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098 -[광뇌조작(奸腦造作) 56/100] : 손을 대고 있는 대상의 표층심리를 읽어들일 수 있다. 손을 대고 있는 뇌의 심층심리를 읽어들이고, 조작 할 수 있다. (98/215)

  기계신과 함께 098 -[광뇌조작(奸腦造作) 56/100] : 손을 대고 있는 대상의 표층심리를 읽어들일 수 있다. 손을 대고 있는 뇌의 심층심리를 읽어들이고, 조작 할 수 있다.

  '……!'

  눈앞에서 예기치 못한 메시지 창이 떠올라서 깜짝 놀랐다.

  '아, 능력치 상승……!'

  [하늘의 눈]의 능력치가 상승한 덕택에 이제는 [고유 스킬]의 스킬 설명까지 열람할 수 있게된 것이다.

  나는 눈앞에 떠오른 [광뇌조작]의 스킬 설명을 읽어보았다.

  무시무시하고…… 또 잔인한 능력이었다.

  인간의 기억을 갖고 노는 능력이라니.

  '그러고 보니…….'

  저자에 대한 정체를 알 것 같았다.

  "비켜라, 암괴. 너는 감당 못 할 것 같다."

  "……예."

  '카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가 재차 마법을 준비하던 푸른 수실의 마법사를 물러나게 하고 자신이 나섰다.

  여전히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카이가 천천히 땅에 내려섰다.

  내려서기 전부터 그에게서 거친 마력 파동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무공인가……?'

  틀림없었다.

  내공을 운용하는 자 특유의 마력 파동이 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쾅!

  무슨 준비를 하기도 전에, 그가 바닥을 박차고 곧바로 달려오기 시작 했다.

  속전속결, 문답무용.

  이미 필요한 대화는 다 끝났으니 이제 몸의 대화를 나누자는 뜻이었다.

  그의 로브가 펄럭이며 뒤로 넘어갔다.

  그러며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동양인이었다.

  짧게 자른 검은 머리에 구릿빛 피부, 날카로운 눈매.

  그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는, 그의 격렬한 움직임 때문에 뒤로 넘어가 있었다.

  원거리에서 총격을 하려던 나는 마음을 바꿔 총을 주머니 속에 넣고, 그대로 그를 향해 마주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30m, 20m, 10m.

  순식간에 그와 나의 거리가 좁혀졌다.

  나는 [유가선공]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는 동시에 [배틀 센스]로 최상의 공격로를 탐색했다.

  꾸드드득.

  포인트로 강화된 강철 같은 근육이 뒤틀리며 수축한다.

  그리고.

  콰아앙-- 그와 내가 격돌했다.

  콰드드득.

  '크윽.'

  놈의 주먹이 내 어깨를 박살 내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내 주먹 또한 녀석의 가슴을 두드렸다.

  빠각.

  단 일격을 교환하고, 우리 둘은 서로에게서 엄청난 속도로 튕겨 나왔다.

  팡, 팡, 팡.

  마치 물수제비 뛰듯 나와 그가 땅을 튕기며 멀어졌다.

  "크윽, 쿨럭."

  멈춰 선 우리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피를 토해냈다.

  용호상박, 박빙이었다.

  우리가 부딪친 자리로부터 10m가량의 땅이 크레이터를 형성하고 있었다.

  엄청난 힘의 충돌로 인해 콘크리트 바닥이 뒤집혀 버린 것이다.

  "크억, 컥, 컥."

  나는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충격에 황급히 [유가선공]과 [천옥보주]를 운용해 몸을 치유해 나갔다.

  뒤틀린 뼈가 급속도로 제자리를 되찾고, 찢어진 장기가 붙어간다.

  '내게 이 정도로 타격을 입히다니…….'

  얼마 전에 베히모스 던전에서 스테이터스 강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다.

  마법사 녀석이 내게 마법을 날리려는지, 캐스팅을 하는 게 보였다.

  "계속하려고?"

  나는 가소로운 마법사 녀석의 행동에 [디바이스 컨트롤]을 이용해 총들을 주머니에서 빼내, 놈들에게 겨냥했다.

  수십 개의 총이 내 머리 위를 장식 했다.

  내가 곧바로 총구를 당기려는 찰나.

  "쿨럭, 그만."

  카이가 마법사를 제지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지."

  "하지만, 주인님!"

  "넌 닥치고 있어!"

  그가 부하에게 일갈하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무승부다. 너 또한 큰 부상을 입었으니, 우리끼리 치고받는 다면 서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계속 흘러내리는 입가의 피를 슥 닦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니 부하들만 내주면……."

  "부하들은 못 줘. 너희끼리만 가라. 그것까진 용인해 주지."

  "이렇게 나오면서로 재미없을 텐데."

  "재미없는 건너겠지. 먼저 쳐들어온 주제에 뻔뻔스럽긴. 먼저 쳤으면 대가를 받아야지."

  "큭큭큭."

  갑자기 카이가 뭐가 즐거운지 재수 없는 웃음소리를 흘렸다.

  "왜 웃지?"

  "네가 애타게 찾아다니던 꼬마아이, 지금쯤 잠에 푹 빠져 있지 않나?"

  녀석의 머릿속이 뻔히 읽혔다.

  아무래도 부하들과 애니를 깨우는데 필요한 아이템을 교환하자고 할 생각인 듯했다.

  난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래서?"

  "그 꼬마를 깨우려면 내가 갖고 있는 특수한 피리가 필요하지. 그게 없으면 꼬마는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거다."

  카이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목 바로 아랫부분으로 왼손을 가져갔다.

  그런데 잠시 목 아래를 더듬던 카이의 표정이 놀람과 분노에 휩싸였다.

  "내 목걸이가……?"

  "이걸 찾으시나 봐? 네가 말하는 피리가 이건가 보지?"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십자가 목걸이를 들어 그를 놀리듯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녀석이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였다.

  "그, 그걸 어떻게……!"

  그는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나는 빙긋 웃으며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아, 저 꼬마가 저래 배도 자기 앞 가림은 좀 하는 편이라서."

  송애니의 그림일기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 남자와 십자가.

  그것은 저 남자와, 저 남자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나타내는 그림이었다.

  '그게 목걸이일 줄이야.'

  십자가가 거의 사람만하게 그려져 있어서 처음에 목걸이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 도중 저 카이라는 남자가 로브를 벗는 순간, 저자가 세 번째 그림일기 속에 그려진 그 사람이란 것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역시 머리색부터 피부색, 옷의 색 까지 색깔만은 애니가 확실하게 칠 해놓았던 것이다.

  덕분에 저 남자의 옷깃에서 흘러나오는 목걸이를 본 순간, 그림 속 십자가의 정체 역시 간단하게 알아챌 수 있었다.

  내가 회피와 총격 대신 정면 대결로 전술을 바꾼 것은, 순전히 저 목걸이를 얻기 위해서였다.

  굳이 십자가를 사람만하게 그린 데다가 별표로 강조 표시까지 한 것을 보면, 어쩌면 저 목걸이가 바로 애니를 깨우는데 필요한 아이템이 아니었을까 싶었던 것이다.

  애니는 반드시 자신의 위기를 극복 하는 방법을 예언하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중요한 아이템일 거라는 것은 분명했고.

  그래서 결국 무공을 이용한 정면 대결 끝에 나는 몸에 큰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저 녀석에게도 큰 부상을 입히고 목걸이를 얻어내는데도 성공했다.

  '이 정도면 내 판정승이지 어디 무승부 운운을.'

  나는 저 녀석을 비웃으며 승리의 썩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았는지 저 녀석이 부들부들 떠는 게 보였다.

  나는 더 이상 녀석을 도발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진짜 다시 한판 붙는 것은 나로서도 힘들었으니까.

  카이의 옆에 있던 마법사가 당장 저 목걸이를 내게서 빼앗아 오겠다며 으르렁거렸으나, 카이는 그런 그를 손으로 제지하며 나를 노려보기 만 할 뿐이었다.

  내 실력을 보았으니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는 것.

  결국 그는 분노를 삼키며 낮게 옮조렸다.

  "……가자."

  "주인님! 명령만 내리신다면 당장에라도 제가……!"

  하지만 카이는 더 이상 마법사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단지 거역할 수 없을 만큼 강압적인 눈빛만을 보냈을 뿐.

  마법사는 찔끔하며 입을 다물었다.

  곧 둘은 휘리릭 사라져 버렸다.

  '역시…… 듣던 대로 무공이 엄청 나.'

  나는 두 빌런이 사라져 버린 허공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저 녀석에 대해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전생에도 저놈은 굉장히 유명한 놈이었다.

  아니, 유명한 정도가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빌런들 중에서도 저놈만큼 악명 높은 놈은 없었다.

  대악마 카이.

  그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헌터들이, 그에 대한 공포를 담아 붙인 별명이었다.

  당시 수백 수천 명의 헌터가 카이 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의 무서운 점은 그의 뛰어난 무공보다 그의 정신 지배 능력에 있었다.

  그는 생포한 사람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강력한 정신 지배 능력을 갖고 있었다.

  처음 그의 능력에 대해 모르던 헌터들은, 놈과의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동료와 가족들을 반가이 맞았다.

  그리고 그들은 후일 등 뒤의 비수가 되어 헌터들에게 막대한 물리적/ 심적 타격을 입혔다.

  그 일이 뼈아픈 교훈이 되어 카이를 토벌할 당시에 헌터들은 첩자에 의한 정보 누수를 막고자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종래에는 믿을 수 있는 최고위 헌터들만이 뭉쳐서 카이를 토벌했다.

  그 때문에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에게는 카이에 대한 정보가 그다지 없었다.

  그 당시는 내가 최고위 헌터의 반열에 오르기 전이었으니까.

  다만 녀석이 사로잡은 무공 사용자들을 죽여 그들의 무공 지식을 흡수 한다는 것은,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공이 저토록 무지막지한 거군.'

  '무공'은 사실 마법과 초능력에 비해 던전 시대 초반에는 그 빛을 발 하지 못하는 능력이었다.

  일단 무공은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재능을 필요로 하고, 운이 아주 좋은 경우가 아니면 내공심법과 그에 알맞은 격투술을 각각 따로 구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게다가 그렇게 애써 익힌다 하더라도 실전에 써먹을 수 있을 때까지의 성장이 더디며, 무엇보다 무공을 주 무기로 사용하려면, 근접 전투를 해야 했다.

  몬스터를 근접 전투로 사냥할 수 있을 때까지 익히는 것은 큰 리스크를 져야 하는 선택이었으므로, 무공을 자신의 특기로 선택하는 자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던전 시대 초반에는 무공을 주무기로 사용하지 않고 보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대악마 카이는 그 모든 리스크 없이 오직 무공의 장점만을 뽑아 급속도로 강해질 수 있었다.

  그 기반이 바로 녀석의 '타인의 지식을 흡수하는 능력'에 있었다.

  녀석은 무공을 고도로 익힌 자의 기억을 흡수하여 손쉽게 무공 스킬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마법과 무공은 이론적으로 작동 원리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다면, 스킬북 없이 스킬을 구현해 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중에서도 녀석이 택한 것은 무공이었다.

  마법은 엄청난 술식 연산을 해내야 하는 학문적인 요소가 많은 반면, 무공은 육체로 그것을 재현해 내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의 육체적 재능이 필요한 부분이었지만, 불행하게도 녀석은 무공을 익히기에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내공을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내공만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쌓아야 하는 점이랄까?

  '별로 다행도 아니지. 보아하니 유니크 내공심법을 익힌 자의 지식을 흡수한 것 같았으니까. 그게 또 몸에 맞았던 것 같고.'

  그게 아니라면 그 엄청난 내공의 양이 설명이 안 되었다.

  '내가 크게 자극을 줬으니 앞으로 더욱 탐욕적으로 강해지려 할 텐데, 큰일이군.'

  지금 당장은 나도 녀석을 잡을 여력이 없어서 놔줄 수밖에 없었다.

  베히모스 던전에 막 들어갔다 나온 터라 정비 상태도 엉망이고, 무기로 쓸 자원도 얼마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구할 수 있었어서.'

  나는 차에 누워 있는 애니를 내려 다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십자가 모양의 피리를 입에 대고, 그것을 불었다.

  삐익~ 낮은 피리 소리가 바닷가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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