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39 '……?' (139/215)

  기계신과 함께 139 '……?'

  무결과 이글 맨이 의아한 눈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데르투크들과의 싸움은 탑승객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비행기의 선체 위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선체 위에서 벌어진 싸움에 목격자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 여자는 어떻게 저런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것일까.

  "제가 봤어요."

  그 여자가 기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냥 보기만한 것도 아니죠. 모든 상황은, 제 핸드폰 카메라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모두의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무결은 [하늘의 눈]으로 그녀를 살펴보았다.

  -이름 : 바이엔 -상태 : 흥분, 각성자 -고유 스킬 : [투시 촬영]

  '그렇게 된 거였군.'

  [하늘의 눈] 스킬은 액티브형 스킬 이라서 사람들을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으면 확인이 안 된다.

  그래서 저런 스킬을 가진 자가 탑승객 중에 있을 거라고는 무결도 생각지 못했다.

  여자는 기자들 앞에서 스마트폰의 영상을 재생해 보였다.

  기자들은 각자가 가진 촬영 기기로 멀리서 그 영상을 촬영해 댔다.

  "오……!"

  "저런 강력한 몬스터들이 비행기를 공격했건만!"

  기자들뿐 아니라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도 다 같이 그 영상을 보았다.

  많은 사람이 그녀의 스마트폰 속 작은 화면을 보기 위해 몸을 들이밀다가 우르르 넘어지기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영상에는 이글 맨이 호기롭게 외치며 비상탈출구의 문을 열고 비행기를 뛰쳐나가는 장면부터 시작되었다.

  뒤이어 무결이 문을 열고 나가 여유롭게 선체 위로 걸어가는 장면.

  그가 주변의 데르투크들에게 총격을 가하며 이글 맨을 구해주는 장면.

  이글 맨이 비행기 날개로 변한 장면.

  그리고 무결이 모체가 날린 창으로 부터 비행기를 보호하고, 역으로 모체를 격파한 장면까지가 남김없이 촬영되어 있었다.

  소리마저 촬영되지는 않았지만 그 영상만으로 이번 공중 몬스터들이 얼마나 위험했고, 또 무결이 얼마나 활약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영상이 끝나자 영상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환호했다.

  "하늘에서 처음 나온 몬스터들을 저리 쉽게 잡다니!"

  "날아가는 비행기 위에서 꼿꼿이 서 있던 그 기(技)를 봐, 엄청난 고수인 게 분명해!"

  "창이 날아오는 걸 막는 건 마치 영화 같았어!"

  "영웅,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영상을 보고 흥분한 채 떠들어대었다. 싸움 과정이 그리길지도 않았음에도 많은 스토리와 화려한 전투가 담긴 영상에 기자들이 흥분했다.

  일부가 바로 무결을 알아보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때, 그 영상을 공개한 여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 영상, 지금 이 자리에서 경매에 부치겠습니다!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는 분께 팔게요!"

  그녀가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이것이었다.

  기자들이 멀리서 자기 스마트폰이나 촬영기기로 그녀의 핸드폰을 촬영했다고는 하지만, 그 영상이 방송에 내보낼 정도로 좋을 리가 없었다.

  방송 등에 내보내려면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촬영한 영상을 입수하는 게 베스트였다.

  그 영상을 입수하고 말고에 있어 보도의 질이 달라질 거란 건, 여기에 있는 모든 기자가 알 수 있었다. 당연히 기자들은 혈안이 되었다.

  "3만 위안!(한화 약 500만 원)"

  "6만 위안!(한화 약 1, 000만 원)"

  가격이 올라갈수록 영상을 가진 여자의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10만 위안!(한화 약 1, 600만 원)"

  가격은 끝 간 데 없이 오르다, 마침내 30만 위안(한화 약 5, 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물론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무결로서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여튼 제 장삿속부터 챙기려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군.'

  엄연히 저기 찍혀 있는 건 자신과 이글 맨인데, 둘에게는 의견 하나 묻지 않고 저 영상을 팔 생각부터 하는 저 여자가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무결 자신과 이글 맨의 태도를 보았다면 자신이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말이다.

  '엄연히 초상권이라는 게 있는데 말이야.'

  무결이 쩝, 입맛을 다셨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상황을 이용해 줘야겠군.'

  그는 스킬을 발동시키며 살짝 손가락을 퉁겼다.

  한편 무결에게 찍힌 여자는 희희낙락하며 경매에 낙찰된 기자에게 스마트폰을 통째로 건넸다.

  기자 또한 희희낙락하며 영상을 다시 재생시켜 보려 했다.

  그런데.

  "어? 뭐야, 이거 재생이 안 되는데요?"

  "네? 그럴 리가요?"

  여자가 다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받아 들어 영상을 재생시키려 했으나, 영상이 재생되지 않았다.

  "뭐, 뭐야, 이거 왜 이래?"

  여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기자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아 들어 영상을 다시 재생해 보려 했으나, 쓸데 없는 노력이었다.

  '메모리 자체를 태워 버려서 말이야.'

  무결은 [디바이스 컨트롤]을 이용해 자신의 영상이 찍힌 부분을 싹 지우는 것으로 모자라, 복원이 불가능하게끔 완전히 메모리 카드를 태워 버렸다.

  "이렇게 되면 돈은 줄 수 없소!"

  그 모습을 보던 기자가 화를 내며 돌아가 버렸다.

  "이, 이익!"

  여자가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타버린 메모리카드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는 법.

  결국 여자는 허탈하게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한편 기자들은 아까 자신들이 촬영한 그녀의 영상을 확인하느라 바빴다.

  여자의 영상 원본이 망가진 이상, 자신의 기기에 촬영된 영상으로 보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자들 자신이 직접 그녀의 스마트폰을 보고 촬영한 영상들은 모두 무사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화면을 다시 촬영기기로 촬영한 것이다 보니 해상도가 극심하게 떨어졌다.

  그래서 영상에 나오는 얼굴마저도 제대로 확인이 안 되었다.

  그래도 기자들은 이 영상에 나온 사람이 누구인지 이미 확인을 끝마친 상태였다.

  "헌터님, 헌터님이 이 영상의 주인공이시죠?"

  "네, 맞습니다."

  무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무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유창한 한국어에, 기자들이 약간 실망하는 것이 보였다.

  중국 기자들 입장에서는 이 영상에 나오는 사람이 중국인이었을 줄 알았던 것이다.

  중국에서 누군가를 영웅으로 부각 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그 사람이 중국인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붙어 있었다.

  "혹시 한국의 헌터십니까?"

  "그렇습니다."

  쐐기를 박는 무결의 말에 기자들의 표정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무결이 한국어로 말하긴 했지만, 이미 대중화된 통역기를 달고 있는 기자들은 그의 말을 명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무결 쪽도 마찬가지였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제 이름은……."

  무결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을 이었다.

  "이한철이라고 합니다."

  그가 싱긋 웃었다.

  [유가선공]으로 뒤바뀐 가짜 얼굴로.

  가짜 이름, 가짜 얼굴.

  이 모든 것은 그가 중국으로 들어오기 전에 준비한 위장 신분이었다.

  * * * 그날, 중국은 바다 한가운데서 여객기를 공습한 몬스터들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 했다.

  그간 내륙에서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가고일 같은 몬스터들이 간간이 출현하긴 했지만, 비행기의 항로를 침범할 정도로 높은 고도에 도달한 공중형 몬스터들은 이들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몬스터들에 의해 점령당해 자유로이 이동하기가 불가능해진 육로와 마찬가지로 항로와 해로 또한 안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물론 그 퇴치에 큰 공을 세운 헌터인 무결, 아니, '이한철'이란 이름의 헌터 또한 수없이 언급되었다.

  화질이 좋지 않은 영상이긴 하지만, 그가 비행기 탑승자 중 희생자를 한 명도 낳지 않고 7급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강력한 몬스터를 퇴치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초 중국 기자들이 생각했던 대로 '영웅'으로까지 추대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건의 특수성에 의해 '이한철'이란 이름은 중국에서도 반짝 화제가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무결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무결의 당초 계획은 사람들 틈에 몰래 섞여들어 중국을 조사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보다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애초 [투시 촬영]에 의해 촬영된 동영상을 바로 지울 수 있었지만 그녀가 한번 사람들 앞에서 그것을 플레이하게 놔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이 잠깐의 유명세를 계기로 그는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그곳에서 언급했다.

  그가 만나고자 하는 중국 최고의 헌터, '위청천'의 이름을.

  자신의 우상인 위청천과 만나는 것이 자신의 꿈이며, 그러기 위해 중국에 왔다는 이한철의 이야기.

  이미 중국에서 거의 신앙화되고 있는 위청천을 만나러 왔다는 이 한국의 헌터의 말에, 중국인들은 자신의 일처럼 열광했다.

  자국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중국인들에 의해 이 일은 크게 이슈 화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리고 무결이 의도한 바대로.

  열화와 같은 중국 사람들의 응원 속에서, 그와 위청천과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거대한 흑청색 몬스터가 중국 베이징 외곽에 나타났다.

  개의 몸통에 어울리지 않는 사자의 머리.

  그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고, 이마 한가운데 돋은 뿔은 단번에 사람을 꿰어 죽일 것만 같았다.

  그 한 몬스터에 의해 수많은 헌터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막아!!"

  "이 뒤로는 민간인 구역이다! 더 이상 밀리면 안…… 으악!!"

  수많은 중국의 헌터가 자신의 피를 새겨 방어선을 지켜내고 있었다.

  일치되고 신속한 행동으로 이름난 중국의 헌터들도 저 개의 몸통과 사 자의 머리를 한 몬스터 '후'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번쩍.

  후의 뿔이 번쩍일 때마다 어김없이 한 명의 헌터가 죽어나갔다.

  그의 뿔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번개에 온몸이 새카맣게 타버리며.

  그때 한 사람이 전장에 등장했다.

  185cm 정도 되어 보이는 큰 키.

  배틀슈트를 입었음에도 비어져 나오는 극한까지 단련된 근육.

  그리고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각 같은 외모.

  전체적으로 차가운 분위기가 흐르는 그는, 이 시대 중국 최고의 스타 위청천이었다.

  그가 등장하자마자 전장에 활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위청천이다!"

  "우리의 영웅이 왔다!!"

  한 몬스터에 의해 정신없이 밀리던 전선이었건만, 마치 모든 게 정리되었다는 듯한 분위기마저 흘렀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대로, 위청천이 움직였다.

  팟-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몬스터 '후'의 머리 위에서 였다.

  극한에 이른 [이형환위(移形換位)].

  위청천이 '후'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려 쳤다.

  쾅!!

  굉음과 함께 '후'의 뿔이 부러져 나갔다.

  "크르르륵."

  그러나 7급 몬스터인 '후'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녀석은 뿔을 내어주는 대신 뒷다리를 기이한 속도로 꺾어 엄청난 속도로 위청천의 등을 후려쳤다.

  쾅!!

  위청천이 공중에서 균형을 바로잡아 한 손으로 땅을 짚으며 쫘악 미끄러졌다.

  멈춰 선 그의 손에는.

  다른 헌터들을 그토록 고전케 했던 '후'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와아아아!!"

  "역시 위청천!!"

  사람들이 너도 나도 환호를 하며 위청천의 이름을 연호했다.

  위청천이 '후'의 머리를 툭 내려놓으며 피가 튄 손을 닦았다.

  그런 그에게로 한 사람이 다가와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한철이라고 합니다."

  원래 더 안전한 곳에서 위청천을 만나기로 했다가, 위청천이 급히 이곳으로 파견 오는 바람에 예정에 없이 따라오게 된 무결이었다.

  "반갑습니다."

  위청천이 인사를 건네는 무결을 바라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피 냄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담백한 미소.

  무결이 약간은 신기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전생에서는 이 정도까지 뜨지 않았던 사람.

  '이 사람이 바로…….'

  무결이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오게 된 계기.

  중국 제일의 스타 위청천이었다.

  그의 상태창을 근거리에서 다시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하늘의 눈]을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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