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100 나는 피곤했지만 애니와 엘리스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놓고는 은하수와 함께 그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100/215)

  기계신과 함께 100 나는 피곤했지만 애니와 엘리스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놓고는 은하수와 함께 그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자, 이게 바로 당신의 모든 고민을 풀어줄 열쇠!"

  내가 은하수의 앞에서 '짜잔'하며 베히모스 월드의 게이트를 열었다.

  "와아……!"

  은하수의 눈이 황홀함으로 물들었다.

  "그럼 여기에……?"

  "응, 이 안에 바로……."

  나는 스마트 워치에 베히모스 월드의 3D 맵을 띄웠다.

  그리고 그중 한 곳을 표시했다.

  "화이트미슈릴 광산이 있어."

  내가 기실 '베히모스 던전'의 클리어를 노린 것은, 물론 사회 공익적 차원의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큰 목적은 이 '화이트미슈릴 광산'을 얻기 위해서였다.

  화이트미슈릴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금속이었다.

  가볍기는 인간의 뼈보다 가벼웠지만 그 강도는 거의 다이아몬드에 필적했다.

  앞으로 개발될 미래 아이템들의 주요 골격이 될 예정인 화이트미슈릴을 벌써 이렇게 많이 확보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계획 중인 아이템 들을 개발하는 시기가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미 은하수와 나의 마스터플랜에는 앞으로 개발해야 할 아이템들에 대한 목록이 좌악 펼쳐져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개발한 블랙미슈릴 슈트나 코일 건 같은 것들만 해도 다른 단체에서는 '도대체 저런 아이템을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개발한 거지?'하며 경악하는 성과를 낸 것이었다.

  던전에서 코일 건과 블랙미슈릴 같은 최신기술이 출토된다 하더라도, 그 아이템에 쓰인 기술을 해석해 내고 재현해 내는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방면에서 은하수의 천재성이 드러났다.

  남들이 BB탄 총을 간신히 만들어 낼 때 은하수는 코일 건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고, 남들이 코일 건을 제작할 때쯤에는 그보다 몇 단계 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블랙미슈릴 슈트를 완성해 냈으니까.

  은하수는 그 천재적인 능력으로 내가 아이템을 가져오는 족족 거의 그 아이템의 핵심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은하수가 그렇게 개발한 아이템을 가지고, 나는 더욱 어려운 던전을 클리어해 나갔고.

  이렇듯 은하수와 나는 서로에게 아주 좋은 상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럼, 드디어 '그걸' 만드는데 착수할 수 있는 건가?"

  "응, 이미 기초 골격에 대한 기술적인 검토는 끝났어. 뼈대 정도는 지금부터 만들 수 있겠지. 문제는 네가 계속해서 '그걸'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기술을 내게 가져다줄 수 있느냐야."

  "그건 걱정말고. 그럼 제대로 착수해 줘."

  "OK."

  "아, 그리고 나 당분간 바티칸에 좀 갔다 와야 할 것 같은데."

  "바티칸에? 왜?"

  내가 엘리스의 사연을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들은 은하수가 반색했다.

  "오, 그럼 일이 제대로 해결만 된다면 드디어 마법 부문에도 괜찮은 협력자를 만들 수도 있는 건가?"

  "알아보던데는 잘 안 됐나 보지?"

  "옹, 영국 마법 협회 쪽에 협력을 요청했는데 영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라서."

  "그래, 바티칸 쪽이랑만 잘 연결되면 그쪽보다 나은, 아니, 어쩌면 최고의 협력자가 생길 거야."

  던전시대가 도래한 지금 바티칸이 가지는 위상은 엄청나게 상승했다.

  신의 존재를 믿기 시작한 사람들도 많아졌고, 목숨이 위험해지는 만큼 사후세계에 대한 갈망도 많아졌으며, 종말론이 세계 전체에 걸쳐 퍼 지고 있음으로 인해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종교 가톨릭교는 본래13억 명 정도의 신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던전시대가 도래하고는 무려 약 18억 명으로 그 신도 수가 상승해 있었다.

  신도 수만 늘어난 게 아니었다.

  신도들의 종교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나며 그 한 명 한 명이 바티칸의 강력한 우군으로 변한 것이다.

  바티칸은 신도들의 종교적 열기가 광기와 맹신으로 빠지지 않게 잘 조율하며 교세를 폭발적으로 확장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적어도 멸망하기 전인 지금까지는.

  그런 그들이 던전시대가 열린 직후 부터 지금까지 주력으로 연구해 온 것이 바로 마법.

  이미 전 세계에서 그들보다 마법을 자세히 아는 곳은 없다는 소문이 공 공연히 돌고 있었다.

  '바티칸의 비밀 서고…… 그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오랜 기간에 걸쳐 이단으로 지목한 종교들, 혹은 마녀와 마법사들에게 빼앗아 온 지식들이 고스란히 그들의 비밀 서고에 잠들어 있을 터였다.

  세계의 이면에서 전승되어 오던 비전(齡傳)들이 결코 망상가들의 헛된 상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는 나로 서는 그들이 비밀 서고에 간직한 비전이, 비밀이 그들의 마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들과 제대로 연결만 된다면…….'

  그렇다면 전생에서 최고의 마도과 학병기였던 '기간테스'를 뛰어넘는 걸작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아직 조금은 먼 미래의 일일 테지만.

  "'베히모스 월드'에는 몬스터가 없으니까, 당장 들어가도 될 거야. 형 한테 오픈 권한을 줄 테니까, 잘 써 먹어 봐. 난 이만 들어간다."

  "그래, 피곤했을 텐데 푹 쉬어라."

  나는 은하수와 인사하고는 내 방으로 들어와서…….

  "파아~"

  포근하고 달콤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오랜만의 단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 * * 다음 날.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드린다.

  띵동띵동.

  "으음, 피곤한데……."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켰다.

  '지금 몇 시지……?'

  속으로 그렇게 의문을 갖기가 무섭게 슈리가 답을 알려줬다.

  [오후 2시 34분입니다.]

  '아…… 일어날 때가 되긴 했군.'

  일어나서 인터폰을 받아보니, 송애니였다.

  -아저씨!

  "아, 애니구나."

  나는 문을 열어주며 애니를 집으로 들였다.

  애니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엘리스와 애니를 바로 내 옆집에 머물게 했다.

  내가 데리고 살까 했지만 나는 요 며칠 좀 바쁘게 돌아다닐 일이 있어서 아예 엘리스에게 애니를 부탁해 두었다.

  엘리스는 흔쾌히 내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애니를 무려 3일이나 지켜 낼 정도의 실력자였으니 카이 같은 막장스러운 놈이 직접 오지만 않는 다면 안심하고 애니를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아저씨, 이번에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애니가 배꼽인사를 했다.

  "오냐, 너도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메시지 남겨준 것도 잘했어."

  내가 애니의 머리를 숙숙 쓰다듬었다.

  "하얀 언니가 구해줬어요!"

  애니가 그렇게 말하며 엘리스와 함께 다니며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떠들어 댔다.

  그러다가 뭔가에 생각이 미쳤는지 아! 하고 감탄사를 내더니 내게 물어왔다.

  "그런데 아저씨!"

  "응?"

  "우리 티버 어떻게 됐어요?"

  애니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을 려다봤다.

  '아…….'

  티버.

  내가 애니에게 선물했던 곰돌이 가방.

  그 마법 가방은 애니가 납치될 위기에서 애니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빌런 놈들의 손에 찢겨 버렸다.

  나는 망설이다가 애니에게 티버에 관해 얘기해 주었다.

  "아……."

  애니가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았다.

  "티버…… 티버가……."

  닭똥 같은 눈물이 애니에게서 흘러 나왔다.

  "엉엉……."

  애니가 내 다리를 꼭 껴안고 대성 통곡을 했다.

  내가 티버를 준 이후로 그녀는 자나 깨나, 화장실을 갈 때나 항상 티버를 데리고 다녔으니, 그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왜 우시나요?"

  그렇게 애니가 엉엉을 때 엘리스가 옆방에서 눈을 비비며 나왔다.

  "하얀 언니……. 티버가…… 티버가……."

  애니는 엉엉 울면서 알아듣지 못할 말로 엘리스에게 자초지종을 열심히 설명했다.

  가만히 애니의 말을 듣던 엘리스가 사정을 알아채고는 잠시 기다리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이거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게 말하며 내미는 그녀의 손에는, 놀랍게도 거의 멀쩡하게 보일 정도로 잘 봉합이 된 티버 가방이 들려 있었다.

  "티버!!"

  애니가 눈물콧물을 흘리며 티버를 안아 들었다.

  "안에 있던 마법 술식은 아직 복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복구 중이니 며칠만 있으면 원래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안에 굉장히 뛰어난 무사의 영혼이 깃들어 있더군요."

  나는 엘리스가 하는 말에 감탄했다.

  '[마법적성 A]라더니.'

  레어 아이템을 이토록 쉽게 복구할 수 있는 마법사는 전생에도 흔치 않았는데, 그런 존재가 내 눈앞에 있었다.

  '성당기사단원이라더니.'

  18억 천주교 인구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각성자만을 모아 만든 성당기사단의 일원이라 그런지, 이 내가 감탄할 정도로 실력이 정도로 좋았다.

  나는 애니와 엘리스가 돌아가자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베히모스의 꿈'을 클리어한 자는 누구인가?]

  [클리어된 던전, 드러나지 않은 클리어러]

  [한국, 세계 최초 초대형/몬스터형 던전 클리어]

  [베히모스 던전 클리어로 한국 수도권 인근 던전 카르마 포인트 2 배!]

  [소식 들은 외국 헌터들, 한국으로 집결!]

  [북두그룹의 불법 마루타 연구실 드러나 충격!]

  [이지스 클랜을 비롯한 다수 클랜, '북두그룹 좌시하지 않을 것']

  ['헌터들 전쟁 벌이나' 시민들 공포]

  "으흠…… 전쟁은 잘하고 있나 보군."

  강하나가 내가 준 북두클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써먹고 있나 보다.

  사실 전생에도 북두클랜이 각성자를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한 끔찍한 정황이 드러나긴 했지만 그때는 밝혀진 시기가 너무 늦었다.

  그때는 인류가 한창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 북두클랜 같은 개 자식들의 손이라도 빌려야 했지만, 이번 생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저런 개자식들은 한시라도 빨리지우는 게 나아.'

  저런 인체실험이 아니고도 던전시대에는 강해질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각성자끼리의 혼란과 공포, 분열을 조장하는 저런 놈들은 한시라도 빨리 치워버리는 게 인류에 있어서 이득이었다.

  '뭐, 그 과정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은 우리가 잘 받아 먹으면 되고.'

  이미 은하그룹에서는 내 말에 따라 북두그룹이 무너져 내릴 때를 대비 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북두그룹이 지금 시대의 깡패라 할 수 있는 헌터들에게 밀려 무너져 내릴 것은 기정사실.

  혹시 그렇게 안 흘러가더라도 내가 그렇게 되게 만들면 된다.

  그렇게 북두그룹이 무너지면 은하 그룹이 그 자리를 차지해서 좋고, 강하나 일행은 복수를 할 수 있어서좋고.

  '이 또한 윈윈이지.'

  "구자운 씨."

  "……왜."

  어둠 속에서 구자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그렇게 불퉁하게 굴지 마시죠. 1년만 같이 일하면 될 거. 그리고 좋은 아이템도 얻게 해드렸지 않습니까."

  "흥, 하인한테 몽둥이 쥐여줘 봤자 그게 주인 거지."

  "1년 후면 당신이 당신 자신의 주인이 될 겁니다."

  "어디 두고 보지."

  "그건 그렇고 부탁드린 건 조사해 보셨습니까?"

  나는 구자운에게 '빌런왕 카이'를 비롯한 그 일당들의 조사를 맡겨놨다.

  구자운은 음지에서 움직이는 각성자 중 한 명이었으니, 같은 음지에 있을 그놈들에 대한 조사로는 적격이었다.

  "…… 그 새끼들, 뒷세계에도 건들면 안 되는 악종들로 소문난 놈들이야. 나도 더 이상 그놈들 정보에 접근을 못하겠어. 더 들어가려면 나도 지원이 더 필요해."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돈이든 장비든 사람이든 필요한 조력은 다 해드릴 수 있으니까, 원하시는 대로 말씀하세요."

  "……안 그래도 당신의 능력에는 지금도 감탄하고 있어. 여기 무슨 괴물들만 모아놨어? 스킬북이 필요 하다니까 바로 갖다주고, 장비가 필요하다니까 그 이상의 장비를 갖다 주고. 나는 세상에 이런 곳이 왜 아직도 널리 안 알려졌는지 그게 의문이라니까."

  그거야 물론 나 덕분이었다.

  "어쨌든 준비가 되면 다시 한번 파 보도록 하지. 나도 이쪽 세계엔 그래도 제법 영향력이 있으니까."

  "부탁드립니다."

  구자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자아…… 그럼 바티칸에 가기 전에 밀어뒀던 던전이나 좀 클리어하고 와야겠군."

  나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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