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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114 쿠쿵. (114/215)

  기계신과 함께 114 쿠쿵.

  마침내 두 악마가 쓰러졌다.

  "후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계속해서 악마들을 쳐내며 '영혼의 조각'을 찾아낼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영혼의 조각은 단탈리온의 몸이 아닌 타인의 몸에 있다고 했어. 그렇다면…….'

  먼저 [하늘의 눈]으로 열심히 악마들과 추기경, 엘리스와 나 자신까지 꼼꼼히 살펴봤다.

  그러나 [하늘의 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다음으로 시도해 본 것은 [유가선공]이었다.

  나는 달려드는 악마들을 쳐내며 일단 추기경들의 몸에 하나하나 손을 대어 [유가선공]으로 살펴보았다.

  이질적인 기운이 몸 어딘가에 있나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추기경들의 몸 그 어디에도 이질적인 기운은 발견되지 않았다.

  '엘리스, 실례합니다.'

  그리고 엘리스의 몸에도 기운을 휘 돌려 한차례 탐색해 봤으나, 그 어떤 이질적인 기운도 발생되지 않았다.

  '후우, 역시 저놈들 몸인가?'

  그렇다면 이번엔 저놈들, 달려드는 악마들의 몸을 살펴봐야 했다.

  내가 악마들을 살펴보며 관찰하는데, 단탈리온이 날 보며 훗 비웃는 게 보였다.

  나는 무시하고 생각을 계속했다.

  '그러려면 역시 손으로 몇 초는 놈들의 몸에 대야 하는데 저렇게 계속 달려들면…….'

  내가 방법을 계속 강구하던 그때.

  쿵쿵.

  뭔가 또 커다란 게 달려오기 시작 했다.

  "……!!"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방금 전에 죽었던 성당기사단원의 악마들이 되살아나,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레일 건에 맞았던 심장 어림의 상처까지 완전하게 나은 상태로.

  "크하하하하!"

  단탈리온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어재꼈다.

  "어디 나의 죽지 않는 군단과 싸워서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꾸나!!"

  "……죽지 않는 군단?"

  "이곳은 내 영역이다. 그 말인즉슨 나의 힘이 영원하단 말이지. 내 힘이 영원한 이상 내 아이들 또한 무한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죽음을 거부하는 힘을!"

  확실히 내내공의 힘이 유한한 이상, 그리고 탄알과 화기의 수가 유한한 이상 장기전으로 가게 된다면 내가 불리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악마들이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건 불행한 소식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것은 희소식이기도 했다.

  콰쾅!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공간주머니]에서 총들을 줄줄이 뽑아 올렸다.

  코일 건과 레일 건이 뱀처럼 꼬리를 물며 빠져나온다.

  허공을 메운 20정의 코일 건과 5정의 레일 건.

  그 총알들이 탄약의 그물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탕!

  콰콰콰좌-!!

  [배틀 센스]는 움직이는 모든 피사체의 경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디바이스 컨트롤]은 그 움직이는 생명체를 총들이 정확한 조준으로 사격할 수 있게 해주었다.

  탄약은 일격일격으로 악마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털썩털썩털썩.

  악마들이 일순간 모두 자리에 몸을 뉘었다.

  하지만 단탈리온의 장담대로 놈들은 다시 꾸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팔이 끊어진 놈들은 팔을 이어붙이고, 심장이 뚫린 놈들은 저절로 구멍이 메워지며, 마치 시간을 되돌리는 것처럼, 놈들은 재생했다.

  나는 약간 질리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놈들에게 계속해서 탄막을 퍼부어 댔다.

  심장 다음은 손, 팔, 다리, 발, 몸통 등등 쏠 수 있는 곳은 모조리 쏘아대며 놈들의 몸 어딘가에 있을 '단탈리온의 영혼의 조각'을 찾았다.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놈들의 몸에 있는 '영혼의 조각'을 못 부순 것인지, 아니면 놈들의 몸에 '영혼의 조각'이 없었던 것인지 단탈리온은 쓰러지지 않았다.

  '큰일이군.'

  총알이 1/3이나 떨어졌다.

  폭탄은 아직 많긴 했지만, 이 좁은 공간에서 폭탄을 터뜨리면 추기경들 까지 위험해진다.

  추기경들이라는 짐이 있는 이상, 폭탄은 최후의 순간까지 아껴둬야 할 아이템이었다.

  "후우……."

  나는 일단 총들을 거둬들이고 다시 [펄스 너클]로 다가오는 악마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지루한 소모전이 이어졌다.

  쳐내고쳐내고쳐내고.

  그러다 의심되는 놈들을 벌집으로 만들거나, [플라스마 링]을 이용해 조각내 버리고.

  레일 건으로 살아난 성당기사 악마둘을 다시 죽이고.

  이 패턴이 반복되었다.

  '점점 지치는군.'

  어느새 내공이 바닥나 가고 있었다.

  총알 또한 2/3가량 사용한 상태.

  '어떡해야 하나.'

  추기경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영혼의 조각.'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피와 살이 튀기는 난투의 현장에서, 내 고민은 깊어지고 있었다. 그때.

  [……내가 영혼의 조각이 있는 곳을 알아요.]

  마치 슈리의 텔레파시처럼 귀가 아닌 머릿속으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늙수그레한,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

  '누구지?'

  그런데 도통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목소리가 대답했다.

  [나는 교황 알렉산데르 11세라고 해요.]

  방금까지 듣던 '단탈리온'의 비웃음과 광기에 찬 목소리와는 말투가 너무나 달라 금방 떠올리지 못했다. 그렇다.

  이것이 TV에서 들어왔던 '진짜' 교황의 목소리였다.

  그의 의식이 살아 있었다!

  마왕 단탈리온에게 몸이 잠식된 채로도!

  그는 매우 지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내가 쓰는 스킬은 상대방에게 내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스킬 입니다. 내 고유 스킬이지요.]

  교황의 말을 듣고 생각났다.

  [어디에든 닿는 진심]

  :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을 원하는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아까 교황을 [하늘의 눈]으로 확인했을 때 보았던 그의 고유 스킬이었다.

  [아까 전에 이 던전이 생성될 때, 그의 영혼의 조각이 이동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위치는…….]

  나는 계속해서 악마들을 상대하면서도 그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어디 있는 겁니까!

  단탈리온의 영혼의 조각이!

  [단탈리온의 영혼의 조각은…….]

  지쳐 있고 힘없는 목소리가 영혼의 조각의 위치를 말했다.

  [엘리스의 심장입니다.]

  "……."

  나는 순간 받은 충격으로 악마를 향한 주먹질을 멈추었다.

  악마 하나가 내 옆구리를 쳤다.

  퍽!

  나는 정신이 들어 신경질적으로 악마를 저 멀리 날려 버렸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해 [유가선공]으로 엘리스의 심장을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내공으로는 감지가 안 되는 종류인가 보군.'

  하긴, '영혼'이 내공 따위로 감지될리가 없긴 한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다시 교황의 말이 이어졌다.

  [영혼의 조각을 깨기 위해서는…….]

  '제발 '그 방법'만은 아니기를.'

  나는 누구인지 모를 대상에게 속으로 간절히기도했다.

  그러지 않게 해줘.

  제발.

  내가 엘리스의 심장을…….

  [엘리스의 심장을 파괴해야 합니다.]

  나는 잠시 다가오던 좀비들을 전력으로 날려 버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빌어먹을.

  [마스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슈리가 내 갈등을 알아채고 재촉해 왔다.

  [이대로 가만히 계시다간 마스터가 위험합니다. 이제 결단이 필요할 때 입니다.]

  어떤 결단인지는 알았다.

  엘리스를 죽이고 나와 추기경들의 목숨을 살리느냐.

  ……아니면 추기경들을 버리고 엘리스를 데리고 다니며 조금 더 탈출 방법을 찾아보느냐.

  여기서 이대로 추기경들을 지키고 있느라 빠진 물자와 내공이 장난 아니었다.

  그들을 버리기만한다면 조금 더 도망치며 마왕의 성역, 이 던전을 깰 방법을 찾아볼 수 있었다.

  '후우…….'

  젠장.

  내게 조금만 더 능력이 있었더라면.

  하다못해 [하늘의 눈]의 능력이 조금 더 좋았다면.

  새삼 [하늘의 눈]의 능력치가 낮음에 아쉬웠다.

  무엇이든 볼 수 있는 스킬인 줄 알았던 [하늘의 눈]은 능력치가 낮아서인지 생각보다 표시가 안 되는 것이 많았다.

  스킬 능력치가 낮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체를 감춘 '신지혜'를 알아보지도 못했고, 악령에 물든 사람에게 숨어 있는 악령들의 정체에 대해서 파악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신지혜의 고유 스킬에 [???]로 표시된 것의 정체를 알지도 못했고, 방금은 '영혼의 조각'의 위치도 볼 수 없었다.

  '[하늘의 눈]의 능력치가 조금만 더 좋았어도…….'

  나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늘의 눈에 포인트를 투자할 것을.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포인트는 충분히 투자했어. 혹시 내가 [하늘의 눈]의 사용 방법을 아직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일지도…….'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마스터, 마스터.]

  슈리가 생각에 빠진 나를 재촉했다.

  그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슈리의 목소리를 [하늘의 눈]으로 확인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트리슈라의 권능 : 사념 전달]

  "……."

  그런 표시가 떠올랐다.

  나는 [하늘의 눈]이 가진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때 또 마침 교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추기경들을 위해…… 부탁하네. 결단을 내려주게…….]

  슬프지만 힘없는 교황의 목소리.

  나는 [하늘의 눈]으로 그 목소리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악마의 속삭임]

  [어디에든 닿는 진심]이라는 스킬 명이 뜰 줄 알았던 나는 경악했다.

  '……단탈리온 이 개새끼가?'

  마왕 단탈리온이 나를 속여서 엘리스를 죽이려 한 것이다.

  놈은 교황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그의 스킬인 척 자신의 스킬로 내게 거짓을 속삭였다.

  [하늘의 눈]의 '정신 간섭 배제' 능력은 직접적인 정신 간섭에만 반응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거짓말 같은 간접적인 수단에는 효과가 없었다.

  정말이지 방금 전에 [하늘의 눈]의 또 다른 사용법을 깨닫지 못했다면 놈의 손에 휘둘리다가 어쩌면…….

  '어쩌면 엘리스를 죽이고, 나조차도 이곳에 뼈를 묻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놈의 손에 놀아나지 않은 이상, 다시 기회는 나에게 왔다.

  왜 놈이 굳이 내게 [악마의 속삭임]을 써서 내게 거짓 정보를 흘려 넣었을까?

  왜 굳이 가만히 잠자고 있는 엘리스의 심장을 찌르게 하려 했을까?

  "으음……."

  내 등에 매달려 있는 엘리스가 정신을 차리려 하고 있었다.

  "엘리스, 일어나 봐요."

  나는 등을 흔들어 얼른 엘리스를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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