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58 [해킹 완료되었습니다.] (158/215)

  기계신과 함께 158 [해킹 완료되었습니다.]

  우주선 설계도를 해킹하는데는 1 분 남짓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무결은 슈리가 기계적인 프로그램의 해킹에 있어서 측정이 불가사의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우주 함선을 설계할 정도로 고도화된 과학 문명의 보안 프로그램까지 이토록 쉽게 해킹해 낼 줄은 몰랐다.

  작업 예상 시간으로 1시간을 잡고 있었건만, 고작 1분 만에 해킹이 완료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주선 설계도 보안 등급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습니다. 이 우주선 자체는 이 시대에는 꽤 보편적인 군사시설인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해킹이 빠른 이유가 조금 이해가 갔다.

  [함선에 실린 무기나 기타 기기에 대한 설계도는 아쉽게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건 좀 아깝네."

  한 번에 많은 콩고물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하지만 군사무기의 설계도가 보관되어 있는 위치는 알았습니다.]

  "오, 어딘데?"

  [정비고입니다. 수리를 위해 설계도가 보관되어 있는 듯합니다.]

  "여기서는 정보 열람을 못하나 보지?"

  [네트워크 연결이 안 됩니다. 아예 하드웨어적으로 분리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그래, 어차피 그쪽으로 갈 생각이긴 했으니까 일단위치 파악이나 제대로 해두라고."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리고 …….]

  "음? 뭔데?"

  [이곳에 수록된 자료를 훑어보았습니다만, 아무래도 걸리는 게 한 가지 있어서 말입니다.]

  "말해봐."

  ['큐브'에 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무결은 깜짝 놀랐다.

  '큐브'란 일전에 바티칸에서 엘리스가 보여준 [테베르크의 동력석]을 지칭하는 별칭이었다.

  막대한 에너지가 잠재되어 있는 아이템.

  무결은 그동안 큐브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이것을 핵 에너지에 이어 [에메랄드의 서]를 해방할 수 있는 또 다른 열쇠로 생각하고 있었다.

  일전에 핵폭발을 통해 단 한 번 [에메랄드의 서]를 개방한 이후로, 그는 단 한 번도 그것을 다시 개방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때처럼 많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펜던트에 공급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핵 에너지는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키긴 했지만, 결코 안정적이라 할 수는 없는 에너지였다.

  다시 그때처럼 핵 에너지로 [에메랄드의 서]를 열려면 무결은 또 다시 크나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잠정적으로 [에메랄드의 서]를 여는 것은 포기하고 있을 때, 무결의 눈앞에 나타난 게 바로 큐브, [테베르크의 동력석]이었다.

  이 큐브는 마법공학이라는 기술적 측면에서도 매우 가치 있는 아이템이었지만 무결에게는 [에메랄드의 서]라는 아이템과 결부되어 더욱 중요한 아이템으로 취급되었다.

  그래서 그는 엘리스와 은하수에게 이것에 대한 분석을 최우선으로 의뢰했다.

  그 결과, 얼마 전에 엘리스는 결국 이 큐브를 둘러싼 술식을 일부 해제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이 큐브롤 활용해 만들어진 기술이 일전에 원주에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데 사용된 [기가볼트 체인 라이트닝 리액션].

  하지만, 이 기술이 지금까지의 연구의 한계였다.

  큐브는 [기가볼트 체인 라이트닝 리액션]과 같이 에너지의 안정도에 상관없이 한 번에 막대한 출력을 내야 하는 기술에는 쓸 수 있지만, 아직까지 출력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핵 에너지처럼 매우 불안정 했다.

  그래서 [에메랄드의 서]에 쓸 수 없는 것은 핵 에너지와 마찬가지였다.

  하여 무결은 잠정적으로 [에메랄드의 서] 재개방을 포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한데.

  또 다시 단서가 나타났다.

  "몇 분이 걸려도 좋아. 당장 큐브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다운로드 해."

  [알겠습니다, 마스터.]

  슈리가 무결의 명령을 받아 작업에 들어갔다.

  무결은 그동안 옆에 있던 함장의 시체를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은 은빛으로 날렵하게 생긴 총기류의 아이템.

  아마 함장이 쓰던 것이니만큼 꽤 성능이 좋은 거라 예상되었다.

  -이름 : 세슈리더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소리아 연방 고위 장교에게 지급된 고성능 레이저건. 시스템 록(lock) 이 걸려 있다.

  '이것도록(lock)이 걸려 있군.'

  함장실로 오는 도중에 다른 시체들에서도 총기들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그것들도 모두 이것처럼 록이 걸려 있었다.

  아마 함선 내의 승무원들이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당한 이유가 이처럼 무기에 온통 록이 걸려 있어서인 듯했다.

  하지만 왜?

  [함선 중앙통제시스템이 무언가에 의해 장악되어 있습니다. 중앙 통제시스템에 의해 원격으로 총기 류에 모두 록을 걸어놓았습니다.]

  슈리가 자료를 다운로드하는 도중에도 무결의 의문에 대한 답을 알아내어 알려주었다.

  '중앙통제시스템에 의한 록이라…….'

  무결이 그렇게 함장의 총을 들고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쿵- 닫혀 있던 함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무결이 조용히 [투시 글라스]를 쓰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

  꽤 많은 수의 '킬러봇'들이 함장 실의 문앞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커다란 킬러봇이 함선의 함장실을 두들겨대고 있었다.

  '슈리, 혹시 저것들은 작동 정지 못 시켜?'

  잠시 침묵하던 슈리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불가능합니다. 이상하게 중앙통제시스템이제 명령을 듣지를 않는군요.]

  '그렇군.'

  무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슈리조차 손대지 못한다면 아마 던전메이커가 관여한 부분인 것 같았다.

  쾅- 쾅- 문이 계속해서 우그러지고 있었다.

  무결은 손에 들린 함장의 총을 꼭 쥐고 [디바이스 컨트롤]을 발동시켜 보았다.

  파직파직- 총에서 잠깐 저항이 흐르더니.

  위잉- 총기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좋아.'

  이것도 '이벤트' 등급의 아이템이니만큼 나름 충분한 위력을 발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쿵!

  그리고 마침내 문이 부서지고, 로봇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슈리, 부탁해!"

  무결은 슈리에게 계속 자료를 받도록 명령해 두고는 다른 로봇들에게 돌진했다.

  위잉- 척척척척.

  로봇들이 함장실 문을 통과하자 마자 양쪽으로 산개하며 무결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결은 [귀검 곡도]를 던지는 한 편 오히려 놈들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손에 든 함장의 총 [세슈리더]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뿅뿅- '이거 소리 꽤 귀엽잖아?'

  꽤 아기자기한 소리와 함께 붉은 레이저가 쏘아져 나갔다.

  레이저는 킬러봇들의 장갑에 굵은 구멍을 내었다.

  하지만 그 깊이가 녀석들에게 치명타를 줄 정도는 되지 못했는지, 녀석들은 총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결에게 지잉- 돌아가는 톱날을 대어왔다.

  무결은 손쉽게 그 공격을 피하며, 이번엔 관절부에 총격을 먹여보았다.

  뿅뿅- 덜컹.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다.

  관절부는 두꺼운 장갑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다 보니 공격에도 취약했다.

  무결은 [귀검 곡도]에도 장갑이 아닌 관절부를 공략하도록 명령을 내려놓은 후, 종횡무진으로 킬러봇들 사이를 날뛰었다.

  그가 왼쪽으로 가자 오른쪽 킬러봇의 톱날이 그가 파고든 킬러봇의 겨드랑이 부분을 베어냈다.

  그가 대각선으로 파고들자 이번엔 왼쪽에서 달려들던 킬러봇의 집게가 다른 킬러봇의 팔에 걸려 무결을 놓쳤다.

  이런 식으로 무결이 킬러봇들의 사이에서 날뛰니, 킬러봇들은 서로의 동선이 꼬이고 부딪쳐 난리도 아니었다.

  '그나마 원거리 공격이 없어서 편하군.'

  무결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가장 커다란 킬러봇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뿅- 그리고 무결에게 레이저 공격을 쏘아냈다.

  '생각도 씨가 되는 거냐?'

  무결이 그렇게 투덜거리며 [아이기스의 방패]로 그 레이저 공격을 막아내었다.

  레이저 공격에는 전조 증상이 있어서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레이저는 [아이기스의 방패]에 막혀 튕겨 나갔다.

  역시 사기템을 얻은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방어템하고 공격템 모두를 갖추진 못한 각성자는 이놈들을 상대하기 어렵겠군.'

  사기템 중에서도 성능이 좋은 편 인 [귀검 곡도]조차 두 번을 내려쳐야 녀석들의 두꺼운 장갑을 뚫고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게다가 레이저 공격은 공격력으로 보아하니 [아이기스의 방패] 같은 아이템이 아니면 그냥 몸이 뿅 뚫려 버릴 만한 위력이었다.

  물론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무결에게 이놈들은 시간이 걸린다 뿐이지 상대하기 어렵지 않은 적들이었다.

  곧 킬러봇들이 모두 정리되었다.

  도합 10기 정도 되는 킬러봇이 모두 함장실에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그사이에.

  [마스터, 모든 내용 다 다운로드 완료했습니다.]

  슈리의 작업이 완료되었다.

  "그래, 수고했어."

  이제는 격납고로 향할 차례였다.

  * * * 격납고를 향하며 대여섯 기의 킬러봇을 더 해치웠다.

  아니, 킬러봇만 해치운 게 아니었다.

  "젠장, 죽어!!"

  무결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각성자의 공격을 [아이기스의 방패]로 튕겨내며 손쉽게 막아내었다.

  그리고 [세슈리더]를 쏘아 녀석의 머리를 꿰뚫어 버렸다.

  "윽……."

  녀석이 짧은 신음을 흘리며 절명 했다.

  어느새 던전에는 20명이 넘는 각성자들이 들어와 있었다.

  제3스테이지 인형의 집 3층은 꽤 통과하기 힘들 것 같았는데, 다들어디선가 괜찮은 아이템들을 주워 왔는지 무결의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각성자들이 몰리고 있었다.

  '이거, 격납고 쪽에도 이미 사람들이 도착해 있겠군.'

  무기고와 격납고는 가장 인기가 많을 게 분명한 곳이니 사람이 있을 거라 상정하는 게 좋았다.

  무결은 [투시 글라스]로 벽 뒤에서 각성자들을 발견할 때마다 [세슈리더]로 저격해 없애며 격납고를 향해 나아갔다.

  [세슈리더]는 고급 광선총답게 우주선 벽 정도는 손쉽게 관통해 각성자들을 저승으로 보내 버렸다.

  무결은 빠르게 달렸음에도 함장실을 나선 지 20분 정도가 지나서야 격납고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한데 격납고 앞에는 한눈에 봐도 다른 킬러봇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강력해 보이는 킬러봇이 있었다.

  -이름 : 문지기 킬러봇 -상태 : 목표 다수 발견 -설명 : 주요 위험 시설을 지키기 위해 생산된 전투로봇. 격납고를 지키며 다가오는 모든 인간을 말살하고 있다.

  "으악!!"

  문지기 킬러봇이 격납고 주변으로 다가가는 다른 인간들을 쫓아 가며 공격하고 있었다.

  네 명으로 보이는 각성자들은 문지기 킬러봇을 죽이고자 합심해서 녀석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거?'

  옛날 고사가 떠올랐다.

  커다란 방합조개가 햇볕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요새가 날아와 방합조개를 뾰족한 부리로 쪼았다.

  깜짝 놀란 방합조개는 입을 닫고 도요새의 부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득을 본 것은?

  '지나가던 어부지.'

  무결은 슬그미니 격납고의 문 옆 디바이스에 손을 올려놓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