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61-162 무결을 보는 순간, 카이가 눈을 찌푸렸다. (161/215)

  기계신과 함께 161 무결을 보는 순간, 카이가 눈을 찌푸렸다.

  '뭔가 익숙한 느낌인데……?'

  분명 얼굴은 처음 보는 자였다.

  하지만 마력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실력자인 카이는 왠지 눈앞의 각성자로부터 느껴지는 마력이 낯설지 않았다.

  "너, 어디서 나랑 만난 적이 있나?"

  카이가 무결을 보며 물었다.

  "글쎄……."

  무결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왠지 그 미소가 불쾌해 카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굳이 알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곧 죽을 놈."

  카이가 그 말을 끝으로 팔짱을 끼고 섰다.

  그러자 카이를 따라온 다른 네 명의 각성자가 앞으로 나섰다.

  '아이템들이 엄청나군.'

  카이가 온몸에 휘휘두른 아이템을 보는 순간, 무결이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이 던전의 가장 강력한 아이템들이 모두 저기 모인 것 같았다.

  무결이 가진 아이템 중 그나마 저기에 가치를 비교할 만한 것은 [미타찰의 법보].

  유틸리티 아이템으로는 [투시 글라 스] 정도였다.

  '역시 뭘 모으는데 있어서 머릿수는 따라갈 수 없었나.'

  무결의 능력이 아무리 좋다 해도 수십수백 명을 부리며 아이템을 획득한 카이를 따라갈 수는 없었나 보다.

  "카이 님께서 나서실 필요도 없지. 제법 강력한 놈이라 들었다만, 우리 선에서 정리해 주마."

  카이를 뒤따라온 다른 네 명의 각성자가 카이를 지나쳐 무결에게 다가왔다.

  "최고급 노예들이시군."

  무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최고급'이란 수식어를 붙인데는 이유가 있었다.

  무결이 파악하기로 네 명이 모두 S급 각성자였다.

  서양인으로 보이는 자가 셋인 걸 보니, 아마 던전의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가 카이에게 포획된 외국인 각성자들인 듯했다.

  그중 한 명은 안타깝게도 한국인이었다.

  무결은 그들을 '사천왕'이라 부르기로 했다.

  '사천짜장'이랑 비슷한 뜻이었다.

  [사천짜장이 뭔데요?]

  슈리가 물었다.

  '짜장 중에 조금 비싼 거 있어. 간 짜장보다 한 수위지.'

  무결로서는 나름 높은 평가를 내려 준 셈이었다.

  사천왕이 저 멀리서부터 무결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앞에서 있던 자가가 까워지는 무결을 보고 비웃음을 띠었다.

  "제법 옷가지를 많이 주워 입긴 했구나. 가진 아이템이 많은 걸 보니."

  "그러게? 몸에 걸치고 있는 게 그래도 열 개가 넘잖아?"

  "애 놀리는 건 그만하자고. 다들 저 정도는 가지고 있으면서."

  그들은 카이가 가진 것들보단 못하지만, 카이에게 진상되었던 최상급 아이템들 중 카이가 가지지 않은 것들을 모두 모아 입고 있었다.

  그래서 카이가 가진 것보다는 급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최상급 아이템들로 둘둘 두르고 있었다.

  "아니지, 우리가 가진 게 훨씬 낫지. 능력에 맞춰서 갖추기도 했고."

  "어이, 친구! 그렇게 생각 안 해? 죽기 전에 대답 좀 해보라고!"

  녀석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이 무결에게 크게 소리쳤다.

  무결이 대답했다.

  "나는 아이템 자랑하는 놈이 제일 한심하더라."

  그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덩치 큰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덩치 큰 녀석이 발끈하며 뭐라 외치려는 찰나.

  "아이템은 자랑하는 게 아니라 사용하는 거야, 애송아."

  그렇게 말하며, 무결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 순간.

  피슉- 뿅뿅뿅뿅- 제2정비수납고 양쪽에 도열해 있던 수십 기의 전투기들로부터 미사일과 레이저 공격이 날아들었다.

  전투기에 실린 무기들인 만큼 하나 같이 대전투기용 혹은 대함선용 포격이었다.

  정확히 제2정비고의 반을 지나고 있던, 즉 제2정비고의 정중앙에 있던 이들은 갑자기 사방에서 날아든 포격에 휩싸여 버렸다.

  콰아앙---!!

  "아아악!!"

  그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가 포격에 묻혀 사라져 버렸다.

  그 하나하나가 이벤트급에 해당하는 전투기들의 포격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콰쾅! 콰앙- 삐이잉- 사천왕이 걸친 방어 아이템이 제기능을 발휘하려 했으나, 그 정도로만 방어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하고, 많은 수의 포격이었다.

  결국 그들의 아이템이, 그리고 몸이 가루가 되는 것을 확인한 무결이 포격을 멈추었다.

  "……."

  카이가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만약 현실에서였다면 저 네 명의 부하는, 두 명이 힘을 합하면 위청천과도 비등하게 맞상대할 수 있고, 세 명은 압도, 네 명이라면 필승을 거둘 만한 전력이었다.

  게다가 아이템의 힘까지 더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한심할 정도로 쉽게 죽어나갈 녀석들이 아니었다.

  눈앞에 보이는 저 녀석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끌어냈어야 했다.

  적어도 그 정도 효용가치는 있는 녀석들이었다.

  한데 이렇게 쉽게 당했다는 뜻은…….

  '저 녀석, 격이 있는 놈이다.'

  자신이 직접 손을 나눌 만한 격이 있는 녀석.

  그런 녀석은 저 한국의 괴물과 미국, 아프리카의 두 연놈 외에는 없었다.

  카이의 몸이 흥분으로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중국의 어둠에서 숨죽이고 있느라 알게 모르게 답답한 것이 있었다.

  필요에 의해 숨죽이고 있긴 했지만 원래 그의 성격은 포악하고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한국에서 봤던 그 괴물 놈만 아니었더라면 진작에 표면으로 나와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포악함과는 별개로 이성적이고 교활한 면모가 그를 어둠 속에서 숨죽이게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지금껏 그의 답답함을 키워왔다.

  이제 오랜만에 그 답답함을 풀 차례였다.

  '이제까지 내가 쌓아온 것이 어느 정도일지, 그것을 확인할 수 있으려나?'

  카이가 흥분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결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룬 것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면, 강한 호적수와 부딪쳐 보는 것이 제일이지.'

  그런 면에서 카이는 아주 훌륭한 상대역이었다.

  카이가 뚜벅뚜벅 무결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무결의 앞에서 드러났다.

  순식간에 수백 미터의 거리를 격하고 날아든 순보(瞬步).

  아이템으로 행해진 기술로 보였다.

  무결의 눈앞에 나타난 카이는 특이하게도 합장(合掌)을 하고 있었다.

  마치 고승이 깨달음을 구하는 듯 경건한 몸가짐.

  그의 전신 마력이 고요히 안정되었다.

  그리고 행해진 하나의 동작.

  합장을 풀고 한 손의 바닥을 아래로 내리누르는 간단한 동작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간단치 않았다.

  쿠웅.

  무결이 위치한 주변의 바닥이 손바닥 모양으로 1m가량 내려앉았다.

  정비격납고 자체가 워낙 튼튼하게 지어진 구역이다 보니 바닥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다.

  "후웁."

  [아이기스의 방패]로 머리 위를 방어하고 있는 무결의 팔에 더욱 힘이 실렸다.

  카이의 공격은 단발성이 아니었다.

  그가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고 있을 수록, 마치 중력을 수십 배로 배가 시킨 것처럼 계속해서 무결과 주변의 땅이 가라앉고 있었다.

  '이게 [여래신장(如來神掌)]인가……!'

  카이의 상태창에 적혀있던 수십 개의 무공중 하나가 무결의 머릿속을 스쳤다.

  무결은 카이의 곁에 있을 기회가 있었을 때, 카이를 상대할 것을 대비해 그의 상태창을 들여다본 바 있었다.

  처음 그의 상태창을 본 무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많은 무공을 가지고 있을 수가.'

  카이는 기본적으로 무공광(武功狂) 이자 무재(武才)였다.

  한번 본 무공은 대부분 그 원리를 파악할 정도의 무공의 천재.

  거기에 그의 능력이 더해졌다.

  [광뇌조작].

  특정상대의 뇌를 조작하여 정보를 뽑고 심을 수 있는 스킬.

  카이는 그 힘을 단지 세뇌에만 사용하지 않았다.

  '무공'이란 것은 스킬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무리(武理)로 이루어진 '지식'이기도 했다.

  특히나 경지에 이른 무공 사용자들은 무공을 발동과 동시에 자동으로 시전되는 '스킬'로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치를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갈 '지식'으로서 수련하고 있었다.

  더욱 높은 경지에 이른 강력한 사용자일수록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이 가진 스킬을 깊이 갈고 닦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무공은 그렇게 '수련'을 함으로써 스킬의 숙련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카이가 노린 것은 무공을 높은 경지까지 익힌 이들의 지식이었다.

  하나의 스킬을 얻어, 그것을 극한 까지 발전시켜 온 자들의 무리(武理).

  카이는 세뇌시킨 자들 중 무공에 능한 이들의 지식을 강탈해 손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많은 무공 사용자들은 열심히 갈고 닦은 스킬을 카이의 스킬 하나로 카이에게 강탈당하게 되었다.

  게다가 거기에는 부작용이 있었다.

  머릿속의 심층지식을 직접적으로 강탈당하게 되면 뇌가 기능이 정지 해 버리는 것.

  즉 죽음이었다.

  때문에 카이에게 지식이 강탈당한 자들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았다.

  무결은 얼마 전에 카이의 측근으로 있을 때, 그가 한 무공의 고수를 죽이며 지식을 강탈하는 장면을 생생히 보았다.

  그래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결이 얼마 전에 들여다본 카이의 상태창은 다음과 같았다.

  -이름 : 카이 -상태 : 각성자, 매드 사이언티스트 -고유 스킬 : [광뇌조작(狂腦造 作)], [무재(武才)]

  -습득 스킬 : [천마신공], [육마황술], [천지보], [금강불괴], [여래신장], [참마합장], [태청검법], [사일검법], [화마검], [백보신권], [관일마창], [선더 스피어]…(후략)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인 거야.'

  무결이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었다.

  족히 50개 가까이 되는 무공들.

  내공심법은 [천마신공] 하나였으나, 기공과 전투술, 그리고 보법과 신법을 합쳐 한 사람이 습득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마무시하게 많은 무공을 한 몸에 담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카이에게 지식을 넘기고 희생되었으리라 추측되었다.

  '그나마 마법이나 초능력은 익히지 못한 게 다행이지.'

  초능력은 신체 자체에 DNA 수준의 변형이 선행되어야 했기 때문에 지식만으로는 습득하는 것이 불가능 했다.

  그리고 마법은 엄청난 수학적 연산 능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지식을 습득해 봤자 그것을 활용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뛰어난 마법을 사용하려면 그만큼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이 또한 마법을 익히려 한 흔적이 있긴 했다.

  습득 스킬에 서너 개의 마법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무공 또한 사용에 있어서 육체적인 적성을 필요로 했지만, 불행히도 카이는 모든 무공을 극한까지 익혀낼 만한 무공의 천재였다.

  그에게 있어서 익히지 못할 무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여래신장이 통하지 않아? 그럼 이것도 막아봐라."

  카이가 다시 합장을 취했다.

  이번엔 그의 기도가 날카롭게 변했다.

  팟.

  그가 합장한 손을 마치 가위처럼 빠르게 교차시켰다.

  그러자.

  퀴잉- 기이한 소리가 일며 무결이 있던 공간 자체가 어긋나 버렸다.

  쩌적.

  무결이 들고 있던 마력방패인 [아이기스의 방패]의 일부가 그 막강함 힘을 이기지 못하고 끝이 부서져 나갔다.

  그가 지닌 스킬 [참마합장]이었다.

  기계신과 함께 165 '대단하군.'

  카이의 힘을 가늠하기 위해 가만히 그의 공격을 감내하고 있던 무결이 감탄했다.

  [여래신장]과 [참마합장] 모두 '장(掌)'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기공술에 해당하는 뛰어난 타격기였다.

  하지만 기공술은 거리를 격해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스킬인 만큼 파괴력이 다소 떨어졌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카이가 이 던전의 사기템인 [아이기스의 방패]의 일부를 갈라 버린 것이다.

  그의 강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카이는 이 결과가 불만인 듯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역시 이 던전 아이템들은 단단하기 그지없어."

  그러며 그가 허리에 차고 있던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이 던전에선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고는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군.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권장지각으로 싸우는 것을 더 선호 하는 카이가 무기를 꺼내 들면서도 투덜거렸다.

  그는 맨손으로 상대를 터뜨리고 찢어버릴 때의 그 느낌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손전투를 선호한다는 말이 그가 무기술에 조예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여의창(如意槍)]."

  그가 허리에 차고 있던 짧은 막대기를 뽑아 들고 읊조렸다.

  그러자 막대기가 길쭉한 창 모양으로 변했다.

  녀석이 그것을 일직선으로 찍어내렸다.

  [관일마창(貫日魔槍)].

  "이만 죽어라!"

  녀석의 강대한 마력과 감응해 창명 (槍鳴)을 토해내는 여의창.

  태양을 꿰뚫는다는 마교의 창법이 카이의 손에 재현되었다.

  퀴잉- 창이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무결의 대응 또한 만만치 않았다.

  무결은 손을 앞으로 쭈욱 뻗어냈다.

  [하이퍼키네틱 레지스터].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무형의 에너지가 창의 위력을 격감시키는 동시에, 무결의 앞을 [아이기스의 방패]가 막아섰다.

  그리고 그 위를 무결의 [역장]이 덮었다.

  차창! 콰아앙!

  감속한 창에 의해 역장이 순식간에 깨져 버리고, 방패가 터질 듯이 흔들렸다.

  "크윽."

  무결이 주르륵 뒤로 물러나며 그 충격을 흘려내었다.

  그가 뒤로 물러난 것 또한 방패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전술이었다.

  여러가지 완충장치 덕에 방패가 깨져 나가지는 않았지만, 방패에 그만 금이 가고 말았다.

  무결을 뚫는데 실패한 [여의창]이 저절로 허공을 날아 다시 카이의 손아귀에 잡혔다.

  '원래의 전투력에 템빨까지 더하니 장난 없군.'

  무결이 그 모습을 보며 식은 땀을 흘렸다.

  지만 이렇게 당하기만 해서야 체면이 서지 않지.'

  딱!

  무결의 손가락이 튕겨졌다.

  그와 동시에 아까처럼 전투기들에서부터 레이저를 비롯한 미사일들이 발사되었다.

  마스터 ID 권한을 이용한 [디바이스 컨트롤]의 발현이었다.

  먼저 도달한 것은 단연 빛의 속도로 날아든 레이저 공격.

  무결이 일일이 세심하게 조준한 정교한 사격이었다.

  하지만.

  "어림없다!"

  카이가 손에 든 [여의창]을 사방으로 휘두르자, 쏘아져 온 레이저 공격이 온통 되돌아가 각 전투기를 파괴했다.

  그리고 그가 양쪽으로 창을 흥흥 휘두르자, 창에서부터 막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가 날아드는 미사일을 모조리 부숴 버렸다.

  "쥐새끼 같은 녀석."

  카이가 그사이 거리를 벌린 무결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거 알아?"

  무결이 그 모습을 보며 빙긋 웃었다.

  "꼭 못 싸우는 녀석들이 잘 싸우는 사람보고 쥐새끼 같다느니, 치사하다느니 하더라."

  카이가 그 모습이 얄미워 당장 달려들려 했다.

  그러나.

  "크윽?!"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발밑에는 어느새 무결이 떨궈 놓은 [하이퍼키네틱 레지스터]가 그의 몸을 묶어두고 있었고, 머리 위에는 [귀검 곡도]가 [호신용 주술향낭]을 매달고 살랑살랑 마비향을 뿌려대고 있었다.

  "[곡도], 그 녀석 좀 괴롭혀줘."

  무결이 씨익 웃으며 [곡도]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귀검 곡도]가 카이를 노리고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무결이 [공간주머니]의 입구를 전방에 대고 벌렸다.

  기잉- 그 속에서 수많은 [플라스마 링]들이 튀어나와 카이를 노리고 날아갔다.

  까앙!

  카이가 [곡도]를 쳐냄과 동시에 [플라스마 링]들이 꿀을 발견한 벌 떼처럼 카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온몸을 '플라스마'라는 시퍼런 독으로 무장하고서.

  카이가 아까의미사일들을 없앨 때 처럼 창을 통- 휘둘렀다.

  그러나.

  '그렇겐 안 되지.'

  무결의 조종을 받는 [플라스마 링] 들은 창의 궤도를 점싸게 비껴 나가며 공격을 흘려버렸다.

  그리고 그의 황금빛 전신갑옷 사이 사이로 파고들려 노력했다.

  하지만 카이가 그렇게까지 녹록한 상대는 아니었다.

  "갈(喝)!!"

  그의 [사자후] 스킬이 터져 나오며, 일시적으로 주위에 있던 모든 [플라스마 링]들을 떼어냈다.

  스킬의 힘에 그의 움직임을 억제하던 '마비향'과 [레지스터]이 약화되며 카이가 땅을 박찼다.

  무결을 향해 쏜살처럼 쏘아져 나가는 그와 무결의 눈이 마주쳤다.

  스코프 사이로.

  "이거나 먹으시지."

  피융---!!

  어느새 꺼내져 무결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커다란 [이온 캐논]이 하얀 입자를 뿜어내었다.

  [이온 캐논]은 은하수가 개발한 최신 무기로, 현재의 S급 무기들에 꿀리지 않는 강력한 위력과 그에 걸맞은 반동을 선사하는 무기였다. 푸른빛 도는 하얀 광선이 카이가 발을 땐 순간 [이온 캐논]에서 뿜어져 그를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동시에 무결의 몸이 [이온 캐논]의 반작용으로 인해 반대쪽으로 맹렬하게 튕겨 나갔다.

  카이가 이온 캐논이 날아드는 짧은 타이밍에 손을 교차로 하여 얼굴을 막았다.

  완벽한 타이밍에 발사되어 전혀 피할 틈이 없었다.

  결국 날아든 하얀 입자가 그를 감쌌다.

  이온 캐논의 빛이 카이를 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뒤쪽으로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내었다.

  콰앙--- 멀리서부터 폭발음이 들려왔다.

  우주선 내부의 다른 구획에서 이온화 공격을 받고 일어난 폭발이었다.

  그의 뒤로 우주선 내부의 다른 구획들이 보였고, 무결은 거기서 이곳으로 점차 다가오고 있는 자기폭풍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주선의 일부가 폭발할 정도의 공격에도, 정작 공격을 정통으로 직격한 카이는 온몸이 연기에 휩싸인 채 여전히 무결에게 쏜살같이 날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이온 캐논]의 공격에서 완전히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금혼갑주]는 어깨와 허리, 무릎 부분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고, 그의 드러나 있던 살갗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역시 터프해."

  무결이 혀를 차며 재차 [이온 캐논]을 발사했다.

  피융---!!

  기이한 공명음과 함께 이온 캐논이 다시금 전하를 뿜었다.

  무결의 몸이 뒤로 맹렬하게 튀어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비하고 있던 카이도 그 공격을 피해냈다.

  [천지보]

  궁신탄영.

  [열 걸음의 장화].

  무결이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하늘을 걷는 스킬과 한 걸음에 열 걸음 거리를 이동하는 아이템의 힘이 어우러져 말도 안 되는 회피력이 발휘된 것이다.

  그가 뒤로 튕겨 나가는 무결을 엄청난 속도로 따라잡았다.

  하지만.

  "어딜."

  피융-!!

  무결이 공중에서 날아가는 와중에 또 다시 [이온 캐논]을 발사해 그와의 거리를 벌려 버렸다.

  엄청난 반작용이 단점이기도 한 [이온 캐논]이었지만, 무결은 그 반작용을 도리어 카이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는데에 묘기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을 또 다시 피하고 무결에게 다가가는 카이.

  그리고 다시 [이온 캐논]을 발사해 그로부터 거리를 벌리는 무결.

  피융, 피융──!!

  이온 캐논이 쉴 틈 없이 이온화 에너지를 뿜어냈다.

  카이는 정신없이 이온 공격을 피했지만, 또한 피하기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온 캐논]이 자신에게 발사 되며 무결이 그 반대쪽으로 튕긴다는 점을 이용해, 무결을 코너로 몰아넣으려 했다.

  하지만 무결은 때때로 카이가 아닌 다른 곳에 [이온 캐논]을 발사함으로써 그의 추격을 빠져나오는데도 쓰고는 했다.

  두 사람은 공중에서 엄청난 속도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피융, 피융, 피융─!!

  제2정비고는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엄청난 속도로 파괴되어나갔다.

  카이에게는 [이온 캐논]의 공격만 날아든 것이 아니었다.

  뿅뿅- 피슝- 전투기들로부터 날아드는 레이저와 미사일.

  위잉- 그리고 벌떼처럼 날아드는 [플라스마 링]과 [곡도]까지 사방에서 틈만 나면 카이를 쏘아대며 그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는 카이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무결의 세밀한 조종 아래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 결과 카이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한곳으로 유인당하고 말았다.

  무결이 제2정비고를 지나 제3정비고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문을 따라 카이가 들어서는 순간.

  문가에 설치되어 있던 여러 개의 [이온 캐논]이 동시에 입자를 흩뿌렸다.

  피융---!!

  카이가 느닷없는 공격에 꼼짝없이 휩싸여 버렸다.

  세 갈래의 광선이 카이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위를, 두 개의 거대한 무기가 내려쳤다.

  콰쾅--!!

  내려쳐진 무기는 문가에서 있던 두 거대로봇의 초진동 소드와 초진동 액스(axe)였다.

  무기가 내려친 바닥이 잘게 조각나며 부서져 내렸다.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휘유우…… 쿵.

  그리고 전투의 여파로 제2정비고 여기저기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짧았지만 격렬한 전투였다.

  하지만 무결은 안심하지 않고 카이가 매몰된 우주선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쪽에서 아직 꺼지지 않는 막대한 기파가 발생되고 있었다.

  카이는 살아 있었다.

  '……슈리.'

  [네, 마스터.]

  '작업은?'

  [끝났습니다.]

  '좋아.'

  무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때.

  무결의 발밑에서 갑자기 손이 튀어나와, 그의 다리를 움켜쥐었다.

  "잡았다."

  "윽?!"

  무결이 당황한 신음을 내질렀다.

  분명 저쪽에서는 여전히 카이의 기파가 느껴지고 있었기에 그곳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카이가 이 아래에서 튀어나오며 그의 다리를 낚아첸 것이다.

  '아, [토둔공]인가……!'

  그의 스킬 목록에서 땅을 파고 이동하는 무공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다리가 구속된 순간, 땅속에서 연속 공격이 터져 나왔다.

  [여의창].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오며 창이 무결을 향해 짓쳐들어왔다.

  '할 수 없군.'

  무결은 결국 단 한 번 있는 찬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숙련된 모험가의 이동나침반].

  팟- 나침반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의 몸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제4정비고의 문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곧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투시 글라스]를 썼다.

  '저건……!'

  카이가 있었어야 할 제3정비고의 입구 부근에는 웬 인형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이름 : 귀신들린 따라 하기 복제 인형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사용자의 모습으로 변신 할 수 있는 인형. 피를 흘려넣으면 사용자의 능력 또한 그대로 복제한다. 현재 모험가 '카이'의 모습을 복제하고 있다.

  '젠장.'

  분명 아까는 ' 진짜' 카이였는데, 저 속에 파묻힌 순간 기척을 바꿔치기 했나 보다.

  '그리고 은신류의 무공으로 기척을 감추고 다가왔군.'

  어떻게 되었는지 파악했으니 다음에 또 당할 일은 없으리라.

  하지만…….

  "큭큭큭, 넌 이미 끝났다."

  땅에서 빠져나온 카이가 웃었다.

  그리고 아이템을 사용했다.

  "[대천세계]."

  카이가 어느 틈에 무결의 발목에 달아놓은 아이템이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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