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47 '이런 게 왜 날아와?' (147/215)

  기계신과 함께 147 '이런 게 왜 날아와?'

  무결은 황당한 눈으로 자신의 눈앞으로 날아오는 물건을 바라보았다.

  결코 토네이도 속에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으므로.

  집채만 한 크기.

  날카로운 스파이크가 흉흉하게 튀어나온 모양새.

  사람을 푹 찍어 죽이기 꼭 좋게 생긴 그것은, '얼음덩어리'였다.

  무결은 재빨리 레일 건을 뽑아 자신에게 날아오는 얼음덩어리를 쏴 갈겼다.

  쾅쾅쾅!!

  얼음 조각은 스파이크가 나 있는 만큼, 중심부가 취약했다.

  덕분에 몇 발의 레일 건 공격에 산산조각이 나 비산했다.

  "으읍!"

  무결은 급히 마력을 끌어올려 몸 주변에 둘렀다.

  블랙미슈릴 슈트가 마력을 먹고 단단하게 움츠러들었다.

  파바박.

  그의 몸을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할퀴고 지나갔다.

  다행히 이미 레일 건에 의해 해체 된 뒤라 무결에게 그리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으악!"

  "아아아악!"

  무결이 소란에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몰래 무결을 뒤따라오던 자들이 얼음 파편들에 얻어맞아 균형을 잃었다.

  그리고 토네이도에 휘말려 날아가 버렸다.

  "……."

  동정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서는 모두가 죽여야 할 적.

  게다가 저들은 이미 이곳에 들어와 많은 살생을 저지른 자들이었다.

  같은 클랜원인 듯 같은 복장을 입은 저들은, 무결이 토네이도로 올 때 같은 방향으로 오며 다른 각성자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던 놈들이었다.

  '아마 12명 정도가 한 팀이었던 것 같은데.'

  그중 대략 4명 정도가 토네이도 속으로 들어오는 무결을 따라 조심스럽게 들어왔다가, 봉변을 당한 것 같았다.

  '뭐, 밖에 있는 놈들도 더 이상 따라올 생각은 못하겠지.'

  무결은 바닥에 다리를 박은 채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격들에 저항했다.

  얼음덩어리는 하나만 날아든 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집채만 한 얼음덩이들이 토네이도 내부에서 생성되고 있었다.

  결코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것들이 아니었다.

  '이능의 힘이군.'

  얼음덩이는 알 수 없는 힘이 토네이도에 닿는 자들을 분쇄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인공구조물임에 틀림없었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풍속이 빨라지며 얼음덩어리가 더욱 거세게 날아들었다.

  무결이 쏘아 갈기는 레일 건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졌다.

  콰콰콰콰콰- 계속해서 날아오는 얼음들을 당황 하지 않고 차근차근 부수며 버텼다.

  투드득.

  풍속이 강해질수록 바닥에서 발이 빠져나가려 한다.

  그래서 무결은 발밑으로 마력을 나무뿌리처럼 뻗어 내렸다.

  그리고 몸을 더욱 단단히 대지에 고정시켰다.

  그러자 비로소 몸이 안정된다.

  그렇게 이어지는 난관에도 꿋꿋이 버티고 서자, 이번에는 또 다른 난관이 다가온다.

  콰릉-- 번개였다.

  쿠릉-쿠릉- 얼음덩이에 이어, 새하얀 번개가 무결의 몸을 갈겨대기 시작했다.

  "크윽."

  따끔따끔하고 저릿한 감각이 온몸을 타고 흘러나갔다.

  살짝 탄내가 올라오는 게, 그토록 단단한 무결의 몸에도 타격이 있었다.

  블랙미슈릴 슈트의 방어력과 [유가선공]의 마력을 뚫고 그를 타격할 정도라면 결코 가벼운 번개가 아니었다.

  다른 각성자들이었다면 홀랑 익어 버릴 만한 강력한 번개.

  계속해서 내려치는 번개에 무결의 몸이 발갛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가선공]과 [천옥보주]의 힘이 그의 몸을 서서히 치유해 나갔다.

  쾅쾅!

  덕분에 몇 번이고 번개를 맞았지만, 끝내 버틸 수 있었다.

  휘익 - 그때, 그렇게 버티던 무결의 눈앞으로 문득 뭔가 이상한 것이 지나갔다.

  지금까지 토네이도 속에서 보았던 것들과는 이질적인 종류의 것이었다.

  '비석……?'

  생김새가 꼭 비석을 연상시키듯 납작하고 기다란 돌이었다.

  또 스치듯 보았지만, 그곳에는 분명 글귀도 적혀 있었다.

  무결은 거기에 가장 크게 적혀 있는 글씨만 읽을 수 있었다.

  -스톰브링어, 여기 잠들다.

  '웬 비석이 폭풍 속을 날아다녀…….'

  황당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던전속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거야 일상다반사였으니.

  휘이잉- 어느새 바람이 잦아들고, 날아오던 얼음덩이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콰릉…….

  번개 또한 마찬가지로 그 빈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스으윽…….

  무결의 주변은 완벽한 고요를 되찾았다.

  콰콰콰콰- 무결의 사방으로는 모든 것이 휘말려 날아가는 검고 어두운 장막이 여전히 격렬하게 휘돌고 있었다.

  하지만 무결이 서 있는 토네이도의 핵(核) 부분은, 바람 한 점 없이 완벽히 고요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는 웬 팽이가 하나 공중에 뜬 상태로 빙그르르 돌며 무결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팽이' 자체가 바로 토네이도의 진정한 핵(核)인 모양이었다.

  무결이 [하늘의 눈]으로 그 팽이를 보았다.

  -이름 : 스톰브링어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폭풍에 미친 자 '스톰브링어'가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팽이. 강력한 마법의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사기템 발견."

  무결이 씨익 웃으며 자신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그 팽이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을 손에 쥐려는 순간.

  팅 - 손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튕겨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에게 뜨는 메시지.

  [퀘스트 '스톰브링어의 무덤'이 발생 했습니다.]

  [스톰브링어에게 안식을 찾아주십시오.]

  [성공 보상 : '스톰브링어'를 둘러 싼 결계 해제]

  "……여러가지로 힘들게 하는군."

  무결은 '템 하나 얻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라고 중얼거리며 폭풍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식'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아까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던 그 비석이 떠오른 것이다.

  열심히 뚫어져라 비석을 찾고 있는데.

  [마스터, 비석 저기 있습니다.]

  슈리가 그렇게 말하며 무결의 시야에 홀로그램으로 화살표를 하나 표시해 주었다.

  [혹시 이렇게 찾으실까 봐 미리 표지해 두었습니다.]

  "오우, 역시 슈리는 일등비서라니까! 잘했어."

  [비석에 적혀 있던 글귀도 캡처해 놓았습니다만, 읽어드릴까요?]

  "아니, 됐어. 직접 가져와서 읽어보지, 뭐."

  무결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결은 화살표가 표시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아라크네의 거미 실샘]에서 거미줄을 하나 쏘아 올렸다.

  거미줄은 폭풍 속을 뚫고 날아가…….

  쉬익- 버렸다.

  […….]

  거미줄이 표적인 비석을 맞히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것이다.

  "잘 안 되네."

  무결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거미줄을 끊어내고 다시 발사하기를 반복했다.

  쉬익- 쉬익- 그렇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오, 성공!"

  드디어 비석에 거미줄을 붙일 수 있었다.

  무결은 거미줄에 힘을 주어 비석을 끌어당겼다.

  잠시 후, 무결의 손아귀에 비석이 쥐어졌다.

  그의 키보다 커다란 비석이었지만 막대한 근력 스텟을 자랑하는 그의 손에는 마치 공깃돌처럼 느껴졌다.

  무결은 먼저 그 비석에 적힌 글귀를 읽어보았다.

  -스톰브링어, 여기 잠들다.

  폭풍과 맞선 자여, 마침내 대지에 잠들어 평안하기를.

  "'마침내 대지에 잠들어'…… 라 ."

  잠시 비석을 들고 고민하던 무결은 콰악!

  이내 비석을 팽이의 앞에 박아 넣었다.

  그러자 팽글팽글 허공을 돌며 끊임 없이 앞으로 전진하던 팽이가 멈추어 섰다.

  정답이었다.

  [퀘스트 '스톰브링어의 무덤'에 성공하셨습니다.]

  ['스톰브링어'의 주변을 둘러싼 결계가 해제됩니다.]

  팽이를 둘러싼 기운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세차게 돌던 팽이의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더니, 이내 멈추어 섰다.

  그와 동시에 토네이도가 거짓말처럼 개더니 순식간에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토네이도 속에 있던 내용물들이 비 처럼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쿠쿵, 투두둑- 무결은 서서히 공중에서 내려오는 팽이를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득템 축하드립니다, 마스터.]

  "던전 한정 아이템이지만, 땡큐."

  득템은 언제나 기분 좋은 것이었다.

  무결은 [공간주머니] 속에 새로 얻은 [스톰브링어]를 갈무리하려 했다. 그런데.

  "저 새끼 살아 있어!!"

  저 멀리 토네이도의 경계 밖에 있던 불정객들이 무결을 발견하고 소리 쳤다.

  아까 그놈들이었다.

  12명이었던 녀석들은 4명이 줄어 8명이 되어 있었다.

  토네이도 밖에서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계속 서 있었던 모양이다.

  "야, 저놈 아이템 얻은 것 같다!"

  "뭐? 당장 죽이고 빼앗아!!"

  그런데 무결이 뭔가를 토네이도 속에서 얻은 듯하자 눈이 뒤집혀서 무결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무결이 곤란한 음성을 내뱉었다.

  아직 이 던전의 규칙을 모르는 멍청한 놈들이 있는 것 같았다.

  '아까의 '엑스칼리버' 사태를 보고도 느낀 게 없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무결이 오른손 위의 팽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손 위로 한 뼘 정도 위의 공중에서 팽이가 빙글빙글 돌며, 주위의 바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규칙을 친히 알려주도록 하지."

  무결의 주위를 검은 바람이 격렬하게 휘돌기 시작했다.

  "뭐, 뭐야!"

  무결 주위의 바람이 급격하게 커져 순식간에 아까의 토네이도의 크기를 이루었다.

  토네이도 속에 있던 얼음덩어리와 번개들이 순식간에 생성되어 토네이도 속을 돌기 시작했다.

  무결에게로 달려오던 놈들은 손쓸 틈도 없이, 갑자기 형성된 격렬한 토네이도에 말려들었다.

  "으, 으악!!"

  "안돼애애애!!"

  놈들이 하나둘 땅바닥과 작별을 고했다.

  "이 던전에서 아이템 얻은 사람한테 덤비면 X되는 거야."

  개중에 토네이도 속에서 나름 잘 버티던 놈들도 결국 얼음덩어리와 번개들을 맞고는 바람에 휩쓸려가 버렸다.

  그리고, 무결의 시야 왼쪽으로 뭔가가 떠올랐다.

  Kill Count : 2

  "호오."

  무결이 죽인 숫자가 시야에 표시되는 것이다.

  그 숫자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Kill Count : 3 Kill Count : 4 그러다가 마침내 킬 카운트가 5가 되었을 때.

  Kill Count : 5 메시지 하나가 출력되었다.

  [Kill Count : 5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학살자의 지도'가 주어집니다]

  무결의 눈앞으로 붉은빛이 감도는 둘둘 말린 양피지가 뿅! 하고 나타났다.

  "……이런 것도 있었군."

  애초에 이번 재앙형 던전에 관한 던전 데이터베이스는 너무나 허술했다.

  살아 나온 사람조차 얼마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시스템이 있는 줄도 몰랐다.

  무결이 갑자기 앞에 나타난 붉은빛 도는 양피지를 집어 드는 사이, 킬 카운트는 계속해서 쭉쭉 올라갔다. 그리고.

  [Kill Count : 10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탐험가의 지도'가 주어집니다]

  그 메시지를 끝으로 더 이상 킬 카운트가 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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