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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109 '젠장.' (109/215)

  기계신과 함께 109 '젠장.'

  이대로 방아쇠를 당긴다면 레일 건의 여파로 인해 저 방어막은 깨져 버리고, 그 결과 레일 건이 만들어 낸 폭음이 성당기사단의 귀에까지 들리게 될 것이다.

  성당기사단에게서 도망가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아직 정화시키지 못한 교황이 이 사태를 깨닫고 도망가거나 대책을 세울 수도 있었다.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까가강!

  다섯 명의 악령이 검은 기운으로 방어막을 후려치자 방어막이 금세 깨져 버렸다.

  다섯 악령이 입구로 우르르 빠져나갔다.

  나는 최선책이 실패했음을 직감했다.

  "엘리스, 다섯 놈이 도주했어요! 2 책으로 갑니다!!"

  나는 입구를 통해 빠져나가는 악령들을 쫓으며 엘리스에게 통신을 보냈다.

  그와 동시에- 우옹~ 회의실 주변 구역을 둘러싸는 사일런트 마법진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재차 준비해 둔 마법진을 엘리스가 발동시킨 것이다.

  회의실 입구를 빠져나오자마자, 입구 바로 앞에 남은 검은 전갈과 검고 작은 늑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추기경 둘도.

  악령 다섯 중 둘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정화되어 버린 것이다.

  스륵- 그리고 다른 셋은 모퉁이를 꺾어 사라지는 꼬리만 확인할 수 있었다. ……꼬리.

  그것은 정말 꼬리였다.

  악마의 꼬리처럼 뾰족한, 그 어떤 동물의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 꼬리.

  이 짧은 시간 악마형으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그중 한 녀석을 쫓아가다 보니 바닥에 총탄이 떨어져 있었다.

  내가 쏜 정화의 총탄을 결국 몸에서 빼낸 것이다.

  기운이 상당히 사라져 있는 것이 어느 정도 녀석에게 타격을 준 듯했지만, 그럼에도 정화되지 않고 끈질 기게 도망가는 것을, 나는 혀를 차며 쫓아갔다.

  달리다 보니 머리 위를 무언가가 획 지나갔다.

  그 무언가는 비어 있는 또 다른 경당 속으로 획 들어갔는데, 그것이 지나간 곳의 불빛이 모조리 꺼져 버렸다.

  나는 서둘러 그 경당 속으로 따라 들어갔다.

  경당은 내가 들어사자마자 모든 불빛이 사라져 버렸다.

  대성당 밖도 해가지고 별이 뜬 상태였기 때문에 경당 내부는 새까만 어둠으로 물들었다.

  나는 가만히 경당 내부의 기척을 살폈다.

  그런데 그때.

  "크르르르……"

  으르렁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새빨간 야수의 눈빛이 하나 생겨나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새빨간 눈빛에 총을 겨누었다.

  그런데…….

  "크르르……"

  사방에서 으르렁 소리가 들리며 눈빛이 하나, 둘씩 늘더니 어느새 사 방에서 나를 새빨간 눈빛이 노려보고 있었다.

  획! 탁!

  무언가가 다시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며 손톱으로 나를 할퀴려 했다.

  각성자의 몸이라 해도 걸리면 갈기 갈기 찢어져 버릴 만한 흉포한 손톱.

  하지만 나는 블랙미슈릴 슈트를 두른 손으로 그것을 탁 쳐내며 간단히 뒤로 물러났다.

  "개수작은."

  획! 획! 획!

  뭔가가 획획 날아다녔다.

  하지만 나는 날아오는 다른 무언가는 그대로 놔둔 채, 오로지 한 대상 만을 향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총을 갈겼다.

  탕!!

  투투툭.

  사방을 날아다니던 모든 것이 움직임을 멈추고,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경당의 불빛이 되돌아왔다.

  "끅, 끄어억!!"

  거대한 원숭이 모양의 검은색 악마가 총알을 맞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의자와 촛대, 초, 석상 등 많은 물건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폴터가이스트군."

  물건들을 움직여 그것으로 나를 공격하며, 그 사이사이 진짜 공격을 날리려는 수작이었던 것 같다.

  나는 괴로움에 몸을 뒤트는 악마에게 다가가 총알 맞은 부위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뼈는 피했군."

  저 몸은 늙은 추기경의 것이었으니, 뼈를 맞혔다면 추기경의 목숨에도 지장이 있었을지 몰랐다.

  원숭이 악마가 몸을 뒤틀다가 결국 자신의 실체인 작은 검은 원숭이를 입으로 토해냈다.

  그리고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쪼그라들더니 다시 원래의 추기경의 몸이 되어버렸다.

  "엘리스, 여기 한 마리 있어요."

  나는 엘리스에게 지금 이곳의 좌표를 전송하고 남은 두 마리를 잡으러 갔다.

  악령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은 걱정되지 않았다.

  상태를 봤을 때 저놈들이 저런 기괴한 모습으로 변한 건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었다.

  총알에 입은 내상을 치료하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였다.

  근데 만약 악령들이 저 모습 그대로 성당 밖으로 나간다면 수없이 몰려들어 있는 각성자들에 의해 다구리를 맞아 죽을 것이었으므로, 악령으로서도 대성당 밖으로 나가는 선택을 할 리가 없었다.

  나는 그래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빠르게 악령을 탐색했다.

  역시 불빛이 꺼져 있는 경당이 있었다.

  '이러면 너무 찾기가 쉽잖아.'

  어차피 들킬 거 경당 내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어놓은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들킨 이상 녀석은 죽은 목숨이었다.

  나는 경당 내부로 발을 들였다.

  끈적.

  근데 첫 발을 디디자마자 발바닥에 끈적한 무언가가 감겨왔다.

  나는 발바닥에 붙은 것을 떼어 손끝으로 비벼보았다.

  '거미줄?'

  경당 내부는 거미줄로 가득했다.

  찌익- 문득 내게 거미줄이 쏘아져 왔다.

  나는 가볍게 그것을 피했다.

  그런데 거미줄은 나를 노린 게 아니라 내가 들어온 경당 입구를 노린 것이었다.

  거미줄이 경당 입구를 꼼꼼히 메워 버렸다.

  '……꼼꼼하기도 해라.'

  바닥으로부터 거미들이 깨알같이 내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거미를 싫어하는 사람이 보았다면 기절초풍할 만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신경을 끄고 내 앞에 쳐진 거미줄을 손으로 움켜 쥐었다.

  그리고 '회수.'

  [아라크네의 거미실샘]을 발동시켰다.

  아라크네는 거미들의 왕.

  비록 이놈이 꽤나 격 높은 몬스터라 해도 아라크네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권능이 담긴 아이템을 갖고 있었다.

  화아아악- 사방의 거미줄이 모두 내 오른팔에 달린 토시, [아라크네의 거미실샘]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아아!!"

  악마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널 위한 서프라이즈다."

  나는 녀석을 향해 총알을 선사했다.

  날 향해 달려들던 거미들은 모두 다시 어둠 속으로 되돌아 다다다다 기어 도망가 버렸다.

  "엘리스, 여기도 하나 더요!"

  바닥에 꿈틀거리고 있는 검은색 작은 거미와 축 늘어진 추기경을 뒤로 하고 나는 마지막 남은 악마를 찾아 나섰다.

  왠지 이놈들, 찾는 게 쉬웠다.

  불 꺼진 곳을 찾으면 되니까.

  하지만 마지막 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대성당 내부를 뒤져도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의해하며 중앙제대를 지나는 지나고 있는데…….

  지잉-

  "크윽."

  갑자기 어지럼증이 생기며 균형을 잃고 말았다.

  그 순간.

  콰악!

  무언가 날카롭고 거대한 이빨이 내 몸을 뚫고 들어왔다.

  벌컥벌컥.

  피 빠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의 혈액이 빨려나가고 있었다.

  "이 자식이!"

  픽!

  내가 손을 휘둘러 내 피를 빨고 있는 것을 쳐내자, 그것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더니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이번엔 박쥐였다.

  지잉- 다시 머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녀석이 내뿜는 초음파였다.

  나는 재빨리 블랙미슈릴 슈트를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블랙미슈릴 슈트는 충격을 흡수한다.

  당연히 충격파의 일종인 초음파 또한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다.

  확실히 슈트를 뒤집어쓰자 머리가 한결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 저 위로 박쥐가 날쌔게 날아 다니고 있었다.

  내 피를 빨아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한 듯 보였다.

  녀석은 다시 나를 공격하려는 듯 기회를 노리며 하늘을 빙빙 돌고 있었다.

  그 속도가 꽤나 빨라서 잡기에는 힘들 것 같았지만…….

  나는 녀석을 향해 총을 들어 쏘았다.

  내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던 놈은 순식간에 총알의 경로에서 벗어나 버렸다.

  하지만.

  팡---!!

  시끄러운 굉음이 녀석 바로 옆에서 울려 퍼졌다.

  "끼이이이익!!"

  녀석이 괴성을 지르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내가 쏜 것은 소리만 괴랄하게 큰 공포탄이었다.

  박쥐는 원래 소리에 민감한 동물이다.

  소리로 상대방이나 물건의 위치를 파악하는 만큼, 귀를 활짝 열고 물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활짝 열린 귀로 공포탄의 모든 소리가 흘러들어 간 것이고.

  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녀석에게 마무리 총탄을 먹여주었다.

  탕!!

  나는 꿈틀거리는 박쥐를 한 손에 쥔 다음,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추기경을 들쳐 업고 엘리스에게로 향했다.

  엘리스는 회의실로 쓰였던 경당에서 총상 입은 추기경들을 마법으로 치료하고 있었다.

  "여기 마지막 한 놈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엘리스가 마법의 불꽃을 일으켜 내 손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검은 박쥐를 태워 버렸다.

  나는 [유가선공]을 이용해 추기경들의 치료를 돕는 한편 원기를 북돋아주었다.

  대충 치료를 마치고는 추기경들을 기다란 성당 의자에 한 명씩 잘 눕혔다.

  "이제 교황만 남았죠?"

  내가 엘리스를 보며 물었다.

  "네, 정말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도와주셔서."

  엘리스가 가슴에 손을 짚고 내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 진심이 담긴 감사에 나는 씨익 웃었다.

  "저도 원하는 게 있어서 도와드리는 겁니다."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근데 원하는 게 뭔지 여줘봐도 됩니까?"

  엘리스가 궁금하다는 얼굴을 했다.

  "……음."

  나는 잠깐 이걸 밝힐지 말지 고민 했다.

  그러다 어차피 곧 밝히게 될 거란 사실에 그냥 말하기로 했다.

  "엘리스요."

  "……네?"

  "엘리스같이 뛰어난 마법사와 연구 협력을 맺고 싶습니다. 엘리스가 직접 와주면 더욱 좋고요."

  내가 엘리스를 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미 엘리스의 능력은 옆에서 계속 보아왔으니 검증이 끝난 거나 다름 없고, 같이 일할 거면 같이 생사를 함께한 동료가 더 편했다.

  "그, 그……."

  엘리스가 답지 않게 버벅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왜 저러지?'

  나는 잠시 의아한 마음이 들었으나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단 이 난리를 다 해결하고 난 다음이죠. 대강 치료 다 끝난 거 같으니 이제 마지막 악령을 잡으러 갈까요?"

  "예."

  엘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순간.

  휘이익!

  대성당의 문이 세차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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