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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186 [대전시 한복판 미스터리의 대학살 발생] (185/215)

  기계신과 함께 186 [대전시 한복판 미스터리의 대학살 발생]

  한국은 한창 대전시 한복판에서 발생된 대량 살인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수십 명의 사람이 일순간에 죽어 버린 원인 불명의 대참사.

  경찰과 헌터들은 CCTV 나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했지만 거기엔 그 어떤 원인도 남겨 있지 않았다.

  다만 가장 먼저 머리가 터진 경찰관이 도로 한복판에 가서 허공에 이상하게 손짓하는 것 외에는.

  사람들은 이것이 악질적인 각싱자가 벌인 일이라 생각했다.

  이런 원인 불명의 사건은 대개 몬스터가 원인이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니고 다니는 [휴대용 몬스터 탐지기]가 아무런 작동음도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 * 팀 아레나형 경기 [모험가의 협곡].

  대전시의 사건으로 한국이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8강의 경기일이 다가왔다.

  강하나는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겨 있는 무결에게 다가왔다.

  그가 상당히 경직되어 있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왜요, 긴장돼요?"

  그녀는 그것이 경기에서 오는 부담감이라 생각했다.

  "긴장이요?"

  무결이 슬쩍 웃었다.

  "걱정 마세요. 무결 씨라면 잘해 낼 테니까. 혹시 지더라도 무결 씨 탓하진 않을 테니 긴장 푸시고요."

  강하나가 무결을 격려했다.

  "하하, 경기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전혀요."

  무결이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예에? 그건 그것대로 또 곤란한 데요."

  강하나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마주 웃었다.

  "경기보다는……."

  무결이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

  "보다는?"

  "……아닙니다, 일단 경기에 집중 하죠."

  "싱겁네요."

  '여전히 비밀이 많아.'

  그것이 못내 섭섭했지만, 강하나는 그것을 티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팀장으로서의 역할로 되돌아갔다.

  게이트가 열리기 5초 전.

  "자, 다들 연습해 왔던 만큼만 해요. 지더라도 후회 없게! 알겠죠?"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언니!"

  양금호와 조솔이 그녀의 독려에 반응해 주먹을 꼭 쥐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무결은 속으로 그녀와 팀원들에게 사과를 보냈다.

  그는 연습해 왔던 대로 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들어가죠!"

  경기가 시작되었다.

  [던전 '모험가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팀원과 협력해 적 팀의 사령부를 파괴하십시오.]

  간단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다른 던전들에 비하면 상당히 불 친절한 메시지.

  무결은 메시지를 뒤로하고 상점에서 필요한 아이템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주어지는 골드로는 아주 기본적인 무기밖에 구매하지 못한다.

  무결은 그중 손에 익은 무기를 구매했다.

  [코일 건].

  무결이 첫 던전인 [최초의 던전]에서 얻은 무기 중 하나였다.

  '오랜만이구나.'

  저격에 특화된 조용한 장총의 그립이 무결의 손에 착 감겼다.

  그 외에도 남은 돈으로 [마력 포션]을 한 병 구매했다.

  무결은 연이어 스킬창을 확인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스킬이 봉인된 상태.

  1레벨일 때는 자신이 가진 스킬 중 하나의 스킬만을 찍어줄 수 있었다.

  무결은 그중 하나를 골랐다.

  [둔재보].

  [둔재보]는 스킬 숙련도가 다른 숙련도에 비해 매우 낮은데다, 1 레벨 스킬 포인트로는 1/5의 능력치밖에 못 발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도움이 되지.'

  무결은 숲속으로 들어가 [둔재보] [지보]를 사용해 빠르게 달렸다.

  마력이 쭉쭉 달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한국 팀 쪽의 숲속을 지나, 강을 건녔다.

  강을 건너서부터는 적 팀 쪽의 숲속이었다.

  -무결 씨? 무결 씨, 어디 가요!

  -저희 숲속 몬스터 사냥 안 해요?

  강하나와 조솔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초에 작전대로라면 지금 무결은 아군 숲속 몬스터를 사냥하러 가야 했다.

  "죄송하지만 좋은 작전이 떠올라서, 그대로 해보겠습니다.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하지만……!

  조솔이 당황해서 뭔가 이의를 제기하려는 때.

  -좋아요. 믿고 맡길 테니 보여줘요.

  강하나가 나서서 그녀를 제지하며 무결의 발언에 무게를 보태주었다.

  무결이 싱긋 웃었다.

  "기대에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작전은 사실 리스크가 너무 큰 작전이었다.

  '저들'의 입장에서는.

  그래서 일일이 설명해 납득시킬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강하나만은 자신을 믿어 줄 줄 알았다.

  오랜 시간 자신을 봐왔으니까.

  무결은 숲속 나무 위에 몸을 숨겼다.

  뽕!

  그는 [마력 포션]을 따 마시며 상대팀의 올라운더가 숲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번 상대인 영국팀의 올라운더는 초능력자였다.

  그는 무결이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숲속에서 생성된 몬스터를 잡기 시작했다.

  [파이어골렘]이라 불리는 꽤 강력한 몬스터였다.

  초반에는 상당히 잡기 힘들지만 [공격력 증가]라는 초반에 굉장히 이로운 버프를 주는 몬스터.

  이 몬스터를 잡는 것만으로 숲속 몬스터들 사냥이 굉장히 쉬워진다.

  무결이 분석한 바로, 저 영국 팀 의올라운더는 거의 80% 확률로 [파이어골렘]을 잡고 다른 몬스터를 잡는 식으로 레벨업 동선을 짠다.

  화르륵- 쾅!

  영국팀 올라운더는 [파이어골렘]의 뜨거운 주먹 공격을 피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 다시[파이어골렘]과의 싸움에 몰두했다.

  이곳은 영국팀 본진 근처.

  벌써 이곳에 한국팀 선수가 와 있을 확률은 굉장히 희박했다.

  이곳까지 온다는 것은 스킬을 전투 관련 스킬이 아닌 이동 스킬을 찍고도 마력을 온통 소모해서 와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해서라도 이곳에 온다면, 전투가 일어났을 때 자신처럼 전투 스킬을 찍은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거기에다 포션 한 개의 마력 차이도 있었고.

  영국 팀 각성자는 그래서 주변 경계를 소홀히 했다.

  무결이 노린 것은 그런 생각의 허점이었다.

  '짧게 끝내야 돼.'

  무결은 스코프를 통해 그를 신중하게 바라보며 타이밍을겠다.

  기습에 실패하면 적진 한가운데 포위되어 오히려 무결이 죽을 확률이 높았다.

  무결은 [파이어골렘]과 싸우느라 영국 팀 올라운더가 지쳐갈 때를 노렸다.

  그리고, 때가 왔다.

  '지금.'

  까닥.

  무결이 방아쇠를 당겼다.

  퓨풋- 두 개의 총알이 연속으로 각성자의 오른 어깨에 처박혔다.

  "컥!"

  영국 팀 각성자의 몸이 뒤로 조금 밀려나갔다.

  "제, 젠장."

  그는 적 팀의 공격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적을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그와 싸우던 [파이어골렘]이 그를 놔주지 않았다.

  화르륵- [파이어골렘]이 소리 없이 뜨거운 불주먹을 휘둘렀다.

  "크억!"

  영국팀 각성자가 주먹을 피하며 뒤로 점프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안타깝게도, 무결은 그가 피할 위치를 정확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의 행동 패턴은 이미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배틀 센스]로 낱낱이 분석된 후였기 때문이다.

  퓨풋- 두 발의 총알이 이번에는 정확히 그의 머리에 박혔다.

  사냥 때는 워낙 움직임이 격해 [디바이스 컨트롤]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은 헤드샷을 노릴 수 없었지만, 허공에 체류 중일 때는 달랐다.

  영국 팀 올라운더는 순식간에 들어온 강력한 일격에 체력이 바닥 나며, 미처 포션 병도 따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레벨 업!]

  이것이 시작이었다.

  레벨 업 포인트로 바로 [디바이 스 컨트롤]을 배워준 무결은 바로 '무공로'로 향해 적과 대치중이던 적 팀의 무인을 기습했다.

  그는 시종일관 양금호를 상대로 우세한 대결을 펼치던 적 팀의 무인은 무결의 기습에 깜짝 놀라 자신의 포탑으로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무결의 저격은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퓻, 퓻- [디바이스 컨트롤]의 능력치를 어느 정도 되찾은 무결은 아까보다 훨씬 정확한 저격을 가했다.

  "아악!"

  영국 팀 각성자가 양다리에 하나 씩 총상을 입고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무결은 적에게 치명타를 가하기 보다 기동력을 빼앗는 선택을 했다.

  그가 상대 팀 포탑 속으로 들어 간다면 더욱 잡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영국 팀 무인이 느려진 틈에 양금호가 그를 따라잡아 공격했다.

  무결과 양금호의 합공 속에 영국 팀 각성자는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 * *

  "야, 근데 원래 원거리 무기의 위력이 원래 저 정도였나?"

  밖에서 무결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한 각성자가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친구 각성자에게 물었다.

  "그러게? 영국 팀 무인 각성자인 '제레스'는 무려 랭킹 4위인데다가 밸런스형이라 저렇게 쉽게 총탄이 박히기엔 너무 높으신 몸이신데 말이지."

  [모험가의 던전]

  속 각성자의 능력치는 실제 각성자의 능력치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었다.

  그런 면에서 영국은 상당히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무려 랭킹 2, 3, 4, 6위가 [모험가의 협곡]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설마 저 신무결이란 각성자가 제레스보다 능력치가 좋나?"

  "에이, 그게 말이 돼? 신무결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각성자인데? 상대는 영국 4위고?"

  그들은 신무결의 초반부 활약을 단지 운 좋은 요행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그런 그들의 생각은 점점 바뀌어나갔다.

  "어, 어……? 신무결, 언제 저기에 가 있었지? 덕분에 기습으로 죽을 뻔했던 강하나가 살아났어!"

  "내가 보고 있었는데, 상대 올라운더가 도착하는 타이밍에 신무결이 귀신같이 강하나 백업하러 오더라. 그 전에 숲속 몬스터 사냥하고 왔는데, 낭비되는 시간이 1초도 없었어. 기계처럼 소름 돋는 플레이야."

  "어라, 영국 마법로의 마법사가 초능력로로 백업 가는데, 그걸 암살했어!"

  "아니, 어떻게 저기 매복해 있던 거야? 이건 마법사의 생각을 읽지 않고선 불가능한 거잖아!"

  그들은 마치 상대 팀의 행동을 속속들이 읽고 있다는 듯이 행동 하는 신무결이 오싹하게 느껴졌다.

  "그야말로 신출귀몰하군. 신기묘산(神機妙算)이란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닌 것 같아."

  그들은 경기 내내 상대를 수읽기에서 압도해 버리는 신무결의 플레이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평가는 아직까지 신무결이 '머리로 승부를 보는 타입'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사건이 일어났다.

  * * * -우리는 후반에 승부를 보면 돼!

  -초반에 조금 밀려도 괜찮아. 어차피 종합 능력치에서는 우리가 이겨. 차근차근 가자고.

  무결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영국 팀과 한국 팀의 격차는 좀처럼 벌어질 기미가 없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각성자의 본질적인 능력 차이.

  한국 팀에 랭킹 3위인 강하나가 있다지만, 양금호와 조솔은 각각 14, 15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영국팀은 2, 3, 4, 6위의 최고위 탱커들. 거의 강하나가 네 명이 있는 거라 봐도 좋았다.

  양금호와 조솔은 영국 랭킹 4위 와 2위의 헌터들을 상대로 분투했지만, 가면 갈수록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었다.

  기본적인 힘의 차이였다.

  영국 팀과 한국 팀의 헌터들이 능력을 되찾을수록 그 힘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었다.

  쾅, 콰쾅!

  무결의 활약으로 후반까지경기를 잘 끌고 왔지만, 결국 무공로와 초능력로의 포탑이 차례대로 완파 되었다.

  "좋아! 이대로 뭉쳐서 초능력로 포탑 하나 더 민다!"

  영국 팀 네 명이 뭉쳐서 초능력로로 진격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좋아, 힘을 대부분 되찾았군.'

  영국 팀을 가장 많이 죽여 빠르게 성장한 무결이 만족스레 주먹을 쥐었다 펴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이제는 거의 극후반까지경기를 끌고 온 만큼, 골드로 구매한 많은 아이템들이 그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힘을 되찾을수록 강해지는 것은, 비단 영국 팀만이 아니었다.

  [디바이스 컨트롤].

  완전히 힘을 되찾은 무결이 스킬을 발동했다.

  온갖 아이템들이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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