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48 이번에 무결의 눈앞에 뽕! 하고 나타난 것은 금빛이 감도는 양피지였다. (148/215)

  기계신과 함께 148 이번에 무결의 눈앞에 뽕! 하고 나타난 것은 금빛이 감도는 양피지였다.

  "음? 열 명이 죽다니, 여덟 명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무결은 눈앞의 양피지를 집어 들며 의아해했다.

  [두 명은 잠깐 토네이도에 휘말렸다가 마스터가 팽이를 얻으시는 과정에서 토네이도가 멈춰서 살아났던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토네이도가 멈췄을 때 땅에 떨어져 허우적거리던 자들을 보았거든요.]

  "아, 그렇군."

  무결은 슈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손에 들고만 있던 양피지를 펼쳐보았다.

  일단 붉은빛이 도는 '학살자의 지도'.

  그것을 펴보자, 그곳에는 무결의 위치와 그의 주변 지형이 표시된 지도가 나타났다.

  무결의 위치를 중심으로 대략 50km에 이르는 범위의 지형 정보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도 위에 대략 80개의 붉은 점이 표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오호라."

  지도의 붉은 점이 나타내는 바는 명백했다.

  다른 각성자들의 위치.

  그만큼 죽였으니, 다른 놈들도 찾아서 좀 죽이라는 뜻이었다.

  "재미있군."

  이 지도가 존재함으로써 소위 말하는 '버티기'는 불가능할 터였다.

  지도 위의 점들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대부분이 숲이 있던 쪽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일부는 초원 위를 헤매고 있었다.

  "근데 이거 너무 사기성 짙은데? 웬만한 아이템보다는 이 지도 하나가 더 가치가 크겠어."

  무결이 그렇게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1분이 지나가자마자.

  피슉- 지도가 저절로 접혀 버리더니 허공으로 쏙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 그렇지."

  무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금빛 양피지를 열어젖혔다.

  "으흠."

  마찬가지로 주변의 지형이 표시된 지도.

  그곳에는 단 하나의 황금빛 점이 찍혀 있었다.

  * * *

  "이곳인가?"

  무결은 황금빛 점이 나타내는 곳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탐험가의 지도]는 [학살자의 지도] 와 달리 사라지지 않고 계속 무결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는 다시 지도를 들여다보았다가,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황금빛 지도는 분명 눈앞의 나무를 가리키고 있었다.

  숲속의 여느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떤 나무.

  "흐음……."

  무결은 나무의 주변을 살살이 뒤져 보았다.

  그러다가, 나무 바로 옆의 뿌리 부분에서 흙에 덮여 있던 석문(石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게 분명한 석문.

  그그긍.

  무결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그긍.

  무결은 안으로 들어와 석문을 닫고, 마력을 사용해 석문 위에 다시 흙을 덮어두었다.

  누군가가 쉽게 발견하기 어렵도록.

  그리고 주머니에서 손전등을 꺼내 들어 계단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통로는 매우 오래되었는지, 나무뿌리들이 뚫고 들어와 앞을 가로막고 있기도 했다.

  무결은 그 나뭇가지들을 잘라내며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곧 그의 눈앞으로 꽤나 원시적인 모양의 함정들이 등장했다.

  스릉- 스릉- 톱날이 왔다 갔다.

  찰캉. 찰캉.

  칼날이 빠져나왔다 들어갔다.

  단일 대미지로는 각성자의 피부에 생채기조차 내지 못할 것 같은 상당히 원시적인 함정들.

  그러나 무결은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저거 잘못 스치면 골로 간다.'

  톱날 하나하나에는 무협 장르 고수들의 검기(劍氣)에 버금가는 날카로움이 깃들어 있었고, 바닥을 나왔다들어왔다 하는 칼날에는 코끼리도 죽일 게 분명한 극독(劇毒)이 묻어 있었다.

  하나하나 절대 얕볼 수 없는 함정들이었다.

  무결이 우득우득 몸을 꺾으며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 참 오랜만이군."

  예전 재앙형 던전 '베히모스의 꿈'에서도 이런 경험을 했던 기억이 난다.

  "좋은 기억이 아니긴 한데……. 역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별로 긴장 되지도 않는군."

  무결은 가볍게 몸을 날려 함정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배틀 센스]가 발휘되어 함정 장치들의 모든 경로가 순식간에 그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무결의 움직임이 물 흐르듯 움직이며 함정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았다면 '저게 함정을 통과한다는 사람의 태도야?'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전력 질주로 함정 속을 달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무결을 맞은 것은 톱날의 향연.

  톱날들이 양옆의 벽에서 스릉 스릉 그의 눈앞을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 톱날들의 박자가 보이는 순간의 빈틈을 뚫고, 무결의 몸이 톱날들 사이를 질주했다.

  때로는 엇박자로 인해 빈틈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잠시 뒤로 후퇴하는 방식으로 날아드는 톱날을 비껴낸 무결이 다시 앞으로 달릴 때, 이미 그에게 톱날이란 장애물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톱날의 숲을 통과한 것이다.

  그다음은 바닥과 벽, 천장 4면에서 엇박자로 왔다 갔다 하는 칼날들.

  이번은 톱날보다 더 쉬웠다.

  앞을 직접적으로 가로막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알맞은 발판을 찾기만 하면 되었으므로.

  비록 그 발판이란 것이 벽과 천장 일 때도 있었지만, 그런 게 무결에게 문제가 되기에는 무결은 이미 너무 많이 성장해 있었다.

  무결이 바닥과 벽, 천장을 차례로 밟으며 칼날의 늪을 빠져나갔다. 마지막은 낭떠러지였다.

  무결의 눈앞으로 무저갱 같은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반대편 절벽 쪽으로 문이 보였다.

  저곳으로 들어가면 함정이 끝나는 듯했다.

  그 문과 무결이 서 있는 문 사이로는 징검다리 같은 돌들이 공중에 둥둥 떠올라 있었다.

  저걸 통과할 때 뭔가가 어둠 속에서 날아들게 분명했다.

  무결은 일단 차분하게 [하늘의 눈]을 켜서 징검다리들을 살펴보았다.

  '사람 죽이기 딱 좋은 함정이군.'

  무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날렸다.

  저 많은 징검다리 돌들 중에, 딱 두 개만이 ' 진짜'였다.

  나머지는 밟자마자 사라져 버리는 가짜', '환영'이었다.

  무결이 첫 번째 ' 진짜' 징검다리를 밟았다.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무결이 애용하던 '코일 건'의 총탄 같은 위력을 지닌 강력한 화살이었다.

  무결은 아크로바틱하게 그 모든 총알을 공중에서 피해내었다.

  그러다가 간혹 피할 궤적을 못 찾는 것은 -콰앙!

  손으로 그냥 후려쳐 버렸다.

  그렇게 화살 세례를 피하고, 두 번 째 징검다리를 밟았다.

  이번에는 마법이 발동되었다.

  완벽한 어둠이 내려앉으며, 무결의 시계(視界)가 사라졌다.

  빛이 완벽하게 차단된 것이다.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무결의 높은 마법저항력을 뚫고 마법이 작용한 것이다.

  그 상태에서 방금과 같이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소리와 촉감.'

  무결은 청각과 촉각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화살이 날아드는 소리와 화살이 발산하는 파동이 느껴졌다.

  [배틀 센스]가 그 모든 감각 신호를 면밀하게 캐치한 다음 분석해, 무결의 머릿속에 각인해 넣었다.

  눈을 감은 무결의 머릿속에 화살의 경로들이 마치 보이는 것처럼 떠올랐다.

  '피하고, 피하고.'

  무결은 가상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 몸을 움직였다.

  핏- 핏- 머릿속으로 떠오른 화살들이 실제로 무결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막고.'

  콰앙!

  한 발의 화살이 무결의 손에 막혔다.

  '피하면, 끝.'

  마지막 화살이 무결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무결이 사뿐하게 '문'이 있을 위치를 향해 발을 디디려 했다.

  그런데.

  퍽!

  "크윽!"

  무결의 왼편 등 쪽 어깨에 무언가가 날아와 박혔다.

  무결이 막 문에 발을 내디딘 때였다.

  우당탕.

  그가 입구에서 그대로 앞으로 굴러 버렸다.

  "으음……."

  잠시 넘어진 자세 그대로 누워 있던 무결이, 신음을 지르며 일어나 앉았다.

  어느새 시야가 다시 밝아져 있었다.

  "이거 너무하잖아."

  무결이 투덜대며 어깨 부근을 살펴 보았다.

  전혀 감지조차 하지 못한 화살이, 무결의 왼쪽 어깨에 박혀 있었다.

  무결은 화살을 오른손으로 잡아 뽑았다.

  후드득.

  검은 피가 주르륵 떨어져 내렸다.

  독이 묻어 있었다.

  무결은 [유가선공]을 운용해 중독된 피를 몸 밖으로 몰아내고, 운기를 했다.

  치유에 특화된 [유가선공]이라, 다행히 극독이었음에도 무사히 모든 독을 빼낼 수 있었다.

  '너무 기분 냈나.'

  사실 저 함정들은 이렇게 돌파하라고 만든 함정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차근차근 전진하며 하나하나 풀어내야 할 함정들.

  그렇게 하나씩 함정을 해체하며 왔더라도 아마 한 번에 모든 함정을 뛰어넘은 무결과 큰 속도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함정들은 위험도에 비해 해체 난이도는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실력에 자신이 있었던 무결은 그냥 깡으로 순식간에 함정들을 돌파해 버렸다.

  실력에 자신이 있기도 했거니와, 그것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조금은 천진한 이유였다.

  '조금 부상이 있긴 했지만…… 뭐, 별거 아니니까 됐어.'

  몸에 블랙미슈트에 한번 구멍이 났지만 둘 다 재생이 가능한 것이니 손해랄 것도 없었다.

  무결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안 가서, 아주 밝은 실내가 무결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호오……."

  던전에는 어울리지 않는 밝은 샹들리에.

  사방에 가득한 빛나는 액세서리.

  그리고 사방에 흩어져 있는 금은보화.

  보물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무결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동하는 보물창고'에 들어서셨습니다.]

  ['이동하는 보물창고'에서 한 가지 물건을 고를 기회가 주어집니다.]

  [물건에 손을 대는 순간 그대로 그 물건과 함께 창고 밖으로 추방됩니다.]

  [창고는 던전 내부 다른 곳으로 이동됩니다.]

  "이것 참."

  무결이 뺨을 긁적였다.

  "나한테 딱이잖아."

  그는 즉시 [하늘의 눈]을 발동시켜 던전 내부의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은 그냥 금화 혹은 보석, 액세서리였다. 현실이었다면 높은 가치가 매겨졌을 사치품들.

  "조금 아쉽긴 하군."

  하지만 던전에서는 쓰레기들에 지나지 않는 물건들이었다.

  저런 쓰레기들에 실수로 손을 대기라도 했다간 던전의 함정을 통과한 보람이 0이 될 것이다.

  무결은 금은보화에 행여나 손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검이나 갑옷 같은 아이템들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거 참, 보물창고라더니 여기도 함정이 많군.'

  더러 나름 쓸만한 능력을 지닌 아이템이 있긴 했으나, 아예 능력이 없는 것들도 보였다.

  심지어 어떤 것은 저주가 걸려 있기도 했다.

  아이템 보는 눈이 없다면 저주가 걸린 걸 집어 들고 오히려 쇠약해질 수도 있는 고약한 곳이었다.

  게다가 쓸만한 능력을 지닌 아이템들도 아까 얻은 [스톰브링어]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흐음…….'

  무결은 이제는 조금 탐탁지 않은 눈이 되어 보물창고를 계속 둘러보았다.

  보물창고에는 꼭 인테리어처럼 죽은 해골들이 더러 보였다.

  '이 던전을 통과하다 죽은 사람들이 해골이 되었다는 컨셉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해골들을 지나치던 무결은, 문득한 해골이 손에 들고 있던 나침반을 발견했다.

  그런데.

  '응?'

  무심코 그것을 [하늘의 눈]으로 살펴본 무결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래…… 이거지!"

  무결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물건을 선택하셨습니다.]

  ['이동하는 보물창고'에서 추방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