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31 반파된 건물에는 수많은 종류의 철골이 존재했다. (131/215)

  기계신과 함께 131 반파된 건물에는 수많은 종류의 철골이 존재했다.

  커다란 H빔에서부터 가늘고 긴 행거볼트, 거기에 작은 나사 하나하나 까지.

  그 모든 종류의 철골이 종류를 가리지 않고 건물의 잔해에서 떠오르 더니, 무결의 손짓에 따라 쏘아져 나갔다.

  캉! 카카카캉!

  커다란 철골들이 하늘에서부터 내리꽂혀 사자 몬스터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두 어린아이의 사이에 철의 벽을 만들어내었다.

  그사이 작은 철골들은 거대한 사자의 몸을 이리저리 감싸고, 찌르고, 묶었다.

  하지만 사자 몬스터가 날될 때마다 놈의 몸을 묶은 철골들은 끊어지고 일그러지고 찢어져 나갔다.

  '이러면 오히려 감사하지.'

  무결은 그렇게 찢어져 끝이 뾰족해진 철골들과 작은 철골들로 사자의 눈 부위를 괴롭혀 나갔다.

  "크와아아아!"

  사자가 울부짖으며 양발과 입으로 사정없이 철골들을 쳐내고 물어뜯었다.

  '빙고.'

  무언가 사자의 입속으로 쏙 들어갔다.

  무결이 몰래 철골들 틈에 섞어 날려 보낸 철제 폭탄.

  철골들은 폭탄의 존재를 숨기기 위한 눈가리개였다.

  일부러 녀석의 눈을 어지럽히면서 입은 놔뒀기 때문에 더더욱 입에 폭탄을 밀어 넣기가 쉬웠다.

  '자고로 겉가죽이 단단한 놈은 많이 봤어도 속가죽까지 단단한 놈은 얼마 못 봤지.'

  딱!

  무결이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펑!!

  녀석의 배 속에서 폭발이 일었다.

  역시 터프한 놈답게 몸이 터져 나가지는 않았다.

  대신.

  울컥!

  녀석은 피를 토했다.

  뒤로 돌아 달아나던 헌터들이 그 모습을 목격했다.

  "야, 저 녀석 피 토했어!!"

  "저 헌터분 덕에 내상을 입은 거 같은데?"

  "조지자!!"

  도망치던 헌터들이 다시 뒤로 돌아 녀석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저 정도에도 안 죽었으면 6급은 되겠는데?'

  6급이면 어지간한 A급 헌터라도 고전할 수밖에 없는 거대 괴수.

  지금 저 녀석을 다구리 치는 B급 이하 헌터들이 픽픽 놈의 발톱에 쓰러져 나간 것도 이해가 되었다.

  겉가죽이 저렇게 튼튼해서 어지간한 공격도 통하지 않는 까다로운 녀석이라 무결 자신 또한 이렇게 따로 수를 쓰지 않았는가.

  "야, 봤어?"

  "저게…… 저게 저렇게 죽을 몬스터가 아니었는데."

  다른 몬스터를 사냥 중이던 헌터들도 사자 몬스터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망치던 헌터들은 그래 봬도 이자리에 모인 수많은 헌터 중 정예를 맡을 만큼 강한 헌터들이었던 것이다.

  "랭커 아니야?"

  "이번에 공개된 랭커 목록에 저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데."

  "젠장, 랭커도 아닌데 저렇게 쉽게 죽여? 우리도 나름 B급 헌터인데 그럼 A급이랑 차이가 저렇게 크단 말이야?"

  헌터들이 왠지 자괴감에 빠져서 저들끼리 허우적거렸다.

  그사이 무결은 철골 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파란 옷을 입은 아이가 빨간 옷을 입은 아이를 감싸고 있다가, 무결이 다가서자 의연하게 일어서서 꾸벅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그래, 빨리 도망가라."

  "가자!"

  파란 옷의 아이가 빨간 옷의 꼬마를 잡아끌며 멀리 사라졌다.

  무결은 전방의 난장판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수많은 몬스터가 날뛰며 도시를 파괴하고 있었다.

  많은 헌터들이 놈들을 막기 위해 이리저리 분투하고 있었지만 역부족.

  그런 가운데 유독 한 몬스터의 이상한 점이 무결의 눈에 띄었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빨간 가면.

  날아다니며 헌터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베어 먹던 녀석이 어쩐 일 인지 공중에 둥둥 떠서 꼼짝 않고 무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넌 뭐냐?"

  무결이 대략 20미터 정도의 상공에서 둥둥 떠 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그 녀석은…….

  "깔깔깔깔!"

  그러고는 날아서 사라져 버렸다.

  뭔가 좀 찜찜했지만 녀석을 쫓아가 죽이기에는 지금 이 자리에 처리할 녀석들이 너무 많았다.

  무결은 이왕 이 [매그니토 장갑]을 켠 김에 남은 녀석들도 처리하기로 했다.

  이 [매그니토 장갑]이란 이름은 슈리가 붙여준 거였다.

  무결은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슈리의 주장으로 새로 은하수에게 받은 아이템을 그냥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무결은 오른손에 이어 왼손의 [매그니토 장갑]까지 작동시키며 양손을 양쪽으로 펼쳤다.

  양손의 장갑에서 일어난 자기장이 폐허 속에서 무수히 많은 철골들을 일으켜 세웠다.

  철골들이 마치 바닷속 물고기처럼 허공으로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철골들이 무결의 손짓에 따라 하늘을 날아- 캉. 카카카캉!!

  괴물들에게 내리꽂혔다.

  "헉!"

  "이거 뭐야!"

  몬스터들과 집중해서 싸우던 헌터들이 간혹 갑자기 날아온 철골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다른 헌터의 조력이란 것을 알고 반색하며 더욱 힘차게 몬스터들을 공격해 댔다.

  철골들은 더러는 헌터들과 싸우는 몬스터들의 몸에 박히기도 하고, 더러는 도망치는 인간들과 몬스터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몬스터들 대부분이 아까의 6급 사자 몬스터처럼 강한 놈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단순한 철골 폭격으로도 많은 놈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간혹 그 공격에서 살아남은 놈들이, 공격의 원인이 무결이라는 걸 알아채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크르륵!!"

  늑대같이 생긴 몬스터가 무결의 앞 까지 순식간에 짓쳐들어왔다.

  하지만 무결은 간단하게 손짓했다.

  카캉!!

  하늘을 떠다니는 무수한 철골들이 무결의 코앞으로 다가온 몬스터의 온몸을 내리찍어 버렸다.

  몬스터는 비명 한마디 없이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그런 식으로 간혈적으로 무결 공격을 해오는 녀석들은 모조리 무결의 손에 죽어버렸다.

  무결은 몬스터를 사냥하다가 문득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까의 그 사자 몬스터가 이 구역의 통솔권을 가진 놈이었나?'

  몬스터들의 강함에 비해 왠지 너무 일이 쉽게 풀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우왕좌왕한 느낌이었다.

  "으악! 살려줘!!"

  "크르륵…… 쿠엑!"

  무결의 손짓에 사람들을 쫓아 달려 가던 몬스터 한 마리가 또 죽었다.

  이런 식으로 몬스터들은 그냥 헌터들과 싸우거나 도망 다니는 사람들을 쫓아다니기만 할 뿐, 무리를 지어 무결에게 대항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통솔자가 없이 마구잡이로 욕망을 위해 날된다는 느낌.

  '생각해 보니 그 사자 몬스터를 죽인 다음부터 그랬어.'

  덕분에 몬스터에 대항해 싸우는 다른 헌터들의 움직임도 한결 편안해 진 것 같았다.

  '그 사자 몬스터는 '군단장'이었던 것 같군.'

  지금 알려질 사실은 아니지만, 이 처럼 초대규모의 몬스터 웨이브에는 소위 '군단장'들이 존재한다.

  각각의 몬스터 부대를 통솔하는 우두머리 몬스터.

  그리고 그 군단장이 잡힌 몬스터들은,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느낌을 준다.

  때문에 이런 대규모 침습에서는 그 '군단장'들을 잡는 게 가장 중요했다.

  무결은 그것을 전생의 경험을 토대로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군단장'보다 더 중요한 것 또한,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

  '그 군단장들을 통솔하는 '군주'.'

  모든 몬스터를 규합한 놈.

  그놈을 찾아 죽여야, 이 모든 난리가 해결된다.

  '……슈리, 놈들의 군주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까다롭군 그래.'

  이 지역 전체를 위성사진과 정찰드론들로 추적 관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란 눈'의 군주는 어디로 증발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처음 몬스터 웨이브를 발견한 헌터들이 보고해 온 '노란 눈'.

  그놈이 군주가 분명했다.

  "……대충 이 근처는 다 정리했군."

  주변에서 더 이상 살아 숨 쉬는 몬스터의 기척을 발견할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헌터님, 성함 좀 알 수 있을까요?"

  몬스터들이 정리되자 먼저 근처에서 싸우던 헌터들이 내게 몰려들어 호의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름을 묻는 그들에게 간단하게 말했다.

  "신무결이라 합니다. 그보다 전 다른 지역을 지원하러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곳이 정리되면 천천히 오십시오."

  "알겠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헌터들이 더 이상 무결을 붙잡아두지 않고 흔쾌히 그가 떠나도록 배웅 해 주었다.

  무결은 헌터들의 급히 자리를 떠나갔다.

  지금 이 헌터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드론으로 확인한 결과 다른 지역의 헌터들이 꽤나 곤란한 지경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결이 떠나간 자리에 남은 헌터들이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 대단하다. 신무결이라 했지? 들어봤어?"

  "아니, 처음 들어보는데. 근데 저런사람이 랭커가 아니라고?"

  "젠장, 헌터 협회 랭킹이란 거 다 엉터리 아니야? 어디 헌터들한테 돈 받고 작성했나?"

  "매스컴 타고 싶어 하는 헌터가 한 둘이 아닌 거야 알지만, 제길, 진짜 라면 욕 오질라게 박아줄 테다."

  헌터들이 최근 발표된 헌터 랭킹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때 한 헌터가 말했다.

  "야, 혹시 그 헌터 아니야?"

  "응? 뭐?"

  "랭크 7위 이름 없던 헌터."

  "아, 그러고 보니 이름이 비공개 처리 된 헌터가 한 명 있기는 했는데……."

  "진짜라면 나 이제부터 그 헌터 팬 할란다."

  "나도. 아까 철근 내리꽂히는 거 봤어?"

  "젠장…… 완전 쾌감. 대체 그런 초능력은 어디서 얻은 건지. 부럽더라."

  "그런 건 그냥 초능력만 있어도 되는 게 아니야. 부리는 규모 보니까 가진 마력량도 엄청난 것 같던데."

  "이제까지 이름이 안 알려졌다면 이유가 있겠지? 아무튼 지켜보자고."

  무결의 이름이 알음알음 헌터들 사이로 퍼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오호호호!"

  어딘지 모를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요사한 웃음소리.

  "저, 저쪽이야!"

  "조준해!"

  "발사!!"

  쾅! 콰쾅!

  진을 친 군대의 포격이 몬스터들 무리 속으로 떨어졌다.

  효과가 없지는 않아 일부 몬스터들이 포격과 함께 몸이 터져 나가며 죽어갔다.

  하지만.

  "어딜 보세요~ 소녀는 여기 있는데."

  그건 극히 일부의 약한 몬스터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

  신출귀몰한 요괴종의 몬스터들이 군부대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고 있었다.

  "으, 으헤헤, 어머니~"

  혼이 빨려 버린 병사.

  "죽어, 죽어!"

  갑자기 동료를 공격하기 시작한 병사.

  "그, 그거 내 거야…… 도, 돌려 줘……."

  그리고 복부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채로, 자신의 간을 들고 있는 여우 귀의 소녀를 바라보는 병사.

  "어머, 이건 이제 제 건데."

  여우 귀의 소녀가 날름 손에 들고 있던 간을 먹어치웠다.

  "끄어어억……."

  병사가 차가운 바닥에 몸을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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