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56 무결은 통로를 통해 앞으로 전진했다. (156/215)

  기계신과 함께 156 무결은 통로를 통해 앞으로 전진했다.

  곧 갈림길이 나왔다.

  그중 한쪽을 정해 전진했다.

  또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 미로잖아?"

  이 미로 속에서 아까 튀어나온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듯했다.

  이번에는 길안내 인형도 딱히 길안내를 해주지 않고 무결의 옆을 졸레 졸레 따라올 뿐이었다.

  통로 곳곳에는 귀기스러워 보이는 그림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이 인형 그림이었다.

  그림뿐만 아니라 탁상과 양초, 괘종시계 등 엔티크해 보이는 물건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책장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그런데.

  휘리릭- 무결에게로 갑자기 책장에 꽂혀 있던 책 하나가 날아왔다.

  무결이 얼굴로 날아드는 책을 척 잡아챘다.

  "……뭐지."

  그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책이 여러 권 날아들었다.

  무결은 뒤로 훌쩍 피하며 날아드는 책들을 손으로 쳐냈다.

  "뭐야, 이거? 염력인가? 아니면 폴터가이스트?"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다시 책들이 날아오지는 않았다.

  깔깔깔깔깔- 대신 희미한 웃음소리가 스산하게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래도 골치 아픈 몬스터가 걸린 것 같군."

  자신의 모습은 드러내지 않으며 남을 공격하길 즐기는 녀석인 듯했다.

  "공격력은 좀 약한 것 같지만."

  무결은 중얼거리며 [투시 글라스]를 착용했다.

  저택의 내부가 투과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유심히 살피던 무결의 눈에 유령, 아니, 인형 한 마리가 보였다.

  무결이 쓴 안경과 같은 모양의 안경을 쓴 소녀 인형.

  그녀가 이쪽을 보며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무결이 [하늘의 눈]으로 봤다.

  -이름 : 술래잡기 인형 안나 -상태 : 유쾌, 상쾌, 통쾌 -고유 스킬 : [폴터가이스트], [투과], [투과 이동]

  -설명 : 술래잡기를 좋아하는 유령. 술래가 된 대상을 서서히 말려 죽이기를 즐겨 한다. 8급 유령종. 손으로 잡기만 하면 성불한다.

  -[투과 이동] : 벽을 투과하면 원하는 위치의 벽으로 나올 수 있다.

  "음."

  무결이 신음을 흘렸다.

  조건부 순간이동 능력까지 갖춘 몬스터였다.

  '이런 미로 같은 환경에서 저런 유령종이라니.'

  시간 싸움인 이곳에서 막대한 시간을 잡아먹을 것처럼 보이는 타입의 몬스터라 상당히 곤란했다.

  '차라리 단순히 싸우는 종류가 더 쉬웠을 것을.'

  하지만 이미 떠난 배요, 쏘아진 화살.

  어떻게든 저 녀석을 잡는 수밖에 없었다.

  무결은 일단 투시기능으로 저택 전체의 구조를 스캔해 3D 매핑을 완료했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안나가 있는 쪽의 방으로 전진해 갔다.

  그러는 동안 양초, 포크 등의 물건이 끊임없이 무결에게 날아들었다.

  안나에게 가까워질수록 날아드는 물건들의 위력이 강력해졌다.

  스킬의 힘이 깃든 건지 갈수록 물건 하나하나에서 각성자의 스킬에 맞먹는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다른 각성자들 입장에선 자칫 잘못 맞았다간 어디 하나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은 위력.

  하지만 무결은 묵묵히 그런 물건들을 막아내며 안나의 인형 쪽으로 전진해 갔다.

  그러면서 품에서는 계속 뭘 하나씩 꺼내 흘리고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이 빵 쪼가리 흘리 듯.

  무결이 안나가 있는 방에 접근할때 부엌을 지날 일이 있었다.

  부엌에는 식탁에 앉아 있는 인형들이 앉아 있었다.

  인형들은 무결이 부엌에 들어서자 마자- 끼리리릭- 고개를 꺾어 일제히 무결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포크와 나이프 등 쥐고 있던 식기를 들고 무결에게 다가들었다.

  캉! 캉캉!

  물론 무결은 어렵지 않게 놈들을 정리했다.

  안나가 있는 방은 침실이었는데, 마침내 무결이 그곳으로 도착했다.

  의자와 침대등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무결이 [귀검 곡도]로 침구를 베며 접근하는 순간.

  "낄낄!"

  안나는 웃음을 흘리며 순식간에 벽 속으로 들어가 옆방으로 이동해 버렸다.

  무결이 재빨리 따라가 안나를 잡으려 했지만.

  쾅!

  [파괴 불가 오브젝트입니다.]

  순식간에 벽을 타고 이동한 안나를 잡을 방법은 없었다.

  무결은 묵묵히 길을 돌아 다시 안나를 쫓아 그녀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한참을 떨어진다른 방으로 이동해 여전히 [폴터가이스트]로 접근하는 무결을 괴롭혀 댔다.

  한동안 그렇게 무결과 안나의 쫓고 쫓기는, 그리고 날리고 두드려 맞는 일방적인 술래잡기가 계속되었다. 한번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마스터! 마스터 인형이!]

  슈리가 갑자기 그렇게 외쳤다.

  "엇."

  무결이 돌아보니 그의 길안내 인형이 공중에 둥둥 떠서 빠른 속도로 끌려가고 있었다.

  저대로 끌고 가서 인형에게 집중공격을 퍼붓는다면 무결으로서도 속수무책인 상황.

  '그럴 수는 없지.'

  무결이 순간적으로 정신을 집중해 인형 속에 깃들었다.

  번쩍.

  무결 인형이 눈을 뜨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엑스칼리버'를 휘둘렀다.

  까강.

  검은 주변에 벌어져 있던 벽의 틈새 사이로 정확히 파고들었다.

  무결 인형은 그 힘으로 몸을 지탱 했다.

  '이 다음은 네가 알아서 버티고 있어라.'

  무결은 인형에게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다시 자기 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덥석 인형을 쥐었다.

  "넌 [공간주머니]에도 안 들어가니 나랑 그냥 묶여 있는 게 낫겠다."

  무결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배에 녀석을 거미줄로 칭칭 감아버렸다.

  물론 '엑스칼리버'같이 위험한 물건을 빼앗아두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렇게 길안내 인형을 빼앗길 뻔했던 위기를 한번 넘기고, 무결은 계속해서 안나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무익해 보이는 술래잡기가 계속되었다.

  무결이 찾아가면, 안나가 도망가고.

  이대로라면 무결이 안나를 잡을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았다.

  낄낄낄!

  안나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무결이 올 때마다 한껏 비웃음을 날려준 뒤 도망치길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안나가 무결이 지나쳤던 곳 위를 날아 이동하는 순간이 있었다.

  '빙고.'

  무결이 땅에 떨어뜨렸던 아이템을 발동시켰다.

  [하이퍼키네틱 레지스터]

  무결을 비웃으며 돌아다니던 안나의 움직임이 뚝 멈추었다.

  "악! 아악!"

  인형의 몸에 깃든 안나는 갖은 힘을 쓰며 움직이려 애를 써보았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

  개량되어 [바인딩] 마법과 주술적인 힘까지 깃들어 있는 [하이퍼키네틱 레지스터]의 올가미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지닌 마력 자체가 훨씬 강력하거나 몸집이 거대한 몬스터라면 모르겠으나, [술래잡기 인형 안나]가 그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몬스터는 아니었다.

  다만 가진 능력이 까다로워 8급으로 분류되었을 뿐.

  "잡았다."

  무결이 안나의 인형을 덥석 움켜쥐었다.

  "끼에에엑-"

  안나가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눈물을 흘리며 몸을 뒤틀었다.

  그러다가- 쉬이이익…….

  그대로 연기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땅그랑.

  그녀가 사라진 자리로 열쇠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음? 열쇠?"

  무결이 그것을 움켜쥐자 길안내 인형이 버둥거리며 바닥에 자신을 내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무결이 녀석을 내려주자, 녀석은 자신만만하게 앞장서 무결을 한 방으로 안내했다.

  쾅! 쾅!

  "아아아악-"

  길안내 인형을 따라가는 도중에 곳곳이 소란스러운 것이, 다른 각성자들과 그들이 해방시킨 몬스터들이 이미로 속으로 들어온 것이 느껴졌다.

  무결의 길안내 인형은 '거울 문'이 있는 방으로 무결을 안내했다.

  인형이 무결에게 열쇠를 받아 들더니 '거울 문'을 통과해, 안에서부터 문을 열었다.

  찰칵.

  문이 열리자, 계단이 보였다.

  '마지막 층이길.'

  무결이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랐다.

  * * * '찾았다.'

  저 앞으로 하얀 포털이 보인다.

  문제는 그 하얀 포털이 만만찮아 보이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었다.

  3층은 전체가 뻥 뚫려 있는 공간이었다.

  약 1㎢에 이르는 거대한 3층의 공간에 하얀 실들이 드리워져 있었다.

  저 위에 천장에 떠 있는 거대한 몬스터 [인형술사 벤자크]라는 녀석이 드리운 실들이었다.

  녀석은 손에는 마리오네트를 조종 할 때 쓰는 도구가 들려 있었는데, 문제는 그 크기가 거의 백 미터에 이를 정도로 거대했고, 그 실에는 수많은 인형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꽤나 강력해 보이는 녀석들로.

  '저건…… 각성자들의 인형이군.'

  그중에는 각성자들의 길안내 인형으로 보이는 인형들 또한 달려 있었다.

  -이름 : 길레이드의 인형 -희귀도 : 이벤트 -고유 스킬 : [빙하지옥]

  -설명 : 모험가 길레이드가 죽음으로써 완성된 인형. 그의 생전의 능력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이런 인형들이 대거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 이 넓은 공간의 정중앙에 새하얀 포털이 열려 있었다.

  저 인형들의 숲을 뚫고서만 도달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름 : 마리오네트 쓰레드 (marionette thread)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인형을 조종할 때 쓰는 실. 어떤 인형이든 이 실에 닿으면 실의 힘에 복종하게 된다.

  딱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길안내 인형을 강탈하기 위한 실이라는 것이.

  길안내 인형이 저기 걸린다면 무슨 일을 당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날 공격하거나, 자해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길안내 인형은 자해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강력한 저주인형이기도 했으니까.

  '음, 어쨌거나 저들을 꼭 모두 해치울 필요는 없겠군.'

  불행 중 다행으로 저놈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포털에 들어갈 필요는 없을 듯했다.

  포털이 저렇게 떡하니 열려 있으니.

  "던전지기, 혹시 저 포털을 통과해도 길안내 인형의 저주 효과가 내게 미칠까?"

  무결이 걱정되는 부분을 시스템에 대고 질문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포털을 통과하는 순간 스테이지가 분리되므로, 길안내 인형의 변화는 모험가님께 어떤 변화도 끼칠 수 없습니다.]

  "그렇군."

  저 포털을 통과할 때까지만 조심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무결이 슬슬 몸을 풀기 시작했다.

  벌써 스멀스멀 하얀 실인 인형사 (人形絲)가 움직여 무결의 길안내 인형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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