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계신과 함께 039 무공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39/215)

  기계신과 함께 039 무공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내공을 쌓고 그것을 운용하기 위한 [내공심법], 혹은 내공만을 운용하기 위한 [기공], 그리고 [장법], [권법], [각법] 같은 격투술이나 [검법], [도법] 같은 무기술.

  '무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는 인간의 신체로 강해지기 위한 방법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내공심법이라 할 수 있었다.

  내공은 인간이 신체의 한계를 뛰어 넘어 초인의 단계에 이르게 해주는 가장 핵심적인 무공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다른 무공이 중요 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내공의 성질에 걸맞은 장법, 권법, 각법 등의 격투술이나 검법, 도법 같은 무기술을 운용하면 단순히 내공을 운용하는 것의 몇 배의 위력이 나올 수 있었다.

  무당의 내공에는 그에 맞는 유연하고 장중한 장법이, 화산의 내공에는 그에 걸맞은 날카롭고 도도한 검법이 어우러짐으로써 그들의 무공이 최고의 반열로 도약했듯이.

  그런 면에서 천마신교의 기초 권공인 [초마권법]과 천마와 의선이 만든 [의기활신유가선공]은 꽤나 성질이 잘 맞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의기활신유가선공]은 내공의 운용에 있어서 자유도가 무지막 지하게 높은 내공심법이었다.

  내가 회귀 이전에 쓰던 언커먼 등급의 무공은 권법(準法)과 세트인 내공심법이었다.

  저등급의 무공이 그렇듯, 그 무공을 사용할 때 나는 내공을 원하는 만큼 뽑아 쓰기 위해서 반드시 권법의 초식에 맞는 투로를 밟아야 했다. 그렇게 초식이라는 정해진 움직임을 통하지 않고서는 몸속에 있는 내공이 도무지 뜻에 따라 운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익히고 있는 이 유니크 등급의 무공 [의기활신유가선공] 은 전혀 달랐다. 단지 의지만으로도 손쉽게 내공이 움직여 [초마권법]이 내공을 필요로 하는 순간 적절하게 내공을 공급해줬던 것이다.

  '고등 내공심법을 익힐수록 무공에 대한 자유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더니 정말 편하군.'

  예전의 내공심법이 소형 경차를 타는 느낌이었다면 [유가선공]은 롤스 로이스를 모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유니크 유니크 하지.'

  둘째로 [초마권법]은 내공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이 시대의 기초지공답지 않게 의외로 내공의 힘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 있었다. 아마 천마의 안배가 있었던 것 아닐까 싶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나는 [초마권법]에 [유가선공]의 내력을 조화롭게 실어내며 간신히나마 교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네놈…… 초마권법 따위로 생각보다 잘 받아치는구나?"

  교주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역시 천마의 무공은 내가 얻었어야 했어."

  천마의 무공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 만큼 대단했음을 확신하자, 놈의 눈에 질투가 깃들기 시작했다.

  그는 [배틀 센스]와 [초마권법], 그리고 영단과 포인트의 힘을 먹고 자란 [유가선공], 거기에 더해 각성자로서의 스텟까지 합친 내 모든 전투 능력을 오로지 내가 익힌 내공심법의 위력 덕분인 줄 알고 있었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유가선공]이 뛰어난 무공인 건 맞지만, 사실 전투보다는 치료와 신체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둔 무공이기 때문에 별로 이 정신 나간 교주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 줬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역시 말해봤자 입만 아픈 얘기일 뿐.

  "근데 그 정도 무공만으로도 이미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왜 굳이 천마의 무공을 탐내는 거지?"

  나는 이 점이 의문이었다.

  이미 이자는 내공과 그것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조법을 익힌 상태였다.

  내가 봤을 땐 지금 시대에 이자의 상대가 될 만한 자가 있을까 싶은데, 왜 이자는 이렇게 천마의 무공에 집착하는 걸까?

  "하하, 내가 비록 강하긴 하지만 천마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가 봤던 천마께서는…… 아아, 그래, 하늘 아래 홀로 서신 분이었지."

  교주의 눈이 과거를 그리는 것처럼 아득해졌다.

  "나는 아직도 기억난다. 그분을 둘러싼 정파의 최고수 수십 명이 그분의 간단한 손짓 아래 나가떨어지던 것을. 그때부터 꿈꿔왔다. 그분의 진정한 후계자가 되는 것을. 그런데……."

  그가 다시 나를 바라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그런데 네놈이, 감히 약초나 캐던 천한 놈이 그 기회를 가로채다니!!"

  나는 기연 동굴에 아직 [유가선공]의 책자가 있다 하려다가 관뒀다. 어차피 믿지도 않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런 놈한테는 말해주기 싫었다.

  '말하는 것도 그렇고 이런 무식한 놈이 교주라니. 역시 힘만 세면 장땡인 세상이군.'

  저 교주란 놈은 무공을 익히는 건 잘할지 모르겠지만 암만 봐도 답답한 놈이다.

  애초에 아무것도 모르는 성녀가 천마의 무공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지레짐작한 거나, 단지 내가 빨리 강해졌다는 것만으로 [유가선공]이 절대신공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나, 이것저것이놈의 논리는 짜증 날 정도로 허점투성이였다.

  그냥 무공이 세서 교주가 된 놈.

  딱 그 정도였다.

  '하긴, 그러니 지금 천마신교가 이 지경이 된 거겠지.'

  "이 주변에 폭약 같은 것도 설치해 놨지?"

  "……어떻게 알았지?"

  교주는 놀람과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아니, 뭐. 하는 짓이 워낙 뻔해야 말이지. 딱 전형적인 무협 소설 악당이잖아, 이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안 되겠군, 그냥 빨리 네놈을 처리하고 다시 한번 폭약을 점검해 봐야겠어."

  교주가 이제 놀이는 끝났다는 듯 모든 기세를 드러내었다.

  '지금부터 시작이군.'

  나 또한 온몸의 기세를 북돋웠다.

  내가 준비를 마치자마자 교주가 자리를 박찼다. 그리고 나도 그의 움직임에 맞추어, 자리를 박찼다. 반대쪽으로.

  "이 자식, 게서거라!!"

  교주가 황당해하며 나를 쫓아왔다.

  "너 같으면 서겠냐!!"

  신체 능력상으로는 상대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아챘으니, 이제는 작전이 먹히기만 바랄 뿐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교주로부터 도망쳐 교주전 내부를 빙글빙글 돌았다.

  밖에는 죄다 교주의 부하들이 깔려 있었으니, 이 안에서 싸우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좁은 장소의 특성상 도망치던 난 곧이어 따라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몰아쳐 오는 교주의 공격을 받아치기 시작 했다.

  교주의 손이 마치 다섯 개로 늘어나듯 불어났다.

  팟- 내가 막지 못한 교주의 손이 오른 팔의 살점을 뜯어냈다.

  파팟- 연이어 다가온 손톱이 허리 어림을 할퀴고 지나갔다. 교주는 미친 듯이 움직이며 내 전신을 손톱으로 난자 해 갔다.

  그러나 나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묘기처럼 교주의 공격을 맞받고, 때로는 흘려내며 그에게서 버티고 있었다.

  교주가 엄청나게 잘 버티는 나에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네놈…… 무공은 보잘것없지만 공격을 피하는 솜씨 하나만은 쥐새끼 같이 대단하구나!"

  "감탄인지 조롱인지 하나만 하라고."

  내가 무공의 격차 이상으로 잘 버티는 것은 교주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주는 [배틀센스] 덕분이었다.

  [배틀 센스]는 [초마권법]과 [유가선공]의 성취를 감안해 교주의 공격을 방어하는 최상의 방법을 끊임없이 내게 제시해 주고 있었다.

  교주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답안지'를 제시해 주고 있는 셈!

  물론 그 답안지를 베껴 쓰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답안지를 알맞게 베껴 쓰려면 [초마권법]과 [유가선공]라는 펜을 정교하게 사용 해야 했기 때문에.

  [배틀 센스]는 어디까지나 내 수준에서 가눙한 움직임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그 정도 수준에 맞춘 답안지를 제시해 준다.

  그리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배틀 센스]가 지금 요구하는 것은 내 한계상의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집중을 잃어도 [배틀 센스]가 요구하는 움직임에 못 맞출 터였다.

  '하지만 답안지를 베껴 쓰는 것조차 못한다면 회귀한 게 아깝지!!'

  나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계속되는 교주의 공격을 피해내고, 때로는 막아냈다.

  그러나 그럼에도 상처는 끊임없이 늘어났다. 교주의 손가락은 가볍게 내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내 살점을 뜯어갔다.

  '체력' 스테이터스에 더해 무공의 힘으로 질겨진 피부를 이토록 쉽게 뜯어낸다는 건 교주가 그만큼 파괴력이 엄청난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소리였다.

  어느새 바닥에는 피가 작은 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도 위험해질 상황.

  그러나 나는 상황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내가 기다리던 때가 왔다.

  '지금!'

  나는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교주의 강맹한 공격을 가까스로 쳐 넘겼다.

  그런데 교주의 반응이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큭!"

  그가 갑자기 옆구리를 붙잡고 물러 났다.

  "……?"

  교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옆구리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표정을 짓던 그가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방금과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자,

  "큭!!"

  이번엔 교주가 오른팔을 붙잡고 물러섰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교주가 얼굴을 부들부들 떨며 물어 왔다.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미약하게 눈에 깃든 한 가지 감정을, 나는 읽을 수 있었다.

  "이, 이게……!!"

  교주가 다시 달려들었고 나는 다시 막았으며, 교주는 다시 가슴 부위를 붙잡고 물러났다.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이더냐!!!"

  미지에 대한 공포.

  교주는 눈에 보일 듯이 뚜렷한 공포심을 뿜어내고 있었다.

  "후……."

  나는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교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오, 오지 마라!"

  될 힘도 없어서 천천히 다가가는 거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교주의 공포심을 자극한 것 같았다.

  "흠…… 활용하기에 따라 전투에도 괜찮네, [유가선공]."

  그러나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교주에게 다가갔다.

  교주에게 이런 이상한 증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배틀 센스]가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유가선공]의 내공을 교주의 몸에 심어놓은 것이다.

  내가 전투에 있어서 교주에 비해 모든 것이 뒤처졌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이 단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의기활신유가선공]이라는 내공심법.

  나는 전투하는 도중에 [유가선공]의 내공을 서서히 교주의 몸에 심어 놓았다.

  보통 내공은 같은 무공을 익혔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성질이 달라서, 타인의 몸에 자신의 내공을 흘려 넣는다면 쉽게 섞이지 못하고 서로 반발하기 마련이다. 타인의 내공은 무림인에게 있어서 대개 불순물일 뿐이다.

  그러나 [유가선공]은 치료에 목적을 둔 신공이니만큼 타인의 기에 쉽게 섞여들 수 있는 묘용이 있었다.

  기로써 타인을 치료해야 하는데, 내공이 섞여들지 못하면 치료 자체를 못하지 않는가?

  나는 교주의 몸에 내 내공을 불어 넣은 다음, 그 내공이 교주의 온몸에 퍼지도록 계속해서 버텨내었다. 그리고 내내공이 교주의 '충맥(衝脈)'을 장악한 순간, 게임은 끝났다.

  충맥 (衝脈)은 기경팔맥 (奇經八脈) 중에 온몸을 순행하는 기혈의 요충지로, 이곳을 장악하는 순간 그의 온몸에 퍼진 내 내공을 조종할 수 있게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타인의 근골을 조종할 수 있는 [유가선공]의 묘용이 더해졌다.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짐으로써 나는 교주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 그의 몸 어느 한 군데의 기를 폭발시켜 그의 근골과 혈도조직을 끊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쉽게 말해 아까 손도 안 대고 내 등을 찢었던 것과 같은 짓을, 손을 대는 것만으로 교주의 몸에 할 수 있게된 것이다. 그것이 내가 손을 대는 것만으로 교주가 고통을 느끼게 된 이유였다.

  "자, 그럼 이만 결판을 내도록 하지."

  나는 교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상황이 나에게 유리해졌지만, 결코 방심할 이유는 안 된다. 여전히 교주는 강했고, 나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내가 교주를 죽일정도까지 타격을 입히기 위해선 그에게 5초 정도 손을 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말이 5초지, 교주와 같은 고수에게 5초를 빼앗을 수 있을까?

  "이 내가! 내가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교주가 마침내 최후의 수를 꺼내 들었다. 그가 왼손으로 오른손의 손 목을 쥠과 동시에 그가 지닌 모든 내공이 그의 오른손으로 모여들었다.

  그의 오른손에 강대한 내공이 모이며 손이 검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단 일수에 나를 죽이기 위해 숨겨왔던 비장의 수를 꺼내 든 것이다.

  나와 교주는 서로 심호흡을 하고,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교주의 손이 일직선을 그리며 번개 처럼 내 가슴으로 뻗어왔다.

  '피할 수가!!'

  눈으로 보고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빠르기!!

  그러나 이미 그 경로를 예상하고 있던 나는 그의 손이 다가오는 직선 상의 한가운데에 미리 내 손을 위치 시켜 그의 공격을 가드했다.

  하지만 그마저 예상한 것일까?

  교주의 손은 불가사의한 각도로 꺾여 전방을 가드한 내 손을 피해 들어왔다. 내게는 그런 교주의 동작이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교주는 내 손을 피해 유유히 뚫고 들어오며 손의 모양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 끝으로 검은 기운이 모여들었다.

  [마-스-터!!]

  슈리와 성녀의 외침이 느리게 들려왔다.

  파악!!

  그리고 그 외침의 끝에서, 놈의 오른손이 그대로 내 심장이 있던 자리를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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