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069 파칙- 파치칙- 내 앞을 휘돌던 플라스마 링 두 개가 엷은 청보랏빛의 막을 펼쳐내었다. 날아오던 총알은 그 청보랏빛 막에 막혀 모조리 증발해 버렸다. (69/215)

  기계신과 함께 069 파칙- 파치칙- 내 앞을 휘돌던 플라스마 링 두 개가 엷은 청보랏빛의 막을 펼쳐내었다. 날아오던 총알은 그 청보랏빛 막에 막혀 모조리 증발해 버렸다.

  "뭐야, 저게!!"

  "제길, 총이 안 통해!! 스킬로 조져!!"

  날 공격하던 녀석들이 당황하며 웅성거렸다.

  "잠깐잠깐, 나도 스킬 쓰기 전에 총탄 좀 날려보자고."

  나는 녀석들이 내게 스킬을 날리기 전에 내가 가진 총알부터 날려 보냈다. 내 등 뒤쪽에 떠 있는 10개가 넘는 코일 건에서 동시에 총알이 발사되었다.

  퀴잉- 퀴잉-

  "끄억!"

  "끄아악!!"

  동시에 여러 개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꿈의 조각을 얻었다는 시스템음이 연속으로 머릿속을 스쳐 가는 가운데, 슈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1 발 중 8발 피격, 그중 5발 명중 입니다.]

  '3발이나 빗나갔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발사를 준비했다.

  첫 사격이라 영점 조준이 안된 것 같다.

  퀴잉- 퀴잉-

  "으아악!"

  "뭐, 뭐야, 저 괴물 자식!!"

  두 번째 총격음과 함께 차례차례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명중률은 첫 사격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떨어졌다.

  녀석들이 적극적으로 방어와 회피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호막 스킬 있는 사람들 빨리 쳐!!"

  "뭐 해, 스킬 안 날리고! 저놈 이상한 총 쓰니까 빨리 조져!!"

  그들끼리 악다구니가 오가는 것이 들렸다.

  내게 원거리 공격 스킬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윈드 데토네이션].

  [파이어 애로우].

  마법을 사용한 원거리 공격이 가장 많았다.

  몇몇 마법 공격이 네 플라스마 방어막을 뚫고 들어왔으나, 이번엔 블랙미슈릴 슈트에 닿아 소멸되어 버렸다.

  하지만 마법 공격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치이이익- 내게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이 보였다.

  '바주카포?'

  예전에는 군대에서나 볼 수 있던 대전차무기가 내게 날아오고 있었다. 몬스터와 싸우느라 군용 화기의 보급이 이루어진 것이다.

  아무리 플라스마 방어막이라 해도 저기 맞으면 링 자체에 타격이 올 것이다.

  하지만.

  퀴잉- 퀴잉- 퍼펑!!!

  내 코일 건들이 불을 뿜자 날아오던 바주카포의 미사일들이 그 자리에서 터져 버렸다.

  '다행히 위협이 되는 무기는 없네.'

  바주카포 정도는 포탄의 속도가 느려서 충분히 내 저격으로 터트려 버릴 수 있다.

  지금까지 현대 장르의 던전에서 많은 미래무기가 나오긴 했지만, 내 플라스마 링을 뚫을 만한 무기는 별로 없었다.

  그 정도의 무기는 출토된 게 그리 많지 않은데, 대부분 큰 기업에서 사가서 연구용으로 쓰고 있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무기를 실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린 건 현재로서는 은하그룹을 비롯한 소수의 기업밖에 없었다. 그들조차도 대량생산 설비는 아직 못 갖춘 상태였고.

  그 때문에 내 플라스마 링의 플라 스마 방어막을 부술 만한 미래무기는, 구하려면 구할 수는 있지만 엄청나게 비싼 상태였다. 그리고 삼일 그룹은 그 정도로 비싼 무기를 산하 헌터들에게 투자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헌터들에게 투자하는 것과 기술 개발, 둘 다 게으른 기업인가 보군.'

  삼일그룹의 미래가 눈에 훤히 보였다.

  더불어 저들의 미래도.

  '근데 아직 쓴맛을 덜 봤네.'

  나는 적들에게 계속해서 총격을 날리면서도, 녀석들이 아직 우왕좌왕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날 상대하기 위한 최선의 전투 포메이션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틈에 많이 죽여둬야겠군.'

  나는 내게 위협이 될 만한 스킬과 포격을 날려대는 녀석들을 우선적으로 겨냥한 다음, 다시 총격을 난사 했다.

  퀴잉--- 조용한 코일 건의 발사음과 적들의 비명 소리가 또 다시 숲속을 뒤흔들었다.

  "원거리 딜러 지켜!!"

  "막아!! 막으라고!!"

  그제서야 포메이션이 제대로 짜이기 시작했다.

  내 공격을 막을 스킬을 가진 자들이 원거리 공격수들을 지키기 시작 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때쯤 수는 40명에서 15명가량 줄어 있었다.

  '앞으로 25명.'

  나는 속으로 수를 세며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격들을 플라스마 링으로 막아내었다.

  치이이익- 치이이이익!

  플라스마 링이 계속해서 증기를 내뿜으며 날아오는 공격들을 증발시켜 버렸다.

  하지만 점차 녀석들과의 공방에 균형이 맞아가는 것이 느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내 코일 건 사격에 녀석들이 죽지 않았다.

  그리고 녀석들의 수가 15명쯤으로 줄었을 때쯤부터 슬슬 내 플라스마 링의 방어막도 숭숭 뚫리기 시작했다.

  [스톤 미사일]

  같은 질량 공격이 플라스마 링에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흐음, 이 정도면…….'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소총을 들어올려 이 대치 상황을 깨기로 마음먹었다.

  콰아아앙!!!

  마침내 레일 건이 불을 뿜었다.

  "끄아아악!"

  레일 건 한 방에 한곳에 똘똘 뭉쳐 있던 3명의 각성자가 지워졌다.

  보호 스킬이고 뭐고 한 방에 뚫어 버린 것이다.

  "으악!!"

  레일 건이 한 번 더 불을 뿜자 다시 2명의 각성자가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대략 열 명.

  "젠장! 조장들, 따라와!!"

  마침내 팀장이란 녀석이 나섰다.

  [광폭화]와 [거인의 주먹]을 갖고 있던 각성자 관성택 팀장.

  그의 뒤로는 조장이라 불린 두 명이 함께 따라 나서고 있었다. 25명이란 인원이 워낙 창졸간에 사라졌기 때문에 당황하면서도 지금이라도 앞으로 나서는 모습이었다.

  도망치지 않고 나를 상대하려고 나서는 용기는 가상히 생각해 줄 만했다.

  상으로 그들을 향해 레일 건을 발사해 댔다.

  워낙 반동이 심해서 레일 건을 발사할 때는 제자리에 굳건히 서서 발사해야 했다.

  콰아앙!!

  레일 건은 한 방 한 방이 발사될 때마다 어깨가 묵직하게 아파왔다. 하지만 그만큼의 효과를 보장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레일 건의 공격이 막혔다.

  쾅!!!

  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나는 놀라고 말았다. 세 사람이 합동으로 내 레일 건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레일 건을 이토록 완벽하게 막아낸 것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나는 방금 봤던 광경을 떠올렸다.

  조장이라 불린 자들 중 한 명이 [염동력]으로 총탄의 속도를 줄이고, 다른 한 명이 [윈드 데토네이션]이란 스킬로 또 다시 속도를 줄인 것을, 마지막으로 팀장이란 자가 '주먹으로' 후려쳤다.

  물론 평범한 주먹이 아니었다.

  대지로부터 올라온 암석들이 그의 주먹을 둘러싸, 타격 직전에 거대한 주먹의 형상을 이루었다.

  * * * 어찌 보면 신화 속 거인의 주먹을 닮기도 했고, 또 어찌 보면 TV 속에서 보던 로봇의 주먹을 닮기도 한 대지의 주먹이 플라스마 방어막에 충돌하자, 주먹의 표면이 급속도로 기화되었다.

  츠츠츠츠즉- 플라스마 방어막이 출렁거렸다.

  동시에 플라스마 방어막을 펼치고 있는 플라스마 링에 파지직 전기가 일었다. 엄청난 부피의 분자를 일시에 분해하느라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것이다.

  칙, 치칙…….

  그리고 결국 플라스마 링의 작동이, 정지해 버렸다.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망가져 버린 것이다.

  "크하하하! 죽여 버려!!"

  방어막이 사라지자 관성택이 황소 처럼 내게 돌진해 왔다.

  나는 뒤로 도약해 녀석으로부터 거리를 벌리려 했다.

  그러나.

  "큭."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하여 내 움직임을 방해했다.

  '염동력……!'

  관성택을 보조하는 두 명의 조장 중, 염동력자의 능력이었다.

  바람의 마법사로 보이는 다른 한 명도 연신 바람 마법을 날리며 내 움직임을 봉쇄했다.

  나는 온몸의 내공을 끌어올리며 양 팔로 내 앞을 X자로 막았다.

  그리고.

  콰아아아아!!

  거대한 주먹이 내 몸을 내갈겼다.

  * * *

  "쿨럭, 쿨럭."

  나는 피를 토하며 간신히 서 있었다.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내 앞으로는 기다란 고랑 두 개가 파여 있었다. 나는 우리 일행이 있는 곳까지 크게 밀려나 있는 상태였다.

  블랙미슈릴 슈트는 충격으로 사방이 터져 나가 있었고, 그 안쪽으로 몸 여기저기가 터져서 새빨간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내 주먹을 막아냈어……?"

  "헐, 저걸 맞고 살아남은 사람이 있단 말이야?"

  나를 친 관성택과 양옆의 조장들은 잠시 충격받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뭐, 나쁘지 않은 주먹이네. 꽤 쓸만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주변을 주의 깊게 살폈다.

  지금이라면 내가 기다리던 '그'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서.

  "무결 씨!"

  "형!!"

  우리 일행이 깜짝 놀라며 내게로 몰려들었다. 잘 싸우다가 갑자기 크게 한 방을 얻어맞고 걸레짝이 되다시피했으니 깜짝 놀랄 수밖에.

  "물러서세요."

  "이제 저희가 맡겠습니다."

  강하나와 한서후가 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둘 다 무척 지친 와중이었지만, 자신들의 차례임을 직감한 것이다.

  나는 아직 다리가 다 낫지 않은 김치우와 큰 싸움에는 끼어들지 못하는 김송호 옆에 주저앉았다.

  김소유와 천재령이 내게 다가와 치유 스킬을 쓰려 했다.

  '나와라.'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나올 때가 되었잖나.'

  내 부름에 화답한 걸까.

  마침내 숨어 있던 칼날이 그 존재를 드러내었다.

  뜨거운 태양일수록 그림자는 더 짙다. 내가 앉아 있는 이곳도 나무와 사람들의 그림자로 가득했는데, 그 중 한 그림자에서 불쑥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끝이 쇠꼬챙이처럼 뾰족한 단도였다.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단도는 곧장 내 슈트의 찢어진 공간을 노리고 파고들어 왔다.

  내 손이 유령처럼 움직여 그 단도를 쥔 자의 손목을 잡아내었다.

  "……!"

  소리 없는 경악이 단도를 쥔 존재와 우리 일행 사이를 지나갔다.

  그 순간 무시무시한 흡인력이 나를 기습한 존재를 다시 그림자 속으로 빨아들였다.

  '놓치면 안돼.'

  나는 그 손목을 으스러져라 쥐고 놔주지 않으나, 손목은 조금씩 땅속, 아니,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에 따라 내 손도 딸려 들어가는 듯했으나, 손끝에서부터 느껴지는 감각으로 볼 때, 내 손은 그림자가 아닌 단순히 땅속을 향해 파고들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없어.'

  여기서 놓치면 이놈은 영영 우리 앞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을 터였다.

  '여기서 잡을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그림자 속으로 따라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마음을 먹는 순간.

  내 몸이 그림자 속으로 쑤욱 딸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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