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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074 알파고르곤과의 충돌에서 울려 퍼진 소리는 예상외로 베타고르곤과 부딪칠 때에 비해서는 작았다. (74/215)

  기계신과 함께 074 알파고르곤과의 충돌에서 울려 퍼진 소리는 예상외로 베타고르곤과 부딪칠 때에 비해서는 작았다.

  이번 충돌에 투입된 힘과 힘이 그 때에 비해 작았던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싸움의 여파가 그때에 비해 적은 것은 강렬한 힘으로 쾅 부딪쳤던 그때와는 달리, 이번 결전에서는 내가 관통으로 승부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음이 적었다는 소리는 곧 내 의도가 성공했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관통이 실패했다면 알파고르곤의 해일이 나를 짓이기는 굉음이 울려 퍼졌을 테니까.

  나는, 승리했다.

  쿠르르르....

  뒤쪽 저 멀리서 해일이 잦아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뒤로 돌아 해일이 끝난 지점을 향해 다가갔다.

  쿠드, 쿠드드.

  알파고르곤이 다리를 털며 일어났다.

  내 드릴에 꿰뚫린 충격은 어느새 회복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데미지가 심한 듯 녀석은 다리를 푸들푸들 떨고 있었다. 녀석이 투레질을 하더니 나를 향해 달려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이상 암석이 날아올라 놈의 몸에 들러붙지도, 암석의 해일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녀석의 돌진은 마치 처음에 달려왔던 가장 약한 고르곤처럼 소소할 뿐이었다.

  나는 오른손의 거대한 드릴을 해체 했다.

  후두둑.

  드릴이 되어 붙어 있던 금속들이 땅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나는 건틀릿으로 되돌아온 오른손으로, 달려오던 녀석을 다시 한번 후려쳤다.

  쾅!!

  녀석이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녀석이 또 다시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도 안간힘을 쓰며 발을 딛고 서려 했다.

  고르곤족으로서의 자존심일까.

  그때까지 이 우두머리를 제외한 그 어떤 고르곤족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이 녀석만이 계속해서 일어나려 버둥거리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놈이 하는 양을 지켜보며 기다려 주었다.

  "그래, 일어나라. 천하의 고르곤족이 그 정도에 쓰러지면 섭하지."

  내 중얼거림에 놈이 콧김을 내뿜으며 중심을 바로잡았다.

  지능이 뛰어난 놈인 만큼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놈은 전생에서 수십명의 헌터가 철저한 준비와 오랜 기간을 두고서야 공략할 수 있었던 초 강력 몬스터였다.

  사실 고작 3개월 차 헌터 하나에게 쓰러질 군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온갖 예외적인 스킬과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놈의 습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내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때와 미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헌터가 이놈에 의해 죽어가고, 그로 인해 한국의 전력은 크게 감소하겠지.'

  비록 지금 이놈이 안쓰럽고 불쌍해보이지만 엄연히 말해 이놈은 인류의 적이었다. 여기서 동정심을 가져 봤자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나마 자비롭고 우리 둘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라 한다면, 놈에게 빠른 안식을 주는 것이겠지만 그마저도 지금은 불가능했다.

  녀석에게서 얻어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쾅!!

  나는 내게 다시금 돌격해 온 녀석을 다시금 땅속으로 처박아 버렸다.

  녀석이 푸들푸들 떠는 것이 보였다.

  안간힘을 쓰며 다시 일어나 내게 도전하려고 녀석은 두 번의 시도를 더 한 끝에, 결국 고개를 떨구고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나는 터벅터벅 녀석에게로 걸어갔다.

  맑디맑은 통한의 눈물이 녀석의 눈에서 주륵주륵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담담하게 주머니에서 [영혼을 담는 병]을 꺼내 놈의 눈물을 받았다.

  그러자 [영혼을 담는 병]이 한 차례 빛을 발하며 자동으로 밀봉되었다.

  나는 [하늘의 눈]으로 그것을 다시 살펴보았다.

  -이름 : 알파고르곤의 영혼이 담긴 병 -등급 : 이벤트 -설명 : 알파고르곤의 영혼 일부가 담겨 있다 알파고르곤이 눈을 감더니 마지막 날숨을 내뱉었다. 녀석이 서서히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녀석이 이마에 달고 있던 붉은색 보석만이 그 자리에 온전히 남았다.

  나는 그 보석을 집어 들었다.

  쿠쿠쿠쿠…….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대결을 벌이는 동안 주변에서 알파고르곤의 명령을 듣고 모여 든 수백 마리의 고르곤이, 일제히 내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녀석들이 뭘 노리고 있는지를 알았기 때문에, 냅다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힘든 전투를 치렀음에도 아직까지 마력이, 내공이 남아 있었다. 체감상 유니크 내공심법을 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언커먼 내공심법과 비교하면 자전거와 스포츠카를 비교하는 느낌이었다.

  마력 저장면에서도, 활용도 면에서도, 내공을 움직이는 속도와 정교함 면에서도 도저히 비교가 안 됐다.

  내 뒤쪽으로 수많은 고르곤들이 죽기살기로 따라오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간단했다.

  내가 가진 이 보석을 회수하려는 것이다. 이 보석을 차지하게 되는 개체는 다음 알파가 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까.

  또한 이 보석은 종족 전체의 전력 보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으니, 당연히 저놈들의 본능에는 이 보석을 되찾고자 하는 코드가 입력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보석을 든 채로 고르곤들에게 쫓기며 쉬지 않고 한곳을 향해 달렸다. 고르곤들은 내가 지나간 영역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하며 나를 쫓아왔다.

  약 2시간 정도를 달렸을 때, 마침 내 나는 고르곤들의 영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들어간 영역은 다른 수호종의 영역이었다.

  이번 수호종의 영역은 울창한 나무가 가득한 밀림 지대였다.

  처음 제1스테이지에서 들어와 본 것과 같은 거대한 나무들이 밀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기척을 최대한숨기고 밀림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눈으로는 내 위치를 놓쳤을 게 분명했지만 고르곤들은 보석의 위치를 언제 어디서든 추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나를 쫓아 그 수호종의 영역 속으로 들어왔다.

  2시간 동안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계속될 수 있었던 것도 그 위치 추적 능력 때문이었다.

  "뭐야, 이 자식들!"

  "침입자다!!"

  "돌덩이들이 쳐들어왔다!!!"

  시끄럽게 조잘대며 일제히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은 마치 악어에 익룡의 날개가 달린 것처럼 생긴 생물이었다.

  이 생물들의 이름은 드레이크.

  나는 그중 한 마리를 [하늘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름 : 드레이크 -상태 : 당황 -설명 : [화염 분사]를 사용하는 드레이크족의 전사

  "돌덩이 왕이 미쳤나?"

  "우리의 영토로 들어오다니! 제정신인가?!"

  "재네 눈 돌아간 게 아무리 봐도 제정신 같지는 않은데?"

  "전쟁인가!!"

  드레이크들이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여 그들끼리 하늘에서 떠들고 있었다.

  그사이 수백 마리의 고르곤이 전부 숲속으로 들어와 앞에 걸리는 것들은 사정없이 부숴가며 전진했다. 고르곤들이 들이받는 나무가 움푹움푹 파여나가며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드레이크 한 마리가 분개하며 외쳤다.

  "저놈들, 우리의 영역을 파괴하고 있어!!"

  "복수하자!"

  "왕께서 허락하셨다! 조져 버려!!"

  알파 드레이크에게서 명령을 하달 받은 개체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가 고르곤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정면으로 덤비지 말고 하나씩 잡아 올려서 떨궈 버려!"

  "저놈들한텐 불이 안 통하니까 쓰지 마!"

  그렇게 드레이크들의 분노에 찬 반격이 시작되었다.

  드레이크종은 고르곤종과는 달리 굉장히 교활하고 약삭 빠른 놈들이었다.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가는 짓을 서슴지 않을뿐더러 헌터들과 싸울 때도 자신들이 싸우기 유리한 지형으로 유인한다든지 함정을 파놓는 경우도 있었다.

  녀석들은 고르곤들의 돌진에 들이 받히지 않게 조심하며 고르곤들을 한 마리씩 잡아서 높은 허공에서 떨어뜨려 충격을 주는 방법으로 저지 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무거운 고르곤들을 그렇게 높은 곳으로 끌고 가지도 못하고 떨어뜨리기 일쑤였으며, 고르곤들은 설령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잘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방어력을 갖추고 있었다.

  몇몇 드레이크가 늪지대 속으로 고르곤을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고르곤이 늪지대에서 쉽게 헤엄쳐 나와 다시 질주를 시작했다.

  "으악! 이놈들, 아무것도 통하지가 않아!!"

  "왜 이놈들은 불도 안 통하는 거야!!"

  드레이크들이 신경질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교활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과 비행 능력, 그리고 원거리에서 화염을 뿜어대는 능력을 가진 탓에 오히려 고르곤에 비해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평가되는 드레이크종이었지만, 고르곤들의 돌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놈들은 계속해서 고르곤들을 욕하면서도 최대한 고르곤들의 돌진을 저지하고자 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필사적인 드레이크들의 방어 덕분에 나는 내게 향하는 고르곤들의 돌진에서 잠시 벗어나 내공을 집중하고 드레이크들이 하는 말을 엿들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던전의 보정 효과에 의해 나는 언어가 다른 그들의 대화를 고스란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놈들은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 해소통하는 놈들답게 목소리가 굉장히 컸고, 덕분에 나는 난리가 난 지금 도떼기시장처럼 사방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녀석들에게서 원하던 정보를 금세 입수할 수 있었다.

  "우리의 왕께서는 어디 계시지?"

  "또 장난감 팽귄 괴롭히고 계시던데."

  "그 꼬맹이 말이야?"

  "그럼 하늘나무에서 오고 계시겠군."

  녀석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향했다.

  그쪽에는 하늘에 맞닿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가 보였다. 그래서 이름이 '하늘나무'인 듯했다.

  나는 그쪽으로부터 날아오는 조금 더 커다랗고 비늘이 날카로운 드레이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머리에 보라색 보석을 박고 있는 것이, 저놈 역시 알파가 분명했다.

  이 소란을 전해듣고 날아오는 듯했다.

  -이름 : 알파 드레이크 -상태 : 분노가 머리끝까지 참 -설명 : [화염 분사]를 사용하는 드레이크족의 우두머리. 종족 제1의 강자로서 화염의 가호를 받는다

  "돌대가리, 나와!!!"

  알파 드레이크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녀석이 알파고르곤을 부르던 칭호가 '돌대가리'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고르곤들로부터는 그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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