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과 함께 065
"와, 침대 되게 푹신하다!"
김소유가 텐트 속의 침대에 앉았다.
특수 금속임에도 침대는 다른 일반 침대들처럼 푹신푹신해서 김소유는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은하수 말로는 금속이지만 여러가지 특성을 가지게 조작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금속이 값이 쌀 리가 없다.
사실 이 텐트와 속에 든 가재도구만 합쳐도 억 단위는 가볍게 넘어가는 상당히 비싼 물건이었다.
"무결 씨, 뭐 하시려고요?"
내가 가재도구 중 하나를 집어 들자 강하나가 의아한 듯 물었다.
"요리를 하려고요."
"네?"
"예?"
강하나와 김소유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내가 요리한다는데 왜 이렇게 놀라는 거지?
"……요리한다고요. 왜요, 이상해요?"
"아니, 그게……."
김소유와 강하나가 서로를 쳐다보더니, 강하나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요리랑은 좀 안 어울리기는 이미지기도 하시고요…… 재료도 없잖아요?"
내 이미지가 어떻길래 요리랑 안 어울린다는 건지.
[솔직히 요리 못하시긴 하잖아요?]
'너 내가 한 거 먹어보지도 못했으면서 무슨 소리야?'
[먹어보진 못해도 보긴 했죠. 마스터 전에 자신이 만든 거 남기고 다른 거 시켜 드셨잖아요?]
'아, 그때는 오랜만에 집에서 해서 요리가 좀 어색하더라. 나 야전요리는 잘한다고.'
[집에서 하는 거랑 야전요리랑 무슨 차이라고.]
안 되겠다.
사람들이 이렇게 무시하니 오기가 올라온다.
'간만에 실력 좀 보여야겠군.'
나는 주머니에서 요리 재료를 하나 씩 꺼냈다.
[공간주머니]
속은 시간이 멈춰 있기 때문에 식재료를 보관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한 식재료들과 평소에 사.
냥.
한 식재료들은 여기에 보관하고 있었다.
"뭐, 뭐예요, 그것들은?"
"요리 재료입니다."
나는 그렇게 얼버무리며 손질을 시작했다.
먼저 정체불명의 고기를 꺼내 먹기 좋게 썬 다음 소금을 뿌려 약불에 얹어둔다.
그 옆에는 미리 먹기 좋게 썰려 있던 토마토와 마늘, 양파, 파프리카 등을 노릇노릇하게 익힌다.
그리고 게살처럼 새하얀 연질의 살덩이들을 마력을 이용해 손으로 꼭 꼭 압축해서 반죽한 다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볶아준다.
그렇게 5분도 채 안 되어 세 명이 먹을 요리가 뚝딱 완성되었다. 손이 가는 야채들이 미리 손질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토록 빨리 끝낼 수 있었던 것이다.
막사 안에는 잘 익은 고기 냄새와 고소한 게살 냄새가 함께 퍼져 나갔다.
"자, 완성."
나는 접시 세 개에 음식을 플레이팅 했다.
일단 스테이크와 토핑들을 알맞게 배치하고, 그 옆에 노릇노릇하게 익은 경단을 올려놓았다.
"꿀꺽."
강하나와 김소유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드셔보세요."
나는 접시들을 나눠주었다.
그들은 먼저게살처럼 생긴 경단을 집어 먹어보았다.
"어때요?"
"마, 맛있어……!"
강하나가 동그래진 눈으로 경단을 내려다보았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되게 부드럽고 쫄깃해요. 처음 먹어보는 특이한 맛인데 너무 맛있어요!"
"소유도 맛있어?"
내가 김소유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너무 맛있어요."
김소유가 게 눈 감추듯 경단을 먹어치우며 말했다.
"스테이크도 한번 맛봐요."
나는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속은 적당히 익은 미디움으로 익혔는데, 꽤 먹을 만했다.
'역시 야채랑 조미료가 준비되어 있으니 훨씬 맛이 좋군.'
나는 육즙이 우러나오는 고기를 즐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도 정말 맛있어요. 돼지고기랑 비슷한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거 도대체 재료가 뭐예요?"
"맛있으셔서 다행입니다. 설거지는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는 일부러 말을 돌렸다. 맛만 좋으면 됐지 괜히 정체를 알아서 좋을 게 없었으니까.
"아, 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스킬로 할 수 있거든요."
강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 말씀대로 야전 요리는 잘 하시네요?]
'그럼, 내가 던전에서 해 먹은 음식이 얼만데. 던전에서 구한 식재료로 간단하게 하는 요리는 식재료의 맛을 살리면서도 맛있게 할 수 있지. 반대로 집에서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요리는 잘못하겠더라고.'
[그렇군요. 아까 식재료를 넣은 보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씹고 있는 고기는 실은 아까 죽은 오거의 고기였다.
헌터에게 있어서 '야전 요리'란 대체로 쓰러뜨린 '몬스터'를 재료로 한 요리다 보니 내가 배우고 연구한 것도 주로 몬스터 요리였다.
'전생에서 여러 부위를 먹어봤는데, 역시 오거는 뱃살이 맛있더라고.'
나는 오거의 뱃살을 다시 잘라서 쩝쩝 씹어 삼켰다.
'자, 이번엔 이…….'
나는 경단을 집어 후후 불었다.
아직 안쪽에는 열기가 식지 않아 뜨거웠다.
'동굴 거미 경단을 먹어볼까.'
나는 타코야키처럼 후후 불며 경단을 집어삼켰다.
바삭바삭.
바삭한 식감 뒤에 부드러운 살결이 씹혔다.
'맛있군.'
원효대사의 해골물이 모르는 상태에서 맛있듯,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식사를 이어나갔다.
나는 일행이 잠든 사이 슬쩍 주머니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이제야 여유가 생기는군.'
아까 얻었던 [아라크네의 거미실 샘]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흐음, 굉장히 얇군.'
아무것도 안 걸친 내 오른팔에 끼워봤더니 끼워져 있는지도 모르게 착 밀착되어 붙어 버렸다.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나는 토시를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하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기도 했지만, 거미줄이 생성되지 않았다.
"흐음."
작게 신음을 흘리며 고민하고 있다 가, 이번엔 마력을 홀려넣어 보았다. 그러자.
토시의 올들이 일어나서 스르르 뭉치며 한 줄기의 굵은 거미줄을 생성 해 냈다.
"호오."
아까 우리와 전투하던 도중에 아라크네가 만든 것과 같은 거미줄이 약 1m가량 생성되어 있었다.
"으음……."
내가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토시에 대해 연구하는 사이, 옆에서 강하나가 부스럭거리며 일어났다.
"아, 저 때문에 깨셨나요?"
내가 미안해하며 말하자 강하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아니고…… 잠깐 목이 말라서 깼어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허공으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물이 만들어져 그대로 그녀의 입속으로 스르륵 들어가 버렸다.
그녀를 보며 원래 잘 때도 자리끼를 먹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강하나가 내 팔을 보며 물었다.
"근데 뭐 하고 계셨어요?"
부스스한 표정으로 고개를 모로 갸웃하는 게 어딘지 귀여워 보여서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까 아라크네에게서 얻은 아이템 입니다."
"오~ 그 토시가요? 무슨 기능이 있나요?"
"거미줄을 내뿜는 기능 같습니다."
"오호, 특이하네요. 등급이 뭘지 궁금하네요."
강하나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내 토시를 바라보았다.
토시에 '나 유니크요' 하고 써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하늘의 눈] 같은 스킬이 없는 강하나로서는 아이템 등급을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물론 나도 아이템 등급을 말해줌으로써 쉽게 내가 가진 스킬을 알려줄 생각이 없었고.
"강하나 씨는 뭐 얻었습니까?"
나도 궁금하여 강하나에게 물어보았다.
이 던전에서는 몬스터 처치 시 보상으로 받는 포인트와 아이템이 각 자의 활약도에 따라 자동으로 지급 되기 때문에, 각자에게 얼마의 포인트와 어떤 아이템이 지급되는지는 본인이 입을 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저는 이걸 얻었어요."
강하나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뭔가를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하늘하늘한 천 쪼가리가 그녀의 손 바닥 위에 접혀 있었다.
"얍."
그녀가 손목 스냅으로 천 쪼가리를 한번 탁 털었다.
그러자 펄럭~하며 정사각형의 천 쪼가리가 쫙 펼쳐졌다. 가로세로 약 1미터 남짓 되어 보이는 천 쪼가리였다.
"그런데 용도를 모르겠는 거 있죠?"
그녀가 혀를 쏙 빼 밀며 웃었다.
나는 [하늘의 눈]으로 그 천 쪼가리를 살펴보았다.
-이름 : 아라크네의 마법 보자기 -희귀도 : 레어 -설명 : 아라크네가 정성을 들여 제조한 보자기.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5㎡까지 늘어나며, 그것으로 보따리를 만들어 싸면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5㎤ 크기까지 줄일 수 있다. 무게도 그에 비례하여 줄어든다.
'호오, 괜찮군.'
내가 가진 [아르카시아의 공간주머니]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괜찮은 수납용 아이템이었다.
"줘보세요."
내가 손을 내밀자 강하나가 일어나서 턱하니 내 침대에 걸터앉은 다음, 별다른 머뭇거림 없이 그 보자기를 내게 넘겨주었다.
아라크네 정도의 몬스터에게 나온 거면 귀한 거라는 걸 짐작했을 텐데도 말이다.
[마스터를 꽤나 믿고 있나 보네요.]
'그동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지.'
나는 속으로 웃으며 그 보자기를 받아, 침대에 넓게 펼쳐놓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장총을 하나 꺼내 보자기로 감싸 매듭을 지은 다음, 마음속으로 '줄어들어라'라고 생각하며 마력을 불어넣어 보았다.
그러자.
보따리가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로 줄어들었다.
"빙고!"
한 번에 사용법을 맞혔다.
토시와 사용법이 비슷할 거라 생각 했는데, 역시 그랬다.
"오!"
강하나가 탄성을 지르며 작게 줄어든 보따리를 손에 올려놓았다.
"이거, 수납용 아이템이군요!"
강하나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안 그래도 지금 쓰고 있는 거로는 부족했는데 정말 잘됐네요!"
그녀는 옆에서 자고 있는 김소유 때문에 소리를 억제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여기까지 알려주었으니 그녀라면 나머지 사용법은 알아서 알아낼 터였다.
"그런데 무결 씨는 참 대단하네요. 뭐든 한 번 보면 척척. 어쩌면 그렇게 모르는 게 없어요? 이 던전에 관해서도, 몬스터에 관해서도, 아이템에 관해서도. 아, 역시 영업 비밀 인가요?"
그녀가 슬쩍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다른 클랜원들이 있을 때와는 이미지가 많이 다르네?'
지금은 로드로서 이미지를 챙겨야 할 때가 아니라 그런지 왠지 한층 강해 보이는 모습을 덜어낸 그녀가, 솔직히 조금 귀여웠다.
"스킬의 힘이라고만 해두죠."
던전과 몬스터는 과거의 경험과 슈리의 데이터, 아이템은 [하늘의 눈] 덕분에 알고 있는 거였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적당히 둘러대었다.
"탐나네요."
"스킬이 탐나나 보죠?"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에요."
그녀가 싱긋 웃으며 다시 침대 밑으로 내려갔다.
"이러다 소유 깨겠어요. 이만 자도록 하죠."
"그래요."
왠지 갑자기 서둘러 자자는 분위기가 되었지만, 나도 조금 피곤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가 되어 체력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해도 역시 피로 회복에는 잠이 최고였다.
그렇게 나와 강하나는 다시 동굴 속에서의 휴식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