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초월종 어스 팽귄의 영혼과 소울 스톤이 담긴 병 -등급 : 이벤트 -설명 : 종족의 한계를 탈피하려는 어스 팽귄의 영혼과 아직 채 흡수되지 못한 소울 스톤이 담겨 있다 기계신과 함께 094
"……소울 스톤도 여기 담을 수 있는 거였어?"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꼬맹이 녀석이 소울 스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진화 비슷한 걸 하려는 모양이다.
그걸 위해 소울 스톤을 병에 갖고 들어간 듯했고.
'채 흡수되지 못한 소울 스톤'이란 글귀로 봤을 때 제대로 다 흡수하지 못한 것 같긴 하지만.
"그럼 얘 이거 다 흡수하면 혹시 대마수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무튼 개이득이네. 이대로 이 병 하나만 갖고 나가면 우리 꼬맹이랑 소울 스톤을 둘 다 얻는 거잖아?"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볼 일이다.
한 마리 토끼만 잡으려 했는데, 잡은 토끼가 다른 토끼마저 데리고 오지 않았는가!
이게 다 아이템에 욕심 부리지 않고 생명체를 중시 여긴 덕분 아니겠는가!
"하하하! 던전지기! 이걸로 할게!"
[[초월종 어스 팽귄의 영혼과 소울 스톤이 담긴 병]을 두 번째 보상으로 받으시겠습니까?]
"응!"
[[초월종 어스 팽귄……]이 두 번 째 보상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이벤트 발생.]
[대마수 베히모스가 축복을 내립니다.]
[막대한 공헌도가 대마수의 축복으로 환원됩니다.]
[대마수 베히모스의 축복으로 인해 [초월종 어스 팽귄……]이 [대마수의 알]로 랭크 업 됩니다.]
[[대마수의 알]을 획득하셨습니다.]
-이름 : 대마수의 알 -희귀도 :에픽 -상태 : 모험가 신무결에게 매우 친밀함 -설명 : 불과 흙을 좋아하는 대마수의 알. 모험가 신무결과 매우 친밀한 영혼이 깃들어 있다.
"좋았어!"
나는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솔직히 [영혼이 깃든 병]만으로 뭘 어떡할까 싶었다.
꼬맹이의 몸에 맞는 육신을 어떤 방법으로 찾아줘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알'의 형태라면, 분명 육신 또한 안에서 제대로 자라나겠지.
걱정이 한결 던 기분이었다.
게다가 생전 처음 보는 '에픽'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이론상 존재한다고 들어왔던 유니크 이상의 아이템을 보게 될 줄이야.'
비록 알의 형태였지만, 득템의 기분이 온몸을 감싸 안으며 기분이 하늘 끝까지 솟았다.
"내가 최초의 에픽 아이템 득템자다! 으하하하!"
비록 전생에서는 나 말고도 얻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생에서만큼은 내가 최초일 게 분명했다.
아직 유니크 아이템을 획득했다는 사람조차 몇 명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얻어놓고 그게 유니크란 걸 모르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내 [아르카시아의 공간주머니]처럼.
나는 블랙미슈릴 슈트를 벗어 내 손 위에 생긴 붉고 노란 알을 감싸 안았다.
[아르카시아의 공간주머니]에 살아 있는 생명체는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대마수 베히모스가 모험가 신무결 님의 반응에 흡족해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보상이 주어집니다.]
"응?"
나는 깜짝 놀랐다.
고려 클랜의 로드 한수경이 얻었던 보상은 두 개로 끝났던 것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위업을 이룬 대가로 모든 스테이터스와 스킬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팡- 하는 느낌과 함께 온몸을 잠시 빛이 감쌌다가 사라졌다.
마치 김소유의 개인버프를 받았을 때처럼 온몸에 힘이 넘쳐흘렀다.
"헐…… 대박."
느낌을 보아하니 상승치가 장난 아니었다.
나는 오랜만에 상태창을 열어봤다.
이름 : 신무결 스테이터스 : (체력 62/100), (근력 64/100), (민첩성 71/100), (마력 72/100) 고유 스킬 : [디바이스 컨트롤69/100], [배틀 센스 68/100], [마스터피스 29/100]
습득 스킬 : [하늘의 눈 52/100], [의기활신유가선공 55/100]
카르마 포인트 : 0 누가 이것을 고작 3개월 차 헌터의 스테이터스라고 생각할까. 누군가가 내 스테이터스창을 봤다면 경악에 눈을 부릅떴을 것이다.
"이야~ 이거 거의 반 년치 스텟 상승분이네."
능력치가 작게는 5에서 많게는 13 까지 올랐다.
이제는 스텟과 스킬 능력치를 1만큼 올리려면 막대한 카르마 포인트와 능력치 상숭 노가다가 필요한 상태였는데, 이 정도의 스텟 상승분이라면 반년 동안 던전을 뺑뺑이 쳐야 할 양이었다.
반년의 시간을 그대로 벌었다고 할 수 있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이 개같이 힘들었던 베히모스 던전이 꿀던전같이 느껴질 정도의 보상!
[던전에서 퇴장됩니다.]
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나는 던전에서 튕겨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베히모스."
당신은 좋은 던전이었어요.
* * * 대한민국 수원.
베히모스가 있던 자리에는 수많은 헌터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방금 누군가에 의해 [베히모스의 꿈] 던전이 클리어되며 이 자리에 있던 베히모스가 사라졌다.
그리고 던전에서 튕겨 나온 헌터들과 그 헌터들에 대한 지원인력이 그 넓은 부지를 대신하고 있었다.
슈욱- 잠시 온몸이 들떴던 부유감이 가라 앉으며, 나는 땅에 발을 내디뎠다. 제일 먼저 나를 찾은 것은 역시 유능한 도 비서였다.
"오셨습니까?"
"다녀왔습니다."
나는 내게 달려온 도 비서를 반갑게 맞았다 그런데 항상 차분했던 도 비서의 얼굴이 왠지 다급해 보였다.
"도 비서님, 무슨 일 있나요?"
"신 헌터님, 나오시자마자 죄송하지만, 바로 은하그룹 본사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본사가 공격을 받았습니다."
"네……?"
나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놀랄지언정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았다.
은하그룹은 내 조언으로 웬만한 각성자라면 건들지조차 못할 방비가 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이어지는 도 비서의 말에 나는 다급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 여파로…… 은하그룹의 연구동 일부가 반파되고 송애니 헌터님이 납치되셨습니다."
* * *
"기사님, 제가 직접 운전할 테니 나와주세요."
나는 제공받은 차에서 운전기사를 빼내고 내가 직접 운전석에 앉았다.
"도 비서님은 어서 뒤에 타세요. 가는 도중 상황 브리핑해 주셔야 하니까."
"예."
부르릉- 평소 부드럽게 출발하던 대형 세단이 거친 소리와 함께 급발진했다. 때마침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슈리, 누구야?'
[폰 번호로 조회해 보니 강하나 씨 같습니다.]
나는 핸드폰을 받았다.
-신무결 씨?
예상대로 강하나의 목소리였다.
"예, 강하나 씨."
-지금 어디예요?
"차 안입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인사는 못 드릴 것 같습니다."
-어머, 공교롭게도 저희도 급한 일이 생겨서요. 나중에 뵙자고 하려 그랬는데.
"그쪽은 무슨 일이십니까?"
-하아, 북두그룹이 전쟁을 걸어왔지 뭐예요. 어쩐지 던전 안에서부터 낌새가 심상찮더라니.
"북두그룹이요?"
-네, 그래서 지금 저희도 급하게 클랜하우스로 가고 있어요. 다행히 이번에 얻은 유.니.크. 아이템도 있어서 질 것 같지는 않네요. 고마워요, 무결 씨 덕분이에요.
유니크를 발음하는 강하나의 기분이 떠나갈 듯 좋아 보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선물을 하나 더 보내기로 했다.
"강하나 씨, 지금 메일이 하나갈 건데, 열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메일이요?
"네. 감사 인사는 나중에 받겠습니다. 이기고 오세요."
-네, 뭔진 모르겠지만 미리 고마워요. 나중에 봐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강하나와의 통화가 끊겼다.
'슈리, 북두그룹의 각성자리스트 해킹해 놓은 거 있지? 그거랑 비밀 연구소 지부위치 정리해서 강하나에게 보내줘.'
[네, 마스터.]
슈리는 해킹에 있어서 천재였다.
무슨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기 기에 정신체로서 침투할 수 있는데 다가 슈리 자체가 가진 연산능력 또한 엄청난 수준이었다.
그래서 웬만한 기업 기밀정보는 그냥 옆에 놓은 떡 집어먹듯 가져올 수가 있었다.
'아니, 슈리에게는 떡 집어먹는 게 더 힘들지.'
부르릉- 근데 그때 휴대폰이 또 울렸다.
"한서후 씨?"
-예, 무결 씨. 지금 어디십니까?
"저 급한 일이 있어서 은하그룹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저……. 죄송하지만 강하나 씨를 따라가고 싶습니다.
'아쉽군.'
결국 한서후는 강하나를 선택한 것 같았다.
"물론 한서후 씨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살짝 배가 아프긴 했다.
비록 [베히모스의 꿈]에서는 활약 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천살성]이라는 족쇄도 달고 있었지만 한서후는 그 포텐만큼은 최고였다.
어쩌면 후일 강하나보다 더 강력한 각성자가 될지도 모를 만큼 천재성이 그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성격은 또 어떤가.
뚝심도, 의리도 있다.
절대 남을 배신하지 않아 안심하고 뒤를 맡겨도 될 만한 인재.
내가 찾던 인재상으로 딱이었는데.
-그동안 여러모로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이번 전쟁을 같이 옆에서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강하나 씨에게 은혜를 갚은 후 신무결 씨에게 제 신변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물론입니다. 뭡니까, 강하나 씨에게 간다고 하셔서 제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아십니까? 하하하."
-아, 제가 오해를 하실 만한 발언을 했군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이쪽으로 오신다는데에야 충분히 이해해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어디 다치지 말고 잘 다녀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전화가 끊겼다.
이건 좀…….
개이득이었다.
안 그래도 한서후의 [천살성]을 길들이기 위한 시간이 좀 필요했는데 다행이었다.
'애니가 없어진 상황에서까지 한서후를 데리고 있기에는 좀 힘들었단 말이지. 강하나와 천재령이라면 [천살성]을 제어하며 필요한 곳에 한서후를 쓸 수 있을 거야.'
어쩌면 그 과정에 [천살성]이 누그러들 수도 있고.
나는 강하나와 한서후에게서 신경을 끄고 이제 내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도 비서님, 상황 좀 자세히 들려 주시겠어요?"
나는 실없는 생각은 그만두고 도 비서에게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이틀 전, 은하그룹에 본사에 5명의 각성자가 침입했습니다. 모두 A 급 이상의 강력한 각성자였습니다."
"능력은요?"
"비전투원으로 은신 능력자 한 명, 침투 능력자 한 명. 그리고 전투원으로 마법사 한 명, 무인 한 명으로 판단됩니다. 나머지 한 사람은 능력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음…… 목적은요?"
"아무래도…… 처음부터 송애니 헌터님을 노리고 침입한 것 같습니다."
나는 머리를 짚었다.
아무래도 저번에 송애니를 납치하려던 녀석과 같은 조직 소식은 듯했다.
"계속 브리핑해 주세요. 그리고 도 비서님."
"예."
"꽉 잡으세요."
"예…… 으억!"
부와아앙- 고속도로에 들어선 나는 액셀러레이터를 강하게 밟았다.
차가 미친 듯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속도계가 순식간에 25아cm/h 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그 눈금이 250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차에 자체적으로 걸려 있는 최고속도 리미터가 더 이상 속력이 올라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급하단 말이다!'
[디바이스 컨트롤].
차의 속도 리미트가 해제되며 도로의 차들이 미친 듯한 속도로 뒤로 지나쳐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