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과 함께 181 [대한민국 팀, 최약체 남아공 팀 상대로 극적인 승리].
[16강은 브라질과 맞붙기로.]
[강하나, 마법사 마법 라인 김섭강과 트러블].
무결은 스마트폰으로 강하나의 팀 아레나형 던전의 소식을 읽어보고 있었다.
거기 달린 댓글들도 함께.
-김섭강 트롤하는 거 봤냐?
-아니, 그 타이밍은 당연히 빠져야 되는 거 아니야? 게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인가?
-강하나가 스트레스받을 만해. 어휴.
-아니, 다른 나라 팀은 최고위 랭커들이 그렇게 줄줄이 나섰다는데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약한 애들로 나온 거야? 물론 강하나 빼고.
-내 말이.
대부분이 실수를 한 김섭강에 대한 비난과 고군분투하는 랭커 강하나에 대한 동정론이었다.
'강하나가 고생하는군.'
무결이 쯧쯧 혀를 차며 스마트워치를 꼈다.
'괜히 알려줬나?'
무결은 팀 아레나형 던전의 보상에 대해 강하나에게 알려줬었다.
이미 팀 아레나형 던전의 우승 보상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탐색자' 들이 밝혀냈다.
하지만 그 보상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무결이 강하나에게 그것을 귀띔해 준 바 있었고, 그것 그녀가 이렇게 무리하는 이유였다.
무결이 한창 강하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띠리리리리- 강하나였다.
"……."
무결이 스마트워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전화를 받으려는 순간, 기다리던 사람이 들어왔다.
"야, 이 자식아!"
작은 키의 꼬마아이가 씩씩거리며 무결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던전 월드 마스터키를 갑자기 사용해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은하수였다.
"내가 열어뒀던 게이트가 갑자기 닫혀버려서 작업이 다 중단됐었단 말이다!"
"미안해, 형. 긴급상황이었어서 그래."
무결이 강하나에게 '지금은 회의 중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놓고는 멋쩍은 표정으로 은하수를 바라보았다.
"긴급상황?"
"응,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었거든."
던전 월드의 게이트는 한쪽에서 열리면 다른 한쪽에서는 닫혀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무결은 쿠조의 오아시스 부족민들을 구하느라 '베히모스 월드'의 게이트를 연 적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은하수가 여의도 밑에 열어두었던 게이트가 닫혀 버려 작업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근데 어차피 거기 있던 것들 다 '대난투 월드'로 옮겨뒀으면서 뭘."
"그래도 거기서 몇 가지 실험을 하고 있었다고. 뭐, 아무튼 사람 구하려고 그랬다니 됐어. 그래서 사람들은 잘 구했고?"
"어. 덕분에 꽤 괜찮은 동맹도 생겼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라."
쿠조와 쿠이나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무결은 피식 미소 지었다.
그들 부족은 인근 대도시에 무사히 옮겨다 주고 왔다.
그들은 뛰어난 각성자들이니만큼 도시에서도 큰 환영을 받았다.
"다행이군. 던전 게이트야 다시 열면 되니까. 오픈 권한 다시 좀 줄래?"
"알았어."
무결이 은하수에게 다시던전 월드의 1회용 오픈 권한을 부여했다.
"그건 그렇고 로봇들 개발은 어떻게 돼가?"
이번에는 무결이 은하수에게 물었다.
그 말에 은하수가 씨익 웃었다.
"아크 엔젤은 아직 먼 모양이지만, 후후후……."
"뭔데? 뜸들이지 말고 빨리 얘기해 봐."
"[고르가스]는 완성되어 간다."
"뭐? 벌써?"
무결이 깜짝 놀랐다.
그가 지금까지 은하수와 엘리스에게 건넨 로봇 설계도는 두 개였다. 하나는 마법기술로 개발된 타이탄 [아크 엔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로 개발된 탑승로봇 [고르가스].
무결은 훨씬 일찍 획득한 [아크 엔젤]의 개발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고르가스] 또한 한참 후에야 개발이 완료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은하수는 무결의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엄청난 속도로 [고르가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게 다 우리 과학기술이 마법보다 훨씬 발전해 있었기 때문!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은하수가 의기양양하게 말하다가 말끝을 흐렸다.
"사실 [아크 엔젤]보다 [고르가스] 쪽에 적용된 기술이 쉬운 부분이 많았어. [아크 엔젤]은 워낙 고도의 술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병기였던지라 엘리스가 아직까지 애먹고 있는 것 같아."
"그렇구나."
무결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직접 양 기체를 탑승해 본 당사자 입장으로도 [아크 엔젤] 쪽의 성능 이 더욱 뛰어난 부분이 많았다.
"그럼 곧 탈 수 있겠네?"
무결이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아마도? 근데 그래도 몇 개월은 걸릴 거야."
"뭐, 이제까지 기다려온 것도 있는데,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 계속 잘 부탁해."
"오케이."
무결은 은하수와의 대화를 마치고 강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하나 씨."
-드디어 전화를 받아주시네요.
강하나는 살짝 삐친 듯한 목소리로 삐쭉거렸다.
그동안 무결이 전화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게 서운한 모양이었다.
"하하, 그동안 일이 좀 바빠서요."
무결이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뭐, 무결 씨 바쁜 건 세상 사람들 다 아는 거니까요. 이해해요. 그건 그렇고 제가 왜 전화할지 알고 계셨기 때문에 그렇게 제 연락을 피하신 거겠죠?
"아하하……. 알죠."
보나 마나 같이 저 [모험가의 협곡]에 참여해 달란 뜻이리라.
-그럼 전화를 받으셨다는 건 허락의 뜻으로 봐도 될까요?
"음, 제가 처리할 일이 많아서 ……."
무결이 곤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정말 한 번만 도와주세요! 지금 이 던전, 국가대항전 형식이라 전 국민적으로 관심 뜨거운 거 아시죠? 이러다 지면 개망신이란 말이에요!
강하나가 간곡한 어조로 무결을 설득했다.
그만큼 그녀는 힘들었다.
동료들이 그래도 아주 실력 없는 헌터들은 아니었지만, 타국의 쟁쟁한 랭커들과 비교하면 꿀리는 게 많은 것이 사실.
특히 이제 16강에 들어간 이상 만만한 팀은 하나도 없다 봐도 좋았다.
그리고 한국 탱커들이 개인적인 이 유를 들어 참전을 피한 탓에, 객관적인 전력에 있어서는 한국이 16강 중에는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었다. 무결이 고민하다 말했다.
"역시 제가 참가하는 건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스케줄이 이미 빡빡하거든요."
무결은 앞으로 들어가야 할 던전목록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 비싼 남자.
강하나가 실망한 어조로 물었다.
"하나 씨의 능력을 믿습니다. 보상이 나쁘지 않을 테니 열심히 해보세요."
-쳇, 알았어요. 끊습니다~ 강하나가 통화를 종료했다.
"흠, 삐졌나?"
무결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뭐, 현명한 사람이니 알아서 잘하겠지. 다음 던전 준비나 해야겠다."
그렇게 무결은 팀 아레나형 던전으로부터는 신경을 끄고, 다음 던전 준비에 들어갔다.
* * * [모험가의 협곡]은 특이한 던전이었다.
각성자들끼리의 팀 게임인 점도 그랬지만, 더욱 특이한 것은 던전 내부의 경기 내용을 볼 수 있는 스크린이 던전 자체에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모든 사람이 던전을 보라는 듯이.
한국 서울에 나타난 던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초의 던전]처럼 광화문 한복판에 나타난 [모험가의 협곡]에 달린 스크린에서는 대한민국 팀과 브라질 팀의 경기를 비추어주고 있었다.
당연히 이런 대박 이벤트를 언론에서 놓칠 리가 없었다.
전국의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이를 촬영하여 전국으로 생중계하고 있었다.
-아아, 조솔 선수, 상대와의 일대 일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 군요. 역시 브라질 6위의 랭커를 상대로 한국 15위는 벅찬 상대였던 걸까요.
-아무리 한국이 헌터 강국이라 그래도 랭킹 차이가 많이 나니만큼, 어쩔 수 없다고 봐야겠죠. 그래도 랭킹 차이에 비해선 열심히 버티고 있다고 봅니다.
-이대로라면 이기는 것은 힘들어 보이죠?
-불가능이라고 봐야겠죠. 특히 가장 아래 진격로인 마법로가 너무 힘들어 보이네요.
-마법사인 김섭강 씨가 조금 더 분발해 줘야 할 텐데 말이에요.
-그나마 올라운더인 강하나 씨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에 가능성을 걸어 봐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경기는 지금 20분째로…….
무결은 막 하나의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차 안에서 강하나의 고군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볼륨을 끄고 주섬주섬 아이템을 하나 꺼내 착용했다.
[아이기스의 방패]였다.
"아테나."
-그래, 오랜만이로구나.
[아이기스의 방패]로부터 아테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질문을 하려고 불렀습니다."
이번 던전을 클리어함으로써 '질문 포인트'가 쌓였다.
그래서 궁금한 점을 아테나에게 묻기로 했다.
그의 요즘 가장 궁금해하는 관심사는 '던전 월드'였다.
"얼마 전에 '던전 월드'로 추정되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던전 월드에 '제한시간'이란 게 없는 것 같더군요. 수만 년이나 지난 '던전 월드'인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한 것이었습니까?"
-후후, 가능하지.
"어떻게……. 제가 얻은 던전들에는 전부 제한시간이 존재했습니다. 두 개 다 3년이었죠. 그래서 하나는 지금 폐쇄되기 직전입니다만, 그 시간을 늘릴 방법이 있었던 겁니까?"
-있다.
"있단…… 말입니까?"
-그렇다. 방법이 궁금하더냐?
"……예."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지금까지 모은 카르마 포인트를 다 써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느냐?
"……."
'던전 월드'는 이 던전시대에서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 공간이라 할 수 있었다.
민간에 만약 '던전 월드'에 대한 것이 알려지게 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터였다.
-그런 안전한 곳이 있는데, 지금 이렇게 몬스터들이 창궐하는 위험한 곳에 우리들을 방치해 둘 거냐!
이렇게 외치며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각국의 '던전 월드'를 얻은 사람들이 침묵하는 이유였다.
던전 월드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자신들이 그 공간을 쓰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간제한 3년.
그 시간이 지나면 던전 월드는 자동으로 폐쇄된다.
그 활용 가치가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지구 어디에도 없는 안전지대의 시간을 무한히 늘릴 수만 있다면?
'……위험해.'
무결은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만약 그런 공간이 생긴다면, 그 누가 있어 죽을 각오로 싸우려 하겠는 가?
안전한 도피처가 있는데.
무결은 잠시 고민했다.
이 정보를 알아내야 할지.
하지만 이내 아테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일단 자신은 그 정보를 알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할 수 있었으니까.
"예,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후후, 방법은 간단하다. 여러 개의 '던전 월드'를 합치면 되는 것이지.
"던전…… 월드를요?"
-그렇다. 다만 던전 월드를 합칠수록 게이트가 불안정해져서 출입할수 있는 횟수는 줄어들게 된다. 서서히 외부세계와 단절되게 되는 것이다.
"……."
간단했다.
너무도 간단해서 문제였다.
하지만 무결은 일단 무결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었다.
죽어가는 '베히모스 월드'를 살릴 방법이 생긴 것이니까.
"그런데, 아무 던전 월드면 됩니까?"
-그렇다. 자, 이제 모든 포인트가 소모되었다. 다음 질문까지는 말을 아끼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아테나가 사라졌다.
"음……."
무결은 신음을 흘렸다.
그는 스마트워치에서 생중계되는 강하나의 경기를 바라보았다.
저 경기에 참가해야 할 이유가 갑자기 생겼다.
[모험가의 협곡]의 보상은, '던전 월드'였다.
아주 작디작아서 무결이 필요로 하지 않던.
무결은 음소거해 놓았던 소리를 다시 켰다.
-아아, 경기 시간이 30분을 넘어가고 있는 지금, 이미 대세는 너무나 많이 기울었습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팀의 탈락은 기정사실이…….
중계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음……. 기사님, 광화문으로 가주세요. 최대한 빨리요. 아니다, 제가 운전할게요."
"예, 알겠습니다."
은하그룹의 운전기사는 앞으로 자신이 당할 운명도 모른 채, 무결에게 핸들을 넘겼다.
"광화문으로 갈 테니, 벨트 꽉 매세요."
운전기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안전 벨트를 꼭 맸다.
"그럼 갑니다."
[디바이스 컨트롤].
부와아앙-!!
[모험가의 협곡]을 향한 무결의 광란의 질주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