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083 퍼펑! (83/215)

  기계신과 함께 083 퍼펑!

  콰아아앙!!

  "크아아아악!"

  "끼야아아아아!!"

  30명의 헌터가 도플갱어 한 마리에게 쫓겨서 도망 다니는 것은 상당한 진풍경이었다.

  "저 새끼, 스킬이고 총알이고 모조리 안 통해!!"

  "왜 저렇게 빨라? 그리고 저 배리어랑…… 저건 호신장막? 아니, 호신장막을 익힌 강자가 알려진 다섯 명 외에 또 있었다고? 젠장!!"

  "저 배틀 슈트도 이상해! 어떻게 저렇게까지 늘어나는 거지? 도대체 재질이 뭐야!? 으아아아아악! 내 팔!!"

  방금 악을 쓰던 북두 클랜의 헌터 한 명이 신무결 도플갱어의 플라스마 링에 팔이 떨어져 나갔다.

  강하나 일행을 포위했던 북두 클랜의 헌터들이 동료들의 고전에 포위를 풀고 합류했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총알의 경로에 겹쳐선 이들이 총알 한 방에 모조리 쓸려나가는 등 이들이 무너져 내리는 속도만 가속화될 뿐이었다.

  "사…… 살려……."

  펑!!

  올백머리의 북두 클랜 헌터가 쓸려나가는 것을 끝으로, 모든 헌터가 쓸려나갔다.

  강하나 일행은 몸을 부르르 떨며 제1스테이지에서 신무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안 그러길 바라겠지만, 혹시라도 저를 닮은 도플갱어를 만난다면 최선을 다해 도망치세요."

  신무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길래 강하나 일행은 처음엔 신무결이 잘난 척하는 장난을 치는 줄 알고 웃었다.

  하지만 신무결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풀지 않고 말했다.

  "웃지 말고 들으세요. 진심입니다. 저 아직 숨기고 있는 거 많거든요? 진짜 만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가세요. 이 레일 건 위력 보셨죠? 저 이거 말고도 갖고 있는 무기 진짜 많거든요? 아, 정말, 웃지 말고 진짜 진지하게 들으라니까요."

  거듭된 무결의 당부 끝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긴 했으나, 솔직히 무결 혼자서 자신들 다섯을 어쩔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북두 클랜을 쓸어버리는 무 결의 도플갱어를 보며 자신들의 생각이 틀려도 한참을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무결은 ' 진짜'였다.

  '지금 와서 도망치려 해도 늦었어.'

  강하나와 천재령, 한서후, 김치우와 김소유 모두 무결의 충고를 흘려듣고 북두 클랜이 당하는 사이 도망치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무결 씨는 아라크네 같은 몬스터와 싸올 때보다 인간과 싸올 때가 더 강한 타입이었어.'

  어찌나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어찌나 효과적으로 아이템을 사용해 다른 각성자들을 분쇄하는지, 같은 헌터로서 존경스러우면서도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이젠 전투 말고는 답이 없었다.

  강하나가 가장 앞으로 나서며 고유 스킬 [108정령의 가호]를 발동시켰다.

  '나오렴, 바람의 아이야.'

  강하나가 가장 친화력이 높은 바람의 정령을 불러내었다.

  아라크네와 상대할 때는 거미와 상성이 좋은 불의 정령을 불러내었지만, 지금은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바람의 정령을 불러내야 할 때였다.

  [혼연일체].

  강하나가 [최초의 던전]에서 얻은 가장 위력적인 스킬.

  이 스킬을 통해 강하나는 정령과 하나 된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강하나가 최상의 상태로 전투에 임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위력적인 스킬인 반면 부작용이 강하고 쿨타임이 길어서 뒤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스킬이었다.

  강하나의 몸으로 청록색의 바람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 또한 청록색으로 물들었다.

  날아갈 듯 자유로워진 기분을 느끼며, 그녀는 무결의 도플갱어에게 돌진해 나갔다.

  그런 그녀의 양옆으로 늑대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김치우와 검을 뽑아든 한서후가 함께 튀어나갔다.

  김소유는 노래를 불러 그들의 움직임을 가속화시켰으며, 천재령은 숨기고 있던 본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가 이제까지 본의 아니게 신무결의 앞에서 실력을 감추고 있던 이유는 바로 그녀가 아직 [폴리모프]를 유지하며 공격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정도의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재령, 아니, 신지혜는 후일 [폴리모프]로 모습을 변화시킨 상태에서도 자유자재로 원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경지에 올라서는데, 그때가 바로 신무결이 천재령에 대한 소문을 듣던 시기였다.

  그녀가 [폴리모프]를 풀고 여자로 서의 본모습을 드러낸 것은 변신에 사용하고 있던 정신력과 마나를 모조리 공격에 돌리겠다는 뜻이었다.

  신지혜로부터 색색깔의 실선이 마치 전자회로처럼 뻗어나갔다.

  빨간색의 회로는 신지혜의 머리 위에 대포 같은 모양을 이루었다.

  노란색의 회로는 정면에 뾰족한 피뢰침을 만들어내었다.

  갈색의 회로는 땅으로 스며들어 도플갱어의 발아래를 향해 질주했다.

  가장 먼저 발동된 것은 갈색의 회로였다.

  도플갱어의 발끝에 다다른 갈색의 회로가 환한 빛을 뿜음과 동시에 무결의 발아래 땅이 날카로운 가시를 뽑아 올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무결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뭐 저렇게 무식한 속도가.'

  신지혜가 눈으로 그를 찾는 대신 얼른 도플갱어에게서 풍겨 나오는 마력의 파장을 추적했다.

  그녀가 요즘 들어 오감을 대신해 다른 사물을 감지하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특정 물체가 뿜어내는 마력 파장을 감지함으로써 그녀는 더욱 쉽고 정확하게 다른 물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신무결의 도플갱어는 어느새 강하나와 한서후, 김치우의 오른쪽 부위를 돌아 그들을 경유하고 있었다. 그의 총구는 신지혜를 향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신지혜는 간신히 총구가 불이 뿜기 직전에 마법을 발동시킴과 동시에, 도플갱어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마법사인 신지혜와 버퍼인 김소유를 가장 먼저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신지혜의 머리 위에 생성되어 있던 불의 회로가 불의 화구를 발사함과 동시에 노란 회로로 만들어진 피뢰침 또 한 번개를 뿜어내었다.

  요란한 음성이 울려 퍼지며 총알이 신지혜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헉, 헉."

  신지혜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하마터면 한 방에 죽을 뻔한 것이다.

  저 총알에 부딪친 번개와 불덩이가 총알의 방향을 튼 덕택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했다.

  * * * '저 무식한 총알은 한 방만 맞으면 그냥 죽겠네.'

  웬만한 총알은 자신의 주위에 펼쳐 둔 [마력 결계]가 튕겨낼 텐데, 저 무식한 총알은 [마력 결계]를 종잇장 찢듯이 찢어버렸다.

  '레일 건이라고 했지?'

  저 기다란 총이 자신이 아닌 다른 적들을 겨눌 땐 몰랐는데, 자신이 표적이 되어보니 비로소 그 무시무시함을 알겠다.

  그렇게 도플갱어가 첫 발을 신지혜에게 발사한 사이 강하나와 김치우, 한서후가 도플갱어에게 접근했다.

  가장 먼저 다다른 것은 역시 강하나였다. 그녀는 일순간 몸이 바람이 되어 흘러, 자신들을 경유하는 도플갱어를 눈 깜짝할 새에 따라갔다. 그리고 도플갱어를 따라잡자마자 몸이 실체화하며 그를 향해 검을 내려 쳤다.

  그러자 그녀의 검의 모습을 본뜬 수십 개의 바람의 칼날이 도플갱어를 둘러싸며 생성되어 그를 공격해갔다.

  그러나.

  쾅!!!

  강하나가 서 있던 자리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도플갱어를 향해 날아 가던 칼날들 또한 그 실체를 잃고 사라졌다.

  "하나 씨!"

  "크와아앙!"

  한서후가 강하나를 다급하게 불렀다.

  늑대인간으로 변한 김치우는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도플갱어를 향해 돌진해 갔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가는 모든 땅으로부터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었다.

  콰콰콰쾅!!

  "어느새 부비트랩을……."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천재령이 신음을 흘렸다.

  신무결의 도플갱어가 지나는 자리에는 소형 폭탄들이 점점이 떨어져 있었다.

  그들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몰래 흘려놓은 게 틀림없었다.

  "크윽!"

  연기를 뚫고 강하나가 솟구쳐 올랐다.

  온몸이 불에 그을려 있는 게 타격을 받은 것 같았지만, 몸의 일부가 정령화되어 있던 덕에 타격의 일부를 흘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치우 또한 온몸이 헤졌지만 무사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서후는 신법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그 자리를 탈출했는지 다른 둘보다는 비교적 깨끗한 상태였다.

  하지만 셋 모두 쉽게 도플갱어를 따라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가 지나간 자리를 그대로 따라갔다간 방금과 같이 폭탄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리란 것을 알아챈 것이다.

  결국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이상 원거리 싸움으로 가야 했다.

  "작전을 바꾸겠습니다! 모두 천 실장님을 가드하세요! 실장님! 큰 걸로 한 방 준비해 주세요. 그동안 저희가 시간을 끌어볼게요!"

  강하나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신지혜는 이를 악물고 자신이 발휘 할 수 있는 가장 위력이 강한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를 둘러싸 방어막의 역할을 하던 그녀의 고유 스킬 [마력 결계]가 그녀의 의지에 따라 확장하기 시작했다.

  [마력 결계]는 그녀의 의지에 따라 그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특별한 고유 스킬이었다. 좁은 공간에 [마력 결계]를 펼치면 총알은 물론 스킬조차 튕겨내는 강력한 방어막이 되기도 하고, 거기에 마법을 접목하면 외부와 결계 내부를 격리시키는 특수한 결계를 형성할 수도 있었다.

  지금처럼 [마력 결계]를 주변 전투 공간을 전부 둘러싸게 펼친다는 것은 방어를 포기하는 대신 공격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그녀의 의지였다.

  [마력 결계]

  내부의 마나가 그녀에게 동조하기 시작했다. 결계 내부의 마나에 대한 친화력과 응집력이 급증했다.

  '좋아.'

  그녀가 손을 모아 마력 회로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으로부터 샛노란 선이 하늘 위로 뻗어나갔다.

  그사이 신무결의 도플갱어가 그녀를 향해 다시 레일 건을 발사했다. 하지만.

  화아아악! 콰앙!

  수십 수백 겹의 물의 장막이 바닥으로부터 솟아올라 그 총알의 경로를 가로막았다.

  어느새 물의 정령을 몸에 합일시킨 강하나가 물이 가득 고인 땅바닥에 손을 대고 있었다. 물을 조종해 주변의 물을 모조리 끌어모아 방어에 사용한 것이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는 덕분에 방어에 사용할 물은 무척이나 풍부 했다. 그래서 거의 신무결의 도플갱어와 신지혜 사이에 걸친 모든 공간이 수백 겹의 물의 장막으로 뒤덮여 버렸다.

  총알은 물의 장막을 한 층 한 층 통과할 때마다 그 속도가 급격히 죽어버렸다. 그럼에도 끝내 모든 장막을 꿰뚫어 버리고 신지혜의 앞에도 달했다.

  물의 장막 하나하나가 거의 20cm 두께에 육박했음을 감안하면, 정말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러나 그 위력이 현저하게 죽어서, 한서후의 검기가 담긴 검에 충돌하며 막혀 버렸다.

  신무결의 도플갱어가 장막 옆을 우회하며 계속해서 레일 건을 발사해 댔다.

  쾅!

  쾅!!

  몇 초의 시간을 두고 발사되는 레일 건의 궤적을 따라 계속해서 강하나가 물의 장막을 생성해 내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강하나 또한 눈에 띄게 지쳐가는 게 보였다. 몇 톤이 넘어가는 양의 물을 조종하는 게 그녀로서도 여간 부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천 실장님, 아직 멀었어요?"

  "거의 다 됐습니다."

  강하나의 다급한 재촉에 신지혜가 마법진의 완성을 서둘렀다.

  비 내리는 어두운 하늘.

  대조적으로 샛노랗게 빛나는 마법진이 온 하늘을 뒤덮으며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그보다는 더 작은 마법진이, 그 아래로는 그보다 더 작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 식으로 막 다섯 개째의 마법진이 그려지는 순간.

  신지혜가 [마력 결계]를 급격하게 축소시키며 강하나에게 눈짓을 했다.

  그와 동시에 마법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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