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36 히죽. (136/215)

  기계신과 함께 136 히죽.

  은하수 또한 이런 분위기가 몬스터들에 대한 공포 분위기보다는 훨씬 낫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만은 넘어가 주자'며 인터넷 기사를 껐다.

  그때 마침 영웅 신무결이 등장했다.

  "여어~ 영웅 씨~"

  "영웅은 개뿔. 하여튼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 띄워주기 되게 좋아한단 말이야."

  무결 또한 요즘 분위기를 읽고 있는지, 투덜거리며 은하수에게 다가왔다.

  "근데 넌 왜 신상 밝히기를 그렇게 꺼려하는 거야?"

  은하수가 무결에게 물었다.

  무결의 부탁으로 그의 신상 공개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긴 했지만, 내심 이유가 궁금했던 터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막 나 알아보고 인사하고, 사인해달라고 그러고, 그러는 게 싫거든. 그래서 프로게이머도 안 한 거야."

  무결이 대답했다.

  "아니, 그런 게 왜 싫어? 사람들이 너 좋아해주면 좋지 않아?"

  "그게……. 귀찮기도 하고."

  무결이 살짝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부끄럽단 말이야."

  "……."

  무결의 입에서 나올 것 같지 않았던 대답에 은하수가 잠시 말을 잃었다.

  "너는 명성이 탐나지도 않아? 돈이야 이미 많으니 상관없겠지만, 이처럼 국민적인, 아니, 전 세계적인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건 아니라고."

  은하수가 은근하게 물었다.

  "생각해 봐. 넌 네가 아는 사람은 물론 널 모르던 모든 사람에게도 사랑을 받는 거야.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임팩트 떨어진다, 너?"

  마치 영혼을 타락시키려는 악마처럼, 은하수가 속삭였다.

  "형, 나는 명예를 탐하기에는……."

  그렇게 잠깐 말을 쉰 무결이, 피식 웃었다.

  "너무 바빠. 일분일초가 나에겐 투쟁의 시간이야."

  그가 은하수를 보며 말했다.

  "지금 내가 형과 대화를 나누는 이 일 초, 이 일 분의 시간이 어쩌면 내가 이 빌어먹을 게임을 클리어하냐, 못하냐의 기로가 될 수 있어. 나는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거야."

  은하수가 질린다는 듯이 무결을 쳐다봤다.

  "너 정말 진성 게임 폐인이구나?"

  "……."

  무결이 그런 은하수를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왜? 뭐?"

  "뭐래, 자기야말로 진성 기계 오타쿠면서. 형도 명예 따위를 탐하기에는 일분일초가 아까워서 잠도 안 자면서 기계 만지고 있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은하수가 히죽 웃었다.

  "근데 뭐 보고 있었어? 아까 뭐 보는 것 같던데."

  "아, 기사들 훑어보고 있었어."

  "기사들 말이지……. 형, 혹시 중국에 대한 기사도 봤어?"

  "응? 봤지."

  [중국, 대국의 위엄을 보이다.]

  [한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몬스터 웨이브 정리]

  은하수는 방금 전에 보았던 헤드라인을 떠올렸다.

  "형, 중국 말인데……."

  "응, 얘기해 봐."

  "원래 그렇게 몬스터 퇴치 인프라가 잘되어 있었나?"

  무결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며 말했다.

  "음, 전부터 꽤나 안정적으로 몬스터 퇴치하는 걸로 유명하긴 했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은하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무결이 심각한 표정을 했다.

  지금까지 전생에서 다른 점이 몇 가지가 있긴 했지만, 중국 쪽은 전생과는 좀 많이 달랐다.

  첫 몬스터 웨이브가 생겼을 때, 중국은 처참한 피해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의 피해 없이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냈다고 한다.

  심지어 웨이브가 전생에서보다 반 년가량 일찍 발생했음에도.

  '뭔가가 변했어……. 나비효과인가?'

  무결이 전생과는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전생과 다른 점은 또 있어. 빌런 토벌이 없어.'

  대악마 카이.

  일전에 송애니를 납치하려다 월미도에서 무결과 일전을 벌였던 빌런.

  그에 대한 토벌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뀌고 있군.'

  무결은 이제 전생의 정보가 점점 쓸모가 없어짐을 느끼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형."

  "왜?"

  "북두그룹 건은?"

  "내가 누구야, 완벽하게 흡수했다. 지금은 '베히모스 월드' 속 인프라 구축에 모두 투입하고 있어. 조만간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을 거야."

  "오케이."

  북두그룹은 강하나의 이지스 클랜과의 전쟁에 패하며, 미리 준비하고 있던 은하그룹의 손에 몽땅 흡수되었다.

  "아, 그건 그렇고 강하나 씨로부터 연락이 왔어."

  "하나 씨로부터?"

  무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김소유 씨 구해준 걸로 보답 하고 싶다고 조만간 들른대."

  "아항."

  무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관심 없는 눈치다?"

  "관심이 없기는. 강하나 씨 이쪽으로 영입하려고 내가 얼마나 공들였는데."

  "그런 쪽 관심 말고, 이 둔팅아."

  "그럼 무슨 쪽 관심?"

  "으휴, 말을 말자."

  은하수가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형."

  "왜?"

  "나 조만간 중국 좀 갔다 오려고."

  "중국은 왜?"

  "만나볼 사람이 있기도 하고……."

  무결의 눈이 번뜩였다.

  "아무래도 또 재앙형 던전이 열릴 것 같아서."

  * * * 무결은 비행기에 앉아 기사를 읽고 있었다.

  [미국, 중국에 또 다시 손 벌려]

  [중국, 미국에 A급 헌터 300명 파견]

  [중국, 대가로 막대한 양의 '던전 우선 토벌권' 요구]

  요즘은 헌터들이 가진 '정보계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감으로써, 대략적인 던전의 개요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즉 던전의 내용은 뭔지, 보상은 뭔지를 사전에 파악함으로써 소위 '좋은 던전'과 '나쁜 던전'을 파악할 수 있게된 것이다.

  '좋은 던전'은 던전 난이도에 비해 보상의 내용이 후한 던전.

  그리고 '나쁜 던전'은 반대로 난이도에 비해 보상이 짠 던전을 일컬었다.

  물론 모든 던전을 이렇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나눌 수 있는 던전이 확연히 늘어났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던전 우선 토벌권'.

  소위 말하는 '좋은 던전'을 먼저 클리어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즉 중국은 미국에 있는 던전 중, 소위 '꿀던전'이라 할 수 있는 던전들을 선점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미국 헌터와 시민들, 중국의 과도한 요구에 반발]

  당연히 미국 시민들은 이에 크게 반발했다.

  무결 또한 미 시민들의 반발에 고개를 끄덕였었다.

  아무리 지금 미국이 몬스터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그걸 미국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지는 않다는 것이 무결의 생각이었다.

  비록 전보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찍 등장하긴 했지만, 무결이 여러 경로로 알게 모르게 미래지식과 기술력을 퍼뜨린 덕에 타국 헌터들의 전체적인 수준도 그만큼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 중국의 요구 수용. '몬스터 토벌이 더 시급해']

  미 정부는 중국의 다소 과한 요구를 그대로 수락했다.

  '흐음…….'

  여기까지는 미국이 조금 무리했지만, 수용 범위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국뿐만이 아니었다.

  인도, 유럽 등 다양한 국가들이 헌터 강국인 중국에 손을 벌렸고, 중국의 다소 무리한 요구를 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중국 헌터들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서라 생각해서일 수도 있지만, 무 결은 이점이 좀 많이 찝찝했다.

  전생에서의 중국은, 이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무결은 마침 이런 현상에 대한 한 가지 단서를 포착하고, 중국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최근 [하늘의 눈]의 능력치가 80을 돌파하며, 화면 속의 인물들의 상태창을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하늘의 눈]을 활성화한 상태로 TV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정보를 한번 스윽 훑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중국 제일의 스타 헌터인 '위청천'의 정보를 보게 되었다.

  그의 상태창 정보에는 놀라운 사실이 적혀 있었다.

  그 상태창에는…….

  쿠구구궁.

  무결이 위청천의 상태창을 떠올리려던 무렵, 갑자기 비행기가 크게 흔들렸다.

  '……이 느낌은?'

  무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유가선공]으로 기감을 끌어 올려 비행기 내외부를 신속하게 탐지 했다.

  그사이 이어지는 안내방송.

  -승객 여러분께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강풍에 의해 비행기가 흔들리고 있으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안전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분히 승객을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보이는 안내방송이었다.

  하지만, 안내방송이 나간 직후.

  콰아앙--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의 날개 한쪽이 무언가에 의해 부러져 날아 갔다.

  비행기가 격렬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승객들의 비명 소리가 비행기 속을 가득 채웠다.

  쿠르르르르- 요란한 소음과 함께 비행기의 동체가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그리고 그때.

  "모, 몬스터다!!"

  한 승객의 비명 섞인 외침.

  그의 말대로, 이것은 몬스터에 의한 공격이었다.

  '요즘 참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

  전생 이맘때쯤엔 비행기가 지나다니는 고도에까지 등장하는 몬스터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하고 있었건만.

  무결이 벨트를 풀고 일어나려 했다.

  근데 그보다 먼저 나선 사람이 있었다.

  "시민 여러분! 진정하고 제자리에 앉아 있어 주세요! 여기는 저 '이글 맨'이 해결하겠습니다!"

  격렬하게 흔들리는 비행기 속에서 한 사람이 벨트를 풀고 일어섰다.

  "중국 헌터 협회 소속 헌터 '이글 맨'입니다! 제가 나가서 몬스터들을 잡을 테니 자리에 꼭 앉아 계십시오!"

  그렇게 말한 중국의 헌터는, 바로 비상탈출구로 달려가, 문을 강제로 열어 재꼈다.

  파아앙- 기압 차에 의해 그가 비행기 밖으로 빨려나가 버렸다.

  당연하게도, 비행기는 더욱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책 없는 헌터로군.'

  무결은 벨트를 풀고 달려가 힘으로 비상탈출구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거리며 덜컹 거리더니, 이윽고 360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비상착륙을 기대할 수 없겠어.'

  비행기의 상태가 심각한지, 기장의 조종 실력이 안 좋은지 비행기는 좀 처럼 제 중심을 못 잡고 있었다. 승객들은 거의 패닉 상태였고, 일부는 실신할 지경에 이르렸다.

  무결은 힐긋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금 비행기의 양옆에서 비행기를 포위하듯 따라오고 있는 몬스터들은 악마형 몬스터인 '데르투크'.

  손에 망치나 헬버드 같은 무기를 들고, 등에는 악마의 것 같은 날개가 돋아나 있는 이놈들은 5급 종의 몬스터였다.

  "죽어라!"

  그리고 이글 맨과 데르투크들이 맞붙었다.

  이글 맨은 변신이 특기인 헌터로, 날개가 달린 독수리인간으로 변해 데르투크들 사이를 빠르게 오가며 놈들을 교란하고 있었다.

  실력이 그리 뛰어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끌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무결은 [디바이스 컨트롤]을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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