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097 -이름 : 젠 우카이 -상태 : 각성자 -고유 스킬 : [뇌력노도(甫方怒 緣)] (97/215)

  기계신과 함께 097 -이름 : 젠 우카이 -상태 : 각성자 -고유 스킬 : [뇌력노도(甫方怒 緣)]

  '뇌전 능력자……!'

  CCTV와 드론 등을 무력화한 것과 애니 일행을 사로잡은 것은 저 녀석이 분명했다.

  전자기기를 무력화하는데, 그리고 뭔가를 파괴하는데 뇌전 능력만큼 빠르고 효율적인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어놓고 대답을 들은 생각도 없는 지, 녀석은 곧바로 능력을 펼쳐 내게 공격해 오려 했다.

  하지만.

  모든 능력 수치가 압도적으로 높은 내가 더 빨랐다.

  콰아아앙- 순식간에 꺼내 든 레일 건을 녀석에게 갈겼다.

  어느 정도 대비가 된 A급 각성자들에게 코일 건은 제대로 안 먹힐지도 몰라, 처음부터 레일 건을 갈겨 버렸다.

  "끄허억."

  공교롭게도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건 전기 녀석 옆에서 있던 마법사 녀석이었다.

  녀석을 둘러싼 자기장이 내 레일 건의 탄도를 비틀어 버린 듯했다.

  "헉, 헉."

  녀석도 마냥 무사하지는 않은지 거칠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레일 건에 실린 막대한 물리력을 비껴내기 위해 순식간에 너무 많은 마력을 써버린 듯했다.

  '전하결계 (化荷結界) 인가.'

  접근하는 물체를 태워 버리는 내 플라스마 막과는 달리 물체를 옆으로 비껴 버리는 종류의 결계로 보였다.

  "타마더 (젠장)!"

  녀석이 욕설을 내뱉으며 반항하려는 순간.

  좌라라락.

  내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열댓 개의 코일 건이 녀석들을 포위하며 감쌌다.

  녀석들은 경직되어 움직임을 멈추었다.

  코일 건이 레일 건에 비해 약하다지만, 녀석들은 이미 레일 건의 맛을 본 상태였기 때문에 위력을 알 수 없는 코일 건 앞에서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Hands up!"

  내가 영어로 소리치자 녀석들이 손을 머리 위로 올려 깍지를 꼈다. 다행히 영어는 제대로 알아듣는다.

  "Move if you want to die."

  나는 녀석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경고하고 [아라크네의 거미실샘]에서 거미줄을 뽑아 녀석들을 둘둘 말았다.

  여섯 종류의 거미줄 중, 포박용 거미줄이었다.

  이 거미줄은 놀랍게도 마력을 억제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각성자들을 상대로도 훌륭한 오랏줄이 되어주었다.

  나는 녀석들을 꽁꽁 묶어 트럭에 착 붙여놓은 후, 트럭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잠입 계열 능력을 가진게 분명한 각성자 녀석이 손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의식을 잃은 애니와, 애니를 껴안고 있는…….

  '여자?'

  금발의 여자 한 명이 누워 있었다.

  그녀 역시 애니처럼 의식을 잃은 채였는데, 어쩐 일인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애니를 꼬옥 껴안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여인이 애니가 그림 속에 그려놓았던 '하얀 빛'인 듯했다.

  나는 애니를 건드리려 했다.

  그러나.

  파지직!!

  애니와 여인 주변에서 새하얀 결계가 드러나며 내 손을 튕겨냈다.

  마력으로 손을 두르지 않았더라면 손이 타버릴 만큼 강렬한 힘이었다.

  내가 주머니 속에서 통역 장치를 꺼내 손을 들고 있는 각성자 놈에게 던졌다.

  녀석이 그것을 받아 귀에 꽂는 것을 확인하고 물었다.

  "이 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

  탕!

  대답이 없자 녀석의 허벅지를 한 대 갈겨주었다.

  "으악! 몽롱연(朦腦將)을 흡입하게 했다!"

  "몽롱연?"

  "잠에 빠져 깨어나지 않게 하는 약이다. 각성자를 잡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그래서 안 깨어나는 거군. 저 결계는?"

  "저 여자가 한 거다. 몽롱연에 취해 쓰러질 때부터 저 아이를 껴안고 바뀌지 않았다."

  "……그렇군."

  애니를 지키기 위해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 모종의 방법으로 결계를 쳐놓은 듯했다.

  "이 둘을 깨우는 방법은?"

  "해독약을 먹어야 한다."

  "해독약을 내놔, 그럼."

  "없다."

  "……뭐?"

  나는 당장 녀석의 다른 쪽 다리를 갈겨 버렸다.

  "으악!! 진짜 없단 말이다!! 이 몽롱연은 우리 보스가 만든 것으로, 해독약 또한 보스만이 갖고 계시다!"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유가선공]으로 기의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젠장."

  나는 혀를 차며 녀석 또한 거미줄로 묶어버렸다.

  죽은 놈을 제외하고 차를 몰고 있던 녀석까지 총 네 명의 헌터를 거 미줄로 칭칭 묶어서 트럭 안에 들여놓았다.

  그리고 트럭 안에 앉아 정신을 잃은 애니와 여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깨운담.'

  꼭 그 보스란 녀석에게 해독제를 받아야 할까?

  치유 계열 헌터라면 이들을 깨울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내 [유가선공]을 이용한다면?

  그럼 이 결계를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누군가가 다가왔다.

  "헌터이십니까? 신분증 제시해 주시고 상황 설명 해주시죠."

  '이 구역 치안을 맡은 헌터군.'

  헌터 협회에서는 한국 주요 도시마다 치안을 담당할 헌터를 몇 명씩 배치해 놓았다.

  각성자들의 소란에 일반인인 경찰 병력으로는 한계가 뚜렷했으니까.

  나는 차 밖으로 나와서 헌터증을 제시하고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근데 그때 강대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콰아아- 정확히 내 쪽을 조준하고 날아오는 강력한 마법 폭격.

  나는 직감적으로 내가 피하면 뒤의 헌터가 죽을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피하는 대신 앞으로 마력을 두른 손을 뻗어- 쾅!!!

  그 마법을 후려쳤다.

  마법이 우리를 비껴 옆으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나는 마력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몸올 로브로 덮은 두 명이 하늘에 떠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명 모두 검은 로브였지만, 마법사로 보이는 자는 푸른 수실을 달고 있었다.

  그 푸른 수실의 마법사가 내게 마법을 날린 자였다.

  "내 마법을 막아냈어?!"

  그 마법사가 놀라는 게 보였다. 맨손만으로 후려쳐 버리기에는, 방금의 마법에 담긴 마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눈은 그 마법사가 아닌, 그 옆에 있는 자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놈은 숨긴다고 숨기고 있었지만, 나는 알아챌 수 있었다.

  그자의 내면에 괴물처럼 옹크리고 있는 흉폭한 마력을.

  그 엄청난 마력량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마력량이 나랑 비슷해?'

  효율적으로 카르마 포인트를 모은데다 유니크 내공심법인 [유가선공]을 익힌 나랑 마력량이 비슷하다고 하다면, 대단함을 넘어 이상한 수준이었다.

  "호오?"

  그 또한 나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감탄사를 토해냈다.

  그가 내 기량을 제대로 읽어냈다면, 그의 입장에서는 또 내가 이레귤러처럼 보이겠지.

  그렇게 나와 민무늬 로브의 의문인 이 서로를 의식할 때였다.

  콰콰콰콰- 마법사가 만들어낸 마법 미사일이 수십 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만약 피한다면 뒤의 헌터뿐만 아니라 애니가 들어 있는 차까지 범위에 휘말려들게 생겼다.

  이 정도 대규모의 마법 폭격을 피 하지 않고 온전히 막아낼 능력은 지금의 나에겐 없었다.

  내 능력은 회피와 일점공격에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임기응변을 발휘 하기로 했다.

  [베히모스 월드의 마스터키].

  손에서 [마스터키]를 소환하여 '베히모스 월드'의 입구를 열어버렸다.

  내 앞으로 거대한 이차원 게이트가 나타났다.

  슈욱- 슈슈슈욱- 거대한 레이저 같은 마법폭격이 이차원 게이트를 통과해 그대로 사라졌다.

  공격은 그대로 베히모스 월드의 하늘을 뚫고 날아가 버렸다.

  나는 공격이 끝나자마자 입구를 닫아버렸다.

  막대한 에너지가 통과하며 이차원 게이트가 불안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내 뒤에서 있던 헌터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온몸이 식은 땀으로 가득한 것이 방금의 마법 폭격에 압도된 것 같았다.

  '지금 이 시기에 4클래스급의 마법 이라…….'

  저 헌터가 공포로 주저앉을 만한 마법이긴 했다.

  웬만한 빌딩 하나가 완파될 만한 미사일 폭격 수준이었으니까.

  "도망가세요."

  저 둘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그 헌터에게 말했다.

  내 담담한 한마디에 그가 황급히 일어나 뒤로 달려갔다.

  "가, 감사합니다! 협회에 바로 지원 요청하겠습니다! ……신무결 헌터님!"

  그는 그런 말을 남기고 도망갔다.

  하지만 하늘 위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각성자들은, 그 헌터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청년이 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는 유창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너, 나와 손잡지 않겠나?"

  뜬금없는 제안.

  나는 피식하고 실소를 지었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미안하지만 나도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가? 아쉽군. 너 정도의 각성자는 정말 흔치 않은데."

  "보아하니 네가 저 녀석들의 보스 인 것 같은데, 맞나?"

  내가 차 안의 납치범들을 가리켰다.

  "그렇다. 내가 저 녀석들의 주인이다."

  보스도 아니고 주인이란다.

  나는 [하늘의 눈]으로 녀석을 바라보며 녀석의 정체가 뭘까 고민했다.

  저 녀석이 전생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이름 : 카이 -상태 : 각성자, 매드 사이언티스트 -고유 스킬 : [광뇌조작(狂腦造 作)], [무재(武才)]

  '[광뇌조작]……?'

  스킬 이름만 봐서는 긴가민가하지만…… 인간의 뇌와 관련된 스킬인 것 같은데.

  '뇌를 조작한다는 건가……?'

  그렇게 의문을 품는 순간.

  눈앞에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