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과 함께 111 무결을 따라 들어가던 각성자, 살바토레는 생각했다.
'저놈, 왜 움직이지 않는 거야?'
자신이 등장할 때 저 멀리 점프한 검은 슈트의 녀석이 움직이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기만 한다.
'겁먹었나?'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명성이 하늘을 찌르는 성당 기사단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이지 않은가!
연예 프로에도 출연한 적이 몇 번 있었던 만큼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인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으니, 저 녀석이 덤빌 생각도 못하고 겁 먹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하여튼 이 몸의 명성이란.'
그는 그렇게 스스로 자아도취를 하며 무결을 비웃었다.
'하여튼 이놈의 오만이란.'
살바토레의 영혼 속에 숨어 그의 생각 하나하나를 모두 다 느끼고 있던 악령이 낄낄 웃었다.
이놈은 이 오만한 성정 덕에 자신에게 빨리 함락되었다.
지금도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이놈의 육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녀석의 정신에 저 앞의 녀석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만 넣어두기로 했다.
저 앞의 녀석은 추기경들에게 심어 놓은 자신의 자식들을 없앤 놈이니 반드시 죽여야 했다.
"크으으……."
역시 적대감과 분노를 넣어두니 금방 정신이 장악된다.
이제 조금 있으면 이 숙주 놈은 참지 못하고 저 앞의 건방진 녀석에게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악마형으로 변신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각성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선, 절대로 변신하지 말라는 단탈리온 님의 명령이 있었으므로 변신을 할 수는 없었다.
그 명령이 아니라 해도 바보가 아닌 이상 각성자들에게 다굴 맞기 싫으면 변신을 안 할 생각이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자신의 동료와 자식들이 훨씬 많은 자식을 낳고, 마침내 인간들을 이기리란 확신이 서야 움직일 거라고, 위대한 단탈리온께서 말씀하셨다.
'자아, 그 계획을 한참을 미뤄 버린 너 이 새끼…….'
악령이 무결을 향해 분노를 불태웠다.
'죽여 버려!!'
그의 명령에 따라, 살바토레가 무결에게 돌진했다.
"으아아아아!"
"호오."
살바토레가 달려오는 것을 본 무결이 중얼거렸다.
"그렇게 분노하면 나야 땡큐지."
무결이 바닥에다 뭔가를 터뜨렸다.
펑- 하얀 연기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뭐, 뭐지? 마력으로 녀석을 감지 할 수가 없다!'
자신의 마력이 이 하얀 연기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탕!
그 순간 총성과 함께 자신의 가슴이 화끈하게 물들었다.
분명 몬스터의 뼈로 만든 성당기사단의 갑옷과 방탄복을 이중으로 입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복부를, 총알로 예상되는 것이 뚫고 지나갔다.
"컥."
살바토레가 피를 토했다.
"일단 한 놈."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총성이 다시 한번 울렸다.
* * * 안쪽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다른 성당기사단원들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살바토레의 우수한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뒤에 자신들이라는 백업까지 있는 상황에서 설마 허무하게 당해 버리리라곤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 새하얀 연기가 가시길 기다렸다. 그런데.
투툭, 쏴아아아--- 새하얀 연기 안쪽에서 뭔가가 날아 오더니, 또 다른 새하얀 연기를 뿜어냈다.
"뭐야, 이거!!"
성당기사단이 조금 긴장하며 그 연기 안쪽에서 튀어나을 무언가를 경계했다.
마법으로 안쪽을 탐색하려 해봤지만 그조차도 안 되었으며, 마법으로 바람을 만들어내도 연기가 제대로 흩어지지 않았다.
지독한 연기였다.
"연기에서 떨어져 있어!"
기사단원들은 연기에서 멀찍이 떨어져 연기가 가시기를 기다렸다.
연기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거대한 문 앞에서 서서히 가라앉아 갔다.
연기가 가라앉고, 그 안의 광경이 드러났다.
아무도 없었다.
"젠장, 안으로 숨었나?"
성당은 십자근위대가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에 창문 등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을 확률은 희박했다.
근데 그 순간.
콰앙!!
"커억!"
뭔가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가장 왼쪽에서 있던 기사의 왼팔이 사라졌다.
"뭐야!!"
그 기사가 갑자기 사라진 왼팔의 어깨를 붙잡고 주저앉자, 옆의 기사가 깜짝 놀라며 그 기사를 부축해 후속 공격을 경계하며 후퇴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팔을 지혈해 준 후, 치료 마법을 전개하는 것이 '과연 성당기사단'이라는 감탄을 자아 낼 만큼 전투 상황에 능숙해 보였다.
"저기다!!"
그동안 공격의 진원지를 찾아낸 기사단원들이 베드로 대성당 2층 왼쪽의 종탑 부근을 가리켰다.
과연 그곳에서 새하얀 포연이 흩어지고 있었다.
"내가 가볼게!"
한 성당기사단원이 점프해 종탑 부근에 착지했다.
그러나 그 순간.
콰아아앙---!
종탑 부근이 폭발했다.
무결이 심어놓은 부비트랩이 폭발 한 것이다.
"줄리오!"
폭발의 위력이 꽤 심상찮아서 성당 기사 한 명이 소리쳤다.
"콜록콜록, 난 괜찮아! 방어 마법 제대로 하고 갔어!"
종탑으로 올라갔던 줄리오라는 성당기사가 기침을 하며 소리쳤다.
'역시 호락호락하지는 않군.'
2층 한편에 숨어 무결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던전에서의 전투로 다양한 경험을 얻은 성당기사들답게 한 번에 당해 주지 않는다.
첫 번째 녀석만 이상하게 흥분해 쉽게 당해주었다.
'아마 악령의 소행이겠지?'
"다들 조심해! 보통 놈이 아니다!"
성당기사 한 명이 그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 순간.
쾅!!
"컥!!"
주의를 준 성당기사의 왼팔이 사라졌다.
"으윽!"
그 또한 소리를 내지르며 사라졌다.
"아니, 다들 안티 포스 셸(Anti-Force Shell) 시전 안 해뒀어?"
"오, 해뒀는데 종잇장처럼 깨진 것 같아!!"
"하느님 맙소사, 도대체 무슨 공격 인 거야? 그거 웬만한 바주카포도 막아내는 물리 방어막이잖아!"
"이번엔 저기다!"
누군가가 공격의 진원지를 파악해 냈다.
이번엔 옥상 오른쪽 부근에서 날아 온 공격이었다.
"아니, 저긴 대체 언제 또 올라간 거야?"
그 순간.
쾅!!
깡!!
이번에는 검술을 연마한 성당기사 한 명이 검으로 그 공격을 튕겨냈다.
"컥 "
그러나 검이 부러지며 손아귀가 찢어지고 말았다.
"뭐 이런 무지막지한 총이!!"
"이번엔 저기였어! 2층 오른쪽 종탑!"
"안 되겠다. 모두 뭉쳐서 방어 마법 강화해!"
그때 성당기사단 무리 중 가장 가운데 서 있던 기사가 말했다.
그가 바로 성당 기사단장 미카엘 데릭이었다.
"에드몬드, 로만!"
"예!"
"너희가 나서라. 마법사들은 이제 부터 이 둘을 전력으로 보조한다."
"예!"
바티칸의 기사단답게 마법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성당기사단.
그중에서도 무술을 연마한 기사 둘이 나섰다.
그 둘은 방패를 앞세우고 조심스럽게 점프해 옥상과 2층 종탑 부근에 내려앉았다.
그들이 점프하는 순간 수많은 방어와 보조 마법들이 그들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그 순간.
콰아앙!!
그들이 밟은 자리가 폭발했다.
"로만, 이상 없습니다!"
"에드몬드, 이상 무!"
부비트랩을 몸으로 뚫고 2층으로 들어간 그들은 소리쳤다.
"안에 목표물이 없습니다. 더 진입 하겠습니다!"
그렇게 그 둘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시간, 무결은 이미 건물 안에 없었다.
그는 이미 성당기사단의 왼쪽 측면을 돌아 나와 후방을 점거하고 있었다.
일부러 오른쪽 옥상과 종탑, 두 군데에서 시끄럽게 레일건을 발사해 시선을 끌었다.
그로 인해 성당 오른쪽으로 온통 시선이 쏠려 버렸고, 그 덕에 성당 건물 왼쪽에는 시선의 사각이 발생 했다.
[배틀 센스]는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무결의 행로를 인도했다.
무결은 성당기사단의 왼쪽을 쭉 돌아 후방을 거쳐, 오른쪽에 도달했다.
그리고 거기서 이번에는 두 정의 레일 건과 다섯 정의 코일 건을 꺼내 은밀하게 주위에 띄웠다.
모두 무광 코팅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발사도 전에 발각될 염려는 없었다.
일단 레일 건으로 첫발을 발사했다.
콰아앙--!!
폭발이 일고, 보호 마법들이 줄줄이 깨져나갔다.
무결은 [배틀 센스]와 마력 탐지로 깨져 나간 보호막의 개수를 대충 가늠하고, 세 개의 코일 건을 발사했다.
콰콰쾅!!
그러자 남아 있던 두 개의 보호막이 모조리 걷혀 나갔다.
그리고 거기로- 콰아아앙!!
다시 레일 건의 총탄이 꽂혔다.
"컥!"
이번에 또 다시 다른 마법사가 팔을 잃었다.
말은 길었지만, 정교하게 계산된 다섯 발의 탄환이 모두 발사되기까지는 0.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성당기사단의 누구라도 이 공격에 제대로 반응할 수 없었다.
이것이 유니크 무공인 [유가선공]으로 인해 '인지능력 상승'의 혜택을 받은 무결의 솜씨였다.
무결이 세상을 인식하는 속도는 이 곳의 다른 그 누구보다 빨랐다.
무결은 일곱 정의 총을 연속해서 발사해 댔다.
성당으로 다가왔던 성당기사는 총 열 명이었다.
그중 한 명은 무결과의 첫 격돌에 정화되었고, 두 명은 성당 안으로 유인되어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세 명은 무결의 레일 건에 맞아 한쪽 팔을 잃는 중상을 입었으므로 전투가 가능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오직 네 명뿐이었다.
네 명밖에 남지 않은 성당기사단이 무결의 포격에 휘말려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렸다.
그중 장전속도 덕에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날아오는 레일 건의 탄환 은 미사일 포격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강력해서 방어하는 기사들 입장에서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뒤로 밀리던 어느 순간.
콰콰쾅!!!
그들이 부비트랩을 밟아버렸다.
아까 전에 왼쪽을 우회하며 몰래 깔아둔 것이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네 명중 세 명이 폭발로 인해 양 발의 발목 아래를 잃어버렸다.
원래는 각성자라도 무릎 아래가 날아갔어야 할 폭발이었지만 보호 마법 덕택에 발목 아래쪽만 날아가 버린 것이다.
교황은 일찌감치 저 멀리 빠져 있었으니, 마지막 남은 자는 기사단장. 나머지 열 명 남짓한 성당기사단원은 전원 전투불능이 된 상태였다.
기사단장의 눈이 분노로 시뻘게지는 게 보였다.
-이름 : 미카엘 데릭 -상태 : 각성자, 기생숙주 -고유 스킬 : [화속성 마나 친화력], [마력응집]
"네놈…… 인간……!"
미카엘이 중얼거리며 손에서 화염을 뿜어내었다.
붉어야 할 화염에 검은빛이 돌고 있었다.
'악령이 힘을 보태는군.'
다른 녀석들은 악령들이 나설 틈도 없이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저 녀석만은 그러지 못했다.
'아, 귀찮은데.'
무결은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몸을 투둑투둑 꺾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네.'
처음 생각보다는 의외로 각성자 녀석들 상대하는 게 괜찮았다.
다들 한 맷집들 해서 추기경들처럼 툭 치면 어디 부러질까 걱정 없이 만져줄 수 있어서 속이 다 시원했다.
무결은 온몸과 사방에서 검붉은 불이 휘몰아치는 녀석을 향해 걸어갔다.
"네놈…… 네놈네놈……!"
분노가 머리끝까지 찼는지 제대로 말도 못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무결이 손을 까딱였다.
"덤벼, 악마새끼야."
"네놈---!!!"
성당기사단장 미카엘이 양손을 쫙 펼쳤다.
그러자 양손의 열 손가락에서부터 작은 불꽃이 라이터처럼 튀어나오더니, 그것들이 합쳐지며 거대한 불의 토네이도가 되었다.
두 개의 불의 토네이도가 내 양쪽을 덮치며 날아왔다.
그 순간 무결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미카엘의 앞.
무결의 온몸에서 [유가선공]의 마력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가 마력을 응축시킨 오른손으로 미카엘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챙-- 그를 둘러쌌던 모든 방어 마법이 부서졌다.
그리고 [펄스 너클]을 낀 무결의 왼손이 움직여 미카엘의 배를 가격 했다.
"크아아악!"
미카엘이 비명을 지르며 하늘 저 멀리 날아가……려 했다.
"아차, 저 녀석 정화시켜야지."
무결이 오른손으로 거미줄을 내뿜어 녀석의 발목을 낚아챘다.
"크아아- 컥!! 으아아--"
미카엘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다 말고 다시 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