섰다.

  하지만 가게 밖에는 소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죽어!"

  소년이 가게에서 떡을 먹는 모습에서 몬스터임을 짐작한 헌터들이 그를 포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시해."

  딱! 따닥!

  퍽! 퍼퍼퍽!

  소년이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헌터들의 머리가 연속으로 터져 나갔다.

  "날 좀 재미있게 해줄 사람 없나?"

  헌터를 처리한 소년은 훌쩍 뛰어 고층 건물을 간단하게 올랐다.

  그리고 한 번 더 발을 굴러 거의 구름이 닿을 높이까지 뛰어올랐다.

  그의 눈아래로 대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잠시 대전시를 훑어보던 소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그 재미있던 인간 없네."

  그가 실망한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시 밖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이제 들어와."

  우웅- 그가 명령을 내리자마자 그의 말이 마력을 담고 대전시 밖으로 퍼져 나갔다.

  "슬슬 지루하니까……."

  소년이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다 부숴 버려야지."

  * * * 도시 외곽에서 슬슬 쏟아져 오기 시작하던 몬스터들의 수가 갑작스럽게 폭증했다.

  "발사!!"

  콰쾅-- 군대들이 필사적으로 몬스터들을 저지하려 했지만, 이번 몬스터들은 뭔가가 이전에 만났던 녀석들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흐흐흐……."

  훨씬 지능적으로 변한 몬스터들.

  물리력 없는 온갖 이매망량들이 먼저 군대의 포격을 흘려버리고 군병들에게 접근했다.

  "으아아악!"

  군병들이 몬스터들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헌터들이라고 사정이 많이 나은 건 아니었다.

  "아악! 엄청나게 많아!"

  "지원은 못 오는 건가?"

  "도시 내부 사정도 안 좋다고 들었어! 아마 지원은 없다고 봐야 할 거야!"

  갑작스럽게 늘어난 몬스터의 수에 비해 헌터의 수는 턱없이 부족 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몬스터를 막아내고 있었지만, 몬스터의 수는 점점 늘어나기만 했다.

  목숨을 건 저지속에서, 헌터들은 조금씩, 조금씩 스러져 갔다.

  * * *

  "대덕구 일대에 11급으로 추정되는 네임드가 다섯이나 출현했다고 합니다! 한수경 헌터를 비롯한 고려 클랜에서 필사적으로 저지 중이지만 역부족이라고 합니다!"

  "중구와 유성구 일대에도 네임드 다수 출현! 개체수는 각구 3마리 정도라고 합니다!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동구와 서구는 각각 2마리 출현! 각성자들이 어떻게든 막아내는 중 입니다!"

  "중구와 서구 외곽은 몬스터들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방어선이 밀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대로라면 방어결계 경계선이 10분 내로 뚫린다고 합니다!"

  대전시 헌터협회 지휘소에서 연신 보고가 날아들었다.

  "젠장, 도시방어결계 준비는?"

  대전시청 내에서 그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지휘관 서동재가 물었다.

  "아직 30분은 남았다고 합니다!"

  "한수경 헌터로부터 긴급 지원 요청! 대덕구 일대 헌터 전멸 위기 라고 합니다!"

  "……미치겠군."

  서동재 지휘관은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 * *

  "왜 이건 못 피한 것이오?"

  "아까까지만 해도 잘 피하지 않았소?"

  "안타깝군."

  같은 모습의 세 무명(無名)이 번갈아가며 한수경에게 말했다.

  "후우 "

  한수경은 놈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숨을 가다듬고, 떨어져 나간 왼팔을 지혈했다.

  팔꿈치 부근에서 잘려 피를 뿜던 왼팔의 피가 멎어갔다.

  그의 주변에는 쓰러진 고려 클랜 원들로 가득했다.

  한수경은 죽은 부하들의 시신을 말없이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여기가 내 죽을 자리구나."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오른손의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세명의 무명 또한 자세를 고쳐 잡고 한수경의 공격에 대비했다.

  한수경의 심신이 상황에 맞지 않게 극도로 차분해졌다.

  잔잔한 대양처럼 그의 기도가 평온해졌다.

  [일홍검류(日渴劍流) 오의] [낙일무 (落日舞)]

  해질녘 먹이를 사냥하는 기러기 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오의.

  그것이 차원을 넘어 마침내 한수 경의 손에 재현되었다.

  한수경의 검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팟- 그와 동시에 가장 선두에 있던 무명이 가슴께를 베여버렸다.

  "엇?!"

  가슴을 완전히 베이기 바로 직전에야 기척을 느꼈던 무명이 깜짝 놀랐다.

  "의기상인?!"

  기(氣)로써 사물을 해하는 초고도의 무공.

  그것이 한수경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한수경의 검이 수직으로 세워진 채 진동하듯 부르르 떨렸다.

  팟- 파팟- 파파파파팍- 기러기 떼처럼 많은 무형(無形)의 검이 세 명의 무명을 베어갔다.

  "윽!"

  "막을 수가 없어!"

  무형의 검은 오직 그들을 베기 직전에야만 그 기척을 드러냈다.

  세 명의 무명은 속수무책으로 밀리다가 각오를 다졌다.

  "하하하! 당신 같은 무인과 싸울 수 있게 되어 영광이오!"

  그들은 온몸이 베여나가면서도 한수경에게 아득바득 달려들었다.

  온몸을 호신장막으로 감쌌지만 의기상인의 위력은 호신장막으로 온전히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허리가 베이고.

  어깨가 깎여나가고.

  다리가 떨어져 나갔다.

  그들은 맞으면 즉사할 공격만 어떻게든 몸의 다른 부위로 막아가며, 한수경에게 접근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이 한수경의 코앞에 다다랐다.

  '끝인가.'

  한수경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직 공격만을 위한 오의, [낙일무].

  그걸로 단번에 적들을 참살하지 못한 이상, 그의 패배였다.

  적들의 검이 그의 몸을 파고들려는 순간.

  파앗- 그들의 앞을 한 줄기 검광이 가로질렀다.

  "영감, 벌써 죽으면 섭하잖아."

  서슬 퍼런 눈빛.

  당당한 기도.

  한수경은 일순 자신의 앞을 막아 선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누구……?"

  "이거 참 섭섭한테. 영감한테 지고 나서 내가 얼마나 절치부심해 왔는데."

  "……?"

  한수경은 자신이 꺾어왔던 상대중에 저런 자가 있었나 고심했다.

  "나 한서후야."

  한수경의 앞을 막아선 사내, 한서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새로운 강자이신가?"

  "어디 실력 좀 보겠소."

  세 명의 무명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몸으로 누굴 이기겠다고."

  피식 웃은 한서후가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세 사람의 무명을 가르고 지나간 뒤 쪽.

  세 명의 무명 사이로 미풍이 흘렸다.

  "하하."

  "이런 고수……가……."

  파파파팟- 그들의 몸 여기저기에서 핏줄기가 터져 나왔다.

  털썩.

  세 명의 무명이 동시에 사망했다.

  "오랜만이야."

  등에 검을 착검하며, 한서후가 한수경을 바라보았다.

  한수경은 기도도, 성격도, 그리고 실력도 완전히 변한 한서후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 저기 제법 재미있어 보이는 녀석이 있네?"

  더벅머리 소년이 눈빛을 반짝이며 옥상 위에서 사라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어떻게 되긴, 우리 보스의 명령으로 여기로 오게 되었지. 여기가 제일 힘들 거라면서 날 보내더군."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변했는가?"

  한수경이 너무도 변한 한서후의 모습이 궁금해 그렇게 물었다.

  한서후가 그 말에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말하자면……?"

  "내 안의 나를 받아들였달까?"

  "그건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아, 됐어! 그런 게 있으니 더 귀찮게 하지 마."

  "허허, 알았네."

  한수경이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는 한서후의 모습을 여전히 신기한 모습으로 바라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피해!!"

  한서후가 재빨리 한수경에게 경고했다.

  한수경이 그 경고를 듣고 재빨리 검을 빼들어 가슴깨를 방어했다.

  그러나- 챙강!

  그를 향해 다가온 공격이 단숨에 그의 검을 깨부순 후, 그의 가슴을 후려쳤다.

  꽝!!!

  한수경이 가슴이 함몰된 채로 뒤 쪽의 건물 벽에 날아가 박혔다.

  즉사였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방금까지 한수경이 서 있던 자리에 나타난 것은, 자기 몸의 세 배는 될 법한 크기의 도깨비 방망이를 든 더벅머리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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