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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149 무결의 주위 배경이 갑자기 픽! 하고 바뀌었다. (149/215)

  기계신과 함께 149 무결의 주위 배경이 갑자기 픽! 하고 바뀌었다.

  아까 던전을 들어오기 전의 던전 입구 부근이었다.

  던전 입구가 있던 곳을 살펴보았지만, 석문이 있던 부분에는 흙더미만 있을 뿐이었다.

  '완전히 사라졌군.'

  메시지가 그렇게 말했으니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꽤 좋은 걸 하나 건졌으니.'

  무결이 손에 든 것을 보고 씨익 웃었다.

  무결의 손에는 황금색 나침반이 하나 들려 있었다.

  다시 한번 [하늘의 눈]으로 나침반의 정보를 살펴보자,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름 : 숙련된 탐험가의 이동나 침반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숙련된 탐험가 '아르코비치'가 손쉬운 이동을 위해 고안해낸 순간이동 장치. 8시간의 쿨타임이 있다.

  '음, 나침반 치고 지침(指針)의 위치가 움직이지 않긴 하지만.'

  생긴 건 분명 나침반이었지만, 동서남북, 위아래로 돌려보아도 지침의 위치가 변하지 않았다.

  지침 옆으로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00km 000m 거리를 나타낸 게 분명해 보이는 표시.

  숫자는 모두 0에 맞추어져 있었는데, 자물쇠처럼 돌려서 숫자를 바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건 잠시 후에 써먹어 보도록 해야겠군.'

  무결의 계획대로라면 곧 쓸 일이 있을 것 같았다.

  무결이 품에 나침반을 갈무리하고, 발걸음을 떼었다.

  '붉은 점이 많았던데가…….'

  완벽히 포식자의 눈빛을 한 무결이, 먹이들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Kill Count : 15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학살자의 지도'가 주어 집니다]

  '5킬을 더 하니 또 [학살자의 지도]군.'

  이번에도 내심 아이템의 위치를 알려주는 [탐험가의 지도]를 기대했지만, [학살자의 지도]가 나와 버렸다.

  아마 여기서 5킬을 더해 20킬을 달성하면 또 [탐험가의 지도]를 얻을 것 같았다.

  '어디 보자…….'

  무결이 [학살자의 지도]를 보며, 배고픈 사자처럼 어슬렁거릴 때. 이변이 일어났다.

  [던전에 남은 인원이 200명이 되었습니다.]

  [제2스테이지로 돌입합니다.]

  [스테이지배경이 바뀝니다.]

  [스테이지 크기가 좁아짐에 따라 외곽 지역에 있던 모험가들은 랜덤 위치로 텔레포트됩니다.]

  [모험가 여러분께 각각 네 종류의 '장보도(藏寶圖)' 아이템 중 하나가 주어집니다.]

  이런 메시지와 함께 지평선 너머에서부터 끝이 안 보이게 긴 금빛 선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금색 선이 가로질러 지나간 곳의 배경이 순식간에 바뀌고 있었다.

  그 금빛 선의 속도는 너무나도 빨라서, 눈 깜짝할 새에 무결을 지나쳐 지평선 저 너머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바글바글.

  무결의 주위 세계가 순식간에 바뀌어 있었다.

  사람 한 명 없던 숲에서.

  "생선 사세요, 생선~ 싱싱한 생선이 500동량!"

  "지금 갓 찐 떡이 단돈 300동량~"

  시장 한복판으로.

  무결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살펴보는 것을 보았다.

  온몸을 검은 천으로 둘둘 감싼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이 길 한복판을 떡하니 막고 서 있으니 그럴 수밖에.

  무결은 일단 사람들의 눈길이 없는 골목 한쪽으로 급히 들어가 블랙미슈릴 슈트를 해제하고 평상복 차림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여전히 이 배경에서는 이상 할 테지만, 그나마 쫄쫄이 복장보다는 더 눈에 덜 될 터였다.

  그는 어느새 손 위에 쥐여져 있던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 : 네 번째 장보도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300인의 대난투' 던전의 제2스테이지에 들어선 모험가에게 주어지는 장보도 중 하나 [하늘의 눈]으로 봐도 이렇다 할 설명은 쓰여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직접 읽어보는 수밖에.'

  무결은 [장보도]를 펼쳐보았다.

  '이건…….'

  지도에는 장보(藏寶) 즉 숨겨진 보물의 위치가 간단히 표시되어 있었다.

  '[탐험가의 지도]네. 틀림없이 던전 내 '사기템'을 가리키는 거겠군.'

  그리고 [장보도]의 구석에는 웬 손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양손을 기묘하게 얽어놓은 것이, 무공중 인법과 관련된 스킬을 발휘 할 때 쓴다는 수인(手印)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했다.

  '아이템의 종류를 나타내는 표식인가?'

  무결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튼 가봐야겠군.'

  이 아이템이 있는 곳에는 분명 사람이 몰릴 것이다.

  네 종류 중 하나라 그랬으니 200 명의 1/4인 50명 정도가 이 '네 번 째 장보도'를 얻었을 것이고.

  이렇게 사람들끼리 치고받으라고 준비해놓은 아이템일수록 사람들이 탐낼 만한 좋은 아이템을 준비해 놓았을 가능성이 높았으니, 무결은 장보도의 아이템을 습득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좋은 아이템도 얻고 거기 있는 사람들을 죽여서 킬 카운트를 올린다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무결은 [장보도]를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골목에서 걸어나왔다.

  분명 이 스테이지에는 이 장보도의 아이템 외에도 다른 아이템들이 존재할 터였다.

  "자자, 구경하고 가세요!"

  "죽은 남편도 벌떡! 일으켜 세우는 신묘한 환약!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에요!"

  시장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입은 옷으로 보나, 거리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로 보나 시대 배경이 현대의 것은 아니었다.

  무협 소설로만 보던 옛 중국의 시장 거리를 연상케 하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무림 고수들이 등장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팟- 무결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장보도]를 가로채 가려는 소매치기의 수법에서, '금나수(擔掌手 : 잡기를 위주로 하는 무공)'의 수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협 배경이야.'

  무결은 그렇게 확신하며 주머니에 손을 대려는 소매치기의 팔을 덥석 낚아챘다.

  "윽!"

  평범하게 생긴 한 사내가 깜짝 놀라며 새된 소리를 내뱉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뛰어난 소매치기인 그는 이색적인 복장을 입은 이방인을 만만히 보고 기술을 걸었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무공 수법까지 발휘되어 교묘하게 이방인의 주머니 속을 헤집으려던 그의 손을 이방인이 너무도 간단하게 잡아채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갑자기 무슨 짓이오!!"

  손을 잡힌 소매치기가 도리어 무결을 향해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장바닥의 모두가 이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이런 이벤트인가?'

  무결은 피식 웃으며 그런 사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갑자기 지나가던 사람 팔을 붙잡는 건 대체 무슨 경우요! 지금 시비 거는 거요? 에이, 빌어먹을!"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사내가 되도 않는 비난을 해대며 무결을 나무랐다.

  손을 너무나 쉽게 잡힌 것에 대한 당황 섞인 적반하장이었다.

  무결은 묵묵히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그냥 가만히 지켜보았다.

  "뭐요! 왜 쳐다보는 거요!"

  사내는 잠시 성을 내더니 주변 시장 사람들이 별 흥미 없이 눈길을 돌리자, 곧 입을 삐죽대며 돌아섰다.

  "에잉! 재수가 없으려니!"

  갈 때까지 한마디 얄밉게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무결은 마침 잘됐다는 듯 그 사내의 뒤를 따라붙었다.

  숨어서 간 것도 아니고, 사내가 보란 듯이 대놓고 옆에서.

  그에게는 얻을 것이 몇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사내는 자신을 너무도 당당하게 따라오는 무결의 모습에 흠칫 놀라더니, 이내 태연하게 앞을 보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장통을 걷던 사내는 어느 골목 속으로 쏘옥 사라졌다.

  무결 또한 사내를 따라 골목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골목 한 귀퉁이로 사라지는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당연히 무결 또한 그를 따라 그 귀퉁이로 들어갔다.

  그 직후.

  "형님, 저 새끼가 자꾸 따라오지 말입니다."

  사내가 압삽한 웃음을 지으며 무결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옆으로는 험악하게 생긴 사내들이 인상을 지으며 무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우리 아우 건드렸냐?"

  "가진 거 내놓고 맞을래, 맞고 나서 가진 거 다 내놓을래?"

  "순순히 일단 가진 거부터 내려놓으면 좀 덜 아프게 때려줄게. 흐흐."

  어느새 무결이 들어온 골목 뒤까지 다른 사내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이 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건달패 놈들인 듯했다.

  물론.

  무결은 골목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 모든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

  "나는 선택지도 주지 않으련다."

  그는 목을 꺾으며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는 그냥 일단 맞자."

  * * *

  "살려만, 살려만 주십쇼."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건달패들이 무릎을 꿇고 엉엉 울며 무결에게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무결이 잠시 [유가선공]으로 어루 만져 준 결과였다.

  [유가선공]의 응용법 중에는 혈도를 뒤틀어 극한의 고통을 주는 수법이 있었다.

  "제발, 제발 그만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빌겠습니다."

  그 맛을 가장 진하게 본 두목 놈이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양손을 싹싹 빌고 있었다.

  무결은 그런 두목에게 한 손을 무심하게 내밀었다.

  "……?"

  의아하게 그 손을 바라보는 두목에게 무결이 말했다.

  "가진 거 다 내놔."

  "예?"

  "시간 없으니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가진 거 다 내놔. 물론 뒤져서 한 푼이라도 남겨놓았으면 방금과 같은 고통을 영원히 겪게 해주지."

  두목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하는 고문에서 이미 무결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느꼈기 때문에 그의 이런 무심한 말이 역정을 내는 것보다 오히려 더욱더 공포스러웠다.

  "야, 너네 가진 것 다……."

  두목이 재차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부하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전낭(錢藥)을 풀어 젖혔다. 부하들 또한 무결에게 이루 말할수 없는 고통으로 어루만져진 덕에 행동들이 상당히 빠릿빠릿했다.

  이 세계에서 쓸 돈이 한 푼도 없던 무결은 곧 이 세계에서 잠시나마 써먹기에는 넉넉한 돈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너."

  무결은 자신을 이곳으로 유인한 소매치기를 가리켜 보였다.

  "나랑 잠시 같이 좀 다녀야겠다."

  소매치기가 애처로운 눈으로 동료들을 바라보았지만, 그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갑자기 던전에 떨어진 환경에서, 무결은 이미 너무도 숙련된 헌터였다.

  * * *

  "그래, 부처님 모시는 절이란 말이지?"

  "예, 이 일대에서는 아주 유명한 절입지요."

  무결은 이 근처지리에 대해 잘 알게 분명한 소매치기에게 장보도를 보여주며 표시된 위치에 대해 물어 보았다.

  역시 지리 정보에 밝아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소매치기는 지도에 표시된 곳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장보도에 표시된 곳은 마을과는 조금 떨어진 유명한 절이었는데, 그곳까지 가려면 그의 걸음으로 5시간 정도는 걸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그리 멀지는 않군.'

  그의 걸음으로 5시간이라면 무결에게는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다.

  '어쨌든 이곳과는 상당히 가깝군. 아직 급할 건 없겠어.'

  자고로 장보도라 함은 본래 아이템이 숨겨진 위치를 꼬고 꼬아서 표시 하는 게 많았다.

  그래서 아이템이 쉽게 발견될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각성자들의 분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발견이 늦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 좀 늦어서 누가 먼저 차지한다면 빼앗으면 되지.'

  카이를 제외하면 무결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이 던전에서는 아직 없었다.

  조금 더 던전에서 시간이 지나, 소위 '사기템'들을 둘둘 두른 놈이 등장한다면 모를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카이와 무결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었다.

  카이가 자기에게 세뇌된 자들이 이 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는데, 대부분의 강자가 그 그룹에 속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무결은 일단 옷부터 사러 소매치기에게 포목점으로 안내하도록 시켰다.

  지금은 아까의 건달들 중 한 놈의 옷을 뺏어 입었지만, 냄새도 심하고 치수도 잘 맞지 않아 조금 불편했다.

  그래서 아예 옷을 사 입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포목점을 향해 가던 무결의 눈빛이 갑자기 빛났다.

  '오? 저건?'

  그의 눈에 특이한 것이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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