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과 함께 138 무결이 날아오는 에너지 파동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이군.'
굵고 커다란 창이 비행기의 오른쪽 날개를 노리고 날아오고 있었다.
'저게 아까 왼쪽 날개를 박살 낸 공격이구만.'
무결의 손목에서 두 개의 [플라스마 링]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그리고 비행기의 앞을 가로막고 두 겹의 커다란 방패를 만들어내었다.
창이 날아오는 경로였다.
이윽고 창과 방패가 격돌했다.
콰아아─ 하지만 창의 위력을 온전히 흘려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하나의 방패가 깨져 나갔다.
콰아아…….
다행히도 남은 하나의 방패가 창의 위력을 온전히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창은 하늘을 날아 다시 원래의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마법과 첨단 과학의 힘으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 된 [플라스마 링]임에도 이렇게 하나가 무참하게 박살 난 것을 보고, 무결은 이번 상대가 쉽지 않은 녀석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데르투크들의 '모체'로 짐작되는, 창을 쏘아낸 녀석은 여전히 구름 속에 숨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골치 아프군.'
공중전은 지상전과는 또 느낌이 다르다.
지상에서처럼 그 이동이 자유롭지가 않은 것은 인간에게는 너무나 큰 페널티였다.
게다가 지금은 지켜야 할 사람들 마저 있으니 이동에 있어 걸린 제약이 더욱 컸다.
만약 무결이 지금 비행기에서 발을 땐다면 비행기는 얼마 안가 데르투크들의 공격에 부서지고, 추락해 저 대양 한가운데에서 박살이 날 터였다.
지금은 비행기에서 발을 떼지 않은 채로 데르투크들의 모든 공격을 흘려야 하는데…….
'그 어려운 걸 해내는 게 또 나지.'
무결이 [디바이스 컨트롤]로 비행기를 조종해, 비행기 선체를 한 번 격렬하게 좌우로 떨었다.
비행기에 들러붙던 데르투크들이 갑작스러운 비행기의 진저리에 후다닥 떨어져 나갔다.
"으, 으아악!"
갑작스레 떨리는 비행기에, 왼쪽 비행기 날개가 육성으로 비명을 지른다.
그는 역시 기계가 아니라 무결의 [디바이스 컨트롤]에 조종되지 않았다.
"비행기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 하고, 제 스킬의 통제에 따라요!"
무결이 왼쪽 날개에 대고 다소 무리한 요구를 했다.
"네, 네!"
하지만 위기 상황이기 때문일까?
무결의 생각보다도 더, 그는 무결의 요구에 잘 따라오고 있었다.
'좋아, 생각보다 잘하는데?'
[디바이스 컨트롤]을 통해 느껴지기 시작하는 왼쪽 날개의 느낌에, 무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되겠어.'
무결은 비행기를 하늘 위로 U턴 시켰다.
비행기가 거꾸로 뒤집어지며 오던 방향과는 반대로 날기 시작했다.
"꺄악……!!"
비행기 속에서 승객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행기 선체에 거꾸로 서 있는 무결의 아래로, 비행기를 쫓아오던 데르투크들이 내려 다보였다.
'저기 있군.'
무결은 아래의 구름 속에 거무스름하게 숨어 있는 모체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확한 형상은 알 수 없었지만 그림자만으로도 다른 데르투크들 보다 10배는 커 보이는 크기.
그런데 무결과 비행기가 그 위를 지나는 순간, 구름 속으로부터 또 다시 엄청난 속도로 창이 날아왔다.
무결이 손을 앞으로 뻗는 동시에, [플라스마 링]이 그 앞에 방패를 생성해 내었다.
콰아앙!
무결의 앞을 가로막은 [플라스마 링]이 창과 맞닿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깨져 나갔다.
파창!
하지만 이미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무결은 침착하게 앞으로 손을 내 뻗었다.
깨져 나간 [플라스마 링] 덕에 다소속도가 줄어든 창이, 무결의 손으로 빨려들듯 날아들었다.
콰아아- 무결의 오른손 손바닥이 창의 첨단과 부딪쳤다.
"흐읍!"
충돌의 순간, 무결의 온몸의 근육이 울룩불룩하게 솟아올랐다.
쿠쿠쿠쿠쿠- 엄청난 반발력으로 무결이 딛고 있던 비행기 선체가 조금 움푹 파이며, 비행기 선체 전체가 하늘 위로 밀려났다.
그리고 마침내.
파츠츠…….
창은 돌진을 멈추고, 무결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무결이 창을 한번 살펴보았다.
'좋군.'
은색의 기다란 창이, 무결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었다.
-이름 : 마창(魔槍) 데미안 -상태 : - -설명 : 뛰어난 드워프 대장장이가 복수를 위해 만들어내, 자신의 심장을 찌름으로써 완성시킨 창. 던질 경우 안에 담긴 악의가 폭발 하여 위력을 증폭시킨다. 소유자의 악의(惡意)를 먹고 자라며, 소유자의 악의를 부추긴다.
하지만 아름다운 생김새와는 달리, 붙은 설명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능력만으로는 A급 헌터조차 탐낼 만한 기물이었지만, 이것이 A 급 헌터의 손에 들어갔다간 어떤 참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그대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겠군.'
무결이 마창을 잡은 채로 힘을 주었다.
그의 근육이 찢어질 듯 팽창했다.
그가 전신에 두른 블랙미슈릴 슈트 내부에서, 가느다란 침들이 솟아나 무결의 전신을 찔러대었다.
그리고 그 침에서 근육의 위력을 증폭시키는 신호가 발생하며, 무결의 근육이 더욱 크게 부풀어 올랐다.
꾸드드득.
무결의 강철 같은 근육이 무지막지하게 뒤틀리며, 힘을 하나로 축적해 나갔다.
스멀스멀 일어난 무결의 마력이, 창끝으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흐읍!!"
배배 꼬인 온몸의 근육이 풀리며, 창이 원 주인에게로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무결의 발밑에서 반투명한 역장 (方場)이 형성되며, 그에게서 발생한 충격의 대부분을 흡수했다.
콰아아아아─ 날아가는 경로의 구름을 모두 치워 버리며, 창은 구름 속에 가려진 모체를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모체의 몸통에 그대로 꽂혀 버렸다.
"끼야아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가려져 있던 구름이 걷어지고, 모체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데르투크들의 10배정도로 보였던 놈의 크기는,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거의 20미터 크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데르투크의 모체가, 구름 속에서 그 끔찍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곤충의 얼굴에 날개, 그리고 인간 여자의 몸통 모양을 가진 기괴한 괴물.
그것이 데르투크 모체의 모습이었다.
놈은 가슴 한가운데가 창에 의해 뻥 뚫린 상태로, 피를 흘리며 구름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끄에에에엑!"
데르투크들이 모체를 따라 구름 아래로 날아갔다.
모체가 위험하니 모체를 지키러 가는 걸 테지만, 저 모체는 절대 회복 불가였다.
무결의 창에 [유가선공]으로 치유를 방해하는 마력을 실어 던졌기 때문에.
모체를 잃은 저놈들은, 곧 다른 몬스터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터였다.
"휴우, 대충 해결된 것 같군."
무결은 온몸의 부어오른 근육을 [유가선공]으로 치유해 나갔다.
간만에 흥분해서 과도하게 근육을 혹사해 버렸다.
블랙미슈릴 슈트의 '근육 강화 기능'까지 써버려서 근육이 더욱 혹사해 버렸다.
"이 정도까지 힘을 줄 필요는 없었던 것 같지만…… 뭐, 몸 좀 풀었다 생각하지."
어차피 혹사된 근육은 [유가선공]에 의해 더욱 단단한 근육으로 변해 무결의 몸에 안착될 터.
매일 하는 근육 혹사 훈련을 지금 대신 한 것이라 치면 될 것이다.
"근데 역장…… 생각보다 좋아."
창을 쏘아낼 때 발밑에 역장을 깔지 않았더라면, 비행기가 반 토막이 났을 것이다.
신체의 능력이 인간을 뛰어넘어 초인의 영역에 들어선 이상, 그 힘이 같은 인간과 인간 문명을 파괴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했는데, 거기에 있어 역장이 큰 역할을 할 것 같았다.
무결은 간단히 전투를 복기하며 뒤집어져 있던 비행기를 다시 제대로 돌리고, 비행기의 경로를 중국 베이징으로 설정해 놓았다.
"저, 저……."
그때 왼쪽 날개가 입을 열었다.
"저는 계속 이대로 있어야 하나요?"
"마력 충분하시죠?"
"조금 모자랄 것 같은데……."
"그럼 제가 좀 보태 드리죠."
무결이 비행기에 손을 얹어 [유가선공]의 마력을 전달해 주었다.
"이제 충분하시죠?"
무결이 빙긋 웃었다.
"예……."
그렇게 왼쪽 날개는, 베이징에 도착할 때까지 왼쪽 날개로만 있어야 했다.
* * * 중국 공항은 많은 기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자국으로 들어오는 여객기가 몬스터들에 의해 날개가 부러졌다고 통신이 온 후로, 잠시간 연락이 완전히 두절되었던 것이다.
모두가 이미 여객선이 추락했을 거라 예상하고 낙담하던 때.
갑자기 여객선으로부터의 통신이 재개 되었다.
여객선에서 보낸 메시지는 놀라웠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한 헌터가 나서서, 모든 몬스터 격퇴. 사망자 없음.
그리고 그 헌터가 곧 중국 공항으로 들어선다는 소식이, 중국 언론에 알려지면서 기자들이 공항에 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문제의 비행기가 들어섰다.
퀴유우우우…….
활주로를 따라 무사히 안착한 비행기가 마침내 멈춰 서고.
우르르르.
사람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으어이엉~ 엄마~"
문을 열고 나온 사람들과, 대기하고 있던 가족들이 서로를 향해 뛰쳐나와 얼싸안았다.
"아이고, 내 새끼, 무사했구나."
"여보!!"
"여보, 당신 괜찮아?"
한국발 중국행 비행기였던 만큼, 중국어와 한국어가 여기저기서 섞여 들렸다.
비행기 탑승자들이 다들 생사의 고비를 넘긴 탓인지, 서로를 얼싸 안은 사람들 간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찰칵찰칵.
쏟아지는 플래시와 함께, 질문들이 쏟아졌다.
"공중에 몬스터가 등장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종류의 몬스터였나요?"
"이 사건을 해결하신 헌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기자들이 너도나도 사람들 한 명 씩을 붙잡고 인터뷰를 해댔다.
그리고 곧 탑승자들로부터 한 사람이 지목되었다.
"저분이요!"
"저분이 우리를 구해주셨어요!"
그들이 가리킨 손가락의 끝.
그곳에는 약간 우물쭈물하고 있는 한 사람의 헌터가 있었다.
이글 맨이었다.
"……."
이글 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상태로 근엄하게 서 있었다.
기자들이 우르르 그에게로 몰려 들었다.
모든 기자가 그에게 마이크를 들이댄 가운데, 한 사람이 질문을 던졌다.
"헌터이십니까?"
"……예, 헌터입니다."
이글 맨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어딘지 망설이는 기색이었지만, 그 기색을 눈치챈 기자는 없었다.
"어느 나라의 헌터인지 밝혀주실수 있습니까?"
"……중국의 헌터입니다."
"오~"
기자들과 그들을 바라보던 관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생각했다.
중국에 또 한 명의 영웅이 탄생 하는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신 분이 맞습니까?"
"……저는……."
이글 맨이 조금 망설이다가, 기자들 옆에서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신무결이었다.
무결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에 마음을 다잡은 이글 맨이 다시 입을 열려 했다.
"예, 제가 바로……."
그때.
"잠깐만요!"
탑승객 가운데 한 여자가 소리쳤다.
"저분은 사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셨지만, 진짜로 사태를 해결한 헌터는 따로 계세요!"
무결이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상황이 발생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