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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063 크에에에에엑!! (63/215)

  기계신과 함께 063 크에에에에엑!!

  아라크네가 찢어지는 듯한 기성을 질렀다.

  저 위에서 폭풍처럼 아라크네를 후려치고 있는 존재는, 자신의 혼신의 힘을 끌어모은 강하나였다.

  방금 내가 입술을 달싹인 것은 강하나에게 한 가지 사항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굉장히 작은 소리였지만, 바람의 정령에게 가호받는 강하나는 역시나 내 말소리를 알아듣고, 내가 시키는 대로 '정령의 힘'만으로 위쪽에서 아라크네를 후려 패고 있었다.

  [하이퍼키네틱 레지스터]가 제한하는 것은 '물질'의 분자 운동.

  물질이 아닌 정령의 힘은 거기에서 자유로웠다.

  "무결 씨, 조금만 버티세요!!"

  강하나가 저 멀리 상공에 떠서 다급한 어조로 말해왔다.

  하이퍼키네틱 레지스터가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범위는 내가 서 있는 곳 상공 5미터 정도.

  그리고 그로부터 반경 10미터가 최대 효과 범위였다.

  나와 아라크네는 그 범위안에 갇혀 있었고, 나는 강하나에게 그 범위 내로는 절대로 들어오지 말고 그 범위 밖에서 정령과 마법의 힘으로 만 아라크네를 요격하라고 일러준 것이다.

  강하나는 내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콰콰쾅!

  또 다시 엄청난 열기가 공기를 달꿨다.

  [끄아아악! 네, 네놈들!!!]

  도대체 어떤 공격이 아라크네의 등 뒤로 퍼부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라크네가 고통에 찬 염파를 뿜어냈다.

  하지만 녀석이 고통에 비명을 지를 수록 나 또한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배에 박힌 놈의 다리가 경련하듯 요동쳤기 때문이다.

  [내가, 내가 온전한 힘을 쓸 수 있었다면, 네놈들이 감히 날 대적할 수 있었을 것 같으냐!!!]

  고통과 분노, 억울함이 깃든 염파가 머릿속을 휘몰아쳤다.

  "그렇게 억울하면 본체로 오시든가!!"

  저 멀리서 강하나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크큭.'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웃음이 나왔다.

  왠지 이 상황이 유쾌했다.

  저 강력하고 오만한 존재에게 한 방 먹여줬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네놈 뒤에 있는 신좌, 누군지 몰라도 열 깨나 받겠군.'

  강하나가 신나게 후려 패는 공격 한 방 한 방이 너무나 통쾌했다.

  그럴 때마다 나 또한 의식이 흐려 질 정도로 아팠지만, 몸속에서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이 그 고통을 어느 정도 희석시켜 주었다.

  하지만 아직 결정타가 부족했다.

  이대로라면 언제 구속이 풀려 아라크네가 날뛸지 몰랐다.

  '될까 모르겠네.'

  나는 왼쪽 팔목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왼쪽에 있는 플라스마 링으로부터 플라스마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내 슈트의 에너지를 집중해서 그 플라스마를 더욱 크게 키웠다.

  에너지가 주입될수록 플라스마는 커지고 커져 결국 커다란 바위만한 크기를 이루었다.

  원래의 출력을 훨씬 넘어선 양이었으나, 아직 기기에 큰 부담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지 않게, '기계적 이지 않은 방법'으로 충분히 조정했으니까.

  '스킬이니까 기계적인 방법은 아니지.'

  이것은 [디바이스 컨트롤]의 고난도 응용 기술인 '출력 초과'였다. 아직은 정신을 집중해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기계의 한계 성능 이상으로 성 능을 끌어내는 응용법이었다.

  나는 플라스마 링을 정교하게 조작 하여, 마치 성냥개비에 남은 불씨를 꺼지지 않게 조심조심 나르는 것처럼 플라스마를 정교하게 한 군데로 옮겼다.

  플라스마는 동실동실 떠서 거미 여왕의 연질의 눈앞으로 다가갔다.

  [이, 이건 뭐냐!]

  아라크네가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을 직감했는지, 공포에 찬 음성으로 물었다.

  "널 따스하게 덥혀줄 작은 선물이야."

  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는 아라크네의 몸속을 덥혀주기 위해 친히 녀석의 입속으로 그것을 천천히 집어넣어 주었다.

  [끄아아악!]

  녀석의 영혼이 비명을 질렀다.

  안 그래도 폭탄 터진 매캐한 냄새가 가득한 동굴 속으로, 뭔가가 타는 냄새가 빠르게 더해졌다. 울컥울컥.

  무리를 했기 때문인지, 내 입에서는 울컥울컥 피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런 내내 고통에도, 마침내 거미 여왕의 고통에도 끝이 왔다.

  [이벤트 몬스터 아라크네를 처치하셨습니다.]

  [꿈의 조각 50개를 획득했습니다.]

  [2, 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아이템 '아라크네의 거미실샘'을 획득하셨습니다.]

  나는 아이템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반사적으로 [하늘의 눈]을 발동 해 그것을 보았다.

  -이름 : 아라크네의 거미실샘 -희귀도 : 유니크 -설명 : 여섯 가지 종류의 강력한 거미줄을 뽑아낼 수 있는 토시.

  "헉, 헉……."

  나는 힘들게 숨을 몰아쉬며 [하이 퍼키네틱 레지스터]의 작동을 해제 했다. 그리고 내 손에 들어온 얇은 토시 하나를 움켜쥐고 주먹을 불끈쥐었다.

  '역시 이벤트 몬스터라 그런지 보상 하나는 대박이네.'

  [아라크네의 거미실샘]은 상점에서 구입한 [아르카시아의 공간주머니] 와는 달리 내가 직접 던전에서 획득한 최초의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저 위에서 온몸이 반투명한 형상으로 변한 강하나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마치 불의 여신이된 것처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빨간 불꽃으로 작열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하늘거리며 불티를 날리고 있었고, 눈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 그녀 또한 매우 지쳤는지 내 옆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이런."

  하지만 강하나는 쉴 새가 없었다.

  그녀는 내 꼴을 보고 신음을 내뱉더니, 동굴 안쪽으로 획 고개를 돌렸다.

  "소, 소유야! 빨리 와!!"

  그녀는 안 그래도 전투가 끝나서 슬슬 눈치를 보며 다가오고 있는 김소유를 다급하게 불렀다.

  몬스터들은 아라크네가 죽는 순간 이미 뿔뿔이 흩어져 버렸지만, 김소유는 혹시나 남아 있는 몬스터가 있을까 봐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강하나의 목소리에 눈을 질끈 감더니 재빨리 달려 왔다.

  "소유야, 난 괜찮으니 무결 씨부터 어서 치료해 줘!!"

  김소유도 내 심각한 상태를 보고 입을 떡 벌리더니 내게 스킬을 사용 했다.

  이미 [유가선공]과 [천옥보주]로 치유되고 있던 내 몸에 김소유의 치유력이 보태졌다.

  나는 가물가물한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몸을 치료해 나갔다.

  정신을 잃는 순간부터 [유가선공]을 조종할 수 없기 때문에, 잘못하면 죽음에 이를 것 같았다.

  '이런.'

  곧 얼마 안가 내공이 바닥나는 것이 느껴졌다. 아라크네와의 전투에서 이미 내공을 많이 소모했기 때문에, 한계가 온 것이다.

  "가, 강하나 씨."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네, 무결 씨, 어서 말씀하세요."

  강하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혹시 내공을 조금…… 헉헉, 보태 주실수 있습니까?"

  내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묻자, 강하나가 잠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았어요."

  그렇게 말할 때까지의 그녀는 여전히 불꽃과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나오럼."

  그러나 그녀가 입을 열어 '나오라'는 말을 하자마자 그녀는 변신에서 해제되어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문제는…… 그녀가 '순수한'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이게 문제란 말이야."

  강하나는 부끄러운 듯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한 손으로는 가슴을 가리고, 한 손은 누워 있는 내 가슴에 얹었다.

  곧 그녀의 가슴으로부터 따스한 기운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녀 또한 무공을 배운 내공 사용자임은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그 사실이 천만다행으로 느껴졌다.

  여기서 내공을 수급할 수 없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나는 눈을 감고 내 몸을 휘도는 그녀의 내공을 인도하여 [유가선공] 올 운용해 나갔다.

  그렇게 차분히 내 몸을 치료해 나가기를 십수 분.

  '이제 됐다.'

  강하나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내공의 흐름에서 그녀 또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던 중에, 급한 불은 꼈다.

  이제는 [유가선공]의 도움 없이도 무사히 요양만한다면 충분히 치유가 될 것이다.

  '조금 자고 일어나도 괜찮겠지.'

  나는 비로소 안도하며 정신을 잃었다.

  * * *

  "호오?"

  푸르른 나무 위에는 새하얀 올빼미가 한 마리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뭇가지 옆으로 하늘하늘한 그리스 전통 의상인 키톤(chiton)을 걸친 여인이 앉아 졸고 있는 올빼미의 머리를 콕콕 건드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네 화신체가 소멸당했다고?"

  여인은 올빼미로부터 고개도 돌리지 않고 흥미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예, 예……."

  여인이 앉아 있는 나무 앞으로 덩치가 산만한 거미가 마치 쩔쩔매는 것처럼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자세히 말해보렴."

  여인이 싱긋 웃으며 나긋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라크네는 경기를 일으키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알았으니까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말해봐."

  아라크네가 주절주절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그녀의 이야기에 따라 여인의 머릿 속에서 아라크네가 겪은 전투가 사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재구성되어 갔다.

  신이 가진 권능, [전지]의 일부였다.

  "그러니까, '숨겨둔 것이 있다면 더욱. 꺼내도록 하여라' 따위의 말을 했단 말이지?"

  "네, 네……."

  "넌 입이 모든 것의 화근이야."

  "네…… 네?"

  "내가 그따위 말을 흘리고 다니니 말라 하지 않았니."

  여인이 올빼미를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차가운 눈빛으로, 아라크네를 내려다보았다.

  "하아, 내가 멍청했지. 너 따위를 소환하는데 포인트를 이렇게 소모하다니."

  여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돌아가라."

  "제, 제발 기회를 더 주십시……!"

  "시끄럽다."

  딱!

  "아, 안돼!!!!"

  여인이 손가락을 튕기자 아라크네가 작은 점으로 수축되듯 빨려들더니 사라져 버렸다.

  "휴우, 골치야."

  멍청한 부하가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고 다닌 덕분에 녀석들이 '파편'의 존재를 눈치채면 어쩔까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아랫세계에서 '각성자'라 불리는 존재들 중에 '파편'을 갖고 있는 자가 있다는 정보를 막대한 카르마 포인트를 지불해서 알아냈건만, 파편의 소유자를 탐색하는 와중에 부하 녀석이 쓸데없는 정보를 흘려버렸다.

  '그나저나 신무결과 강하나?'

  여인이 아라크네로부터 들은 이름을 중얼거렸다.

  '파편'의 소유자는 강력한 무력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은 만큼, 아라크네를 쓰러뜨린 두 사람이 그녀의 관심을 잡아끌었다.

  '다음 재앙형 던전이 언제지?'

  재앙형 던전은 다른 던전들보다 상대적으로 '개입'하는데 드는 카르마 포인트가 적었다.

  그들을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하려면 다음 재앙형 던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파편…… 그것만 있으면.'

  그녀가 올빼미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런 불완전한 [전지]가 아닌 진짜 권능을 손에 넣을 수 있어. 그때가 된다면…….'

  그렇게 되면 그녀의 신격은 한 차원을 넘어서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리라.

  그녀가 다음 계획을 세우며 가만히 올빼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올빼미는 가만히 졸며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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