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28 여기에서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했다. (128/215)

  기계신과 함께 128 여기에서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했다.

  [꺼져라!]

  [네가 나가!]

  타이탄의 자아와 슈리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꺼지란 말이다!!]

  타이탄의 자아가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드래곤 하트의 힘이 타이탄에 흡수 될수록 슈리가 타이탄에서 튕겨 나오려는 것이 느껴졌다.

  [으윽…….]

  슈리가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었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곧 타이탄의 자아가 슈리를 밀어낼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 순간, 어떤 강렬한 직감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보통 타이탄의 자아는 마나 하트에 깃들어 있지만, 이 녀석은 타이탄 그 자체에 깃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 직감에 따라, [기계변환]의 힘을 타이탄의 자아에게로 돌렸다.

  [크윽……?]

  타이탄의 자아가 갑자기 신음을 내뱉었다.

  "야."

  내가 녀석을 불렀다.

  "네가 나가."

  [하, 하지만…….]

  타이탄의 자아가 뭔가 반박하고 싶은 듯 말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내가 그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

  "나가."

  […….]

  "나가라고."

  [……알겠다.]

  풀죽은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녀석의 자아가, 그 자취를 감추었다.

  '정말 되네?'

  순간적으로 떠오른 직감에 의해 저지른 일이, 성공해 버렸다.

  [마스터, 타이탄의 프로세스를 장악했습니다.]

  슈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성공했구나. 그럼 너도 여기 힘을 보태줘. 할 수 있지?'

  [네, 마스터.]

  나는 [기계변환]의 힘을 다시 '블루드래곤의 하트'에 맞게 타이탄을 가공하는데에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깡, 깡!

  적들이 파괴한 머리뚜껑으로 빛이 새어 들어을 때쯤.

  [마스터, '아크 앤젤'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확보되었습니다.]

  결국 성공했다.

  [아크 앤젤, 구동합니다.]

  위이잉- 조종석을 전체에 푸른빛 선이 뻗어나가며 조종석이 환해졌다.

  그와 동시에-

  "어, 어어?"

  아크 앤젤의 뚜껑부의 벌어진 틈이, 순식간에 메워졌다.

  자동 수복 기능이 있는 모양이었다.

  [디스플레이 송출합니다.]

  그리고 조종석 위의 화면이 마치 360도 파노라마 화면처럼 밝아졌다.

  기기 조작에 필요한 조종부를 제외한 모든 곳이 투명해졌다.

  나는 타이탄의 전후좌우 그 어느 곳도 조종석에서 마음대로 볼 수가 있었다.

  오러를 집어넣은 검을 들고 당황하고 있는 제국군 검사.

  그리고 사방에서 대기 중인 검은 타이탄들.

  제국군 검사가 실패했다는 신호를 뒤쪽으로 보내자, 검은 타이탄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타이탄의 힘으로 머리뚜껑을 찢어 버리려는 것 같다.

  '슈리, 뒤쪽이 잘 안 보이는데 혹시 전에 타던 타이탄들처럼 디스플레이해 줄 수 있어?'

  [가능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전면부에 + 모양으로 생긴 패널이 생겨났다.

  '좋아, 그럼.'

  [아크 앤젤]

  발진이다.

  * * *

  "여기야! 그냥 와서 머리를 잘라버려!"

  제국의 병사 한 명이 새하얀 타이탄의 위에서 소리쳤다.

  쿵쿵쿵.

  검은색 타이탄이 새하얀 타이탄의 머리를 자르러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간 검은색 타이탄이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내려치는 순간.

  위이엉- 두 줄기 섬광이 검은 타이탄의 가슴과 검을 꿰뚫었다.

  "……!"

  동시에 새하얀 타이탄의 머리 위에 동그란 빛의 띠가 생겨났다.

  제국군 모두가 주춤하며 뒤로 물러 섰다.

  등에서 서늘한 느낌을 받으며.

  위잉- 위잉- 연달아 두 줄기의 섬광이 타이탄의 등에서 튀어나와 타이탄을 구속하고 있던 거대한 수레의 구속물들을 모두 잘라내었다.

  투둑투둑.

  남은 끈들을 끊어내며 새하얀 타이탄이 일어섰다.

  그리고- 부응.

  지면을 낮게 날아서 떠올랐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직 그 타이탄이 정상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술 취한 벌처럼 이리저리 허공을 비틀거렸기 때문이다.

  "고…… 공격해! 저걸 부숴! 당장!!"

  위기감을 느낀 제국군 장교가 결국 공격을 명령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저 타이탄의 조종사가 타이탄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될 때, 끔찍한 일이 일어나리란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과감한 결단으로 태초의 타이탄을 파괴하는 것을 선택했다.

  뒤쪽에서 미리 캐스팅을 끝내놓고 있던 마법사들이 마법을 퍼부었고, 흰색과 검은색 타이탄들이 그 포격 속에 검을 찔러 넣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결단이었다.

  위잉- 하늘에 떠 있는 [아크 앤젤]의 날개가 펼쳐졌다.

  아니, 날개가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수십 개의 빛의 광선이 [아크 앤젤]의 등에서 튀어나오며 만들어낸 착시였다.

  빛의 광선들은 발사되어 아크 앤젤의 주위를, 마치 태양 주변을 도는 행성들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퍼퍼펑!

  타이탄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이, 모조리 그 빛의 구(球)에 막혀 터져 나갔다.

  타이탄의 검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캉! 캉!

  "공격을 멈추지 마라! 더 몰아 쳐!!"

  제국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타이탄을 향해 공격을 몰아쳐 갔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이미 무결의 타이탄 제어 능력은 급속도로 발전 하고 있었다.

  "이걸 이렇게 하면... 세상에 이럴 수가! 이런 스킬도 있었다니."

  무결은 타이탄의 기능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수 년 뒤의 미래에서도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놀라운 능력들이 타이탄 하나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으음…… 이건 이렇게 쓰는 건가? 어디 한번 써볼까?"

  무결이 한 가지 기능을 시험해 볼 생각으로 설레어했다.

  "때마침 저기 좋은 게 오는군."

  마력대포가 사방에서 자신을 조준 하고 있었다.

  두꺼운 대장벽을 타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그 위력은 웬만한 대성(對城) 마법 저리 가라였다.

  그 마력대포들이, 단 한 기의 타이탄을 노리고 일제히 발사되었다.

  "자, 그럼…… [앤젤 링]."

  사방에서 날아오던 마력탄들이 [아크 앤젤]과 어느 거리를 기점으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크기가 티끌만 해져 마치 먼지처럼 [아크 앤젤]의 주위를 휘돌았다.

  "마법사들은 '공간'을 이런 식으로 사용했단 말이지? 우리 은하수 씨가 이걸 보면 놀라 자빠지겠군."

  무결이 신나게 웃으며 타이탄을 조작했다.

  티끌이 되어 [아크 앤젤]의 주위를 한 바퀴 휘돈 마력탄들이 다시 그 크기를 되찾아 날아가기 시작했다.

  정확히 왔던 방향을 그대로 거슬러서.

  퍼퍼퍼펑!!

  마력 대포들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

  공중에 떠서 더 이상 타이탄들의 손이 닿지 않는 [아크 앤젤]에게로 계속해서 마법이 날아갔다.

  하지만 그 마법들 또한 마력대포의 마력탄과 마찬가지로 [아크 앤젤]을 한 바퀴 후돈 다음 날아간 곳으로 되돌아갔다.

  "으아아악!"

  마법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다.

  제국군 입장에서 더 무서운 일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이번에는 [아크 앤젤]로부터 마법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종류도 가지가지, 색색깔의 마법들.

  근데 그 하나하나의 마법이 제국군 군인들의 눈에 익었다.

  "저, 저거…… 방금 우리 편에서 쏘아낸 마법들이잖아?"

  "심지어 마력대포의 마력탄도 그대로야……."

  [아크 앤젤]이 마법들을 '복사'해서 그대로 날려대고 있었다.

  콰광! 광!

  어느 순간부터 무결에게 날아오는 공격이 사라졌다.

  무결은 그 순간부터 총사령부를 돌아다니며 보급창과 타이탄 수리창 등의 주요 시설들을 하나하나 터뜨려 버렸다.

  펑! 펑펑!

  몇 분도 되지 않아 드넓은 사령부가 온통 불바다에 휩싸였다.

  그리고 제국군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기 시작했을 때, [아크 앤젤]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한 기의 타이탄, 아니, 한 사람의 모험가가 전쟁의 결과를 바꾼 전말이었다.

  * * * 전쟁을 끝낸 나는 아카리프 왕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처음에 국왕은 '왕국의 보물'을 훔친 나에게 복잡미묘한 시선을 보내 왔지만, 대장벽에서 전사한 총사령관의 후임으로 부임한 가르오네가 작전의 필요성을 역설한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나긴 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왕국의 새로운 '공작'으로 책봉되었으니까.

  뭐 그래봤자 빛 좋은 개살구였다.

  내가 이 세계에 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은 이틀간 공작의 위세를 누려봐야 무슨 영화를 본다고. 나는 결국 남은 이틀간의 시간을 [아크 앤젤]을 타고 날아다니며 이것저것을 실험해 보는데 사용했다.

  제국은 '태초의 타이탄'을 빼앗겨 배가 많이 아팠겠지만, 더 이상 쳐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조용히 아카리프 왕국, 아니, 정확히는 나의 눈치를 보며 숨을 죽였다.

  덕분에 평화로이 퀘스트를 마칠 수 있었다.

  [지난 10일간 '왕국의 보물'을 지켜냄으로써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원하시는 타이탄의 설계도를 선택하십시오.]

  1.파이톤 2.라미아 3.오르토스 4.아크 앤젤.

  [보상으로 '아크 앤젤의 설계도'를 획득했습니다.]

  [잠시 후 던전에서 퇴장됩니다.]

  "후우……."

  결과가 좋아서 망정이지, 꽤나 도박수를 많이 던졌던 던전이었다.

  이렇게 잘 끝나서 기쁠 따름이었다.

  "저기, 던전 클리어하신 헌터시죠?"

  그때 내게로 한 사람이 다가와 물었다.

  영어였지만, 이미 그도 나도 통역기를 차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예,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던전 클리어 기록 작성 부탁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그가 건넨 팬을 기꺼이 받아 들었다.

  이런 식으로 던전 데이터베이스가 쌓여, 다른 던전의 클리어에 대한 기록이 되는 거였으니까.

  물론, 내 기록을 그대로 적을 생각은 없었지만.

  '슈리, 불러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로만. 맞습니까?]

  '오케이.'

  내 경험은 어차피 다른 헌터들에게 들려줘 봐야 허풍밖에는 안 된다.

  그래서 경험담을 적어줄 바에야 차라리 저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 위주로만 뽑아서 적어주기로 했다.

  물론 스킬과 같이 개인 정보가 드러나는 부분은 최대한 피했다.

  자신의 정보를 밝히기 싫어하는 헌터들에게, 헌터 협회는 관대했다.

  마지막으로 소속 국가와 이름을 적는 것으로 기록이 마무리되었다.

  "감사합니다."

  영국 헌터 협회 소속 직원이 고개를 숙이고는 사라졌다.

  "자, 그럼 돌아가 보자, 고국으로."

  나는 한국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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