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80 -어떻게 [테베르크의 발]이 두 개가 된 거냐!! (179/215)

  기계신과 함께 180 -어떻게 [테베르크의 발]이 두 개가 된 거냐!!

  안내자의 기억 속 동족들이 개발하던 무기는 [테베르크의 발]은 분명 하나였다.

  왼발 모양의.

  "멍청아."

  무결이 안내자의 기억 속 그 왼발 뒤에서 걸어나오며 말했다.

  "발은 원래 두 개 이상이라야 제역할을 하는 거야. 알겠냐? 하나는 방어용."

  그가 자신이 숨어 있던 왼발을 툭툭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그리고 하나는 공격용."

  무결은 이번에는 그를 공격하던 모든 병기를 부수고 되돌아와 왼발 반대편에 안착한 오른발을 두드렸다.

  [왼발은 거들 뿐.]

  슈리가 중얼거렸다.

  안내자는 그런 무결을 어이없게 바라봤다.

  -누가 그걸 몰라서 하나를 더 안 만든 줄 아나!!

  "이게 끝까지 사기 치네."

  무결이 그렇게 말하는 안내자의 목소리를 듣고 도리어 어이없다는 표정을 했다.

  "이거 너희가 만든 거 아니잖아?"

  -그걸어, 어떻게……!

  [테베르크의 발]은 무결이 파악한 바로는, '권능'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너희들이 이것을 개발했다면 정말 '신'에 다다른 능력이 있었어야 하는데, 다른 기기들을 보면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더란 말이지."

  무결이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어디선가 주워 온 거잖아?"

  정곡을 찔린 안내자가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든 사용하려고 그렇게나 아등바등 '연구'했겠고 말이야. 안 그래?"

  무결이 파악한 바로 실상 고대 종족이란 자들도 지금의 인류와 문명 수준에 있어 그렇게까지 많은 차이가 나는 종족이 아니었던 듯했다.

  인류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의 과학과 마법 수준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정도는 인류에서도 몇 년도 지나지 않아 따라잡을 수준이었다.

  던전에서 쏟아지는 문명의 힘으로.

  "너희, 다른 곳에도 이렇게 '던전 월드'로 만든 공간이 있지? 거기가 어딘지 말해줄 수 있나?"

  -……큭큭, 큐브롤 제대로 해석한 게 아니었나 보지? 거기에 다 적혀 있었을 텐데.

  간만에 비꼴 거리가 생겨서 그런지 안내자 녀석이 삐딱하게 물었다.

  "그래, 솔직히 다 해석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말해주는 게 너희 종족에게도 이득일 텐데? 왜냐면 그곳에도 우리 몸을 노리는 너희 동족이 있을 것 아닌가?"

  -네 녀석이 가봤자 그곳에 있는 [테베르크]의 다른 파츠만 빼앗기고 말 것 같아서 별로 얘기해 주고 싶지도 않군.

  "네가 더 시간을 끌면 내가 나가기가 더 힘들어질 텐데?"

  -그렇긴 하지만 이미 시간은 충분히 끈 것 같군. 큭큭. 이제 자폭까지 5분밖에 안 남았다.

  "뭐, 아직은 여유롭네.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고 다시 보진 말자."

  무결은 자리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 했다.

  녀석과의 짧은 대화에서도 여러가지 정보를 얻은 만큼 더욱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젠 정말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여기 들어오길 잘했다. 정말 많은 정보를 얻었어.'

  특히 [테베르크]라는 신비한 병기가 다른 어딘가에 파츠별로 흩어져 있다는 것.

  그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테베르크]를 무결이 충분히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제 나가서 그 파츠들을 찾는 것이 무결의 목표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려면 일단 여기서 무사히 나가야 돼.'

  남은 시간은 약 5분.

  방해물 없이 전속력으로 달려도 조금 빠듯하긴 했다.

  하지만 방해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하하, 누가 그렇게 쉽게 보내준다고 했더냐!

  연구소 내부에서 악의에 가득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무결이 달리는 길에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놈이 한 말의 의미가 드러난 것은 얼마 안 가서 였다.

  피라미드를 벗어난 직후.

  사방이 환하게 탁 트이자마자-

  "크락아아아!"

  피라미드를 들어오기 전에 마주쳤던 고질라 녀석이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씩이나서 있었다.

  그뿐이랴.

  공중에서 활개치고 있는 몬스터의 수는 더욱 늘어나 있었다.

  정글 곳곳에 퍼져 있던 놈들이 모조리 몰려든 듯했다.

  놈들이 무결의 전진을 방해하기 위해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 보였다.

  무결이 차가운 눈으로 눈앞의 놈들을 노려보았다.

  "미안하지만 너희들 상대할 시간 따위는 없다."

  무결이 하늘 위로 뭔가를 던져 올렸다.

  주먹 크기로 작게 축소된 [테베르크의 발]이었다.

  큰 사전 동작이 없었음에도 [테베르크의 발]은 무서운 속도로 하늘을 뚫고 더욱 위로 치솟았다.

  피융- 고질라의 머리를 넘어 공중 몬스터들을 지나쳐 구름을 뚫고 올라가 사라져 버렸다.

  -하하하하! 뭐냐, 기껏 얻은 아이템을 날려 버린 거냐? 자포자기라도 한 거냐?

  뒤에서 안내자 놈의 비웃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무결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현현 (顯現)."

  그와 동시에 해가 사라지고, 땅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뭐, 뭐……?

  안내자의 신음 소리.

  "[테베르크의 발]의 실제 크기는 처음 보지?"

  무결이 빙긋 웃었다.

  300미터가 넘는 크기의 '고질라'들이 콩알만하게 보일 정도로 거대한 발이, 하늘에서부터 지상으로 낙하 하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스케일의 발이- 콰아아아아앙---!!!

  무결의 눈앞의 모든 것을 짓밟아 내렸다.

  시끄럽던 괴물들의 소음이 일시에 사라졌다.

  "조용해져서 좋군."

  -…….

  "그럼 잘 있으라고."

  -…….

  무결이 피라미드의 입구를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는 발밑에 생성되는 역장을 디딤돌 삼아 계속해서 허공을 박차 튀어나갔다.

  [테베르크의 발]은 저절로 무결에게로 날아와 그의 [공간주머니] 속으로 몸을 숨겼다.

  무결은 그렇게 역장을 밟아 나가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쿠이나와 천천히 걸어왔을 때는 긴 거리였지만, 그렇게 전속력으로 달리니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기까지는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눈앞에 큐브롤 꽂아 넣었었던 토템이 보였다.

  이제 저기에 토템을 꽂기만 하면 다시 바깥 세계로 탈출할 수 있을 터였다.

  "여유롭군."

  무결이 웃으면서 토템에 큐브롤 꽂아 넣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

  무결이 당황에 가득 차 큐브를 다시 뺐다 꽂아보았다.

  "왜 안돼?"

  이제 핵폭발 수십 배 위력의 폭탄이 터지기까지 1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

  무결이 황당한 심경으로 [하늘의 눈]을 발동시켜 큐브를 바라보았다.

  -이름 : 테베르크의 동력석 -희귀도 : 유니크 -상태 : 봉인 일부 해제, 에너지 고갈.

  -설명 : 막대한 힘이 봉인되어 있는 고대병기의 동력석.

  '에너지 고갈……!'

  무결은 뜨악하고 말았다.

  방금 [테베르크의 발]을 현현시키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만 것이다.

  무결이 토템에 박혀 있는 큐브에 그대로 손을 얹었다.

  그리고 [디바이스 컨트롤]을 발동시켜 마력을 주입했다.

  '제발, 어서……!'

  큐브의 에너지와 무결의 마력은 성질이 조금 달라서 충전 효율이 별로 긴 했지만, 어쨌든 조금씩이나마 큐브의 에너지가 차오르고 있었다.

  [마스터, 10초 남았습니다.]

  슈리가 폭발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 주었다.

  [카운트다운 7, 6, 5..]

  "이익.!"

  무결은 정말이지 온힘을 다해 탈진 할 정도로 마력을 큐브 속에 쑤셔 넣었다.

  기가 다 빨려나가서 탈력감이 들 무렵.

  [2 초, 1 초……!]

  번쩍- 저 멀리서부터 빛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무결의 몸이 하얀 빛에 삼켜졌다.

  * * * 팀 아레나형 던전 [모험가의 협곡].

  한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4:4 매치가 진행되고 있었다.

  "섭강 씨! 그쪽으로 두 명 가고 있어요, 뒤로 빠져요!!"

  강하나가 원거리 통신으로 외쳤다.

  -마법 한 방만 더 날리면 상대 마법로 포탑 철거합니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마법사 김섭강이 마법을 충전하며 김하나에게 응답했다.

  "안돼요! 지금 빠져야 해요!! 적들이 곧 거기 도달한단 말이에요!"

  -거의 다 됐……! 악! 적들입니다!

  "아, 그러니까 빨리 빠지시라니까!"

  강하나가 입술을 깨물며 양금호에게 통신을 보냈다.

  "양금호 씨, [하늘새의 깃털]로 섭강 씨 지원 가요!"

  -알겠습니다.

  무인인 양금호가 원거리 이동 아이템인 [하늘새의 깃털]를 사용하려 했다.

  -이런! 상대방이 마크합니다! 지금 사용하면 캐스팅이 끊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양금호로부터 절망적인 통신이 왔다.

  "젠장."

  그리고 잠시 후.

  -아악! 사망했습니다!

  김섭강으로부터 다시 통신이 왔다.

  지금은 경기 후반부.

  4:4 싸움에서 한 명이 죽어 4:3 구도가 되었다는 것은 경기가 크게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3분 정도 후면 김섭강도 다시 부활할 테지만 3분은 전세가 기울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언니, 적들이 '그리핀 후작'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그리핀 후작.

  [모험가의 협곡]의 강력한 몬스터로, 죽이기만한다면 팀 전체에 강력한 버프를 부여하는 몬스터였다.

  "막아야 돼!"

  지금 적들이 그리핀 후작을 잡고 본진으로 진격한다면 막을 방도가 없었다.

  그리핀 후작을 놈들이 잡지 못하도록 방해해야 했다.

  "아니, 잠깐."

  강하나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그냥 막는 척만한다."

  그녀가 도박수를 두기로 했다.

  도박에 기대지 않고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양금호 씨, 적들 앞에서 얼쩡거리면서 막는 척만 하다가, 적들이 그리핀을 치기 시작하면 우리한테 합류해요."

  -어떡하려 그러십니까?

  "적들에게 끌려다니기보다 우리가 먼저 주도하려고요."

  그녀가 작전을 설명했다.

  -……정말 도박이로군요.

  "지금으로선 이거라도 해야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곧 그리핀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핀의 피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나갔다.

  "지금이다! 가자, 솔아!"

  "예, 언니!"

  강하나와 조솔이 숨어 있던 수풀 속에서 튀어나와 아까 김섭강이 치던 타워를 순식간에 부숴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적진 쪽으로 진격했다.

  "앗! 강하나가 본진털이를!!"

  "괜찮아! 저긴 마법로라서 마법사 없이는 진격이 느려! 강하나는 무인이고 조솔은 초능력자야! 게다가 가장 공격력이 센 무인인 양금호는 여기 있어!"

  남아공의 지휘관 격이 각성자가 아군들을 달래며 외쳤다.

  "계속 쳐!"

  하지만 그들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방금 전까지 검기를 날리며 그들을 견제하던 양금호가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수풀 속으로 사라지고 있단 점.

  그리고 남아공 지휘관이 말한 '마법사'는 강하나 팀에 김섭강하나가 아니었다는 점.

  "도착했습니다!"

  몰래 [하늘새의 깃털]을 사용하는데 성공한 양금호가 강하나 뒤쪽으로 뛰어오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나도 이제 전력을 다하겠어요."

  강하나가 자신의 고유 스킬 [108 정령의 가호]를 발동시켰다.

  그녀의 몸이 가장 물리적 위력이 뛰어난 대지의 정령과 동화되었다.

  "부숴 버려요!"

  강하나가 엄청난 힘으로 적 본진 쪽의 건물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건물들이 빠른 속도로 부서져 나갔다.

  "뭐, 뭐야? 저 녀석 왜 저렇게 센 거야!!"

  아군 건물들의 내구도가 급속도로 깎여나가는 것을 본 남아공의 각성자들이 경악했다.

  많은 사람들이 강하나를 '무인'으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는 '전투 정령사', 즉 마법사의 한 갈래였다.

  즉 그녀는 '마법사'로서 가장 아래 쪽 진격로의 '마법사의 스킬 능력 2 배 버프'를 온전히 받을 수 있었다. 강하나와 양금호, 조솔은 최선을 다해 건물들을 때려부수며 적의 사령부 건물로 진격했다.

  적들은 서둘러 귀환 아이템을 사용 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아악, 안돼!!"

  쾅!!

  강하나의 마지막 일격이 적의 사령부를 부쉈다.

  [승리!]

  강하나의 눈앞에 승리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렇게 대한민국 팀은 최약체라 평가받는 남아공 팀을 상대로, 간신히 승리할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