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68 -으으, 빌어먹을 인간 놈들. 왜 인간들은 이렇게 우리 신들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167/215)

  기계신과 함께 168 -으으, 빌어먹을 인간 놈들. 왜 인간들은 이렇게 우리 신들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아테나가 파파라치에 시달리는 연예인이나 할 법한 소리를 해대며 부들부들 떨었다.

  "다 선망의 대상이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무결이 천천히 아테나를 얼렀다.

  -우리가 세상에서 물러난 지 벌써 몇 세기나 됐는데 아직도 그것 갖고 해명해야 한단 말이냐!! 다 필요 없다! 난 가겠다!

  그녀는 그렇게 빼액 소리를 지르고 사라져 버렸다.

  무결이 혀를 쯧쯧 찼다.

  "차였네, 차였어."

  왠지 [아이기스의 방패]가 손목에서 부들부들 떠는 것 같았다.

  [마지막 세 번째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은 놀라운 능력으로 이벤트 몬스터 트리톤을 처치하셨습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위업을 이룬 대가로 모든 스테이터스와 스킬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그래, 이게 사실 나 아니면 불가능하긴 했지.'

  그 개고생을 했으니 이 정도 보상 쯤은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초 뒤 던전에서 퇴장됩니다.]

  아차.

  퇴장 메시지가 흘러나오자 무결은 얼른 [유가선공]을 발동시켜 얼굴을 바꾸었다.

  잠시 후 그의 몸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그렇게 중국발 2차 재앙형 던전은 무결에 의해 무사히 클리어되었다.

  * * * 파앗- 빛이 사라지고, 무결이 모습을 드러 내었다.

  "어…… 엇!!"

  던전 주변에 이리저리 앉아 있던 기자들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갑자기 이곳에 등장했던 재앙형 던전이 사라지고, 그곳에 사람이 나타 난 것이다!

  "크, 클리어되었다!"

  기자들은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었다.

  찰칵찰칵!

  이런 경우 매스컴에 노출되기 싫어 그냥 도망가 버리는 헌터들도 비일 비재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무결이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재앙형 던전치고 대기하고 있는 기자의 수가 적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원래라면 이곳에 대기하고 있어야 할 중국 헌터 협회의 요원들도 없었다.

  중국은 나름 체계가 잘 잡혀 있어서 던전에서 다쳐서 나온 헌터들을 위해 의료 수송 인력을 던전 주변에 대기시켜 두고는 했다.

  그런데 그런 인원조차 없었다.

  무결은 그 모습을 보고, 만족했다.

  '계획대로 되어가나 보군.'

  재앙형 던전에 들기 전에 생각해 둔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면 이렇게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당연했다.

  "헌터님! 헌터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헌터님께서 재앙형 던전을 클리어 하신 건가요!?"

  "다른 참가자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주변에 몰려든 기자들로부터 정신 없이 질문이 쏟아졌다.

  무결이 잠시 차분하게 손을 들어 올려 기자들의 소란을 가라앉혔다.

  "한 분당 하나의 질문을 대답해 드릴 테니 천천히 말씀하십시오."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안타깝게도 함께 들어갔던 각성자들께선 모두 전사하셨습니다. 먼저 그에 대한 조의를 표합니다."

  무결이 잠시 고개를 숙여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간혹 플래시를 터뜨리는 무례한 기자들이 있긴 했지만, 장내가 그로 인해 더욱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무결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상황 속에서 기자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가 내뿜는 부드러운 기파가 성질 급한 기자들의 기질을 더욱 조용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이번 제2차 재앙형 던전의 생존자는 저 하나뿐입니다. 제 이름은 ……."

  그의 눈빛이 빛을 발했다.

  "이한철입니다."

  찰칵찰칵.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 * * 지금 중국은 큰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머리를 쥐고 괴로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부분 각성자인 자들이.

  덕분에 치안에 막대한 지장이 생겨 버렸다.

  "아아악!"

  한 헌터가 주저앉아 머리를 감싼 채로 주저앉아 있었다.

  그는 베이징을 지키는 방어 인력으로, 지금 몬스터와 맞서 싸우던 중이었다.

  "장유청 헌터님!!"

  한 헌터가 그 헌터의 이름을 부르 짖으며 달려드는 다른 몬스터를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안돼!!"

  콰직콰직.

  그들은 달려드는 몬스터들에 의해 한 줌의 고깃덩이로 변해갔다.

  이처럼 헌터들이 갑자기 이성을 잃고 괴로워 하는 일이 지금 몇 분 전부터 중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몬스터들과 싸우던 헌터.

  그들을 통솔하던 헌터.

  후방에서 휴식을 취하던 헌터.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헌터들이 한꺼번에 머리를 쥐며 주저앉는 바람에 지금 중국 전체에는 비상사태가 걸려 있었다.

  대몬스터 업무와 던전 공략 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업무 체계가 모두 마비된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하나의 세력이 움직이고 있었다.

  * * * 카이가 암중에서 모두를 지배했던 곳이자 무결이 카이와 재회한 곳이었던 암룡각(暗龍閣).

  그곳에서 비상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위잉- 위잉- 커다란 지하 동혈 속에 위치한 그 전각의 내부를 일단의 침입자들이 달리고 있었다.

  그 선두에 선 것은 놀랍게도 세뇌에서 풀려난 후, 무결의 지령을 받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위청천이었다.

  그런 그의 뒤로 중국의 전통복 치파오를 입은 노인들이 따라 달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노인치고 강렬한 기파를 내뿜는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주변으로 강력한 각성자들이 모두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달리고 있는 그들의 앞을 막았을 이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들은 시끄럽게 울리는 경보음에도 침입자들을 경계하기는 커녕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위청천의 뒤를 따라 달리던 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허허, 정말 위청천의 말대로 될 줄이야."

  "이들이 다 세뇌되어 있던 자들이란 말이지?"

  "카이가 정말…… 죽은 겐가?"

  그들은 암중에 숨어 중국을 조종하는 카이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에 저항하고 있던 중국 무림계의 세력이었다.

  이미 너무나 탄압되어 그 세력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그 덕에 카이에게 크게 거슬리지 않고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져 온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무결과 구자운이 찾아 내고, 위청천이 접촉한 끝에 끌어낸 것이다.

  곧 카이의 아성이 무너지리란 믿을 수 없는 정보로.

  처음엔 그들도 믿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소리였던 것이다.

  그들이 알고 있는 카이는 그렇게 쉽게 무너질 놈이 아니었다.

  중국의 수많은 유력 인사를 장악하고 모든 정재계 인사들을 자기의 수 족으로 만들어버린 놈을 무너뜨릴 방법은, 그들의 생각에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더 이상 카이에 대항할 의욕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위청천이었다.

  그는 자신들 쪽의 오러클이 '카이가 곧 무너질 것이고, 그 공백을 차지하려면 지금 움직여야 할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고 했다.

  당연히 그들은 쉽게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카이가 그들을 끌어내기 위한 거짓 정보라면?

  혹은 능력 없는 자의 헛소리라면?

  그런 의심이 가득한 눈길로 위청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위청천은 차근차근 설득해 나갔다.

  그들의 의심을 하나하나 걷어주고, 무결이 얘기한 대로 카이에게 세뇌 된 사람들이 저절로 무너질 때를 기다리며 타이밍을 재고 있었던 것이다.

  곧 무결의 말대로 수많은 헌터가 공황상태에 빠져 버렸다.

  '혹시나?'하고 위청천의 말을 들었던 인사들은 빠르게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카이의 공백을 차지할 기회를.

  그들은 대부분 카이가 나타나기 전, 한때 중국을 주름잡던 유력 인사들이었다.

  카이가 그들이 가진 거의 모든 것을 빼앗았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을 간다고, 그들이 건재하던 시절 키우고 심어놓은 인맥들은 아직 중국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위청천의 말을 따라 그 인맥을 총동원해 중국 각지의 관공서, 언론, 기업들을 습격했다.

  그리고 카이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이 암룡각은 위청천과 저항 세력의 핵심부 인원이 모두 함께 쳐들어갔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뛰어난 각성자였다.

  곧 카이가 자신의 심복 두어 명 외에는 출입을 허가하지 않던 암룡각의 지하구역들이 하나둘씩 파헤 쳐졌다.

  그 속에는 끔찍한 인체 시험들이 자행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실험 대상으로 잡혀온 사람들.

  그리고 카이에게 세뇌되어 그들을 단지 연구 자료로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과학자들.

  인간의 뇌를 주제로 한 연구 프로젝트들이 그곳에서 가동되고 있었다.

  카이가 자신의 [광뇌조작] 능력을 늘리기 위해 시행한 다양한 시도들이었다.

  연구 대상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잡혀온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주로 아름다운 여인들.

  어떤 목적으로 잡혀왔는지는 대강 다들 짐작할 수 있었다.

  '호색한 새끼.'

  '변태 자식.'

  카이가 그녀들을 상대로 벌인 흔적을 보며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가장 아래층 지하에서 발견되었다.

  "이, 이것은……."

  그것은 적출된 인간의 뇌들이 진열 되어 있는 전시장이었다.

  사방에 인간의 뇌만 둥둥 떠다니는 수조가 가득한 방.

  사람들은 오직 뇌만이 남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든 카이의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모두에게 안식을 줍시다."

  위청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카이에 의해 세뇌된 자들이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가 제정신을 찾기까지는 대략 3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동안 몬스터와 싸우던 자들이나 던전속에 있던 자들의 일부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그렇지 않은 헌터들은 자신의 이성을 되찾고 결국 자신이 카이에게 지배당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꼭두각시처럼 부렸던 존재가 있었음에 경악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들이 풀려난 것이 그 존재가 사멸해서 그런 것임을 깨달았다.

  엄청난 충격이 중국을, 아니,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한 나라가 단 한 사람에 의해 지배되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아니, 그에게 지배된 것은 비단 중국이라는 한 나라만이 아니었다.

  중국 헌터들이 머리를 쥐고 쓰러진 순간, 미국이나 유럽 등 각국의 일부 유력 인사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카이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수족을 세계 곳곳에 심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는 한 사람의 각성자가 벌인 일에 경악하며 혹시나 또 다른 정신 지배 능력자가이 같은 일을 벌이지는 않았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렇게 카이의 정체가 드러남으로써 더욱 주목받게 된 사람이 있었다.

  바로 그를 쓰러뜨렸다고 주장하는 자.

  한국의 헌터 이한철이었다.

  그는 '재앙형 던전'에서 카이를 만나 쓰러뜨린 과정을 소상히 인터뷰해 언론에 알렸다.

  그 과정에서 이한철이란 헌터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올랐다.

  카이가 엄청난 무력을 지녔음을 증언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등장했는데, 그들은 추가로 이한철의 진술이 진실임을 밝혔다.

  카이가 지닌 여러 무공 능력이 이한철의 인터뷰 속에 소상히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쓰러뜨렸음이 분명한 이한철이 주가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한철은 중국을 위기에서 구한 대영웅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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