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88 [모험가의 협곡]의 8강전은 한국내에서만 시청률 60%대를 기록했다. (187/215)

  기계신과 함께 188 [모험가의 협곡]의 8강전은 한국내에서만 시청률 60%대를 기록했다.

  그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한국내에서 어마어마한 관심을 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한국 팀과 무결 일행이 던전에서 나올 때까지 그 시청률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신무결이란 헌터에게 어마어마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후에 이어지는 인터뷰.

  거기에서 그에 대한 비밀이 조금이라도 더 밝혀지길, 많은 사람들이 원했다.

  그리고 신무결이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저는……."

  신무결이 입을 뗐다.

  "헌터입니다."

  "……?"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헌터라는 사실은 거의 기정사실이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각성자 중에서도 정식 헌터 자격증을 취득한 자만 이 [모험가의 협곡]에 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터는 몬스터로부터 국민을 수호하는 자입니다."

  하지만 무결의 말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저는 그 사명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지? 왜 입이…….'

  '몸이 잘 안 움직여.'

  묵직한 대기가 온몸을 짓누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몰랐다.

  무결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결기와 각오에 온몸이 압도되어 있다는 것을.

  "저는 지금 우리나라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제 모든 것을 걸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좌중을 둘러보며 무결이 말을 꺼내는 가운데, 입을 여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대전과 청주, 전주를 비롯한 중부 지방 일대에 이틀 이내에 대규모 몬스터 침공이 예견됩니다. 이를 무사히 막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도움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

  "저는 지금 바로 대전에 내려가 몬스터들의 침공을 예비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로 대전시를 지켜낼 수 없을 겁니다. 부디 간청하건대."

  무결이 카메라에 대고 조용히, 하지만 명료하게 읊조렸다.

  "도와주십시오."

  무결의 말에 실린 절박함과 간곡함이 기세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물론 그 속에 은밀한 마력이 실려 있었음은, 무결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그 후로는 무결의 간단한 협조 요청이 전파를 타고 전국 곳곳으로 퍼졌다.

  헌터들은 공격에 대비하고, 민간인들은 대피시설에 미리 몸을 숨겨두라는 이야기.

  무결의 말은 분명 정부, 혹은 헌터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말과는 다르게 공신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말이었다.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하면 그만인 사실.

  하지만 그의 말은 단숨에 엄청난 파급력을 지니고 한국 전체로 퍼져 나갔다.

  인터넷에는 그의 말이 믿을 만하네, 아니네로 격렬한 논쟁이 오갔다.

  그것은 헌터와 정부 인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라 일개 헌터의 말을 근거로 국가 전력을 움직일 수 없다는 얘기부터 그래도 사안이 사안이 니만큼 준비해야 한다는 설전이 곳곳에서 오갔다.

  하지만 은하그룹과 강하나의 이지스 클랜, 그리고 헌터협회까지 나섬으로써 무결의 말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특히 헌터 협회는 무결이 바로 이름이 비공개되어 있던 헌터 협회 공식랭킹 4위의 헌터임을 공개하며 이제까지 무결이 한국에서 쌓아온 업적이 엄청남을 만천하에 알렸다.

  여론은 조금씩 무결의 말에 힘이 실리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은하그룹이 역량을 총 동원해 영향력을 발휘했음은, 아는 사람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대전시로 수많은 헌터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 * *

  "정말 오는 것 맞아?"

  "이러다 아무 일도 안 생기면 정말 웃기는 일인데."

  "그러게 말이야."

  대전시에 모여든 헌터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리를 지나다녔다.

  "근데 이상하긴 했지?"

  "그래, 서울에서 대전으로 오면서 너무 조용하긴 했어."

  이미 한국은 주요 도시 몇 개만 빼면 온통 몬스터로 득시글거리는 상태.

  그 때문에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것만도 사실 상당히 큰 거사였다.

  도시 밖을 벗어나면 수십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공격해 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대전시로 향하는 도로 변에는 몬스터가 없었다.

  "근데 정말 많이들 모였더라."

  "그래, 난 이지스 클랜도 그렇지만 고려 클랜이 그렇게 많이 무인들을 데려온 것은 처음 봤어."

  "정말 전국 각지의 헌터들이 모여 들었나봐. 또 모여들고 있고."

  헌터들은 그렇게 사담을 나누며 거리를 순찰했다.

  그런 그들을 조금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카페 라운지에 앉아 대전시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헌터.

  강하나였다.

  그녀 주위로는 이지스클랜의 김치우, 김소유, 천재령 등이 모여 있었다.

  북두그룹을 피해 다니던 천재령은 북두그룹이 무너진 이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지만, 어쩐 이유인지 계속해서 그 모습을 고집했다.

  그는 왠지 모르게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강하나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초조해하십니까?"

  "……제가 그렇게 보였나요?"

  잠시 흠칫한 그녀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천재령을 바라보았다.

  "매우 그렇게 보였습니다."

  천재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언니. 아까부터 왜 이렇게 불안해하세요."

  김소유가 그런 강하나를 보며 물었다.

  강하나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못난 꼴 보였구나. 미안해."

  "그보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그게……."

  강하나가 뭐라 말할지 고민하던 때, 카페 문이 열렸다.

  찰랑- 그리고 한 사람이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강하나 씨."

  "아……."

  강하나는 의외의 사람이 나타난 것에 깜짝 놀랐다.

  "한수경 씨!"

  그는 한국 3대클랜 중 무인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클랜, 고려클랜의 로드 한수경이었다.

  "이제 그 신무결이란 헌터가 말한 이틀이 다 되어가는군. 전에 말했잖소. 그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그는 어디 있지?"

  '더 젊어졌군……!'

  그의 얼굴을 본 강하나가 슬쩍 속으로 감탄했다.

  겉모습으로 봐선 고작 30대 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한수경은, 사실 60살이 넘은 노인이었다.

  그는 무공이 노화순청(爐火純靑)의 경지에 이르러 육체가 전에 봤을 때 보다 젊어져 있었다.

  "이거 그런 숨겨진 실력자가 우리나라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하루빨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군."

  그는 사실 결투광으로서 한번 본 사람은 꼭 칼을 맞대봐야 직성이 풀리는, 상당히 성가신 성격을 가진 인사였다.

  "하하……."

  강하나가 그런 그를 보며 애매하게 웃었다.

  "그게, 지금은 소개해 드릴 수가 없어요."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짓는 강하나에게, 고려클랜의 로드 한수경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소리요? 전에는 내게 소개해 준다지 않았소?"

  "저도 그러고 싶은데 말이죠, 사실……."

  강하나가 거기까지 말하려던 때였다.

  쿵.

  저 멀리서 심상찮은 소음이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소리지?"

  그 소리가 담은 미미한 마력의 파 동에 좌중의 헌터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갑자기 한수경에게 무전이 들어왔다.

  -로드, 큰일 났습니다!

  고려클랜의 클랜원이었다.

  * * *

  "야, 신무결 이쪽으로 언제 오냐?"

  "몰라, 난 근데 만나면 사인받을 거임."

  "나도. 신무결 진짜 개멋있지 않냐?"

  철없는 아이들이 대전 시내를 활보하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신무결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대피 하지 않은 일반인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처음부터 그의 말을 믿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고, 하루하루 먹고살 궁리 때문에 대피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한심한 사람들.'

  부모님이 후자에 속해 함께 가게를 봐주러 나온 박성오 군은 길가를 지나다니는 다른 학생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고등학생이었지만 학교가 비상휴교에 들어가는 바람에 부모님 가게나 같이 봐드리고 있는 신세였다.

  사실 그로서는 가게 따위 내팽개치고 부모님과 함께 대피소로 피난을 가고 싶었다.

  학교에서도 그러라고 내려준 휴교령이었으니.

  하지만 최근 가계 사정이 힘들어지는 바람에 그의 부모님은 하루라도 가게를 접기 싫어했다.

  그런 부모님 덕에 박성오 군도 부모님과 함께 억지로 시내에 남아 가게를 보는 입장이 되었다.

  그래서 저렇게 배부른 소리나 해대며 거리를 걷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참 복합적인 부분에서 얄미운 기분이 들었다.

  '속 편한 것들. 저럴 시간에 대피소나 가지. 만약이라는 것도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후욱, 후욱……. 왜, 왜 이러지?"

  이상하게 기분이 점점 나빠졌다.

  정말 별거 아닌 아주 작은 심사의 뒤틀림이었는데, 그 감정이 점점 증폭되어 갔다.

  박성오는 얄미웠던 아이들이 갑자기 때려주고 싶게 미워졌고, 그 감정이 그들을 뒤쫓아가게 만들었다.

  "거, 거기서……!"

  그래서 그는 들고 있던 식칼을 가지고 그들을 쫓아갔다.

  그리고 그 기이한 분노는 그들을 향해 다가가던 도중에 더욱더 커졌다.

  "꺄아아악!"

  도시 한복판에 갑자기 유혈이 낭자 했다.

  '뭐지……?'

  박성오 군은 갑자기 눈앞이 붉게 물들었다.

  어지러웠다.

  손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좋았다.

  다만 이 분노를, 이 살의(殺意)에 온몸을 맡기고 싶었다.

  그러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안에 있던 무언가가 끊어졌다.

  "구, 구워어어어---!!"

  박성오의 입에서 인간의 것이 아닌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의 몸이 옷을 찢으며 부풀어 올랐다.

  눈은 시뻘게졌고, 온몸은 마치 질긴 고무 같은 근육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이마 한가운데에는, 작은 뿔이 튀어올랐다.

  "구워어어어어--!!"

  그가 쥐고 있던 식칼이 더욱 커졌다.

  그의 몸집을 따라 커지고 커지더니, 이내 성인 한 사람만한 크기로 커졌다.

  "꺄아아아악!"

  쾅, 광!!

  그는 사방으로 거대화된 식칼을 휘두르며 날뛰었다.

  그 몸놀림은 짐승의 것같이 빨랐고, 그 힘은 콘크리트 건물을 그대로 뚫고 지날 정도였다.

  그는 양 떼 속에 뛰어든 사자처럼 거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은 대전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 * *

  "흐흥, 재밌어, 재밌어."

  한 더벅머리 아이가 고층건물 꼭대기에 앉아 발을 흔들거리며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꺄악!!"

  쾅, 쾅!!

  사방에서 몸이 몬스터화된 인간들이 날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제압하러 오는 헌터들이 보였다.

  헌터들이 날뛰는 인간들, 아니, 몬스터들을 제압하기 위해 움직였다.

  "에이, 그러면 재미없잖아."

  딱!

  소년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끄, 끄아아아악!!"

  헌터들 중 일부의 몸이 울룩불룩 솟아나기 시작했다.

  "이래야 재밌지. 흥흥~"

  소년은 콧노래를 부르며, 몬스터화 하기 시작한 헌터들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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