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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072 -이름 : 고르곤 -상태 : 신남 -설명 : [둔화 광선]을 사용하는 고르곤족의 전사 놈들은 현재 매우 '신나' 있었다. 바로 내 눈앞에 그 이유가 보였다. (72/215)

  기계신과 함께 072 -이름 : 고르곤 -상태 : 신남 -설명 : [둔화 광선]을 사용하는 고르곤족의 전사 놈들은 현재 매우 '신나' 있었다. 바로 내 눈앞에 그 이유가 보였다.

  "으윽, 도망가!"

  "뭐 이런 놈들이!!"

  날뛰는 십수 마리의 고르곤들.

  그리고 그런 놈들로부터 마치 메뚜기처럼 튀어 다니며 도망다니는 사람들은 약 5명가량 되는 헌터들이었다.

  이미 죽은 헌터들의 유해가 곳곳에 보였고, 살아남은 자들도 그들은 그야말로 간신히 도망 다니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한 사람이 도망가다가 갑자기 속도가 확 느려져서 금세 따라잡혀 버렸다. 고르곤이 뿔에서 내뿜는 [둔화 광선]을 맞은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고르곤의 거대한 뿔에 받혀 그대로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고 말았다.

  그사이 다른 한 명의 헌터도 몸에 [둔화 광선]을 맞아 속도가 확 줄어 버렸다.

  특이한 것은, 그 광선을 맞은 헌터는 단순히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을 떠나 마치 그 사람 자체가 이 세계의 물리법칙을 벗어난 것처럼 느려진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면, 몸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그 광선을 맞으면 공중에서 떨어지는 속도조차 느려진다는 뜻이다.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싼 공간 자체가 둔화 되는 듯한 느낌.

  이 [둔화 광선]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헌터들은 제대로 도망가지도 못하고 놈들에게 얼마 안가 모두 전멸할 것 같았다.

  콰직.

  "아악!! 안돼!! 광혁아!!"

  [둔화 광선]을 맞은 헌터 한 명이 고르곤의 뿔에 받쳐 허공을 날았다.

  광혁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그 헌터는 방금의 충격으로 팔 한쪽이 완전히 으스러진 데다 의식을 잃어버렸다.

  이대로 고르곤들이 날뛰는 대지로 떨어진다면 결과는 명약관화였다.

  팟!

  그때 은빛 선이 허공을 갈랐다.

  그와 동시에.

  쾅--!!

  굉음이 지축을 뒤흔들며, 거대한 탄환이 두 마리의 고르곤을 꿰뚫었다.

  놈들이 달리던 그대로 쓰러지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 헌터가 떨어지는 자리로 치닫고 있던 고르곤들이었다. 슈우- 불꽃을 토해낸 내 장총에서 이글거리는 열기가 새어나왔다.

  나는 광혁이라는 헌터에게 플라스 마 링을 보내 안전하게 땅바닥으로 내려앉게 도와주며 계속해서 레일 건을 발사했다.

  쾅!! 광!!

  총구에서 화염이 일 때마다 두세 마리의 고르곤이 쓰러졌다.

  근방의 고르곤이 모두 정리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입을 떡 벌린 채 멍한 얼굴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는 헌터들에게로 터벅터벅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예, 예……."

  헌터들은 여전히 정신이 없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이 땀범벅인데다, 머리카락이 흙먼지에 섞여 사정없이 흐트러져 있는 몰골이 이들이 겪은 고생을 짐작케 했다.

  "혹시 저놈들 중에 이마에 붉은색 돌을 박은 놈을 못 보셨습니까?"

  내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고르곤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 아뇨, 못 봤는데요."

  한 헌터가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다른 분들은요? 혹시 본 분 없습니까?"

  내가 그렇게 묻자 다들 얼떨떨하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는 봤냐?'하는 표정들이 점차'나도 못 봤는데' 하는 표정으로 물들어갈 때, 한 사람이 쭈뻣거리며 나섰다.

  "저어…… 확실하진 않은데요."

  등에 궁을 맨 헌터였다.

  "아까 멀리 떨어져 있던 이놈들의 무리 한쪽에서 붉은빛을 얼핏 본 것 같긴 해요."

  "어느 쪽입니까, 그쪽이?"

  "음……."

  그 헌터가 주위를 보며 잠깐 방향을 가늠해 보더니 이어서 말했다.

  "저, 저쪽이었던 것 같아요."

  그가 한쪽을 손가락을 가리켜 보였다.

  "고맙습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그들에게 사의를 표하고는 다시 바람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내 뒤로 헌터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희가 고맙습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놈들의 영역을 뒤지기를 한 시간여.

  드디어 내가 찾던 놈을 먼발치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우두머리.'

  이마 한가운데 새빨간 보석을 박고 있는 고르곤이 보였다.

  -이름 : 알파고르곤 -상태 : 분노하고 있음 -설명 : [둔화 광선]을 사용하는 고르곤족의 우두머리. 종족 제1의 강자로서 암석의 가호를 받는다 저놈이 바로 이 무리를 통제하는 우두머리 녀석이었다.

  녀석 주변으로는 다른 개체들보다 더 커 보이는 고르곤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일종의 호위병인 듯했다.

  나는 호주머니 속에 있는 병 하나를 슬쩍 꺼내 확인해 보았다.

  [영혼을 담는 병].

  꿈의 조각을 무려 300개나 지불하여 구매한 병이었다.

  [제2스테이지 입장권]이 꿈의 조각500개, 질 좋은 레어 아이템이 600 개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던전 클리어를 위해서 꼭 필요한 아이템이기에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했다.

  이 병에 고르곤족의 눈물을 담는 게 이곳에서의 목표 중 하나였다.

  '준비물은 준비됐고, 목표물도 눈 앞에 있고. 가볼까!'

  나는 숨겼던 몸을 드러내 성큼성큼 알파고르곤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면서 마력을 일으켜 숨겨놓은 기세를 줄기줄기 일으켰다.

  알파고르곤이 저 멀리서 가장 먼저 그것을 느끼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와 놈의 눈이 먼 거리를 격하고 마주쳤다.

  그리고 수십 수백 마리의 고르곤의 눈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나에게 눈을 향하는 게 조금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세 수호종은 모두 같은 특징이 하나 있었다.

  모든 개체가 종족의 알파와 정신이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군체의식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알파가 달리라면 달리고, 흩어지라면 흩어지고, 죽이라면 죽인다.

  각 개체의 의지 또한 존재하지만 알파의 명령이 떨어지면 그에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그 때문에 세 수호종을 상대한다는 것은 마치 하나의 유기적인 군대를, 아니, 군대조차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통제하에 있는 집단을 상대하는 것과 같다.

  각 개체의 강함 또한 말할 것 없이제1스테이지 최상위 클래스. 그래서 이 섬의 다른 몬스터들과는 상대함에 있어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이런 놈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그 특성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수백 마리의 고르곤 무리로 다른 고르곤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무리가 알파의 명령을 받고 알파를 지키기 위해 종족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긴장하지 않고 느긋하게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놈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알고 있었으니까.

  나를 주시만 하고 있던 고르곤들의 진영에서 변화가 생겼다.

  다그닥다그닥.

  눈앞 저 멀리에 있는 수많은 고르곤 중 단 한 마리가 무리에서 이탈해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한 마리.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수많은 고르곤 중에 단 한 마리였다.

  나는 모든 무기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오직 블랙미슈릴 슈트만을 입고 있는 상태로 그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만약 여기서 장거리 무기를 쓰게 된다면, 저 수많은 고르곤 무리가 일제히 나를 향해 달려올 것을.

  놈과 나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서로의 살기가 서로를 향했다. 상대의 숨결을 지상에서 지워 버리기 위한 일기토가 시작된 것이다.

  놈과 나의 거리가 빠른 속도로가 까워져 갔다.

  나는 놈과 닿기 직전, [디바이스 컨트롤]을 이용해 블랙미슈릴 슈트의 벨트 부근에 퍼진 동력원을 오른 팔에 집중했다.

  말하면 입 아프지만, 제3의 연료를 이용해 구동하는 블랙미슈릴 슈트 또한 기계의 범주에 포함되는 물건 인지라 내 [디바이스 컨트롤]에 영향을 받는다.

  나는 블랙미슈릴 슈트로 오른팔을 강하고 단단하게 보강하는 동시에 온몸이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고르곤이 자기 몸체 만한 뿔에서 [둔화 광선]을 내뿜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른팔을 있는 힘을 다해 쭉 내뻗었다. 기관차 처럼 달려오는 고르곤의 뿔과 느릿 느릿한 내 오른 주먹이 그대로 맞부딪 쳤다.

  콰앙 !!

  먼지구름이 내 주위를 뒤덮었다.

  블랙미슈릴 슈트의 내구도를 한껏 끌어올린 데다가 내공으로 오른팔을 튼실하게 강화했음에도 팔이 으스러지는 듯한 충격이 내 몸을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견뎌내었다. 팔이 부러지지도 않았고, 몸의 어디 한 군데가 어긋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 상대였던 녀석은 그렇지 않았다.

  쿠드드득.

  나와 부딪친 고르곤은 뿔이 그대로 박살 나 버렸다.

  끼에에엥!!

  그리고 나와 부딪친 녀석은 이마 정중앙이 움푹 들어간 채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시스템음으로 꿈의 조각을 획득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점검해 보고 다시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 했다.

  내게는 어떤 부상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고르곤들 쪽에서 다시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이게 바로 저 멍청할 정도로 우직한 종족, 고르곤들의 약점이었다.

  이들은 자만심에 가까운 호전성을 갖고 있었다. 이놈들은 일대일 정면 승부에 있어서는 절대로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사실 그 자존심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닌 게, 이놈들과 일 대 일로 맞부딪쳤을 때 이놈의 종족들을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이 섬에 없었다.

  그 때문에 누구든 자신들에게 정면으로 혼자서 도전해 오는 녀석이 있다면 이놈들은 기꺼이 그 정면 대결에 응해준다.

  다만 어디까지나 일 대 일 정면승 부에 있어서였다.

  만약 여럿이 덤벼오거나 혹은 원거리 무기를 사용한다든가, 혹은 승부를 걸어온 자가 뒤돌아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여기 모든 무리가 마치 축제를 벌이듯 그들을 따라가 학살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나처럼 혼자서 맨몸으로 덤벼오는 상대에게는 신기할 정도로 일 대 일 대결을 고수하는 게 이놈들의 특이한 습성이었다.

  이 또한 전생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이놈들과 싸우며 밝혀진 것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적혀 있는 사실이었다.

  내게 달려온 두 번째 고르곤 녀석과 나의 주먹이 맞부딪쳤다. 이전번 놈보다 분명히 강한 놈이었으나, 이번 역시 나의 승리였다.

  한 마리를 쓰러트리자 또 한 마리가 달려왔다.

  또 해치우자 다른 놈이 왔다.

  이런 식으로 점차 강한 개체의 놈들이 하나씩 내게 도전해 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 놈씩 차례로 격파해 갔다.

  대결마다 놈들이 내뿜는 [둔화 광선]의 위력도 강해지고 있었다. 그에 비례하여 내 몸도 대결마다 느려지고 있었고.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둔화 광선]을 맞아 속도가 느려진다 해도 그게 내 주먹의 파괴력까지 감소시키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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