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59 (159/215)

  기계신과 함께 159

  "젠장, 저길 도대체 어떻게 통과하라는 거야!"

  한 각성자가 떨리는 눈빛으로 포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3스테이지 인형의 집 마지막 층.

  그 가운데에 떡하니 열려, 누구라도 입장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한 포털.

  저기만 지나면 제4스테이지였다.

  그런데 저길 통과하기가 쉽지 않았다.

  포털을 막고 있는 몬스터가 너무나 강했다.

  "아악!!"

  "인형 주제에 왜 이렇게 센 거야!"

  "그리고 이 인형들 갈수록 늘어나, 젠장!"

  "좀 그만 뒈지란 말이야, 이 멍청이들아!!"

  여러 명이 한꺼번에 포털을 향해 달려드니, 그만큼 하나하나에 쏠리는 인형의 수는 적었다.

  하지만 누군가 삐끗 죽기라도 하면, 죽은 자의 길안내 인형이 죽은 자의 능력을 흡수한 채로 몬스터 '인형술사 벤자크'의 꼭두각시인형이 되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통과하는 자들이 계속 생겨났다.

  "하하하! 나 먼저 간다, 이 멍청이들아!"

  그렇게 또 한 명의 각성자가 포털을 통과했다.

  그런데 그 순간.

  [50명의 각성자가 포털을 통과했습니다.]

  [포털이 사라집니다.]

  이런 메시지가 뜨더니.

  슈우우우…….

  포탈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아아악!!"

  "안돼!!"

  남은 각성자들이 그 모습을 보며 절규했다.

  하지만 사라진 포털이 다시 나타나는 행운은 생기지 않았다.

  대신 그들에게는 불운이 겹쳤다.

  ['인형술사 벤자크'가 폭주합니다.]

  공중에서 인형들을 조종하던 몬스터, 인형술사 벤자크의 두 눈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다량의 실이 뿜어져 나왔다.

  그 실들이 일제히 남은 각성자들의 몸을 꿰뚫었다.

  "커억……."

  인형의 집 3층이 온통 피로 물들었다.

  다른 두 인형의 집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 * * 우주선 거주구역의 한 광장.

  무려 30명 정도나 되는 각성자가 그곳에 모여 있었다.

  마치 영혼 없는 인형처럼, 그들은 어떠한 미동도 없었다.

  폭포가 아름답게 비산하고 있는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킬러봇들이 이 곳저곳 처참하게 파괴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30여 명의 각성자가 이루어낸 성과였다.

  각기 네다섯 개 정도의 이벤트 아이템들을 들고 있는 그들은, 마지막 까지 살아남아 제4스테이지로 넘어온 정예들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모여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단 한 명의 각성자였다.

  저벅저벅.

  그들이 기다리던 자가 마침내 광장의 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른 이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강력한 무구들로 몸을 두르고 있는 그에게서 막대한 기파가 뿜어져 나왔다.

  30명이 넘는 각성자의 자유의지를 강탈한 폭군.

  그들의 왕.

  카이가 도착했다.

  모든 각성자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 주목했다.

  "50명중에 30명이라. 한 15명 남았으려나?"

  카이가 흡족스럽게 웃었다.

  눈앞의 각성자 군단은 제1스테이지에서부터 시작한 '노예화'의 결과였다.

  50명중 30명을 지배하에 두었으니, 이제는 적수가 없으리라.

  "나의 인형들아."

  그가 입을 열었다.

  "흩어져서 찾아내라. 남은 각성자들을."

  그리고 섬뜩하게 웃으며,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죽여라."

  모든 각성자가 선내로 곳곳으로 흩어졌다.

  * * *

  "뭐가 참 많군."

  무결은 정비고를 걸어가며 양쪽 격납고에 비치되어 있는 전투기들을 구경했다.

  슈리가 해킹을 통해 격납고의 모든 문을 열어젖혔기 때문에, 걸어가면서도 안에 비치된 전투기들을 구경 할 수 있었다.

  이곳의 전투기들은 특이하게 생긴 것이 많았다.

  UFO처럼 둥글게 생긴 것도 있었고, 세모나게 생긴 전투기도 있었다.

  어떤 것은 뾰족하고 가는 게, 꼭 송곳처럼 생겼다.

  [저 전투기로 들이받으면 뚫려 버리겠네요.]

  슈리가 송곳같이 생긴 전투기를 보며 말했다.

  "저거 하나하나가 다 이벤트 아이템들이구만."

  무결이 아이템들을 [하늘의 눈]으로 보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쓸 수 없는 것들이야."

  저것들은 전장이 우주여야만 활약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지금 다른 각성자들과의 싸움에서 쓰기에는 부적절한 것들.

  "저기가 다음 보안 등급의 정비고 인가?"

  무결이 정비고의 끝에 다다라 중얼 거렸다.

  방금 지나온 곳은 고급 전투기들을 보관하는 제2정비격납고.

  이 문 너머의 제3정비격납고는 그 안에 있을 더 높은 등급의 기체들을 정비하고 보관하는 곳이었다.

  [……액세스 끝. 제3정비격납고 장악했습니다. 마스터께 마스터 권한을 부여하겠습니다.]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슈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비고 문을 엽니다.]

  슈리가 눈앞의 문을 열어젖혔다.

  쿠구구궁- 양쪽으로 열리는 문 안으로 발을 들인 무결은 감탄을 토해냈다.

  "와……."

  정비고의 문은 모두 열렸지만 정비고 양쪽에 위치한 격납고들의 문은 아직 열리는 중이었다.

  양쪽 격납고들의 문들이 서서히 위로 올라가며, 그 안에 보관되어 있던 것이 드러났다.

  사람 키보다도 큰 발.

  새하얀 강철의 다리.

  단단하게 무장된 브레스트.

  그리고 투구가 쓰인 것처럼 보이는 헤드 (head).

  거대한 이족보행 로봇들이 제3격납고 끝까지 도열해 있었다.

  전투기보다 더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진 이족보행 탑승형 로봇.

  [건담……!]

  어느새 서브컬처 마니아가 되어버린 슈리가 감탄의 신음을 토해냈다.

  그 모습을 보는 무결도 감탄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매체에서 나오곤 하던 거대로봇들은, 그에게 있어서도 어린 시절의 친구였으니까.

  그런 로망은 누구에게나 있었는지, 회귀 전 전생에서도 저런 거대로봇들을 만들려고 한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 때문에 그것을 실현화하진 못했다.

  '대신 그 중간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기간테스]라는 마도과학 병기 였지.'

  이곳의 기술을 가져갈 수만 있다면, 어쩌면 전생에서도 못다 이룬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저것들보다 더욱 강력한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슈리가 함장실에서 복사해낸 역사적 데이터에 의하면, 이곳에는 '마법'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저 로봇들을 만들어내는 기술에 마법이란 힘까지 결합한다면 훨씬 더 대단한 작품이 나올지도 몰랐다.

  무결이 제3정비격납고를 지나며 로봇들을 살펴보았다.

  거대로봇들 또한 전투기처럼 제각기 특징이 있었다.

  어떤 것은 둔중하고 파워풀해 보였고, 어떤 것은 날렵하고 빨라 보였다.

  크기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하나같이 타이탄보다는 크군.'

  타이탄도 크기가 미터 단위였는데, 거대로봇들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런 타이탄이 아기같이 보일 정도로 컸다.

  그렇게 로봇을 구경하며 지나니 드디어 마지막 관문에 도달했다.

  제4정비격납고.

  이 문 안에 이 정비격납고 전체를 시스템적으로 아우르는 장치가 있을 것이다.

  슈리가 함장실에서 확인한 정보였다.

  무결이 제4정비격납고의 디바이스에 손을 대었다.

  [음…….]

  디바이스 안에 들어가 해킹을 시도 하던 슈리가 신음했다.

  "왜 그러지?"

  [보안이 예상보다 강력하군요. 20 분은 잡아야겠습니다.]

  그녀가 전에 없이 긴 시간을 말했다.

  "그래, 알았……."

  '어'라고 말하려는 순간, 저 멀리서 아주 미약한 소음이 들려왔다.

  쾅.

  무결이 뒤를 돌아보았다.

  닫혀 있는 제3격납고의 문 너머로 들려온 소리였다.

  "음."

  무결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타이밍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손님들을 마중하러 나가야겠군. 슈리, 너는 여기서 계속 시도하고 있어."

  [예, 마스터.]

  무결이 슈리를 제4정비격납고의 문에 고정해 놓고, 제3정비격납고의 문으로 향했다.

  * * * 위잉- 무결이 아까지나왔던 제3정비고 정문이 아닌, 옆의 쪽문이 열리고, 금세 닫혔다.

  이미 슈리가 무결에게 마스터 ID 권한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무결은 홍채 인식만으로 간단히 문을 통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대략 15명이나 되는 각성자들이 한데 몰려 있었다.

  "웬 문이 이렇게 단단한지."

  "무기고에서 발견한 폭탄들을 쏟아 붓지 않았다면 아직도 고생하고 있었겠어."

  "그나저나 방금 잡은 놈들 말이 사실일까? 이 안으로 누군가 들어갔다는 거."

  "헛소리 같은데. 우리도 문을 이렇게 어렵게 열었는데 설마 어떤 놈이 열었겠어?"

  "모르지, 각성자 중엔 별 희한한 녀석이 다 있으니까."

  무결의 귀에 그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과 무결의 거리는 아직 수백 미터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아직 무결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무결은 가만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찾았다!!"

  곧 놈들 중 한 놈이 무결을 발견 하고 소리쳤다.

  "카이의 부하들인가."

  무결은 놈들에게서 카이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모두 세뇌된 놈들이었다.

  "아쉽군. 이렇게 된 이상 카이에게 들킨 거라 상정하고 싸워야겠어. 웬만하면 이곳을 모두 장악한 다음 싸우고 싶었는데."

  무결이 목을 꺾으며 앞으로 나섰다.

  "이봐들, 저놈들 한 놈치고 꽤나 기세가 등등한데?"

  "그러게. 이제 우리에게 대적할 수 있는 놈들은 없을 텐데 말이야."

  그들에게는 이곳에 더 이상 자신들에게 맞설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신처럼 따르는 카이님께서 하신 말씀이니 틀릴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그 믿음에 배반 당하고 말았다.

  무결이 그들에게 다가가며 품에서 팽이를 꺼내 오른손 위에 올려놓았다.

  [스톰브링어].

  폭풍을 부르는 아이템.

  무결의 주위에서 순식간에 칼날바람이 형성되어 그의 곁에서 급속도로 기세를 키워갔다.

  운동장 수 개를 합친 크기의 제2 정비고에는 곧 커다란 토네이도가 형성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