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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061 '신성개입? 이벤트 몬스터……?' (61/215)

  기계신과 함께 061 '신성개입? 이벤트 몬스터……?'

  생전 처음 보는 생소한 단어들.

  '외부 요인?'

  변수가 생겼다. 그것도 크나큰 변수가.

  던전에 외부 요인이 개입하다니, 전생에서는 내가 아는 선에서 한 번도 없던 일.

  '도대체 뭐지? 어떤 게 달라졌기에 지금의 변화가 생긴 거냐?'

  클리어되지 않아야 할 던전이 클리어된 일, 많은 사람의 생사가 달라진 일, 은하그룹을 비롯한 세계기업들의 행보가 전생에 비해 훨씬 빨라진 일 등등.

  순식간에 내가 창출한 수많은 변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니야, 반대쪽에서부터 짚어가야 돼. '누가' 과연 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던전에 이런 이벤트 몬스터를 삽입 할 만한 영향력을 가진 자들.

  나는 그런 자들을 딱 하나 알고 있었다.

  '설마 24신좌들, 벌써 나타난 거냐?'

  던전 시대 2기가 시작되고 나타난 신비의 존재들.

  그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

  '그렇군. 바로 나였어.'

  던전 시대 최대의 변수.

  그것은 바로 '회귀자' 신무결.

  바로 나였다.

  어떤 루트에서든 신들이 회귀자인 내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를 감시 또는 염탐하기 위해 아라크네라는 존재를 이 던전에 집어넣은 것이다.

  ……라고 나는 추측했다.

  그렇다면 확인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이 있다.

  녀석들이 어떤 경로에서든 회귀자의 존재를 눈치챘다면…… 그것을 나라고 특정하고 있는가?

  [네놈들이로구나, 내 아이들을 죽인 놈들이.]

  어둠 속에서 불꽃에 감싸여 환하게 빛나는 강하나의 몸.

  그런 그녀를 광원으로 해서 아라크 네의 실루엣이 드러나고 있었다.

  천장에서 천천히 거미줄을 타듯 내려오는 그녀는, 이 뻥 뚫린 천장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했다. 너무나 커다래서 인간 세상의 가장 큰 동물이라는 흰수염고래보다도 클 것 같은 거미.

  그런 그녀가 강철 기둥 같은 다리를 따그닥따그닥 움직이는 모습은 기괴스럽기까지 했다.

  강하나가 그런 아라크네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우리를 조용히 보내주세요. 여기서 나가겠습니다."

  그 거대한 몸체, 그리고 몸체의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존재감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맞닥뜨리고 있었음에도, 강하나의 목소리에는 작은 떨림 조차 없었다.

  그녀는 마치 당연한 것을 요구하는 듯한 태도로 아라크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호오, 넌 참 재미있는 친구로구나.]

  아라크네가 다리를 까딱거리며 그 거대한 상체를 강하나를 향해 바짝 들이밀었다.

  [마치 내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예쁘고, 강인하고…….]

  아라크네가 과거를 생각하는지 훗훗 웃었다.

  [오만하지.]

  그녀가 날카로운다리 끝부분으로 강하나의 머리를 살며시 건드렸다.

  [예쁜 아이야, 혹시 네가 '그 아이'니?]

  "……그 아이요? 그게 어떤 아이를 말하는 겁니까?"

  강하나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모로 누였다.

  [흐응, 그건 말하면 안 되지. 절대 안 될 말이야. 그걸 내 입으로 말한다면 내게 주어진 기회가 날아가 버리게 돼.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는 이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릴 수는 없지.]

  아라크네가 의뭉스럽게 말했다.

  강하나나 아라크네 둘 다 서로의 대화로부터 얻어낸 것은 없는 듯했다.

  그러나 곁에서 그것을 듣고 있던 나는 달랐다.

  '그 아이.'

  확신했다.

  회귀자를 찾는 것이든, 다른 무언가를 찾는 것이든 녀석들은 대상을 특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녀석들은 역시 '그 아이'라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아라크네 같은 강대한 몬스터를 파견한 것이다.

  '저 녀석이 수다쟁이라 다행이다.'

  아라크네는 신화에서 듣던 것처럼 멍청했다. 자신이 중얼거린 말한 마디 한 마디가 어떤 추측을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것을 보면.

  그러나 불행하게도, 신화와는 다른 점도 있었다.

  [너희도 들있겠지? 내가 내기를 통해서 거미가 되었다는 것 말이야. 꽤나 유명한 신화라구.]

  "……네, 알고 있습니다."

  강하나가 성실하게 그녀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그래서 내기를 하나 할까 해.]

  아라크네의 목소리가 은밀해졌다. 마치 옆에 있는 연인에게 속삭이듯.

  "어떤 내기입니까?"

  강하나가 덩달아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기의 내용은 간단해.]

  그녀의 목소리가 웃음기를 띠기 시작했다.

  [내게서 살아남는 거지!!! 깔깔깔깔!!]

  그리고 마침내 그 웃음기는 폭소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강철 같은 다리가 강하나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그녀의 다리는 끝이 송곳처럼 날카로웠다. 사람 하나쯤은 쉽게 떨 수 있을 정도로.

  "헛!"

  강하나가 기성과 함께 그 다리를 간신히 쳐냈다.

  [호호호호호!!]

  마치 찢어지는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아라크네의 다리가 폭풍처럼 강하나를 몰아쳐 갔다.

  그 다리 공격은 일격 일격이 포크 레인으로 내려치는 것 같은 충격량을 담고 있었으며, 놀랍도록 정교했다.

  카카카카카캉!!

  강하나는 정신없이 거미줄을 밟고 옮겨 다니며 검으로 그 다리를 쳐내고, 피했다. 그녀는 마치 제비와 같은 움직임으로 날렵하게 공격들을 피했다.

  어느새 불의 힘은 사라지고, 대신 갈색 기운이 그녀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단단하고 무거운 갈색의 기운.

  대지의 정령의 힘이었다. 그 정령의 힘이 그녀의 몸과 검을 단단하고 강인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는 생채기가 하나씩 늘어가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공격들이 그녀의 몸을 하나둘 스쳐 지나갔다.

  '시험하고 있어.'

  아라크네는 점점 공격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마치 숨겨둔 게 있으면 모두 내 앞에 보이라는 듯.

  '무언가를 탐색하고 있어.'

  '감시자'라는 이름답게 아라크네는 그녀의 행동에서부터 무언가를 찾아 내려 하고 있었다.

  그게 무엇일까?

  나는 반대로 아라크네의 의도를 읽으려 노력했다.

  공격이 점점 거세어지며 강하나의 회피 속도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었다.

  '뭐야, 저건?'

  나는 슬슬 입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강하나의 움직임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아라크네의 공격을 잔상이 남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회피하면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엄청나다……!'

  강하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대단했다.

  웬만한 근접계 헌터들은 일 대 일 대결에서 꺾을 수 있을 거라 믿어왔는데, 강하나는 전혀 자신이 없었다.

  그녀가 저런 식으로 나를 공격해 온다면, 나는 과연 그녀를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자세히 관찰할수록 그것이 단순히 움직임에 의해 파생되는 현상이 아니란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스킬이다!'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든 익힌 스킬 임에 틀림없었다.

  [호오, 재미있는 스킬이구나.]

  아라크네도 그것을 알아차린 듯 흥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흥분이 섞여 있었다.

  혹시 강하나의 움직임에서 흥분되는 뭔가를 찾아낸 것일까?

  [그러면 이것도 막아보겠니?]

  아라크네가 이번에는 거미줄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거미줄은 다른 거미들의 거미줄과는 달랐다. 허공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마치 폭죽처럼 사방으로 화려하게 터졌다가 강하나를 향해 내려앉았다.

  '뭐야, 이거?'

  그녀의 거미줄은 우아하고, 복잡했으며, 정교했다. 마치 허공에 자수를 놓는 것처럼 거미줄들은 강하나의 사방을 점하며 그녀를 묶어갔다.

  "크읏!"

  강하나가 신음을 내뱉는 게 들렸다.

  [숨겨둔 것이 있다면 더 꺼내도록 하여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번개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아라크네가 찾고 있는 것의 정체를 알아냈다.

  저 녀석은 각성자가 '숨겨둔 것', 즉 '스킬'을 찾아내고 있었다.

  '어떤 스킬을 찾아내고자 하는 거지?'

  머릿속이 팽팽 돌아갔다.

  만약 회귀자에게 특성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가장 큰 특징은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미래를 아는 듯이 행동하는 자라면 그자가 회귀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그 점에 주안점을 두지 않고 있었다.

  전생에 비해 은하그룹을 비롯한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도.

  '잠깐, 저들이 전생에 관해 모른다면?'

  전생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행동하는 거라면 이해가 갔다. 혹은 저들이 현실 세계를 살필 '눈'을 갖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회귀자에게 다른 특성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하나 더 있다!'

  나는 마침내 그 해답을 찾아냈다.

  회귀 후에 생긴 특별한 변화, 특별한 스킬.

  [마스터 피스].

  아직 스킬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것이 많은 미스터리한 스킬.

  중요한 것은 이것이 24시간에 한 번씩 [기계변환]이 가능하게 해주는 스킬이란 것이었다.

  나는 [최초의 던전]에서 이 스킬로 5층의 마더 좀비를 간신히 격퇴할 수 있었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기계를 일시적으로 미래과학장비로 변환시켜 주는 스킬.

  그건 전생에서는 없던 스킬이었다.

  '일단 녀석들이 회귀자를 찾고 있는 거라면, [마스터피스]는 숨기는 게 좋겠어.'

  혼자 조용히 관찰하며 생각할 시간을 얻은 덕에 큰 실수를 면했다.

  녀석을 [마스터피스]로 빠르게 격퇴할 생각이었는데, 생각을 바꾸었다.

  아라크네라는 녀석은 한 사람씩 가진 스킬을 차례로 확인해 볼 심산으로 강하나만 상대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것이 바로 녀석의 최대 실수였다.

  [마스터피스]는 절대로 쓰지 않을 것이다.

  아라크네를 여기서 죽인다 하더라도 이것이 녀석의 본체는 아닐 게 분명했으며, 녀석이 얻은 정보는 그대로 신좌들에게 넘어갈 것이다.

  계산을 마친 나는 온몸의 근육을 조용히 수축시켰다 이완시키며 풀어 주었다.

  강하나가 힘겨워하고 있었다.

  [오호호호호!!]

  아라크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속으로 타이밍을 셌다.

  셋, 둘, 하나.

  '지금!'

  나는 품속에서 번개처럼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레일 건.

  내가 현재 가진 무기 중에 순간 파괴력에 있어 최강인 무기.

  그것을 꺼내자마자 조준도 없이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서부의 총잡이 들이 결투를 벌이는 것처럼 레일 건을 순식간에 꺼내 쏜 것이다.

  쿠와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아라크네가 다리 두 개를 잃었다. 엄청난 힘이 그녀의 다리 두 개의 관절부를 관통하며 그대로 끊어버린 것이다.

  나는 레일 건의 반동으로 총을 쏜 반대쪽인 절벽 아래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크에에에에에엑!!

  아라크네의 고통에 찬 비명이 들려왔다.

  [이 벌레 같은 것이!!!!]

  그녀의 분노에 찬 염파가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마스터, 저거 누워서 침 뱉기 아닌가요?]

  '엄밀히 말하면 거미는 곤충이 아닌 절지동물이기 때문에 벌레는 아니지.'

  슈리가 의문을 표하자마자 전투 중에도 저절로 대답이 나갔다. 생각과 동시에 슈리가 그것을 읽기 때문에 딱히 심력을 소모할 것도 없었다.

  [차례를 잘 기다리고 있길래 깔끔하게 죽여주려 했건만, 산 채로 박제해 버려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주겠다!!]

  아라크네가 엄청나게 분노하여 죽일 듯이 괴롭히던 강하나는 내팽개 치고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강하나가 지쳐서 거미줄 위에 주저 앉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주위로는 이미 거미줄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기 때문에 주저앉을 공간은 얼마든 지 있었다.

  멀리서도 그녀의 걱정에 찬 표정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까지 도와주지도 않고 지켜본 나를 원망하긴 커녕 걱정하는 태도라니, 저 여자도 참 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라!!]

  어느새 나를 사정거리에 둔 아라크 네로부터 거미줄이 폭죽처럼 터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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