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과 함께 164 쾅!!
서로의 주먹이 부딪쳤다.
'크윽, 역시나 엄청난 위력이군.'
무결이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주먹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아마 잠맥개방과 블랙미슈릴 슈트의 '근력 증가' 기능이 없었다면 밀려도 한참 밀리거나 팔이 박살 났을 것이다.
'역시 전투 계열 내공심법에 전투술까지 완벽하게 익힌 녀석 상대론 조금 밀리나. 이벤트 아이템도 조금 달리고.'
카이가 들었다면 어이가 없어서 기가 막혀 했을 생각이었다.
그 세 가지가 전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무결은 사실 진작에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이와 거의 비등하게 공격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무결이 그만큼 엄청난 스테이터스 수치와 이벤트 아이템에도 뒤지지 않는 최첨단 아이템들로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결이 계속해서 카이와 치고받았다.
꽝! 꽝!
공기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연이어 울리며 두 사람이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무결이 주먹을 쭈욱 뻗었다.
[플라스마 링]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무더기로 카이에게 날아갔다.
무결의 주먹과 카이의 주먹이 부딪침과 동시에 초고온의 칼날들이 카이의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갑옷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카이의 몸 곳곳이 타올랐다.
"끄윽."
카이가 신음했다.
'크윽'
무결 또한 속으로 신음했다.
겉으로 표는 내지 않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에 누적되는 대미지가 늘어가고 있었다.
아까 [여의창]을 빼앗아두지 않았다면 더 힘겨운 싸움이 될 뻔했다. 그런데.
"치고받는 게 좋긴 한데, 빨리 끝내려면 역시 무기만한 게 없군."
카이가 허리춤에서 다른 무기를 또 빼들었다.
무결이 허리띠인 줄 알고 미처 살피지 않았던 물건.
연검 (軟劍)이었다.
허리띠 형태의 검집에서 연검이 뽑아져 나오며 낭창낭창 흔들거렸다.
그러다가 카이의 기를 머금고 빳빳 해졌다.
'이런. 뭐가 또 있었군.'
무결 또한 품에서 [라이트세이버]를 꺼내 들었다.
그곳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위잉- 광선검의 형태가 되는가 싶더니, 빛이 손잡이에서 분리되어나왔다. 빛은 그대로 허공에 둥둥 떴다.
그리고 손잡이에서 또 다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위잉- 그렇게 허공에 뜬 광선이 늘어갔다.
두 개, 세 개, 네 개…….
허공에 둥둥 뜬 일곱 개의 광선.
[아크 엔젤]의 기술로 구현한 빛의 검이었다.
"놀랍군."
카이가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래봤자 잔기술. 압도적인 힘으로 부숴주겠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검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흐읍!"
한껏 기합을 머금은 카이가 땅을 박찼다.
꽝!
그는 거의 공간을 뛰어넘듯이 무결에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무결을 향해 엄청난 마력으로 타오르고 있는 검을 내려쳤다.
무결이 [디바이스 컨트롤]로 광검 일곱 개를 조종했다.
광검 중 네 개가 날아들어 무결의 앞을 막아서고, 나머지 세 개가 카이에게 반격을 가했다.
카이가 자신을 공격하는 세 개의 광검을 갑옷으로 받아내며, 앞을 막아서는 네 개의 광검을 연검으로 있는 힘껏 내려쳤다.
광검들을 부수고 무결까지 베어버릴 심산이었다.
그러나.
스윽- 그의 연검이 광검을 아무 저항도 없이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엇!"
그 바람에 그는 급히 검을 거두고 말았다.
자신의 검을 그대로 통과한 광검들이 그대로 두 눈을 찔러 버릴 뻔했기 때문이다.
다른 광검들은 물리적 실체를 가지고 몸을 타격하고 있어서 무결의 앞을 막아선 광검들 또한 그럴 줄 알았다.
"아깝군."
역장과 [아이기스의 방패]로 방어를 대비하고 있던 무결이 중얼거렸다.
무결 나름대로 준비한 함정이었는데 카이가 놀라운 반응속도로 피해 버렸다.
카이와 무결이 한동안 검과 광검으로 공방을 주고받았다가 다시 떨어졌다.
"후우, 역시 만만잖군. 역시 희생 없이는 이길 수 없는 상대인가?"
카이가 숨을 가다듬으며 무결을 노려 보았다.
[육마황술] 제사술(第四術) 잠력폭발(潛方爆發).
카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무결은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선천진기?'
선천진기는 말하자면 생명력.
카이는 지금 자신의 수명을 태워 무결과 싸우려 하고 있었다.
카이가 무결에게 달려들었다.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무결이 미처 피할 새가 없었다.
그는 급히 이번엔 광검 일곱 개를 전부 불러들여 카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거기에 더해 역장을 세 겹으로 치고 그 뒤를 [아이기스의 방패]로 막았다.
하지만 광검 일곱 개를 모조리가 른 카이의 연검이 뒤이어 세 겹의 역장을 가르고 [아이기스의 방패]를 후려쳤다.
콰아아앙- [아이기스의 방패]가 일그러지며 무결의 팔이 부러져 버렸다.
부러진 팔은 금세 [유가선공]으로 회복되었지만, 계속해서 이런 타격을 받는다면 몇 초 버티지 못할게 뻔했다.
'젠장, 나도 선천진기를 써야 하나?'
무결 또한 선천진기를 사용할 방법을 알고 있긴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선천진기를 남용하게 되면 후에 더 중요한 싸움에서 사용할 선천진기가 고갈될지도 몰랐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그가 힐끔 거대로봇들을 살펴보았다.
사실 저들을 활용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았지만 공간이 너무협소했다.
'그렇다면.'
무결이 곧바로 품속에서 [연막탄]을 꺼내 사방으로 던졌다.
검은 연기가 사방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어딜!"
카이가 몸을 숨기려는 무결의 의도를 알아채고 그에게 득달같이 달려 들었다.
콰아앙!!
다시 한번 카이의 검이 무결의 방패를 두들겼다.
차앙- [아이기스의 방패]가 깨져 나가며 산산조각으로 흩어졌다.
무결의 유일한 방어 수단이 박살 난 것이다.
하지만 무결은 그 순간의 공격에 대한 반작용으로, 연막 속으로 날아 갔다.
휘익.
그의 모습이 연막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카이는 기감을 다잡아무결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으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 연기 속에서는 다른 사물의 마력을 느낄 수가 없었다.
"숨으면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카이가 사방으로 검기를 쏘아내며 무결의 위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카이와 검기는 얇은 기의 실로 연결되어, 검기에 무결이 닿는 순간그 위치를 특정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무결은 오래 몸을 숨길 생각은 없었다.
피융-- 무결의 [이온 캐논]이 에너지를 뿜어 냈다.
하지만 목표는 카이가 아니었다.
콰아아앙-- 정비격납고 한쪽이 터져 나가며 무결이 그곳으로 빠져나갔다.
카이가 급히 그곳으로 뒤따라 나갔다.
그곳은 전투기와 거대로봇들을 우주로 내보내는 사출 장치가 있는 사출로(射出路)였다.
"먼저 갈 테니 어서 따라오라고!"
무결이 사출 장치 위에 앉아 벽을 빠져나온 카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후웅-사출장치가 작동해 무결이 저 멀리 사출되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렸다.
"으음……."
카이는 고민에 빠졌다.
무결이 우주 공간으로 나가 버렸다면, 여기서 버티는 것도 방법일 수 있었다.
아무리 각성자라는 존재가 인간을 뛰어넘어 초인의 육체에 다다르게 되었다지만, 우주 공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라는 것이 존재했다.
아마 1시간 정도만 우주선 내에서 버티며 쌓여 있는 [학살자의 지도] 로 무결이 우주선 내로 들어오는지 감시만한다면 오히려 유리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이이잉- 카이는 사출로 저 뒤쪽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자기장을 보고 혀를 찼다.
이대로라면 무결이 우주 공간에서 고사(姑死)하기 전에 자신이 저 자기장에 의해 죽을 것 같았다.
"하는 수 없군."
결국 카이 또한 사출로를 따라 저 멀리 보이는 우주 공간으로 달려갔다.
사출로 끝은 우주를 향해 활짝 열려 있었다.
그런데 무슨 기술인지 몰라도 우주선 안쪽의 대기가 우주 밖을 향해 빨려나가지 않고 있었다.
'일종의 배리어인가?'
카이는 다른 각성자들이 쓰던 기술을 떠올리며 우주 밖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는 온몸을 호신장막으로 둘러 몸 안팎의 압력 차와 우주의 온도에 대처했다.
대기가 없어서인지 사방이 고요했다.
'어디냐?'
그가 무결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때.
그를 향해 한 줄기 광선이 날아들었다.
카이가 그 낌새를 눈치채고 호신장 막을 강화해 날아오는 광선을 막아 냈다.
그리고 인상을 팍 구겼다.
한눈에 보아도 만만찮아 보이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무결이 격납고에 있던 거대로봇 중 하나를 타고 나타난 것이다.
"어느 틈에……."
카이가 신음을 흘렸다.
무결은 피식 웃었다.
"어느 틈은 어느 틈이야. 네 녀석 오기 전이지."
거대로봇에 탑승한 무결이 카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소리가 들리진 않았지만 그의 입모양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카이가 격납고에 도달하기 전에 미리 얻어둔 권한으로 한 기의 거대로봇을 우주 밖으로 내보내놨다.
여차하면 전장을 옮겨 그것을 타고 싸울 생각에.
"자, 이로써 아이템 격차는 메워졌고."
전장도 무결에게 유리한 위치로 바뀌었다.
"그럼 다시 싸워 보자고."
무결이 거대로봇의 총구를 카이에게 다시 겨누었다.
지잉- 거대로봇에 탑재되어 있던 레이저 건이 빛을 뿜었다.
함장이 가지고 있던 레이저건인 [세슈리더]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출력의 레이저빔이었다.
카이가 황급하게 레이저건의 궤도를 읽으며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의 회피 경로를 정확히 예측하고 한 줄기의 광선이 날아들었다.
카이가 그에 정확히 적중되었다.
거대로봇의 다른 한 손에 들려 있던 [이온 캐논]이 뿜어낸 이온화 에너지였다..
'역시 로봇이 다루니까 반탄력도 적고 좋군.'
총구는 로봇의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무결이 원격으로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없었다.
"으아아아!!"
이온화 에너지를 뚫고 나온 카이가 온몸이 그을린 상태로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무결을 향해 달려들었다.
놀랍게도 [열 걸음의 장화]가 카이를 우주 공간에서 될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카이가 한 걸음을 걷는 시늉을 할 때마다 열 걸음어치의 공간이 접히 듯 사라지고 있었다.
무결은 거대로봇을 조종해 카이로 부터 재빨리 떨어졌다.
하지만 카이가 무결의 로봇 가까이 다다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으아아아!"
카이가 엄청난 에너지를 그의 연검에 집중시켜 무결의 로봇을 내려쳤다.
위잉- 무결은 한 손에 들었던 [이온 캐논]을 놔버리고 그 손에서 뿜어진 광선검으로 카이의 검을 막아내었다.
연검과 광선검의 접합부에서 밝은 빛이 일었다.
양쪽 모두 어느 한 군데 밀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때.
"죽어!!"
카이가 혼신의 힘을 불태우기 시작 했다.
[육마황술] 제5술(第五術) 혼력폭발 (魂刀爆發).
그의 검이 무려 10미터 높이로 늘어나며- 퀴잉!
무결의 거대로봇의 팔을 베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