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과 함께 054 -이름 : 김치우 -상태 : 각성자, 다혈질 -고유 스킬 : [만월의 야수], [육감]
'[만월의 야수], 이것 때문이구나.'
이것도 [천살성]처럼 각성자의 성격에 영향을 주는 스킬인 듯했다.
"그런데 다들 여긴 어떻게 알고 들어왔습니까?"
내가 묻자 강하나가 절벽 아래를 가리켜 보였다.
"저것들에게 쫓겨 왔어요."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크기가 5m쯤 되고, 몸이 회색인 몬스터 세 마리가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한 마리는 머리가 셋 달렸고, 다른 두 마리는 머리가 둘 달려 있었다.
"트롤들이군요."
이곳에 자생하는 '그레이 트롤'들이었다.
머리가 많을수록 더 강력한 놈인데, 이곳에 있는 놈들 중에서도 꽤나 강력한 몬스터였다.
확실히 강하나 일행이 아무리 정예라 해도 저 셋이면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1스테이지에는 3개월 차 헌터들이 사냥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놈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는데, 저놈들이 그중 하나였다.
나는 [하늘의 눈]으로 세 놈을 살펴보았다.
-이름 : 쿠쿨룩 -상태 : 배가 고프다 -설명 : 그레이 트롤족의 전사.
-이름 : 쿠루룩 -상태 : 인간 고기가 또 먹고 싶다 -설명 : 그레이 트롤족의 전사.
-이름 : 쿠르루룩 -상태 : 파괴 광선 -설명 : 그레이 트롤족의 전사장.
'저놈들, 이미 사람 맛을 본 놈들이군.'
그렇다면 아마 우리가 여기에서 내려을 때까지 죽치고 기다릴 것이다. 식탐이 강한 놈들이라 한번 먹잇감으로 점찍은 것들은 쉽사리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놈들이 자꾸 쫓아와서 말이야."
빡!
강하나가 김치우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다.
"……요."
김치우가 입을 삐쭉이며 존댓말로 바꾸었다.
"사정은 들었습니다. 이 동굴을 찾으신 분이 당신이라고 들었습니다."
한서후는 내가 이 동굴을 만들어낼 때 기절해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내가 '발견한' 동굴이라 설명한 모양이다.
"저 방울들을 밟고 공중으로 도망치는데도 한계가 있어서 마침 보인 이곳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놈들, 나무는 잘 타지만 다행히 절벽은 못 타더군요."
강하나가 부연 설명을 했다.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여기서 머무르다가 저 트롤들이 사라지면 나가서 사냥을 재개 할 생각입니다."
대답은 긴 머리의 남자, 천재령에게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쟤들 쉽게 안 갈 텐데.'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천재령이 덧 붙였다.
"하지만 저 몬스터들이 쉽게 사라 질 것 같지 않으니, 제안이 있습니다."
천재령이 나와 한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중 한 마리의 시선을 끌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저희 전력으로 두마리까지는 사냥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분이 도와주신다면 저 세 녀석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한서후 씨?"
내가 한서후를 보며 물었다.
"좋습니다."
어차피 꿈의 조각을 얻기 위해서는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기 때문에 한 서후는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일이 잘 풀리는걸?'
마침 이지스 클랜은 7일 내에 기회가 되는 대로 찾아가 실력을 엿볼 계획이었다.
제2스테이지는 절대 나 혼자서는 공략할 수 없고, 다른 이들과 협력 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나와 제대로 된 협력관계를 구축할 곳을 모색해야 했는데, 이지스 클랜은 그중에서도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곳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지금 바로 할까요?"
김치우가 일어서며 씩씩하게 말했다. 몸이 근질근질한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엇, 저, 저기!"
김소유가 갑자기 저 멀리 동굴 밖을 손으로 가리켰다.
다들 동굴 밖을 바라보다가 경악하고 말았다.
꾸우우응~ 콰직, 콰지직!
새끼 베히모스가 온 밀림을 밟아대며 우리 쪽으로 신나게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재 왜 이쪽으로 오는 거야!!"
김치우가 뜨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나는 베히모스의 발치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달리는 것을 발견했다.
강하나 또한 그 모습을 보았는지 소리쳤다.
"헌터들이에요!! 옷의 엠블럼을 봤을 때…… 한서후 씨?"
"예?"
"한국 헌터 클랜분들 같은데요?"
"아……."
한서후가 다급한 얼굴이 되어 저 멀리 인간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제 신호를 따라온 동료들인 것 같습니다. 구하러 가야겠어요."
한서후가 급히 일어서며 말했다.
"어쩌시려고요?"
강하나가 물었다.
"일단 가면서 생각해 보렵니다."
우드득- 두득- 한서후가 굳어 있던 몸을 풀었다.
"에휴……."
강하나가 한숨을 내쉬더니 일행을 보며 말했다.
"우리도 돕는다."
"오케이."
"네, 언니."
"로드."
김치우와 김소유는 강하나의 갑작스러운 명령에도 아무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인 반면, 천재령은 반대 의사를 비춰왔다.
"저희 전력은 당분간 숨겨두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위급 상황에선 어쩔 수 없지요."
"저희 클랜에 있어서 지금은 위급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사람 목숨이 걸려 있어요. 지금이 위급 상황이 아니면 언제가 위급 상황이죠?"
"저들은 헌터입니다. 자기 목숨쯤은 책임질 각오를 한 사람들입니다."
"천 실장님, 말씀은 알겠지만 제가 어떻게 실장님을 도와드릴 수 있었는지를 잊지 마세요."
강하나가 단호한 표정으로 그리 말하자 천재령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성함이……?"
강하나가 날 보며 물었다.
"신무결 입니다."
"신무결 씨, 그리고 한서후 씨."
강하나가 눈을 번뜩였다.
"지금부터 보시는 것에 대한 비밀, 지켜주시리라 믿어요."
나와 한서후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는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지만.
사실 내 생각 또한 천재령과 같았다. 엄밀히 말하면 타 클랜원이라 할 수 있는 나와 한서후 앞에서 자신들의 전력을 노출시키려 하다니. 우리의 어딜 믿고 그런단 말인가? 강하나가 클랜 로드로서는 조금 안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하지만 작전은 저희가 지휘하고 싶습니다. 두 분, 따라주시겠습니까?"
강하나가 나와 한서후를 보며 물었다.
"알겠습니다."
한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서후는 안 그래도 자신 혼자서만 저들을 구하는 게 벅찼는데, 이들이 도와준다고 하니 은근히 감동한 표정이었다.
"네."
나 또한 괜히 거절해서 이들의 빈축을 살 이유가 없었다.
이들은 나의 능력을 아예 모르고, 나는 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모른다.
이럴 때는 소수인 쪽이 다수인 쪽의 작전을 따르는 것이 효율 면에서도 옳았다.
물론 미래지식이 있는 내겐 일반론적인 얘기일 뿐이었지만.
"들었죠? 부탁드립니다."
강하나가 천재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천재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클랜 로드는 강하나지만 강하나는 그에게 작전지휘권을 모조리 넘겼다. 그만큼 그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천재령은 우리를 한 차례 둘러보더니 말했다.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벌써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 모양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강하나와 한서후를 지목했다.
"두 분, 지금 바로 출발해야겠습니다."
"지금 바로요?"
"예, 한서후 씨는 저들을 이리로 데려오시고, 로드께서는 베히모스 눈앞의 비눗방울들을 터뜨리며 시선을 끌어주십시오."
"오케이."
"네!"
강하나와 한서후가 동굴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다음으로 천재령은 김치우를 바라보았다.
"치우 씨, 저 트롤 놈들, 해치울 수 있겠습니까?"
"저 혼자요?"
"예."
"아까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면서요?"
"그래서 불가능합니까?"
천재령의 물음에 김치우가 씨익 웃었다.
"물론 가능하지요."
"시간은 얼마나 드리면 됩니까?"
"3분?"
"너무 늦습니다. 모든 힘을 개방하세요."
"모든…… 힘이요? '변신'까지 포함해서요?"
"예, 그리고 소유 씨, 버프는 치우 씨에게만 집중해 주세요."
"치우한테 만요?"
"예, 치우 씨, 그러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김치우가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30초?"
"해치우고, 저놈들은 제가 지시하는 곳으로 던져주십시오."
"던져요? 저 큰 놈들을요?"
"불가능합니까?"
"아뇨, 가능하긴 한데…… 어디까지요?"
"일단 머리 둘 달린 놈 하나를 베히모스의 얼굴에다 던져주십시오."
놀라운 일이었다.
지금 천재령이 베히모스를 떼어내기 위해 쓰려는 방법은 내가 생각한 방법하고 정확히 일치했다.
나야 전생의 경험이 있어서라지만 이 사람은 대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냈단 말인가?
"베히모스의…… 얼굴요?"
"불가능합니까?"
"아, 거참! 가능해요, 가능해!"
"나머지 둘은 베히모스의 반응을 보고 알려 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출발해 주세요."
"오케이~!"
"치우야, 같이 가!"
김치우와 김소유가 동굴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신무결 씨."
"네."
"베히모스의 앞에 머리 둘 달린 트롤이 당도했을 때, 원거리에서 트롤을 둘로 갈라 베어주십시오."
이 대목에서나는 또 다시 놀랐다.
첫째는 그가 생명체들의 피에 민감한 베히모스의 습성을 알고 있어서 였고, 둘째는…….
"원거리에서 베어달라고요……?"
천재령이 내 눈을 빤히 직시했다.
그는 내가 싸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면서, 내 능력을 확신 하고 있었다.
'어떻게……? 아.'
나는 동굴을 둘러보았다.
'이것 덕분이군.'
"동굴 때문입니까?"
앞뒤 다 자른 내 질문이었지만 천재령은 알아들었다.
"네."
콰앙!!
밖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김치우가 트롤들과 싸우는 소리였다.
"제가 동굴을 만들어낸 것은 어떻게 알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