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084 [천벌]. (84/215)

  기계신과 함께 084 [천벌].

  현재 신지혜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인 마법 [천벌]이 펼쳐졌다.

  먹구름을 타고 내려온 여러 줄기의 작은 번개들이 가장 위의 커다란 마법진에 응집되었다. 그 번개들이 마법진을 타고 증폭, 응집되며 그 아래에 있는 더 작은 마법진에 다다랐다.

  번개 다발은 마법진을 하나 지날 때마다수배로 그 위력이 증폭되며 그 아래의 마법진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마지막 마법진을 통과할 때는 그 굵기가 자동차 하나쯤은 뒤덮을 만한 새하얀 번개 줄기가 되어 있었다.

  마법이 발동되고 번개가 내리치기 까지의 짧은 텀 동안 신무결의 도플갱어가 재빨리 점프하며 자리를 이탈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신지혜가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온 정신을 집중 했다.

  급격히 자리를 옮기는 도플갱어를 따라 그의 발아래로 한 줄기 노란 마력회로가 질주했다.

  도플갱어가 주변에서 가장 커다란 나무 아래로 몸을 피했다. 나무 아래 있음으로써 번개에 직접 타격되는 것을 막으려는 듯했다.

  동시에 그가 번개로부터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 마력을 자신의 몸에 둘러치며 점프했다.

  비가 오는 상황, 발아래로 흘러갈 전류를 피하려는 움직임.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노란 마력회로가 도플갱어의 발아래에서 허공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번개가 내려쳤다.

  꾸우우웅---!!

  하늘에서 내려온 번개 다발이 오로지 도플갱어의 발아래서 튀어오른 한 줄기 선을 향해 내리꽂혔다.

  하늘과 땅이 새하얀 번개 줄기에 의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중간에 정확히 신무결의 도플갱어가 자리해 있었다.

  "크윽."

  강하나는 번개가 내리치기 직전, 일행 전부를 바람의 정령으로 공중에 띄워놓았다. 그리고 신지혜가 그런 일행을 마력결계로 단단히 감쌌다.

  새하얀 전류가 물이 고인 일행의 발아래로 흘러갔다.

  둘의 노력 덕에 일행은 전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행의 온몸으로 찌릿찌릿한 느낌이 지나갔다. 번개의 여파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악몽의 조각 2개를 획득했습니다.]

  [악몽의 조각 3개를 획득했습니다.]

  [악몽의 조각 2개를 획득했습니다.]

  한차례 마력폭풍이 휘몰아쳐 지나간 직후, 신지혜의 머릿속에 이와 같은 메시지들이 지나갔다. 주변에 몰려들고 있던 몬스터들이 봉변을 당한 모양이었다.

  "후우……."

  신지혜와 강하나가 탈진해서 털썩주저앉았다.

  일행은 모두 긴장한 눈으로 한곳을 바라보았다.

  현재 그들은 공통적으로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과연 신무결의 도플갱어가 죽었을까?

  도플갱어가 있던 자리는 수증기가 자욱하게 퍼져 나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긴장된 눈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다. 안개가 서서히 걷혔다.

  쿠웅.

  도플갱어의 옆에 있던 나무가 쿵 소리를 내며 뒤늦게 쓰러졌다. 번개의 여파로 밑동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일행이 쓰러지는 나무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때, 일행의 머리 위로 조용히 신형 하나가 떠올랐다.

  그 신형은, 강하나 일행을 향해 기다란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콰아앙!!!

  * * * 강하나 일행의 옆으로 검게 그을린 채 이글이글 연기를 피워 올리는 가운데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린 시체 한 구가 떨어져 내렸다.

  특이하게도 온통 회색 일색으로 도배된 그 시체의 부릅뜬 눈은 새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거참, 일단 만나면 도망치시라니까, 쩝."

  친숙하면서도 굉장히 오래전에 들은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내 얼굴을 가진 녀석을 쏘니까 기분이 오묘하네."

  "무결 오빠!"

  "무결 씨!"

  강하나 일행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지금까지 잘 버텨주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신무결이 싱긋 웃으며 일행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돌연 얼굴을 굳히고 꾸짖듯이 말했다.

  "하지만 제가 분명 저 만나면 도망치라고 했잖습니까. 왜 안 도망치고 맞서 싸우셨어요? 제가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잖습니까."

  "말이 쉽지 어떻게 도망쳐요? 무결 씨가 그렇게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는데."

  그러자 신무결의 표정이 요상해졌다.

  "제가 제 도플갱어 만나면 쓰라고 드린 아이템이 있잖습니까?"

  "……예?"

  강하나가 얼떨떨한 얼굴로 되물으며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진짜 저 만나면 도망만 치세요. 이거 터뜨리고."

  "하하하, 됐어요."

  "일단 갖고 계세요. 저 말고 다른 사람 만나도 위기 상황에서 터뜨리면 도움이 될 겁니다. 이건 제 감각 조차 마비시키는 연막탄이거든요."

  그러면서 신무결이 건네준 둥근 폭탄.

  "……아."

  강하나가 그 폭탄을 자신이 지닌 아공간에서 꺼내 손에 올렸다.

  "……."

  "……."

  일행의 시선이 강하나에게로 몰렸다.

  모두의 얼굴에 황당하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강하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그게…… 깜빡했어요. 죄송합니다."

  그때 당시 신무결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당시에는 제대로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흘려들었던 것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강하나가 침울해하며 다시 한번 일행에게 사과했다.

  책임감이 강한 만큼 자신의 실수로 인해 일행을 큰 위기에 빠뜨렸다는 것이 크나큰 죄책감이 되어 그녀를 우울하게 했다.

  "괜찮아요, 언니."

  "그럴 수도 있죠."

  김소유와 한서후가 그녀를 위로했다.

  "웬일이래요, 누나가 실수를 다 하고?"

  "덕분에 소득이 있기도 했으니 전화위복으로 생각하고 넘어가죠. 무결 씨의 전력을 파악할 기회가 되었잖습니까."

  김치우와 어느새 다시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천재령 또한 그런 강하나를 위로했다.

  "……모두 감사합니다. 못난 로드가 되지 않게 더욱 노력할게요."

  강하나가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짝! 치며 각오를 다졌다.

  "정신 차리자, 강하나!"

  그녀가 다시 씩씩하게 기운을 되찾 자 일행사이로 보이지 않는 안도가 흘렸다.

  리더가 흔들리면 조직이 흔들리는 법.

  그런 면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낸 강하나는 아직 리더로서 조금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긴 아직 헌터가 된 지도 3개월 밖에 안 됐으니까.'

  그녀의 나이는 이제 20대 중반. 사회생활을 해봤다고 해도 사람들을 이끄는 역할을 많이해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나이에 비하면 지금도 꽤나 잘해 나가는 것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흐르고 있는가 싶을 때…….

  "실수 좋아하네."

  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나는 머리에 이마를 짚었다.

  '그래, 이 인간…… 원래 이런 인간이었지.'

  내 그림자에서 한 신형이 자신의 몸을 뽑아 올렸다.

  그는 껄렁한 자세로 팔짱을 끼고 강하나를 비웃고 있었다.

  "실수 한 번에 생사가 갈리는 게 이 바닥이야. 더군다나 머리가 실수 하면 팔다리 따위는 쉽게 날아가곤 하지. 당신이 조직의 머리라면 실수 따위 하지 말아야 해."

  "세상에 실수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김소유가 강하나를 비난하는 그의 말에 발끈했다.

  "사람은 실수해도 되지만 리더는 실수를 해선 안돼."

  구자운이 흥 비웃으며 그런 김소유를 내려다보았다.

  "……."

  일행 사이에 싸늘한 침묵이 지나갔다.

  강하나 일행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뜬금없이 지나가던 사람이 끼어들어 자신의 리더를 힐난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던 것이다.

  "그리고 이 인간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한 기회였다고?"

  구자운이 또 다시 코웃음쳤다.

  "그게 정말 이 괴물 새끼의 전력이라고 생각하나?"

  그가 나를 괴물 바라보듯 바라보았다.

  "……그게 전력이 아니라고요?"

  김치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아, 이런 바보들하고 같이 작전을 해야 하다니. 이봐, 리더. 정말 이 사람들 믿어도 되는 거야?"

  구자운이 나를 바라보며 짜증을 내듯 말했다.

  "저기, 당신은 대체 누구죠? 들어 보니 같이 이곳의 보스를 잡기로 한 사람 같은데, 제가 제 클랜원들하고 서후 씨라면 몰라도 생전 처음 보는 당신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는데요."

  강하나가 어이없어하며 그런 구자운을 보며 따졌다.

  "앞으로 함께 작전을 해야 할 사람들이 이런 모지리들이라면 내가 당연히 불안하지 않겠어?"

  "댁 걱정이나 하시죠. 우리 앞가림은 우리가 알아서 잘할 테니."

  두 사람의 눈빛 사이로 정전기가 튀는 것 같았다.

  다들 기운이 강한 사람들이다 보니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게 보였다.

  "짜증 나는데 한판 붙을까?"

  구자운이 기운을 끌어올리며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렸다.

  "싸움에 자신 있나 봐요?"

  강하나 또한 지지 않고 기운을 끌어올렸다.

  둘은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꽝!!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두 분 다 진정하시죠."

  나는 양손으로 각각 단검과 검을 든 두 사람의 팔목을 잡아채고 있었다.

  그런 내 손은 부드러운 빛에 휘감겨 있었다.

  [유가선공]의 기였다.

  유가선공의 하얀 기가 부드럽게 내 손을 타고 두 사람을 감싸 안았다. 두 사람 모두 내 움직임에 놀란 기색을 보이고 있다가, 내 마력이 몸을 감싸고 스며들자 표정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역시.'

  내가 봤을 때는 이 두 사람 다, 아니, 이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모두 필요 이상으로 신경질적으로 변해 있었다.

  '제2스테이지의 영향이군.'

  안 그래도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몬스터들과 어둡고 습해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 이곳의 특성. 그리고 거기에 더해 어떤 부정적인 기운이 사람들을 공격적으로 만들고 있는 듯했다.

  "모두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곳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

  내가 차분한 눈으로 강하나와 구자운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온몸의 기운을 더욱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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