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87 그들의 수를 읽고 있던 무결은 이미 그들이 진격해 오리라 예상하고 한발 앞서 아군들을 초능력로 쪽으로 불러모았다. (186/215)

  기계신과 함께 187 그들의 수를 읽고 있던 무결은 이미 그들이 진격해 오리라 예상하고 한발 앞서 아군들을 초능력로 쪽으로 불러모았다.

  단 한 명만 빼고.

  "금호 씨는 무인로 포탑 계속 밀어 주세요. 제가 콜하면 [하늘새의 깃털] 써서 합류하시고요."

  -정말 괜찮겠습니까?

  "걱정 마세요. 다 계획 안이니까."

  어느새 팀은 무결의 지휘하에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까지 작전권이 강하나에게 있었다면 이제는 무결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물론 이것은 강하나의 흔들림 없는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양금호와 조솔의 불안은 무결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정말 괜찮을까?'

  그런 마음이 이 둘의 마음에 퍼져 나갔다.

  그것은 밖에서 관전하고 있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말 괜찮을까?"

  "포탑을 끼고 막고 있긴 한데, 지금 시간이면 포탑이 큰 의미가 없긴 하지. 거의 4:3 싸움이야."

  각성자들 혹은 게임을 볼 줄 아는 일반인들이 서로 두루두루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럼 빨리 양금호 불러들이는 게 낫지 않을까?"

  "음, 그래도 신무결이 잘 컸으니 모르긴 해. 그냥 대치하고만 있어도 양금호가 무공로 길을 쭉쭉 뚫어놓을 테니, 싸움만 잘 피하면 돼."

  여러 의견이 두루두루 나왔다.

  양금호와 조솔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대로 버티기만 하면 돼.'

  조솔이 긴장되는 몸을 추스르며 눈 앞의 상대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의도 하는 대로 만 되던가.

  그것은 실수라 하기에는 너무 작은 엇나감이었다.

  조솔은 적과 대치하면서 [감시구슬]을 작전 요소에 박아 넣었다.

  전투 중에 장애물 뒤에 숨겨진 상대의 행동을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이점인지 강하나로부터 수없이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행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그녀의 몸이 포탑의 범위로부터 살짝 튀어나왔다.

  적들은 그 잠깐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물어!"

  영국팀 각성자들의 집중포화가 조솔에게 쏟아졌다.

  "꺄악!"

  그녀가 영국 팀의 집중포화에 아무 것도 못하고 죽어서 유령으로 변하기까지는 불과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죄송해요."

  유령으로 변한 조솔이 울상을 지으며 강하나와 신무결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신무결은 그녀의 사과를 들을 새가 없었다.

  그가 기다리고 있던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금이다.'

  조솔이 [감시구슬]을 설치하느라 작은 틈새가 생긴 것처럼, 영국 팀 각성자들 또한 조솔을 잡느라 아주 작은 틈을 드러내었다.

  그들 스스로는 틈이라고까지 생각 하지 않을 만한 자그마한 허점. 무결은 그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킬각이다.'

  위잉- 무결의 손을 떠나 숲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플라스마 링]이 [디바이스 컨트롤]에 반응해 은밀하게 날아들었다.

  "어엇!"

  조솔을 해치우는데 가장 앞장섰던 영국 팀의 무인이 플라스마 링을 쳐 내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 짧은 순간, [플라스마 링]이 그의 검을 피하는 척하며 그의 시야를 가렸다.

  '지금.'

  퓨퓨퓻- 그 순간, 세 발의 총알이 허공을 갈랐다.

  "컥!!"

  무결이 어느새 빼든 [강화 코일 건]이 쏘아낸 총알에 영국 팀 무인은 속수무책으로 헤드샷을 세 방이나 얻어맞았다.

  무결의 움직임을 아주 잠시 놓친 대가였다.

  그는 조솔과 마찬가지로 유령이 되어 버렸다.

  "이런! 엄청난 속사다!"

  "하지만 총탄이 얼마 없을 거야! 죽여!"

  "총구 잘 보며 치명타만 피해!"

  영국팀이 소리치며 무결에게 달려들었다.

  총기류는 소모성 아이템인 총탄의 값이 비싼 관계로 총알을 많이 갖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점을 노린 돌격이었다.

  [불의 해일].

  [이레이저].

  [환영이동].

  영국 팀 각성자세 명이 무결에게 달려오며 각자 자신의 스킬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무결이 빙긋 웃으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배틀 센스].

  그의 머릿속에 그들이 발사한 스킬이 순식간에 분석되며 그것을 회피 하거나 막아낼 방법이 10가지도 넘게 떠올랐다.

  그는 그중 지금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전술을 골랐다.

  [둔재보] [인보].

  무결이 스킬을 발휘해 기묘한 몸놀림으로 그들의 모든 스킬을 피해냈다.

  "이익!"

  "엄청 잘 피하잖아!"

  영국 팀 선수들이 감탄과 곤혹이 섞여 포탑을 끼고 돌고 있는 무결을 바라보았다.

  무결이 피하는데 열중하는 동안 무결의 팀 포탑이 무결 대신 공격을 가해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결을 무시하고 포탑을 치자니, 이번에는 날아올 무결의 공격이 두려웠다.

  "안 되겠다. 여기서 일단 물러나!"

  영국 팀의 올라운더가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그들은 간과하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는 무결 외에도 신경 써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는 것을.

  "어딜 가시려고."

  무결의 오더를 듣고 적의 퇴로 부근에 잠복해 있던 강하나가 나섰다.

  [108정령의 가호].

  강하나가 [땅의 정령]을 소환해 그들의 앞으로 흙의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헉, 언제?"

  영국 팀 각성자들이 갑작스럽게 퇴로를 막은 강하나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그렇게 당황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쫄지 마! 저쪽은 하나고 우린 셋 이야! 힘으로 뚫어!"

  그들은 강하나가 만들어낸 흙의 장벽을 무지막지한 힘으로 때려부줬다.

  불과 2초 만에 흙의 장벽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충분했다.

  무결이 한 명을 더 해치우기까지는.

  퓨퓻- [강화 코일 건]이 영국 팀 초능력자의 머리에 연속 두 발의 헤드샷을 먹임으로써 그를 죽여 버렸다.

  "젠장!"

  영국 팀 두 명은 그런 소리를 내뱉으며 강하나를 지나쳐 도주해 버렸다.

  * * *

  "와아아아!!"

  관전 중이던 한국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뱉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경기가 한국 팀 쪽으로 기울었다.

  이제까지는 승리 확률 약 5:5 정도의 팽팽한 접전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이 6, 영국이 4라고 할 정도까지 게임을 가져왔다.

  무결과 강하나가 4:2의 싸움이라 할 상황에서 2명을 죽여 버리는 동안, 양금호가 적 팀의 무공로를 시원하게 뚫어놓았다.

  영국 팀은 이제 다급해졌다.

  그들이 서로 간에 의견을 주고받았다.

  -어떡해야 하지?

  -한국 팀의 올라운더, 그 자식이 문제야.

  -그 녀석, 도대체 혼자서 몇 킬을 한 거야?

  -지금…… 12킬이군.

  -미쳤다. 이렇게 강한 헌터가 한국에 있었다니.

  -그건 지금 중요한 얘기가 아니야. 중요한 건 그가 혼자 킬을 독식한 게 오히려 우리에겐 기회라는 거지.

  -기회? 그래, 들어봐.

  그렇게 영국 팀의 새로운 작전이 수립되어 나갔다.

  한국 팀은 마법로로 진격했다.

  하지만 무결은 그들과 뭉치지 않았다.

  대신 혼자 팀으로부터 떨어져 초능력로의 길을 뚫기 시작했다.

  이제 무결에게 완전한 신뢰를 주게 된 한국 팀의 팀원들은 교전은 가급적 피하고 적 팀의 건물만 부수되, 위험하면 도망치라는 얘기를 충실히 따랐다.

  아니, 따르려 했다.

  ……놀랍게도 영국 팀이 택한 것은 마법로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홀로 동떨어진 무결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전략적으로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무결을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하늘새의 깃털].

  영국 팀 네 명이 아주 비싼 [하늘 새의 깃털]까지 사용해 가며 무결을 포위해 버렸다.

  "나 혼자 죽이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고 오셨나?"

  무결이 자신을 포위한 영국 팀 각성자들을 보며 웃었다.

  "당신을 죽이는 것이 저 셋을 죽이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세 면에서도, 효율 면에서도. 그렇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똑똑하군.'

  무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의 판단은 정확했다.

  무결은 12킬을 연속으로 함으로써 막대한 '현상금'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죽인다면 오히려 한국팀의 다른 선수들을 모두 죽이는 것보다 더 큰 골드를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 팀 기세의 주범을 한 번 꺾는다는 것은 기세상으로도 엄청난 이득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기세'는 팀 게임에 있어서 사실 매우 중요한 요소였고, 저들 또한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무결이 빙긋 웃었다.

  "올바른 판단이야. 하지만 당신들이 생각 못한 게 있어."

  "……?"

  "내가 당신들이 '그렇게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유도 했다는 점'."

  "그 무슨…… 아니, 이, 이게?!"

  영국 팀 각성자들은 당황해 버렸다.

  무결에게서 퍼져 나오는 마력이 갑작스럽게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뭐 이런 엄청난 마력량이……?"

  "그럼 아까는 왜……!"

  그들은 아까 전 포탑을 끼고 도망치던 무결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때도 충분히 성가셨는데, 그때보다 감추고 있는 힘이 많았다니?

  "그치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희가 날 포위해 주지 않을 거 였잖아?"

  그 말과 동시에, 무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경기를 보고 있던 모든 자들이 경악했다.

  무결이 네 명의 영국 팀 선수들을 상대로 보이는 모습.

  그것은 '압도'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무결이 희끗희끗한 속도로 움직일 때마다 영국 팀 각성자들은 그의 위치를 잡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이 쏘는 모든 공격은 소용이 없었다.

  무결의 옷깃조차 스치지도 못했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쳐놓은 모든 방어막이 소용이 없었다.

  무결의 총탄은 어떻게든 그 빈틈을 파고들어 그들의 몸에 틀어박혔으니까.

  전신을 방어 스킬 혹은 방어 아이템으로 두르고 있어도 소용없었다.

  무결의 총알은 그들의 방어막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부분을 찢어발기고 파고들었다.

  "어,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관전 중이던 각성자들이 경악했다.

  "저런 공격력이 [모험가의 협곡]에서 나올 수가 있단 말이야?"

  "저 사람, 방어 아이템은 하나도 안 사고 공격 아이템만 사길래 무슨 저런 무모한 선택을 하나 했는데, 저런 이유가 있었어……!"

  방어 아이템이 하나도 없다면 단 한 대의 공격만 받아도 치명타다.

  하지만 무결은 단 한 대의 공격조차 맞지 않고 다른 영국 팀 각성자들의 공격을 방어 혹은 회피해 내고 있었다.

  그 말을 반대로 하면, 그가 가진 모든 역량이 오로지 '공격'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무결은 한 방 한 방은 그의 마력과 합쳐져 괴랄한 능력을 내고 있었다.

  그런 묘기 같은 무결의 전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났다.

  전투가 끝났기 때문이다.

  [모험가의 협곡] 화면 속.

  무결의 발아래, 네 명의 영국 팀 각성자가 쓰러져 있었다.

  소리 없는 경악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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