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과 함께 174 1년 후.
무결은 스마트워치로 기사를 검색 해 보고 있었다.
['팀 아레나형 던전' 등장]
-세계 각국 수도에 거대한 던전 게이트가 생겨났다. 유독 그 크기가 큰 던전 입구와는 다르게 단 세 명 만이 입장할 수 있는 던전이다.
던전을 분석한 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큰 보상이 걸려 있는 '팀 아레나 형 던전'으로, 같은 게이트에 입장 한 사람들끼리 한 팀이 되어 다른 게이트 입장자들과 싸우는 방식이다.
즉 국가대항전 형식의…….
[이지스 클랜 강하나, '팀 아레나형 던전' 참가 표명]
-이지스 클랜의 로드이자 우리나 라의 가장 유명한 각성자 중 하나인 강하나가 이번에 서울 광화문에 생긴 '팀 아레나형 던전'에 들어갈 멤버 중 하나가 된다. 그녀는…….
무결이 기사들을 읽고 있을 때였다.
띠리리링- 갑자기 스마트워치 화면 한구석에 전화가 왔다는 표시가 떴다. 발신자를 보니 강하나였다.
"……."
무결은 가만히 스마트워치를 들여다보다가 빨간 버튼을 눌렀다. 울리던 전화벨 소리가 꺼졌다.
보나 마나 같이 저 '팀 아레나형 던전'에 참여하잔 소리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무결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일찍 탐사를 마치고 돌아가려 그랬는데.'
그랬다면 어쩌면 강하나의 요청대로 저 '팀 아레나형 던전'에 참여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슬슬 그도 명성을 알려야 하는 때였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탐사가 지지부진해 졌다.
일전에 2차 재앙형 던전에서 특정 해낸 큐브의 발굴지.
비록 다른 차원에서 발견된 장소지만, 분명 지구의 같은 장소에도 비슷한 것이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무결은 1년여 동안 여러 던전을 클리어하면서도 틈틈이 그곳이 있을 법한 곳을 탐색했다.
그러나 없었다.
찾지 못했다.
"휴우, 어디 있는 거야."
무결은 이집트의 한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아 툴툴거렸다.
이곳이 그가 탐색한 20번째 피라미드였다.
이곳에도 없었다.
이 주변의 피라미드는 이미 다 탐색해 봤다.
웬 미라나 이집트 유물들만 발굴했지, 별다른 건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무결이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이제 정말 슈리가 특정해 준 장소로부터 반경 수십 킬로미터는 다 뒤져 봤다.
"역시 이 세상엔 없는 건가? 아니면 위치가 바뀐 건가?"
슬슬 '포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무결이 그렇게 고뇌에 빠져 있을 때.
무언가가 무결이 앉아 있는 피라미드로 날아왔다.
쉬이이잉-미사일이었다.
하지만 무결은 그 미사일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고 계속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꿀렁- 무결의 주변이 묵직한 파장을 내뿜는다 싶더니- 쉬이익…….
날아오던 미사일이 그대로 무결의 근처에서 멈추어버렸다.
개량된 [하이퍼키네틱 레지스터]의 힘이었다.
하지만, 미사일은 굉음을 내며 그 자리에서 그대로 폭발했다.
쾅!!
미사일 파편과 화염이 무결에게로 날아들었다.
위잉- 역장이 무결의 앞에 생겨나며 날아드는 파편들을 모조리 쳐냈다.
"귀찮은 놈들."
무결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공간주머니]에서 총들이 사르륵 빠져나와 날아올랐다.
그리고 미사일을 쏜 대상을 향해 반격을 가했다.
뿅- 뿅- [이온 캐논]들이 연거푸 이온화 에너지를 내뿜었다.
이온화 에너지가 사막의 모래를 뒤집어엎었다.
모래가 흩어진 자리에는 거대한 화염구덩이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곳으로 몬스터 한 마리가 드러났다.
기계로 이루어진 애벌레가 반토막이 난 채로 절단면이 녹아 흘러내리고 있었다.
먹이를 찢어발길 수 있도록 고안된 날카로운 이빨.
미사일을 내뿜는 입.
메카 웜 (Mecha Worm)이었다.
그리고, 놈들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슈우우응- 수십 발의미사일이 무결이 앉아 있던 피라미드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무결이 피라미드에서 점프해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가 있던 자리에 수십 발의 미사일이 내리꽂혔다.
콰콰쾅-!!
무결이 역장을 디디며 허공을 달렸다.
그럴 때마다 그의 뒤로 미사일이 꼬리처럼 날아들어 터져댔다.
무결은 [이온 캐논]을 조종해 지상의 모래 속에 숨어 있는 [메카 웜] 들을 하나씩 터뜨려나갔다.
"어~이!"
그런 무결을 멀리서 부르는 존재가 있었다.
1km가 넘는 거리라서 못 알아챌 법도 하건만, 무결은 정확히 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곳에는 190cm가 넘는 거구의 흑인 남자가 그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쫓겨 다니느라 바쁘시구만~"
그가 무결을 보며 낄낄 웃었다.
"신경 끄고 갈 길이나 가시지!"
무결이 옆 사람에게 건네듯 투덜거리며 말했다.
놀랍게도 1km 밖에 떨어져 있던 흑인 또한 무결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했다.
"안 그래도 그러려는데 네 녀석이 쫓기는 꼬라지가 너무나 웃겨서 말이지! 큭큭!"
그가 그렇게 잠깐 웃다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경고하는데, 우리 구역으로 침범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더군다나 그런 몬스터 조무래기들을 이끌고."
"예, 예. 지금까지 그 말한 게 백 만스물한 번째 같다. 귀에 딱지가 앉을 것 같으니 같은 얘기 그만하라고."
무결이 귓구멍을 파며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흥! 엄살은. 아무튼 알았으면 됐다!"
무결에게 경고를 보낸 흑인의 이름은 '쿠조'.
처음 무결이 아프리카에 도착했을 때 숱하게도 부딪쳤던 녀석이었다.
녀석은 엄청나게 강한 각성자였다.
그 신무결조차 쉽게 보지 못할 정도로.
사실 무결이 작정하고 그의 목숨을 노렸으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결은 저 녀석이 이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녀석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그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
저 녀석이 사라지는 것만으로 아프리카 북동부 일대는 몬스터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럼 욕보라고. 나는 이만 간다."
쿠조 또한 술한 싸움에서 무결이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고 빠졌다.
한데 그때.
쉬이이이이-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사막 저 한편에서 울려 퍼졌다.
그 위치를 가늠한 쿠조가 사색이 되었다.
"이, 이런!"
그가 즉시 순찰용으로 타고 다니던 자신의 지프차에 올라타 그곳으로 향했다.
방금 폭음이 울린 곳은 그의 근거 지인 오아시스가 있는 방향이었다.
그곳에는 그의 부하들과 처자식이 있었다.
"흐음……."
그가 지프차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무결이 볼을 긁적였다.
"어쩔까, 슈리?"
[따라가 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역시 그게 좋겠지?"
무결이 히죽 웃었다.
방금 쿠조가 자신들의 구역을 침범 하지 말라고 했던 말 따위는 이미 뇌리에서 잊힌 상태였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쿠조의 오아시스는 쿠조의 방해로 지금까지 미처 탐색하지 못했던 곳. 기회라면 지금밖에 없을 듯했다.
"여차하면 또 한판 뜨면 되겠고. 일단 가자!"
그렇게 무결이 쿠조의 오아시스가 있는 방향으로 발을 박찼다.
그의 몸이 쭉쭉 늘어나며 오아시스 방향으로 사라졌다.
그의 뒤에는 어느새 처참하게 부서진 [메카 웜]들의 잔해가 사막의 모래 위에 쓸쓸히 놓여 있었다.
* * * 쿠조의 오아시스는 현재 아비규환이었다.
[메카 웜]과 [샌드 웜], 그리고 [켄타우로스]들이 무차별적으로 오아시스를 침범하고 있었다.
"크악! 막아!!"
"여길 뚫리면 우리의 처자식이 저 놈들의 먹이가 된다!!"
쿠조가 기른 정예 각성자들이 놈들을 막아서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몬스터들의 침공이야 늘 있는 일이었지만, 오늘만은 어쩐지 그 수가 더했다.
쿠조가 그 모습을 발견한 것은 사구하나를 넘은 뒤였다.
"이 개애자식들이!!"
그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며 지프차에서 내린 다음,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몸 주위를 푸른빛이 휘돌기 시작했다.
그 푸른빛은 늑대의 형상을 해 그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앙- 그가 달리는 속도가 네 배정도로 빨라졌다.
그는 늑대와 같은 네발로 달리고 있었다.
그가 오아시스에 도착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콰직- 막 그의 부하의 머리를 물어뜯으려던 커다란 벌레 몬스터 [샌드 웜]의 머리가, 반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쿠조가 손을 휘두르며 생긴 결과였다.
그의 몸 주변을 휘두른 기의 형상이 계속 변화했다.
늑대였던 형상이 곰의 형상으로, 사자의 형상으로.
그럴 때마다 몬스터들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그의 활약으로 전선은 어느 정도 위기를 벗어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쿠구구구구…….
지축이 떨리기 시작했다.
잠시 전투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 쿠조의 눈이 암담하게 물들었다.
"……젠장."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의 몬스터가 그의 오아시스를 포위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몬스터의 수가 점점 늘어가더니, 결국은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그 혼자 탈출하려면 당연히 가능했지만, 그에겐 지켜야 할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이 오아시스에.
"으아아아아!!"
그가 고함을 지르며 온몸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의 몸에…….
사르륵.
모래정령의 기운이 깃들었다.
그가 부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영혼의 힘.
"끄으으.. 아악!!"
그가 힘겨운 듯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사르르르륵-- 그의 오른편에 있는 모래 전체가 허공으로 일어났다.
그가 오른손을 앞으로 휘두르며 주먹을 꽉 주었다.
사르르륵- 그러자 모래가 마치 해일처럼 일어 몬스터들을 휩쓸었다.
"끼이이익!"
몬스터들이 모래에 휩쓸려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모래 아래 숨어 있던 놈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래의 파도는 일시적으로 그의 오른편에 있던 몬스터를 모두 뒤로 물려 버렸고, 그중 많은 수의 몬스터가 몸의 일부를 잃은 채로 허우적거렸다.
"헉, 헉."
하지만 쿠조의 상태도 좋지만은 않았다.
엄청난 마력을 소비하는 기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달려드는 몬스터는 많았다.
"젠장."
쿠조가 이를 악물며 다시 한번 기술을 발동시키려던 때였다.
"어~이!"
누군가가 멀리서 쿠조를 불렀다.
쿠조가 그곳을 바라보았다.
무결이 그를 향해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게 내가 진작 마을을 옮기랬잖아."
"닥쳐."
쿠조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혀를 차는 무결을 보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지금의 상황이 무결 탓도 아니건만, 왠지 무결이 원망스러웠다.
쿠조 본인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무결의 입이 열리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가 마음속으로는 사실 무결의 도움을 매우 바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도와줄까?"
그렇게 묻는 무결의 말이, 쿠조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쿠조가 간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