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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150 상점의 가판대 위에 올려져 있던 물건이었다.
골동품점으로 보이는 가판대 위에 놓여 마력을 뿜고 있는 것은 하나의 향낭(香囊)이었다.
무결은 그 붉은색의 단아하게 생긴 향낭을 [하늘의 눈]으로 살펴보았다.
-이름 : 호신용 주술향낭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뛰어난 주술사 태을도사가 거금을 들여 만든 주술향낭. 향낭 안에 연료로 쓰일 꽃잎을 넣고 입구를 벌려놓으면 마비향이 퍼진다. 마비향은 반경 5미터 이내에 있는 사람들의 몸을 강력하게 마비시킨다.
향낭은 그 입구를 벌리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거 얼맙니까?"
무결은 향낭을 가리켜 보이며 가게 주인에게 말했다.
"으흠, 3은량만 주쇼."
그 말을 들은 무결이 이번에는 소매치기에게 물었다.
"우리 수중에 얼마가 있지?"
이곳의 돈을 셀 줄도 모르는 무결은 그냥 편하게 소매치기에게 돈 관리를 맡겨놓았다.
"대략 8은량 23동량 정도가 있습니다."
"충분하군."
가게 주인치고는 높게 부른다고 부른 모양인데, 건달들에게 빼앗은 돈의 가치로 헤아려 보아 절대 저 향낭의 가치를 알고 가격을 부른 것 같지는 않았다.
건달들에게 빼앗은 돈을 모조리지 불해서라도 향낭을 살 용의가 있던 무결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3은량을 가게 주인에게 건넸다.
가격을 지불하고도 돈이 충분히 남았기 때문에 괜히 가격을 깎는 수고를 들이지는 않았다.
"고맙소. 잘 가시오~"
가게 주인이 희희낙락하며 무결과 소매치기를 배웅했다.
"좋군."
뜻밖의 기회에 아이템 하나를 획득 했다.
'이런 식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아이템을 차근차근 얻어두어야 해.'
카이 또한 놀고만 있지 않는다면 놈의 능력상 엄청난 양의 아이템을 얻고 있을 터였다.
놈과 맞설 때를 위해서라도 무결은 아이템 획득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소매치기와 대화를 나눠보니 이 마을은 거의 도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마을 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또 마침 무슨 축제기간이라서 사람도 많고 평소보다 마을에 들른 상인과 무림인들이 부쩍 많다고도 했다.
아까의 그 골동품 상인도 축제 기간에 마을로 흘러든 상인인 것 같단다.
'흠…….'
소매치기의 설명을 들어보았을 때, 아무래도 이런 향낭뿐만 아니라 뭔가 아이템을 얻을 기회가 더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절로 바로 향하기보다 다른 아이템을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그렇다고 너무시간을 끌면 절의 아이템을 획득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을 테니 또 이것에 너무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아야 했다.
'음, 어디 아이템을 쉽고 빠르게 얻을 만한 루트가 있을까?'
무결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소매치기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이 근처에 큰 상품이 걸려 있을 만한 뭔가 없을까?"
소매치기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이 근처에서 상품이 걸린 비무대회가 하나 있긴 있습지요."
"비무?"
무결의 눈이 흥미롭게 빛나기 시작 했다.
* * *
"와아아아!!"
무결이 비무장에 도착한 것은 마침 방금 있었던 대결에서 승자가 가려진 순간이었다.
"철혈도객, 승!!"
"와아, 역시 철혈도객! 지금이 벌써 몇 연승이야!?"
"무려 11연승이야!! 그러고도 지친 기색 하나 없다니, 역시 강주제일고수다워!"
구름처럼 모인 인파 한가운데 설치 된 넓은 비무장.
그곳에는 강렬한 기파를 뿌리는 고수가 한 명 서 있었다.
무결이 봤을 때, 현실에 나간다 해도 충분히 S급 헌터의 반열에 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였다.
주변의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저자가 이 일대에서도 제일 잘나가는 고수인 듯했다.
철혈도객이 비무대 위에서 오연한 눈빛으로 군중들을 내려다보는 동안, 사회자가 맛깔스럽게 사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 과연 강주제일고수로 소문난 철혈 대협! 벌써 12연승 중! 이분의 아성에 도전할 용감한 도전자는 더 이상 없으십니까!!"
사회자가 군중을 둘러보며 계속해서 호객 행위(?)를 해댔다.
"'귀검 곡도'의 주인이 될 자! 어서 도전하십시오! 무림 8대 명검인 귀검 곡도의 주인을 가리는 비무!! 도전하실 자,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어서 비무대 위로 올라오십시오!!"
사회자의 말을 듣고 있던 무결이 소매치기에게 '귀검 곡도'에 대해 물었다.
"'귀검 곡도'는 그 엄청난 위력에 비해 다룰 수 있는 자가 극히 적다고 하는 명검입지요. '불행을 가져 오는 검'이라는 별칭이 있는데, 그 별칭답게 그 검을 차지하려는 자들로 무림은 한동안 피바람에 잠겨야 했습니다. 그때 나선 것이 황실의 권신(權臣)이자 황실제일고수 이연 대협으로, 이연 대협은 귀검 곡도를 차지하고 전 무림에 자신이 그 검의 주인이 되었노라 공표했습니다. 그 이후로 무림을 들끓던 피바람이 자취를 감추었습죠.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소매치기가 입이 마른지 침을 삼키더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부 무림인들이 무림인이 아닌 그가 무림의 기물을 차지한 것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연 대협은 이 한마디로 논란을 잠재웠죠."
소매치기는 목을 흠흠 가다듬더니 이연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오직 천하만민과 무림의 안전을 위해서만 이 검을 쓰겠노라. 그리고 내가 은퇴할 시기가 되면 비무대회를 열어 검의 진정한 주인을 가리겠다!"
그대목에서 소매치기의 장대한 성대모사가 끝났다.
"그의 말을 들은 무림인들은 그제야 비로소 검이제게 맞는 주인을 찾아갔노라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연 대협은 그 당시의 약속을 지켜 은퇴하자마자 비무대회를 열었습죠. 그것이 바로 지금의 이 비무대회이고, 이 비무대회가 지금 열리고 있는 축제의 이유입니다."
소매치기의 설명을 그렇게 끝을 맺었다.
"그리고 바로 저기 보이는 저 무기가 바로 그 유명한 귀검 곡도입니다!"
소매치기가 비무대회장 어디에서나 보이는 전각(殿閣)을 가리켜 보였다.
귀빈석으로 보이는 그곳에는 과연 귀기(鬼氣)를 내뽐는 아이템 하나가 존재감을 뽐내며 단상 위에 놓여 있었다.
-이름 : 귀검(鬼劍) 곡도(哭悼)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억울하게 죽은 천하제일 검사의 피로 제련하고 영혼으로써 완성한 검. 억울한 영혼이 깃들어 다른 자의 손에 잡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비할 데 없이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나, 이 검을 쥐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설명 참 무시무시하군.'
하지만 흥미로운 검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검을 쥐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대목이.
'얼마만큼 위험한 검인지 한번 보자.'
호기심 때문에라도 한번 얻어볼 생각이었다.
무결은 검에서 눈을 떼 비무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아직 아무런 도전자가 나서지 않은 비무대 위로 올라서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도전하겠다!!"
낭랑한 외침이 비무장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한 여자가 비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오오, 드디어 도전자가 올라왔습니다! 놀랍게도 이번 도전자는 미모의 여협!! 여협, 성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장수연이라 합니다."
"장수연 여협! 새로운 도전자 장수연 여협과 철혈도객 대협의 비무가 곧 열립니다! 하하, 철혈도객 대협, 미모의 여협이 비무 상대라 하여 봐 주시거나 하면……."
사회자가 농담을 하며 관객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아무도 그녀가 이길 거라고는 생각 하지 않고 있었다.
신체적 한계상 여인이 무공으로 이름을 떨치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동안 무결은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비무대 위로 새로 올라온 여인을 주시했다.
'저 사람은……?'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그녀가 뿜어내는 기파를 충분히 읽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헐링이는 천옷 사이로는 엿보이는 배틀슈트.
그녀는 분명 각성자였다.
그리고 각성자인 이상 남녀의 구분 따위는 무의미했다.
스테이터스 수치가 높으면 세지는 것.
거기에 남녀의 차이는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를 봤을 때 느껴지는 가장 문제는…….
'……약해!'
그녀가 각성자로서도 매우 약하다는 것이었다.
느낌상 겨우 C급에서 B급이나 될까 말까 한 실력이 분명했다.
'철혈도객을 이길 실력이 절대 아닌데. 설마 저 정도의 기파를 못 읽어내는 건가?'
철혈도객은 섣불리 도전하는 자가 없도록 자신의 강력한 기파를 숨김 없이 줄줄이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 그의 기파를 못 읽어낸다는 게 조금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지만, 곧 시작된 비무를 보며, 무결은 그녀가 그런 철혈도객의 상대로 거침 없이 나온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규칙, 생사불문(生死不問), 장외패 (場外敗) 유(有)!"
사회자가 간단하게 규칙을 설명했다.
이 비무대회는 살벌하게도 서로 죽여도 된다는 규칙이 있었으며, 장외패가 존재했다.
"비무시작!"
사회자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철혈도객이 각성자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이길 수 있는 손쉬운 상대라 생각한 듯, 그의 공격에는 거침이 없었다.
쏴아아아악!
강력한 도기가 그녀를 수직으로 쪼갤 듯 호쾌하게 떨어져 내렸다.
"꺄악!"
비무장 밖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관객들이 비명을 질렀다.
당장에라도 연약해 보이는 그녀가 반쪽이 되어 피를 뿌릴 모습이 연상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쉬익- 깡!!
커다란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놀랍게도 철혈도객의 검이 부러져 버렸다.
사회자를 포함해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철혈도객의 무기가 단 한 번의 주먹질로 박살이 나버린 것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응! 후응!
그녀가 건틀릿을 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를 가르는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만 들어도 엄청난 위력이 담겼음을 알 수 있는 주먹질.
게다가 그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그녀가 주먹을 한 번 내뻗을 때마다 철혈도객은 피하기에 급급해 정신이 없었다.
절대 그녀의 실력으로는 낼 수 없는 무자비한 연속 권격(奉擊).
'그렇군.'
겨우 B급 언저리인 그녀가 S급의 실력자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저 건틀릿이었다.
-이름 : 파괴자의 건틀릿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대륙 제일 무투가의 애병. 끼고 있는 자의 근력과 민첩이 대폭 상승한다.
끼고 있는 자의 4대 스텟 중 두 가지를 대폭 올려주는 아이템.
역시 '사기템'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아이템들이었다.
카이가 저런 아이템을 둘둘 말고 자신과 붙을 생각을 하니, 무결은 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사이 승부가 났다.
쾅!!
그녀의 무자비한 주먹질이 철혈도객의 복부에 처박혔다.
철혈도객이 입에서 피를 뿌리며 비무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스, 승자, 장수연 여협!"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던 사회자가 자신을 무심히 바라보는 장수연의 눈빛에 허둥지둥 장수연의 승리를 외쳤다.
"와…… 와아아아!"
관객들이 흥분에 가득 차 환호를 질러대었다.
이 일대에서 최고로 치던 고수를 꺾은 것이, 겨우 30세도 안 되어 보이는 여인이라는 것에.
"이변이!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사회자가 잔뜩 흥분해서 일어난 이 변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떠들어대 었다.
이미 그에게 피를 토하고 나가떨어진 철혈도객은 안중 밖이었다.
한동안 들썩하던 장내가 다시 가라 앉았다.
비무대회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 도전자 없습니까!"
그녀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자가 없었다. 물론.
"여기 있습니다."
무결을 제외한다면 말이었다.
"이번 도전자는 성함이?"
"이동한이라 합니다."
무결이 생각나는 대로 아무 이름이나 말했다.
이미 이 던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한철의 얼굴을 버리고 다른 얼굴로 얼굴을 바꾼 뒤였기 때문에 무대 위의 각성자도 그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그럼 비무, 시작!"
비무시작 신호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쾅---!!
한 방으로 승부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