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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093 내 앞에 한 줄기 지평선이 생겨났다. (93/215)

  기계신과 함께 093 내 앞에 한 줄기 지평선이 생겨났다.

  하늘을 온통 메운 거대한 비구름을 양분하는 새파란 하늘이, 지평선 끝 까지 펼쳐졌다.

  지긋지긋하던 빗줄기와 암흑을 걷어내는 햇빛이 그 사이로 쏟아져 내렸다.

  아름답고 장엄한 광경이었다.

  스르르 제 역할을 다한 빛의 검은 입자가 되어 흩어졌다.

  내 손에서 빛을 내뿜던 기기 역시 먼지처럼 바스라졌다.

  그리고 소울 스톤을 잃은 레비아탄도.

  쩌저적.

  얼음처럼 깨지며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제2스테이지의 악몽 레비아탄을 처치하셨습니다.]

  꿈 같은 메시지가 머릿속을 울려 퍼졌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목소리라,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지금 잠깐 꿈을 꾼 것인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메시지들이 내게 지금 이 상황이 현실임을 계속해서 일깨웠다.

  [던전 '베히모스의 꿈'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대마수 베히모스가 악몽으로부터 깨어났습니다.]

  [던전 '베히모스의 꿈'이 클리어됨에 따라 10분 후 던전속에 계신 모험가님들이 차례로 퇴장됩니다. 그 전에 카탈로그 속 아이템 구매를 완료해 주십시오.]

  [대마수 베히모스가 자신의 주변 지역에 축복을 내립니다.]

  [앞으로 1년간 대마수 베히모스의 반경 100km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던전에서 획득되는 카르마 포인트가 2배로 늘어납니다.]

  [대마수 베히모스가 악몽을 몰아내는데 공헌한 자들에게 공헌도에 걸 맞은 보상을 선물합니다.]

  여기까지가 공통적으로 들려온 메시지였다.

  그리고 이다음부터는 내게만 들려 오는 메시지.

  [모험가 신무결 님께서는 베히모스의 악몽인 레비아탄을 물리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셨습니다.]

  [대마수 베히모스가 최고의 업적에 걸맞은 보상을 고민합니다.]

  고민?'

  이럴 줄은 몰랐던 나는 살짝 당황 했다.

  이 던전을 클리어하며 나오는 보상이 고정되어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황하고 있을 때, 무전음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신무결 씨!

  -무결 씨! 해냈군요!!

  -오빠! 무사해요? 엉엉.

  -형! 혀어영!!

  한서후와 강하나, 김소유, 김치우의 목소리였다.

  "네네, 무사합니다."

  내가 웃으며 무전을 받아주었다.

  -당신, 해냈군. 진짜 해낼 줄은 몰랐는데.

  구자운의 삐딱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삐딱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 담긴 안도감은 분명했다.

  -미친!! 형, 그거 뭐였어요? 하늘에서 번쩍인 그거!! 형이 한 거 맞죠?

  김치우가 흥분돼 미치겠다는 태도로 물어왔다.

  다른 일행들도 궁금해 죽겠다는 듯 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왔다.

  -맞아요! 저도 봤어요!! 오빠 진짜 진짜 대단해요! 그거 진짜 뭐예요?

  김소유의 흥분한 목소리.

  -저는 설마 자폭이라도 하시려나 했는데, 그런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니. 진작 말씀 좀 해주시기 그랬어요.

  강하나가 살짝 서운하다는 듯이 말했다.

  -맞아요, 우리 언니 아까 오빠 죽은 줄 알고 울었…… 읍읍.

  -무결 씨, 지금은 정신없으실 테니 나가서 얘기하도록 하죠.

  "좋은 생각입니다. 안 그래도 아직 보상 정산이 안 끝나서요.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정산이요? 아, 아무튼 알겠습니다! 이따 봬요!

  강하나 일행에게서 정신없는 무선이 끊겼다.

  나 또한 무선을 차단하고 이어지는 메시지를 기다렸다.

  어떤 보상이 들어올까 기대하며. 그런데.

  "끼익."

  내 옆의 땅이 불쑥 솟아나며 뭔가가 땅에서 튀어나왔다.

  "……꼬맹아."

  새끼 알파 어스 펭귄이었다.

  녀석은 땅에서 나오자마자 내 다리를 작은 양팔로 붙들었다.

  "끼잉끼잉."

  그리고 고개를 부볐다.

  꼭 가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녀석을 데리고 나가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었다.

  인간의적인 몬스터이지 않냐고?

  이제는 그런 것 생각 안 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언제부터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분하고 살았는지 싶다.

  내게는 곧 '하고 싶은 것'이 '해야 할 것'.

  인류의 구원도, 던전의 클리어도 어찌 보면 이 명제 앞에선 우선순위를 잃는다.

  그런데 도대체 몬스터가 뭐라고, 던전속 인물이 뭐라고 내 자신과 그렇게 선을 긋고 지냈는지 모르겠다.

  지금 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는 것.

  그게 내가 이제까지 세상을 살아왔던 방식 아니었던가.

  나는 내 다리에 대고 안타깝게 얼굴을 비벼대는 녀석을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가만히 안아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다시금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보상이 주어집니다.]

  [던전 [베히모스의 꿈]이 월드화됩니다.]

  [[베히모스 월드의 마스터키]가 모험가 신무결 님에게 귀속됩니다.]

  '역시 첫 번째 보상은 전생에서와 똑같네.'

  그렇게 생각할 때, 손 위에 환한 빛과 함께 갈색의 카드가 생성되었다.

  당장 [하늘의 눈]으로 그것을 살펴 봤다.

  -이름 : 베히모스 월드의 마스터 키 -희귀도 : 유니크 -상태 : 모험가 신무결에게 귀속 -설명 : [베히모스 월드]로 통하는 마스터키. 월드의 입구를 원하는 곳에 설정할 수 있다. 월드 출입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의지에 따라 소환/소환 해제할 수 있다.

  '좋았어.'

  가장 원하던 것이 일단 손에 들어 왔다.

  이것을 얻은 것만으로 이 던전에 들어온 값은 한다고 할 수 있었다.

  "소환 해제."

  시험 삼아 마스터키를 소환 해제해 보았다.

  그렇게 말하자마자 카드 형태의 마스터키가 팟! 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소환."

  다시 마스터키를 소환하자 손위에 갈색 카드가 생성되었다.

  "편리하군."

  마치 마술사가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두 번째 보상이 주어집니다.]

  [원하는 이벤트 아이템 하나를 선택해, 던전 밖으로 가지고 나가실수 있습니다.]

  [선택하신 이벤트 아이템의 성능이 하락하지 않습니다.]

  [아이템을 선택하십시오.]

  '이것 역시 똑같네.'

  전생에서 고려 클랜의 로드 한수경은 던전 내에서 막강한 능력을 보였던 '소울 스톤'을 선택했었다.

  그 자체로 소유자의 몸에 버프를 걸어주는 성능이 있으며, 그것을 장착한 무기의 성능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려 주는 소울 스톤은 분명 굉장한 가치를 지닌 아이템이었다.

  나는 산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레일 건을 회수해 거기 박혀 있던 소울 스톤을 다시 끄집어냈다.

  비록 여러 번의 사용으로 그 힘이 많이 바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꽤나 많은 힘이 남아 있어서 쓸만한 아이템이었다.

  아마 웬만한 레어 아이템을 유니크로 올려줄 잠재력은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소울 스톤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새끼 어스 팽귄을 바라보았다.

  "꼬맹아."

  "끼익……."

  "나 따라갈래?"

  "끼익?"

  꼬맹이는 자신이 들은 게 진짜인지 의심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끼이잉!"

  "그래그래."

  나는 흥분한 꼬맹이를 달래며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여기에 다시 들어갈 수 있겠어?"

  제1스테이지에서 혹시나 싶어서 한 개 더 구매해 두었던 [영혼을 담는 병]이었다.

  이 속에 몬스터의 눈물을 담으면, 몬스터의 영혼을 저장할 수 있다.

  "끼잉!"

  녀석이 고개를 끄덕여 당장 그 속으로 들어가려다, 멈추었다.

  그리고 아장아장 걸어가 내가 떨어 뜨린 소울 스톤을 집어 들고, 나한테 내밀었다.

  "끼잉!"

  녀석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그거 너한테 달라고?"

  "끼잉!"

  끄덕끄덕.

  "그래, 가져라. 어차피 못 가지고 나가는 거."

  그러자 녀석이 기뻐하더니 자신의 이마에 달려 있던 녹색 보석, 즉 종족석을 똑! 떼어내 돌멩이 던지듯 휙 던져 버렸다.

  그리고 소울 스톤을 머리 위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소울 스톤의 크기가 저절로 줄어들어 조금 전까지 녹색 보석이 달려 있던 자리를 장식했다.

  "어, 어어?"

  노랗고 붉은, 마치 마그마 같은 빛을 발하는 소울 스톤이 꼬맹이의 이마에 달리자마자, 꼬맹이가 눈물을 한 방울 똑 흘렸다.

  소울 스톤과 꼬맹이의 몸이 눈물 속으로 빨리듯 사라져, 병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스스로 뚜껑이 닫힌 유리병 속을 살펴보았다.

  병속에는 이전처럼 눈물방울이 아니라, 소울 스톤과 똑같이 생긴 보석이 자리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꼬맹이가 소울 스톤을 머리에 달고 병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것도 소울 스톤을 가지고.

  나는 그 병을 [하늘의 눈]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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