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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137 옆으로 빙글빙글 360도로 회전하며 바다를 향해 추락하고 있는 비행기 안. (137/215)

  기계신과 함께 137 옆으로 빙글빙글 360도로 회전하며 바다를 향해 추락하고 있는 비행기 안.

  무결은 세밀한 마력 컨트롤로 회전하는 비행기의 바닥에 발을 딱 붙이고 편안하게 서 있었다.

  [유가선공]을 운용해 할 수 있는 기예 중 하나였다.

  신발의 바닥과 딱 붙어 있는 비행기로, [디바이스 컨트롤]의 마력이 스며들었다.

  스킬의 힘에 의해 발에 닿는 비행기의 전체 구조가,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갔다.

  '일단, 통제권을 빼앗고.'

  무결은 조종석의 통제권을 차단 하고, 비행기의 조종 권한을 자신에게로 가져왔다.

  기장이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하지만 무결은 아랑곳하지 않고 비행기를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밑으로 추락하며 360도로 빙글빙글 돌던 비행기 선체가, 부드립게 곡선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하늘 위로 반등하여 올라갔다.

  그리고 곧 선체가 조금 뒤뚱뒤뚱 하다가 이내 그런 흔들림마저 없는 안정적인 상태로 되돌아갔다.

  날개 한 개가 없는 비행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비행.

  사람들의 비명이 잠시나마 멎었다.

  곧 여기저기서 흐느낌이 터져 나오긴 했지만.

  비행기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고 해서 지금의 상태가 낙관적인 건 아니었다.

  날개 한쪽이 없는 만큼 비행기의 고도는 실시간으로 급격히 낮아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비행기가 그대로 바다 위로 꼴아박힐 터였다.

  무결은 고민했다.

  '방법이 없을까? 여기서 바다에 비행기를 불시착시키는 건 너무 위험해. 아직 해양종 몬스터들이 등장할 시기가 아니긴 하지만 지금 이 사태를 봤을 때 바다 또한 안심할 수는 없어. 비행기를 중국 본토까지 끌고 갈 방법이 필요한데…….'

  무결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 방법이 좋겠어.'

  그가 방법을 생각을 정리한 사이.

  "으으아악!!"

  밖에서 이글 맨이라는 헌터는 열 마리의 데르투크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혼자서 열이나 되는 5 급 종을 상대하는 건 역시 벅찼는 지, 그의 몸에 점점 상처가 늘어나고 있었다.

  호기롭게 나선 것과는 달리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 것 같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무결이 비행기의 문을 열어젖혔다.

  휘이잉- 강력한 바람이 그를 비행기 밖으로 날려 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발에 기를 집중해 바람에 저항하며, 비행기의 외벽을 타고 걸어나갔다.

  그 와중에도 비상탈출구를 닫는 것은 잊지 않았다.

  달칵.

  '조금이라도 방심해서 발의 기 (技)를 푼다면 나조차도 날아가겠군.'

  발바닥이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순간 비행기의 조종권이 무결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무결은 발에 더욱 기(氣)와 기(技)를 집중했다.

  그렇게 무결은 한 발 한 발을 세심히 옮겨, 비행기의 선체 위에 수직으로서 있게 되었다.

  "으악 너무 세!!"

  그 와중에 결국 이글 맨이 어깨에 결국 데르투크의 무기를 얻어 맞고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어휴.'

  팟- 무결은 [아라크네의 거미실샘]으로 거미줄을 하나 발사해 이글 맨이 추락하지 않게 붙잡아두는 한 편, 반대쪽 손으로는 레일 건을 꺼내 데르투크들을 겨누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발사.

  쾅광쾅!

  세 발의 탄환이 세 마리의 데르투크를 노리고 날아갔다.

  하지만.

  퍼퍽, 퍽!

  세 마리의 데르투크는 모두 크게 휘청이며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열심히 날갯짓을 해서 비행기를 따라잡았다.

  놈들은 비행형이었지만, 육탄돌격을 위주로 하는 타입이라 그런지 몸이 굉장히 단단했다.

  그래도 타격이 없지는 않아서 맞은 부위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먹히기는 하는 걸 보니 여러 발을 발사하면 될 것 같기는 한데…….'

  캉! 카캉!

  비행기와 가까이 있던 데르투크 들이 선체에 달라붙어 들고 있던 무기로 비행기를 두들겨 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선체가 조금씩 우그러들었다.

  '너무 많아.'

  무결이 레일 건으로 저놈들을 모두 처리했을 때쯤에는 비행기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까지 파괴될 것 같았다.

  '일단 비행기를 고치는 것부터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기기변신]을 쓰는 건 유보해 두기로 하자.'

  [기기 변신]을 쓴다면 손쉽게 비행기를 고칠 수 있을 테지만, 이건 사용 쿨타임이 굉장히 긴 스킬인 만큼 웬만하면 최후의 경우를 위해 아껴 두고 싶었다.

  '대신…….'

  쾅쾅!

  무결은 일단 선체에 달라붙은 녀석들부터 레일 건으로 쳐내 떨어뜨리는 한편,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이글 맨을 끌어 올렸다.

  "저기요."

  무결이 선체까지 끌어 올려진 이글맨을 불렀다.

  "구,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헉헉 숨을 몰아쉬며 무결에게 감사를 전했다.

  "인사는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협조를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무, 무엇이든 말씀만 하세요!"

  이글 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결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거니와 그 자신과는 격이 다른 헌터 임을 직감한 것이다.

  "혹시, 비행기 날개 같은 걸로 변신해 본 적 있으세요?"

  "……네?"

  이글 맨은 자신이 들은 게 잘못된 줄 알았다.

  "비행기 날개요. 저기 보이는 저 날개처럼요."

  무결이 비행기의 아직 멀쩡한 한 쪽 날개를 가리켜 보였다.

  이글 맨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당연히 없죠. 저는 독수리인간인데, 하하하."

  이글 맨이 하하하 웃으며 무결을 멋쩍게 올려다보았다.

  "아, 역시 없으시군요."

  무결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변신해 보시면 되겠네요."

  "……예?"

  "잔말 말고 일단 시키는 대로 해 보세요. 정신을 집중해서 손가락 끝에서부터 저 비행기 날개의 모양을 본뜬다는 생각을 해보세요."

  물론 이렇게 시킨다고 해서 순순히 할 인간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래서 무결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랭커인 제가 보증합니다. 당신은 가능해요."

  무결이 품속에서 백금색 카드를 꺼내 그에게 내밀어 보였다.

  거기에는 7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래, 탱커용 ID카드……!"

  이글 맨이 깜짝 놀라며 무결을 올려다보았다.

  랭커용 카드의 생김새는 만국 공통이었다.

  쾅광!

  무결이 계속해서 비행기에 들러 붙는 데르투크들을 레일 건으로 갈겨대며 다시 한번 말했다.

  "시간 없어요! 내가 당신의 능력을 보증합니다. 어서 손끝에서부터 집중해요! 당신은 비행기의 날개가 될 수 있습니다!"

  무결이 본 그의 상태창.

  무결은 거기에서 그가 '비행기의 부품'이 될 가능성을 보았다.

  "네, 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글 맨은 일단 무결의 말에 따라보기로 했다.

  '나는 비행기 날개다, 나는 비행기 날개다.'

  그가 몸의 마력을 끌어 올리며 손끝에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그 와중에도 무결은 양손에 레일 건을 쥐고 계속해서 비행기에 들러붙는 데르투크들을 갈겨대고 있었다.

  하지만 사격만으로 놈들을 끝장 낼 수가 없다 보니 점점 비행기에 들러붙는 놈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뒤쪽에서는 더 많은 데르투크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디바이스 컨트롤]로 다른 총들을 동시조종하며 사격한다면 더 상황이 나았겠지만, 비행기를 조종 하느라 총기 조종에 스킬을 돌릴 여력이 없었다.

  더욱 큰 문제는.

  '어딘가에 저놈들의 모체(母體)가 있어.'

  저 많은 데르투크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분명 녀석들의 모체가 구름 어딘가에 숨어 무결 비행기를 따라붙고 있었다.

  아마 비행기 한쪽 날개를 부러뜨린 것도 그놈일 터.

  무결은 흘깃 이글 맨을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이글 맨.

  하지만 아직 어떠한 소득도 없어 보였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당신 자신을 믿어요! 당신은 비행기의 날개 그 자체입니다!"

  무결이 이글 맨은 독려했다.

  "나는 비행기의 날개, 완벽한 비행기의 날개 그 자체……."

  이글 맨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더욱 정신을 집중했다.

  "상상하세요, 최고의 비행기 날개가 되는 장면을!"

  "최고의…… 비행기 날개……!!"

  그리고 마침내.

  이글 맨이 손끝에서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 끝이 합쳐지고, 손끝이 거대해지며 비행기 날개 끝의 모양을 했다.

  "되, 된다!"

  이글 맨은 놀라움에 찬 환호성을 내뱉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집중 풀지 말고, 변신 완료해요!"

  오른쪽 손끝에서 시작된 그의 변화는 팔, 몸통, 반대쪽 팔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진행되어 갔다.

  그의 몸통이 점점 비행기의 오른 날개와 같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질량보존의 법칙을 무시하듯, 그의 무게마저 비행기의 날개를 따라 무거워지고 있었다.

  무결은 그를 번쩍 들어 부러진 왼쪽 날개 쪽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무결은 곧 문제점을 깨달았다.

  '이런 젠장, 카피한 게 오른쪽 날개라서 왼쪽에는 안 맞잖아.'

  무결은 이글 맨에게 재빨리 소리 쳤다.

  "오른쪽 날개 말고 왼쪽 날개로 모양 바꿔요!"

  그러면서 그는 부러진 날개에 이글 맨을 가져다 댔다.

  "하, 하지만 왼쪽 날개는 '모방'할 표본이 없는데요?!"

  이글 맨이 울상을 지으며, 아직은 변하지 않은 머리로 무결을 올려 다보았다.

  "아니요!"

  무결이 진지하게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의 능력은 '모방'이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그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당신 자신을 믿으세요. 그것이 곧 당신의 '올바른' 능력 발현의 첫걸음입니다."

  이글 맨이 그런 무결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의 변화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오른쪽이 아닌 왼쪽 손 끝에서부터 방금과 같은 변화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왼손 손끝이 뭉쳐지고, 거대해지 더니 비행기의 왼쪽 날개 끝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변화는 팔을 거쳐 몸통, 반대쪽 팔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비행기의 왼쪽 날개가 되어가고 있었다.

  스르륵- 그의 오른쪽 팔은 부러져 있던 비행기의 왼쪽 날개 부분과 정확하게 맞물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그의 변신이 끝났다.

  '됐어……!'

  무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독수리인간 헌터인 줄 알았던 이글 맨.

  그의 능력은 사실 신체를 어떤 형태로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메타몰포시스 (Metamorphosis)]였다.

  슈리가 중얼거렸다.

  [메타몽……!]

  그때, 무결은 비행기를 노리고 날아오는 막대한 에너지의 파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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